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예술쪽 서가를 브라우징하다가 눈에 들어온 책이다. 저작이 이 책까지 두 권이지만 오랜 기간 예술 강의를 해온 저자의 내공이 오롯이 담겨있다. 학부때 전산학을 전공했으나, 대학원에서 문화예술경영을 전공한걸 보면 예술에 대한 애정이 아니고서야 설명되지 않는다.

가장 궁금한 화가는 알폰스 무하였다. 체코의 미대 낙제생이었으나 산업화 시대에 상업적인 그림으로 이름을 날렸다. 지금 작품을 봐도 아름답고 자기 스타일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작품을 더 만나보고 싶다.

수집가인 페기 구겐하임에게도 눈이 갔다. 현대미술사에 중요한 후원자였는데 작품을 보는 안목이 남달랐다. 금수저라서 투자가 가능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탁월함이 드러나는 부분에 눈길이 갔다. 심미안에 관심이 있는데 흥미로운 인물이었다.

글이 탄탄하고 내용이 충실해서 좋았다. 이 책은 소장하고싶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뜻을 함께할 동료를 찾는 것입니다. 지금 걸어가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주며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갈 이가 있다는 것은, 그 길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걸어 나가는 데 굉장한 힘이 되지요. 바로 인상주의 화가들처럼 말입니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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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서평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성이다. 독후감은 나를 기준으로 평가하지만, 서평은 책을 중심에 둔다. 작가, 주인공, 시대적 상황, 주제가 어떤 말을 하는지에 핵심이 있다.

가장 공감됐던 이야기는 무료로 받은 것은 비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부분이었다. 예전에 차카페 생활을 했을 때 샘플을 받을 기회가 많았다. 솔직히 나눔받은 차들에 대해서는 거슬리는 부분도 뭉뚱그려서 좋은 방향으로 쓰게 됐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비평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말 느낀대로 쓰면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싸움까지 가는 경우도 있어서 더 자중하게 됐다. 중량을 제대로 달아볼 수 없다는 표현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런데 이런식의 글쓰기에도 단점은 있다. 요약이 인용 위주로 된다면 정작 자기 언어로 소화해서 풀어낼 기회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읽었을 때 좋았던 글은 에세이처럼 경험을 녹여 풀어내는 글이었던 것 같다. 역시 사람은 자기 선호를 따라가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저자가 인용한 책들에 깊은 내공이 느껴졌다. 하나의 스타일을 발견하고 적용하기까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독후감 공모전을 앞두고 있다면 참고하기 좋은 책 같다. 나는 카페 게시글이 전부이므로 그냥 생각의 흐름을 따른다ㅎㅎ

비평가에게 ‘타협‘은 없습니다. 비평가는 어떤 책의 중량을 마음껏 달아보기 위해 비평을 씁니다. 별점을 매섭게 매기기도 하고, 숨은 작품을 발굴해 높은 별점을 주기도 합니다. 이때는, 물론 정확한 이유와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작품을 보는 안목과 조예도 깊어야 하고요.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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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고등학생 유리는 서정희씨에게 입양되었으나, 아들이 태어난 뒤 할아버지에게 맡겨졌다. 그러던 어느 날, 서정희씨가 사고로 죽게되면서 그녀가 키우던 아들이 할아버지 손에 맡겨진다. 할아버지는 택시 운전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는데 건강이 나쁜 상태였다. 졸지에 유리는 혈육도 아닌 초등학생 동생의 보호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했다. 게다가 자신의 입양과 관련된 비밀을 친구 세윤에게 듣게 된다.

과거를 정리하고 산뜻한 시작을 하고 싶을 것 같다. 양육자이지만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할아버지, 철부지이면서 도무지 괜찮은 구석이 보이지 않는 동생. 이 환경을 벗어나 괜찮은 삶을 살고 싶었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을 둘러싼 비밀을 알게되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었다. 제목의 가벼움과 대비되는 현실 사이의 틈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쩌면 유리가 애써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관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는 대신 부딪치고 돌파하기를 선택했다.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치기 좋은 재료들이 널려있지만 태도를 바꾸어 관계를 재정비했다. 지난 과거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의 결심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의지의 문제로 볼 수는 없지만 알아내어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입양이라는 키워드를 들으면 연상되는 단어들이 있다. 하지만 경험하지 못한 우리가 짐작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입양 뿐 아니라 개별적으로 겪은 사건들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판단하기 좋아하는 우리에게 다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고행숙 선생님의 입을 통해 저자는 말한다.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나의 문제는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할아버지와 나 사이의 거리는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우리는 그 안에서 안전했다. 어떤 상처도, 어떤 부대낌도, 어떤 위태로운 기대나 상처가 되고 말 애정도 내게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이 집을 훌훌 떠나면 됐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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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주 푸아레는 마약 및 향정신성 의약품 퇴치를 위한 연방 수사본부의 가장 유능한 요원이다. 전처 카트리나는 연예인인데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페드로를 선택하면서 가정을 버렸다. 세르주는 카트리나와 이혼한 뒤 자녀 고랑을 홀로 양육했다.

