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는 화실에서 미술선생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사라의 엄마는 늘 바빴고 아이의 태도가 변하자 분노를 쏟아내기 바빴다. 아빠도 마찬가지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이의 변화를 유심히 지켜본 어른이 한 명 있었는데 그녀의 담임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어린 시절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사라의 흔적들을 보면서 그때의 기억들을 소환했고, 아닐꺼라고 부정하다가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된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생겨버린 후 자신의 세계에 갇혀버린 느낌이었다. 그래도 다행인건 아이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한 어른이 한 명 있었다는 사실이다. 가족이 이 역할을 하지 못했던 부분이 아쉽지만 선생님 한 사람 덕분에 아이는 숨을 쉴 수 있었다. 그가 너를 훔친거라는 표현이 탁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뻗는 그 한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유진과 유진>을 떠올리는 독자들이 몇명 보이는데 이 책도 살펴보고 싶다.

넌 어떤 순간에도, 그 사람에게 몸을 준게 아니야. 절대로. 그 사람이 네 몸을 훔친거야, 그 사람이 널 훔쳤다고. - P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쿵린은 수위와 결혼했다. 린은 말끔한 외모를 소유한 육군의학교 출신 장교였다. 수위는 전족을 해서 발이 작은 구시대적 여자인데다, 농사를 짓는 아낙이었기 때문에 외모도 가꾸지 않았다. 쿵린은 그런 아내를 부끄럽게 여겼고 17년동안 별거를 했다. 아픈 가족을 돌볼 사람이 필요했던 부모의 강권으로 진행된 결혼이었기 때문에 애정이 없었다. 딸 화를 낳았지만 생활비 40위안을 보내주는 것 이외의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

쿵린은 이혼하기 위해 어춘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부모님은 오래 전에 돌아가셨기때문에 더이상 수위가 필요없었다. 그래서 인민법원에서 이혼을 하려고 했는데 마지막에 수위는 늘 결정을 번복했다. 하지만 육군병원 규칙에 따르면 18년 동안 별거가 계속 된다면 아내의 동의 없이 결혼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다.

쿵린은 병원 수간호사인 우만나와 연인 사이였다. 당시 간호학 교원이었던 쿵린은 지적이고 다정했다. 우만나는 고아였고 의지할 친척조차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유부남인 쿵린의 자상함에 끌려 연인이 되었다. 하지만 엄격한 병원 규정때문에 병원 내부에서 제한된 만남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별거 18년이 되는 해에 쿵린은 수위와 결국 이혼했다. 수위는 쿵린의 요청에 따라 딸 화의 법정에 일자리를 요구했고, 화는 성냥공장에 취직해 무지시로 이사를 왔다. 쿵린은 우만나와 결혼을 해서 쌍둥이를 임신해 출산했지만 심장이 나빠져서 곧 세상을 떠날거라는 소견을 듣게 되었다. 우만나와의 결혼 생활에서도 쿵린은 행복을 찾지 못했고, 쿵린은 스스로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된다.

문화대혁명 시기의 분위기가 글에 녹아있어서 그 당시의 분위기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기다림이라는 단어가 계속 반복되는데 사용하는 등장인물마다 다른 의미로 사용했다. 단어에 여러 층의 의미중 어떤 의미로 쓰였을지 생각해보면서 감탄하게 됐다. 책장을 덮고 나서 특별하지 않은 이 제목이 마음속에서 울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작가의 의도대로 이끌어가고 있고 메시지가 분명하다는 점이 좋았다.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언뜻언뜻 등장하는 한국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한다. 좋은 책이다.

그 세월 동안 너는 몽유병자처럼 무기력하게 기다리기만 한거야.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끌려가면서 말이야. 외부의 압력에, 너만의 환상에, 스스로 내면화한 규정에 끌려가면서. 좌절과 수동적인 태도 때문에 너는 잘못된 길로 간 거야. 자기한테 허용되지 않은 일들이야말로 마음속 깊이 원하는 일이라고 믿으면서 말이야. - P45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목이 참 좋아서 기대가 됐다. 사회 곳곳에서 극단적인 논쟁이 오가는 부분에 대한 실마리를 잡기를 바랬다. 그런데 기대 이하였다. 주제에 집중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저자의 화려한 이력에 비해 뻔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고, 밀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작에 비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정의중독에 관한 부분보다 뇌과학 전반에 대한 짧은 글을 읽은 것 같다.

정의 중독에 빠지지 않는 비결은 앞서 설명했던 메타인지다. 항상 스스로 객관적으로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메타인지 능력이 없는 사람은 타인에게 공감하거나 타인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동시에 자신이 현재 어떠한 상황에 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 P1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인데 인간관계에서 이 기술이 왜 제대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지 알 수 있었다. 경청의 기술이 여러가지 제시되고 있는데 방법론보다 인간은 원래 어떠하다는 정의가 더 와닿았다. 특히 예시를 참 잘 고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에게도 대화와 타협, 타인에 대한 존중을 가르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시리즈도 만나봐야겠다.

모두가 자기중심적이며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면, 각자가 자기만의 작은 세계에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처럼 살아가는 것을 보더라도 크게 놀라지는 않을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더더욱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들의 고유한 세계를 하나씩 살펴보는 것도 오히려 재밌지 않겠는가? - P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삶을 중심에 놓고 진행되는 인문고전 세미나라니 흥미로웠다. 고전은 저자가 고른 단어 하나에도 샌드위치처럼 의미가 포개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들과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갖는다는건 좋은 지적 자극이 될 것 같다. 일반 독서모임보다 발제와 토론이 심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분위기를 무겁게 흐르지 않게 하려면 내공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 경험에 비춰 보자면, 어떤 ‘인문학‘도 문제에 딱 떨어지는 ‘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거기서 구르다 보면 살면서 맞닥뜨리는 여러 문제들을 다루는 ‘능력‘을 기를 수는 있습니다. 그 능력이 커지면 그 ‘문제‘들을 결코 없앨 수 없다는 걸 깨닫기도 합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면 그런 ‘문제‘들을 옆에 두고 살아도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할 정도까지도 갈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게 인간이 얻어 낼 수 있는 ‘자유‘의 최대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P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