액스맨의 재즈 밀리언셀러 클럽 144
레이 셀레스틴 지음, 김은정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영국 출신의 신인 작가 "레이 셀레스틴(Ray Celestin)"이 2014년에 발표한 데뷔작 "액스맨의 재즈(The Axeman's Jazz)"입니다. 실제로 1919년 미국의 뉴올리언스를 공포에 빠트렸던 연쇄 살인범인 '도끼 살인마'를 소재로 쓴 이 작품 "액스맨의 재즈"는 CWA(영국 추리소설 작가 협회)의 신인상에 해당하는 '존 크리시 대거'를 수상했습니다.

 

미국의 뉴올리언스에 사람들을 도끼로 무참히 살해하는 연쇄 살인범이 등장합니다. 사람들은 그를 '도끼 살인마'라 부르고 도시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게 됩니다. 범행 대부분은 리틀이탈리아에서 벌어졌고 범인은 살인현장에 타로 카드를 남겨 경찰은 마피아의 소행에 중점을 두지만, 도시 사람들은 범인은 흑인이라고 단정하며 뉴올리언스는 더욱 불안에 잠식되어갑니다. 도끼 살인마의 살인이 계속되어 가는 가운데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세 사람이 이 사건 수사에 뛰어듭니다.

 

나는 재즈 음악을 아주 좋아해. 지옥의 모든 악마를 들어 맹세컨대 내가 말한 시간에 집에서 재즈 밴드가 한창 연주 중이면 그 집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무사할 꺼야. 만약 모두 재즈 연주를 하고 있다면, 음...... 그렇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 한 가지 분명한 건 화요일 밤에 재즈 연주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야. 그런 자들은 도끼 세례를 받을 거야.

 

뉴올리언스의 리틀이탈리아 지역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던 50대 부부가 도끼로 무참히 살해당합니다. 살해도구가 도끼이고, 살해당한 패턴으로 이번 사건도 도끼 살인마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가 진행됩니다. 많은 민족과 문화가 뒤섞인 뉴올리언스는 이 연쇄 살인사건으로 인종 갈등이 더욱 커져가고 있어 담당 수사관인 "마이클 탤벗" 형사는 심한 압박 속에서 이 사건을 수사합니다. 그와는 별개로 핑커턴 탐정 사무소 뉴올리언스 지국의 비서인 "아이다 데이비스"와 막 감옥에서 출소한 전직 형사 "루카 단드레아"도 도끼 연쇄 살인을 수사합니다. 이들 세 사람은 각자 다른 이유로 서로 다른 단서를 찾아 수사를 하고, 각자 다른 방향에서 도끼 살인마에게 다가갑니다. 그러던 와중에 도끼 살인마는 대담하게도 신문사에 편지를 보내 자신이 지정한 날 밤에 재즈 음악을 틀지 않는 집 사람들이 다음 살해 대상이라고 선포하면서 뉴올리언스는 또 다른 혼란 속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엄청난 폭우마저 도시를 향해 다가옵니다.

 

도끼 살인마는 의심으로 가득한 도시에 불신을 더해 갔다. 북으로는 크리올 흑인이, 남으로는 아일랜드인, 서쪽에는 아프리카 흑인이 살았고 중앙에 위치한 리틀이탈리아에는 이탈리아인이 살았다. 다른 소수 민족들도 있었는데 중국인, 그리스인, 독일인, 유대인들이 체스판의 졸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도심 정중앙의 상업 지구인 스토리빌 프렌치쿼터에서만 한데 섞였다. 분리가 의심을 불러일으켰고 의심은 분리를 더 부추겼다. 이제 도끼 살인마가 이 모든 상황에 불을 붙인 격이 됐고 이렇게 갇힌 모든 사람들이 서로 갈등을 빚고 부딪쳤다.

 

이 작품 "액스맨의 재즈"는 실제로 뉴올리언스를 공포에 떨게 했던 연쇄 살인범인 도끼 살인마를 소재로 쓴 스릴러입니다. 영국에 "잭 더 리퍼"가 있다면 미국에는 도끼 살인마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이라는 나라가 전 세계 연쇄 살인범의 온상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연쇄 살인범을 배출했습니다만, 이 두 살인마에게는 한 도시를 공포에 빠지게 하고 아직까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미제 사건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소설은 실제 사건을 중심으로 세 명의 수사관이 각자 수사를 진행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각자 다른 사연 때문에 이 도끼 살인마 사건에 매달립니다. 동료 형사의 비리를 고발해서 경찰국내에서 외톨이인 담당형사 "마이클 탤벗"은 당시 뉴올리언스에서는 불법인 흑인 아내를 두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가정부라고 했지만 모두가 눈치를 채고 있고, 이 잔혹한 연쇄 살인을 끝내지 못하면 쫓겨난다는 압력을 받으며 사건을 조사합니다. 탐정이 되고 싶지만 흑백 혼혈에 여성이라는 신분때문에 탐정 사무소의 비서로 밖에 일할 수 없는 "아이다"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서 친구의 도움을 받아 개인적으로 수사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마이클"의 상관이었지만 그에게 밀고를 당해 감옥으로 보내져 형기를 마치고 나온 "루카"는 자신을 어릴 때부터 키워준 마피아 보스의 협박조의 부탁으로 이 사건에 뛰어듭니다. 이들은 소설 중반까지 서로 마주치지 않으며 각자 다른 단서를 가지고, 각자의 방식으로 사건을 수사합니다. 이들이 수사하며 얻은 정보들은 점점 한곳으로 모여 잔인한 살인마의 정체와 그의 사연으로 독자들을 인도합니다.