고랑은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아빠는 늘 바빴다. 이번 휴가기간에도 적색경보가 발령되어 조부모님을 만나러 나섰다가 집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차기 프랑스 지도자 후보인 정치인 막심 그레앙의 딸이 코마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세르주는 신종 마약으로 의심했지만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러시아 칼리니그라드 감옥에 있는 실비아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실비아는 위치추적장치를 주입하는 외과적 조치를 하고 세르주와 동행했다. 실비아는 연구실을 요구했고 신종 마약의 정체가 ‘이덴‘이라고 명명했다. 이 약물은 나노봇을 주입해 감각을 점령한 뒤 가상세계로 빠지게 한다고 했다. 실비아는 이 약물의 개발자였는데 부작용을 개선하는 도중 밀고를 당해 감옥에 갇히게 된 것이었다. 그녀는 세르주가 직접 이덴에 접속해 내부에서 프로그램을 해제하는 방법을 시도하기로 했다. 세르주는 차선책이 없었기 때문에 이덴을 맞고 가상세계로 들어가 아들을 돕는다.

청소년 소설이 이렇게 흥미진진하다니! 간만에 너무 괜찮은 소설을 만나서 반가웠다. 주로 남자 청소년 자녀들을 둔 집마다 게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어떤 얘기를 하게 될지 궁금했다. 마약과 가상현실이 혼합되어있는 이덴이라는 약물을 보면서 영화 <매트릭스>도 떠오르고, 게임속에 들어가 플레이를 한다는 점에서는 영화 <주만지>도 떠올랐다.

팜므파탈 실비아의 노련함과 고랑의 엄마 카트리나의 이혼사유 등을 보면서 역시 프랑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 설정에 현실감이 들었고,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가진 캐릭터들의 배치가 탁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도 부재중 부모와 외로운 아이들을 볼 수 있었는데 부모들 입장에서 워라벨을 어떻게 찾아갈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작가 미카엘 올리비에의 다른 작품들을 검색해보니 주제의식이 분명한 글들을 쓴 것 같아서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또한 마약 중독을 주제로 한 글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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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주 푸아레는 마약 및 향정신성 의약품 퇴치를 위한 연방 수사본부의 가장 유능한 요원이다. 전처 카트리나는 연예인인데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페드로를 선택하면서 가정을 버렸다. 세르주는 카트리나와 이혼한 뒤 자녀 고랑을 홀로 양육했다.

고랑은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아빠는 늘 바빴다. 이번 휴가기간에도 적색경보가 발령되어 조부모님을 만나러 나섰다가 집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차기 프랑스 지도자 후보인 정치인 막심 그레앙의 딸이 코마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세르주는 신종 마약으로 의심했지만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러시아 칼리니그라드 감옥에 있는 실비아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실비아는 위치추적장치를 주입하는 외과적 조치를 하고 세르주와 동행했다. 실비아는 연구실을 요구했고 신종 마약의 정체가 ‘이덴‘이라고 명명했다. 이 약물은 나노봇을 주입해 감각을 점령한 뒤 가상세계로 빠지게 한다고 했다. 실비아는 이 약물의 개발자였는데 부작용을 개선하는 도중 밀고를 당해 감옥에 갇히게 된 것이었다. 그녀는 세르주가 직접 이덴에 접속해 내부에서 프로그램을 해제하는 방법을 시도하기로 했다. 세르주는 차선책이 없었기 때문에 이덴을 맞고 가상세계로 들어가 아들을 돕는다.

청소년 소설이 이렇게 흥미진진하다니! 간만에 너무 괜찮은 소설을 만나서 반가웠다. 주로 남자 청소년 자녀들을 둔 집마다 게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어떤 얘기를 하게 될지 궁금했다. 마약과 가상현실이 혼합되어있는 이덴이라는 약물을 보면서 영화 <매트릭스>도 떠오르고, 게임속에 들어가 플레이를 한다는 점에서는 영화 <주만지>도 떠올랐다.

팜므파탈 실비아의 노련함과 고랑의 엄마 카트리나의 이혼사유 등을 보면서 역시 프랑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 설정에 현실감이 들었고,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가진 캐릭터들의 배치가 탁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도 부재중 부모와 외로운 아이들을 볼 수 있었는데 부모들 입장에서 워라벨을 어떻게 찾아갈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작가 미카엘 올리비에의 다른 작품들을 검색해보니 주제의식이 분명한 글들을 쓴 것 같아서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또한 마약 중독을 주제로 한 글도 읽어보고 싶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야? 우린 여기서 행복하잖아. 수천 배 더 행복하잖아. 현실이란 게 무슨 의미야? 우리 맘대로 진짜와 가짜를 정하면 되잖아? 우리가 원하는 삶을 선택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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