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린은 수위와 결혼했다. 린은 말끔한 외모를 소유한 육군의학교 출신 장교였다. 수위는 전족을 해서 발이 작은 구시대적 여자인데다, 농사를 짓는 아낙이었기 때문에 외모도 가꾸지 않았다. 쿵린은 그런 아내를 부끄럽게 여겼고 17년동안 별거를 했다. 아픈 가족을 돌볼 사람이 필요했던 부모의 강권으로 진행된 결혼이었기 때문에 애정이 없었다. 딸 화를 낳았지만 생활비 40위안을 보내주는 것 이외의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

쿵린은 이혼하기 위해 어춘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부모님은 오래 전에 돌아가셨기때문에 더이상 수위가 필요없었다. 그래서 인민법원에서 이혼을 하려고 했는데 마지막에 수위는 늘 결정을 번복했다. 하지만 육군병원 규칙에 따르면 18년 동안 별거가 계속 된다면 아내의 동의 없이 결혼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다.

쿵린은 병원 수간호사인 우만나와 연인 사이였다. 당시 간호학 교원이었던 쿵린은 지적이고 다정했다. 우만나는 고아였고 의지할 친척조차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유부남인 쿵린의 자상함에 끌려 연인이 되었다. 하지만 엄격한 병원 규정때문에 병원 내부에서 제한된 만남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별거 18년이 되는 해에 쿵린은 수위와 결국 이혼했다. 수위는 쿵린의 요청에 따라 딸 화의 법정에 일자리를 요구했고, 화는 성냥공장에 취직해 무지시로 이사를 왔다. 쿵린은 우만나와 결혼을 해서 쌍둥이를 임신해 출산했지만 심장이 나빠져서 곧 세상을 떠날거라는 소견을 듣게 되었다. 우만나와의 결혼 생활에서도 쿵린은 행복을 찾지 못했고, 쿵린은 스스로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된다.

문화대혁명 시기의 분위기가 글에 녹아있어서 그 당시의 분위기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기다림이라는 단어가 계속 반복되는데 사용하는 등장인물마다 다른 의미로 사용했다. 단어에 여러 층의 의미중 어떤 의미로 쓰였을지 생각해보면서 감탄하게 됐다. 책장을 덮고 나서 특별하지 않은 이 제목이 마음속에서 울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작가의 의도대로 이끌어가고 있고 메시지가 분명하다는 점이 좋았다.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언뜻언뜻 등장하는 한국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한다. 좋은 책이다.

그 세월 동안 너는 몽유병자처럼 무기력하게 기다리기만 한거야.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끌려가면서 말이야. 외부의 압력에, 너만의 환상에, 스스로 내면화한 규정에 끌려가면서. 좌절과 수동적인 태도 때문에 너는 잘못된 길로 간 거야. 자기한테 허용되지 않은 일들이야말로 마음속 깊이 원하는 일이라고 믿으면서 말이야. - P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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