 

온 도시가 재즈로 뒤덮였다. 백오타운에 있는 싸구려 선술집에서 탱고벨트에 있는 나이트클럽, 평범하고 조용한 가정집, 카폐에 이르기까지 수천 곡의 재즈가 거리로 흘러 넘쳤다. 루이스가 메이언의 집에서 카바레로 오는 길에 보니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도구란 도구는 모두 동원된 듯했다. 밴드가 없는 곳에는 빅터 축음기, 전축, 그리고 노래를 자동으로 연주하는 피아노가 있었고, 또 다른 곳에서는 취미로 음악을 하던 사람들이 오랫동안 쓰지 않는 악기에 앉은 먼지를 털어내고 술김에 몇 음이라도 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함께 어울려 연주했다. 마치 한 영혼이 도시에 있는 모든 악기를 사로잡아 마법을 걸어서 노래로 퍼져 나오게 한 듯했다.

 

실제 사건, 그것도 미제 사건을 소재로 사용하는 소설들이 드러내는 단점들을 이작품은 영리한 방법으로 피해갑니다. 철저한 사전조사로 얻은 사실들 사이에 그럴듯한 허구를 섞는 단순한 방법이지만 이것은 절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작가 "레이 셀레스틴"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능숙하게 해냅니다. 예를 들자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한명인 "루이스 암스트롱"의 존재입니다. "루이스"는 우리가 "루이 암스트롱"으로 알고 있는 재즈 뮤지션입니다.(이때는 프랑스식 발음인 "루이"를 사용하기 전입니다.) 작가는 "루이스""아이다"의 소꿉친구로 설정해 그녀의 조력자로 등장시키며 이 시기에 익히 알려진 그의 개인사와 함께 풀어냅니다. 그리고 당시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폭우와 홍수, 역사적 사실들을 허구 속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어 그럴듯한 이야기로 창조합니다. 그것도 아주 훌륭하게.

 

뉴올리언스와 도심의 모든 질병은 그가 도시의 안개로 비유한 것처럼 마치 추상화 같았다. 매일같이 안개 속을 지나가지만 안개는 어떤 의미로는 실제이기도 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그에게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어쩌면 시골에서 갓 상경한 사람들이 온전한 정신을 잃고 빈민가과 가난, 도시살이의 일상적인 폭력에 서서히 빠져드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을 것이다.

 

좋은 스릴러 소설들이 갖추어야할 여러 요소들 자체만으로도 "액스맨의 재즈"를 훌륭하게 평가하지만 이 작품을 더 좋아하는 건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도시, 뉴올리언스의 존재입니다. 미국에 마피아가 처음으로 정착한 도시, 지대가 해수면 보다 낮아 습하고 자주 물에 잠기는 도시, 재즈가 태동한 도시, 그리고 크리올, 케이준, 아프리카계 흑인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이민자들이 뒤섞여 많은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작품은 잔혹한 연쇄 살인 보다 어둡고 슬픈 뉴올리언스의 상처가 중심축입니다. 더 깊은 이야기는 스포가 될까봐 조심스럽습니다만,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바로 뉴올리언스라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어쩌면 작가는 도끼 살인마라는 실제 살인사건을 소재로 뉴올리언스의 아픈 역사에 대해 쓰고 싶었던 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뉴올리언스에서는 모든 게 다릅니다. 물론 뉴올리언스는 미국 도시입니다. 하지만 프랑스 공작의 이름을 따서 도시 이름을 지었고, 프랑스 왕의 이름을 딴 주에 위치해 있죠. 우리는 커피도 다르게 마시고, 조리법도 다르며, 음악도 다르게 연주합니다. 뉴올리언스의 광장은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의 이름에서, 거리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온 이름을 따서 지었죠. 우리는 시신을 지상에 묻지만 도시는 해수면 아래에 건설합니다. 우리는 회개의 화요일도 개신교의 절기가 아니라 프랑스의 절기로 지키죠. 행정구역도 미국식으로 카운티를 쓰는 게 아니라 프랑스에서 유래한 패리시를 씁니다. 우리는 섹스나 마약 관련 범죄도 금하지 않고 합법화하죠. 수많은 프랑스 무역업자들이 인디언 안내인들의 현명한 조언에도 불구하고 이곳 습지에 도시를 건설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작가 "레이 셀레스틴"는 이미 이 작품 "액스맨의 재즈"의 후속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어떤 이야기가 될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조합이 어떤 사건 속으로 흘러들어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간만에 슬픈 역사와 실제 사건을 조합한 훌륭한 스릴러 소설을 만난 것 같아서 기쁜 마음에 이 작품 "액스맨의 재즈"를 읽어 보시라고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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