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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페이스 ㅣ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2
소피 해나 지음, 박수진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시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소피 해나(Sophie Hannah)"가 2006년에 발표한 첫 번째 범죄소설 "리틀 페이스(Little Face)"입니다. 영국에서 출간 직후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 작품은 주인공인 두 형사 "사이먼 워터하우스"와 "찰리 자일러"가 중심축인 '스필링 범죄수사반(Spilling CID)' 시리즈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귀여운 딸 "플로렌스"를 출산한지 이 주 만에 "앨리스 팬코트"는 첫 외출을 합니다. 그녀는 시어머니가 선물한 회원권으로 다니게 될 헬스클럽을 둘러보지만 집에 있는 딸의 모습이 아른거려서 두 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의 현관문이 잠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앨리스"는 불안한 마음에 방으로 향하지만 남편은 낮잠을 자고 있고 딸 역시 자신의 방에 누워있는걸 확인하고 안심합니다. 딸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다가간 그녀는 큰 충격에 절규합니다.
"데이비드, 이 애가 우리 딸이 아니라는 거 당신도 알잖아요. 이애는 내가 몇 시간 전에 작별 키스를 해주고 나간 우리 아기가 아니에요. 우리가 병원에서 데려온 아기 말이에요. 옷을 입혀주면 꼬물대며 울던 우리 아기요. 그 옷 벗겨요!" 갑자기 내지른 소리에 데이비드 못지않게 나 역시 깜짝 놀랐다. "이건 플로렌스 옷이에요! 이 애가 입고 있는 거 싫어요. 당장 벗겨요!" 나는 복도로 뒷걸음쳤다.
부유한 시어머니 "비비언"과 마마보이 같지만 자상한 남편 "데이비드" 그리고 남편의 첫 번째 결혼에서 생긴 아들과 평온하게 살던 "앨리스"는 딸 "플로렌스"를 낳고 행복의 최절정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그 행복은 단 이 주 만에 깨어집니다. 몇 시간의 외출 후에 돌아온 집에는 자신의 딸 "플로렌스"대신 다른 아이가 누워있었기 때문입니다. 딸이 납치되어 충격에 빠진 "앨리스"와는 달리 그녀의 남편은 이 애가 딸이 분명하다며 그녀를 미친 사람 취급합니다. 딸이 유괴되었다는 신고를 한 "앨리스"는 "사이먼" 형사의 방문을 받고 자초지정을 설명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범죄의 근거가 희박해서 제대로 된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말뿐입니다. 결국 "앨리스"와 "데이비드"는 DNA검사를 받기로 하지만 검사 하루 전에 "앨리스"와 아이가 실종됩니다. 그제야 제대로 된 수사 지시가 스필링 범죄 수사반에 떨어지고 그 즉시 "사이먼" 형사는 남편 "데이비드"를 용의선상에 올려놓으며 수사에 열을 올립니다."사이먼"의 이 사건에 관한 집착이 못 마땅한 "찰리"에게 "사이먼"은 "데이비드"의 첫 번째 부인이 노상강도에게 살해당한 사건의 재조사까지 들먹이며 당시 담당형사였던 "찰리"의 심기를 건드립니다.
나는 절망에 탄식을 내뱉었다. 데이비드와 같은 소리를 하다니. 리스트에 체크 표시를 하고 싶어 하는 이 욕망, 남자는 다 똑같다. "그 둘이 명백히 다른 아이란 걸 빼고는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다른 아이라고요. 내 딸은 얼굴도 다르고, 울음소리도 달라요. 두 아이의 울음소리가 다르단 걸 저더러 어떻게 설명하라는 거죠?"
자신의 집에서 누군가에 의해 딸이 다른 아이로 뒤바뀐 사실을 알게 된 후 실종된 여인의 사건을 수사하는 스필링 범죄 수사반의 이야기를 다룬 "리틀 페이스"는 딸 대신 다른 아이가 누워있는걸 발견하고 실종되기 전까지의 "앨리스"의 이야기와 실종사실을 접수하고 수사를 시작하는 형사 "사이먼"와 "찰리"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교차하며 시점과 시간을 오고가는 심리 스릴러입니다.
딸이 바뀌지 않았다고 믿는 남편은 충격으로 반쯤 무너진 아내를 점점 미친 사람 취급을 합니다. 손녀가 태어난 날 얼굴을 확인하고 바로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시어머니도 며느리와 아들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합니다. 물론 며느리는 과거 우울증 경력이 있었고, 지금의 행동 역시 산후우울증처럼 보이지만, 가족에 대한 집착과 통제가 삶의 대부분인 그녀는 혹시라도 손녀가 진짜 뒤바뀌건 아닐까 걱정하며 DNA 검사일 까지 기다리기로 합니다. 그러는 동안 이 가족들 사이의 관계에 금이 가고 집안 분위기는 끔찍하게 변합니다. 한 가족의 불행이 끝나려는 직전에 아이와 여자가 사라지면서 경찰은 수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합니다. 한 아이가 뒤바뀐 사건과 아이와 엄마의 실종 그리고 과거 한 여인의 살인사건이 뒤엉키면서 조금씩 모든 사건이 시작된 동기와 감춰진 진실이 밝혀집니다.
