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벵자멩은 특별한 꿈을 갖고있다. 몰리네 곶에 호텔과 레스토랑을 경영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했다. 사람들이 멋진 공간에서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고싶었다. 요리도 꽤 잘 하는 편이었기때문에 적성에 잘 맞을 것 같이 보였다.

그런데 벵자멩에게 비만이라는 약점이 있었다. 이성의 관심을 받기에는 부적합한 몸이라고 판단해버렸다. 옷을 사는 것도, 수영장에 가기 싫어지는 것도 다 비대한 몸때문이었다. 그런데 클레르라는 여자 아이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클레르에게 편지로 거절당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폭식이 시작되며 요요를 겪었다.

벵자멩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아빠의 새여자친구 소피아줌마 덕분이었다. 그의 어설픈 사랑고백이 그녀에게 어떻게 비췄을지 속시원하게 해석을 해주었고 솔루션을 제안하며 이들이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도왔다. 카미유네 집에서 열리는 학년말 파티에 참석했을때 클레르의 마음을 알게 되고 벵자멩은 다시 다이어트에 대한 의지를 보인다.

비만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그리 새롭지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다이어트를 한번도 해보지 않은 벵자멩의 가장 큰 적은 할머니였다. 할머니가 만든 음식을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그녀에게 큰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그 신념에 따라 먹고 또 먹었던 삼촌은 비만인채로 오래 살았고, 주택을 사기 위한 대출에서 은행으로부터 거절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벵자멩의 태도를 변호했다. 벵자멩의 거절의사보다 강력했던건 오랜 시간 경험을 통해 고통받은 삼촌의 변론이었다. 어른이라면 이런 중간자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소피아줌마의 존재가 인상적이었다. 아빠는 소피아줌마와 바람이나서 가정을 버렸기 때문에 자식 입장에서 철천지 원수일 거라는 예측을 벗어났다. 엄마에게는 나쁜 사람이지만, 벵자멩이 아빠와 시간을 보내며 만나본 소피아줌마는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벵자멩의 다이어트를 돕기 위해 전문가들을 알아봐주고, 이성친구 클레르와의 오해를 풀고 좀 더 가까운 사이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연애꿀팁을 넌지시 알려주었다. 인간관계가 우리나라보다 좀 더 유연하다는 느낌이 신선했다.

벵자멩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청소년들의 세계는 그리 순진하지만은 않았다. 사실 내가 중학생일 때도 술, 담배, 섹스 등을 일찍 경험했던 친구들이 있었던게 떠올랐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싶어하는 세계를 주인공을 통해 다시 보게되니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현실은 꼭 보기에 아름다운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불편함들을 의식세계로 데려와 적절하게 배치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탁월함이 발휘된 것 같았다.

미카엘 올리비에의 두번째 책도 성공적이라 다음 책이 기대가 된다. 반올림 문고도 계속 읽어봐야겠다.

대출 신청을 하려면, 복잡한 신청 서류들을 작성해야 하거든요. 거기엔 건강에 관련된 항목도 포함되어 있고요...... 그런데 제겐 돈을 빌려 줄 수 없다는 거예요. 너무 뚱뚱해서요.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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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아는 사람들이 있다. 깨달음이 빠르거나 영역이 넓은 사람들을 보면 감탄하게 된다. 그 사람들이 잘 하는 것이 통찰이다. 통찰은 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준비된 정신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스스로 모순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생각을 의심해보는 과정을 거친 뒤, 기존의 잘못된 믿음 패턴에서 다른 믿음으로 닻을 옮기게 되는 것이다. 성공 경험이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푸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눈길이 갔다.

다른 누군가의 시각으로 보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했다. 우리가 문제를 인지하고 상담사에게 가는 루틴이 딱 그런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하는 사고실험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공동체가 있다면 가장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타인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시각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 자신을 돕는 것에서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으로 이동하게 되면, 우리의 도전이 매우 달라진다. 다른 이를 돕는다는 것은 대개 그들의 결함 있는 믿음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이 가진 결함 있는 믿음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타인을 돕는 일 중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혼란스러운 부분을 진단하는 일, 즉 그들의 사고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알아내는 일이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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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 26세의 수영선수 출신으로 신체가 건장한 청년이다. 하지만 어린시절부터 엄마의 감시망을 벗어나지 못한채로 성장했다. 왜냐하면 그는 뇌전증으로 발작을 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진의 진짜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의사인 이모는 그를 상위 1%의 싸이코패스, 즉 프레데터라고 정의했다. 이모가 처방한 약을 먹으면서 온갖 부작용에 시달렸는데 그 약을 끊으면 온전한 자기의 능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한 번의 경험으로 확신을 얻은 유진은 의도적으로 약을 끊으며 즐거움을 누린다. 그러던 어느날 피범벅인 집을 목격하게 되고 잃어버린 2시간 30분을 복기한다.

지난에 읽은 <열세번째 배심원>이 떠올랐다. 그 책에서는 범죄자의 악랄한 행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면, 이 책은 내면을 좀 더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 점에서 <종의 기원>이 더 좋았다. 귀신이야기보다 납득하기 어려운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무섭다. 왜냐하면 언제나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을 것 같다는 현실감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의 의학 기술로는 이들을 도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 암담하다. 가능성만으로 격리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윤리적 문제와 솔직한 마음이 부딪친다. 그래서 이런 글에서 일종의 무기력을 경험하게 된다. 한편 타인의 시선과 엄마의 시선을 병행해서 보게 되면서 또 다른 갈등에 놓인다. 유진은 어찌하면 좋을까. 작가의 말이 자꾸 맴돈다.