그가 앨리스에게서 발견한 것은 뭐였을까? 그게 뭐든 그의 안에도 비슷한 것이 있어 그를 향해 호소하는 느낌이었다. 앨리스는 예뻤지만, 사이먼의 감정은 그녀의 외모와 상관없었다. 그녀의 태도, 불안의 징조, 제자리를 찾지 못한 듯한, 뭔가 보이지 않는 장애물과 싸우고 있는 느낌. 모두 사이먼이 평소 느끼는 감정들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별 노력 없이 인생 사는 법을 알았다. 그는 아니었다. 앨리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자신의 딸이 뒤바뀌었다고 확신하는 "앨리스"가 이 작품의 가장 중심축입니다. 등장인물들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까지도 그녀의 주장은 가장 혼란스럽고 흥미로운 미스터리가 됩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며 '정말 아이가 바뀐 것일까?' 그렇다면 '왜?', '누가?', '바뀐 아이는 누구지?', '만일 그녀가 우울증 때문에 착각한 것이라면?' 등의 궁금증들은 형사들과 같이 수사에 동참하고 헤매이며 그 끝을 확인하고야 말겠다는 힘이 됩니다. 우리가 수사에 같이 따라다니게 될 형사들은 스필링 경찰국의 "사이먼"과 "찰리"입니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형사가 된 "사이먼"은 인간관계 특히나 여자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지만 수사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납니다. 자신을 감싸주고 뒤를 봐주는 유일한 동료이자 선배인 "찰리"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고마운 마음을 느끼며 존경합니다. 반면 남자들 투성이의 거친 경찰조직에서 노력과 인내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은 "찰리"는 "사이먼"에 대한 짝사랑에 힘겨워하며 때론 사건수사에서도 감정적이 되어 일을 그르치기도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사이먼"이 "앨리스"에 대한 연민과 호감 때문에 사건에 집착하는 모습에 질투를 느끼는 "찰리"
는 번번이 수사의 주변으로 튕겨져 나갑니다.
사실 작품 중간까지 "앨리스"를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들의 예민하고 까칠하며 타인의 감정에 무신경한 성격에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간혹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신경질적인 영국인 캐릭터들의 집합소 같아서 몰입하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책속에 완전히 빠져버리고, 책을 덮고 나서 캐릭터들의 별로인 성격에 대한 불만이 사라지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냥 무방비로 작가에게 설득 당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뭐, 그만큼 작품이 재미있고 완성도가 높았다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태생적으로 나는 투사가 아니다. 스스로 강하다고 생각해 본적도 없고, 하물며 때로는 심각할 정도로 여린 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로서, 내 생각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나만큼 플로렌스를, 아니 나 말고 플로렌스를 생각해야한다. 포기는 선택지에 없다.
작가 "소피 해나"는 처음 시인으로 등단한 후 작가가 된 케이스입니다. 노르웨이 작가 "카린 포숨"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시인으로서 'T.S 엘리엇' 상 최종후보에까지 오르고 영국내 중,고등학교 정규 교과서에 그녀의 시가 실리며 시인으로서 탄탄대로를 걷던 도중, 범죄소설 "리틀 페이스"로 베스트셀러 소설가라는 명성까지 얻게 됩니다. 그녀의 '스필링 범죄 수사반' 시리즈는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The Point of Rescue"가 "Case Sensitive"란 타이틀로 드라마화 되어 이마저도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영국의 대표적인 범죄소설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부모님도 어디선가 지켜보고 계시다면 분명 이해해 주실 것이다. 하지만 보고 계시지 않길 바란다. 부모님은 평생 행복하게 사셨다.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며 내가 플로렌스를 걱정하듯 나를 걱정하고 계신다고 생각하면, 죽으면 그것으로 끝인 편이 낫다. 불안과 두려움이 영혼을 갉아먹는 순간, 영혼은 죽기 시작한다.
"리틀 페이스"는 형사소설이기도 하지만 심리 스릴러가 더 본모습에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사건 수사 이야기나 추리가 약간 빈약한 반면 인간의 심리묘사에 온 힘을 쏟은 느낌입니다. 특히나 단 두 시간의 외출로 엄마가 겪을 수 있는 최대의 불행에 빠진 여자의 심리는 읽는 사람들마저도 두렵고 혼란스럽게 만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시고 나면, 그러니까 군데군데 보였던 약간의 부족한 점이 상쇄되고도 남는 결말에 다다르고 나면 이 '스필링 범죄수사반' 시리즈를 더 읽고 싶어지실 겁니다.
<드라마 "Case Sensitive" 트레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