약물중독자들은 대부분 환상을 좇느라 약을 먹는다. 내 경우는 반대다. 환상을 얻으려면 약을 끊어야 한다. 끊은 지 얼마 후면 마법의 시간이 열린다. 약물 부작용인 두통과 이명이 사라지고 오감이 내 젖꼭지도 딸 수 있을 만큼 예리해진다. 후각이 개같이 예민해진다. 머리는 그 어니때보다 기민하게 돌아가고, 생각 대신 직관으로 세상을 읽어들인다. 내가 내 인생을 지배하고 있다고 느낀다. 인간이 만만해진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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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딥스는 좀 독특한 아이다. 유치원과 집에서 보이는 행동이 어른들을 의아하게 한다. 어른들 모두가 손을 놓으려는 때에 아동삼당소 임상심리학자였던 저자에게 놀이치료를 받게 된다. 일주일에 한 번 놀이치료실을 방문해서 선생님과 시간을 보냈다. 선생님은 무얼 가르치거나 캐내려는 인위적인 작업을 하지 않고 아이가 자유롭게 놀며 생각들을 꺼내놓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과정에서 딥스는 힘을 얻고 성장해나갈 수 있었다.

한 편의 영화같은 사례였다. 주변의 어른들이 이 아이가 정신이상이 있다고 사실상 단정해버렸는데 실제로 문제는 부모에게 있었다. 외과의사로 과학자로 잘 나가던 이들 부부는 원하지 않는 임신을 했다. 딥스는 그렇게 태어났고 지적 능력에 비해 사회적, 정서적인 부분이 더디게 성장했다.

이해할 수 없는 아이를 7년동안 지켜본 부모는 얼마나 지쳤을까. 동생이 부모가 예측하는 범위 안에 있었기 때문에 더 비교됐을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정상의 폭이 좁은 것이 문제였다. 그동안 만난 의사들이 부모의 상담을 권했을때 납득할 수 없었던 이유였다. 이래서 객관적인 시각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문가에게 찾아가 보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했다.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다 아는건 아니다. 어른들이라고 균형잡힌 삶을 산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사는 대로 평가하는 인간의 한계를 들여다보게 됐다.

간만에 여운이 긴 글을 만났다. 부모는 자녀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내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많은걸 가르치려는 것보다 잘 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갑자기 우리들은 우리들을 방어해 주던 무언가가 고장 났기 때문에 겁에 질리고, 외롭고, 불행한 사람들이 되어 버렸던거예요. 아주 끔찍한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이기 때문에 실패할 수도 있고, 실패한 것을 인정할 수도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어요. 우린 서로를 그리고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았어요.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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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라는 라슈프트의 잔지브라는 도시에 살았다. 그는 시장 귀퉁이의 초라한 상점에서 양탄자를 팔았다. 그는 상상 속에서 자신은 어떤 나라의 국왕의 아들인데 도적에게 납치당해 이곳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이 살게 될 훌륭한 궁전과 아름다운 정원을 상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낡은 양탄자를 금화 500개에 판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압둘라는 사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날아다니는 마법의 양탄자라는 사실을 알게되 구입하게 되었다. 양탄자 위에서 잠이 들었는데 양탄자는 그가 꿈꾸던 정원으로 그를 데려갔다. 그곳에는 밤의 꽃이라는 공주가 살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처음 본 남자와 결혼하게 된다는 점괘를 믿고 딸을 궁전에 가둬두었다. 왕은 오친스탄의 왕자와 결혼시켜 나라를 강하게 할 작정이었다. 공주는 격리되어 지냈기 때문에 세상물정을 전혀 몰랐다. 압둘라는 그녀에게 남자들의 초상화를 구해주며 세상에는 다양한 남자들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공주는 압둘라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그가 사랑하는 공주는 마신 하스루엘에게 납치를 당했다. 압둘라는 밤의꽃을 구하기 위해 나섰고 양탄자와 호리병 정령, 노병사 등의 도움을 받으며 모험을 떠나는데......

1편과 너무 다른 분위기에 당황했다. 거의 아라비안나이트의 확장판의 느낌이었다. 그런데 후반에 아는 지명이 나오면서 전편 멤버들이 재등장한다. 이 혼란은 마지막에 가서야 종합되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아뿔싸~~~ 작가의 위트와 새로운 분위기에 놀랐다. 다만 초중반부가 다소 길어서 진짜 위기가 너무 늦게 나오는 점은 아쉬웠다. 그리고 마신이 등장하면서 구구절절 설명하는 부분에서 좀 맥이 빠졌다. 200페이지 이후로 흥미진진해지는데 전편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앞부분은 인내가 필요해보인다. 1편으로는 아쉬운 사람들에만 추천! 하지만 하울의 매력은 1편에 거의 다 나온 것 같다.

이젠 네 심술도 지긋지긋하고 병사가 계속 자기 뜻대로만 하는 것도 지긋지긋해. 그래서 운명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어. 이제부터는 일부러 모든 소원을 낭비할 거야. 그렇게 하면 운명의 신이 나설 수밖에 없갰지. 안그러면 밤의꽃에 대한 점괘는 영영 이뤄지지 않을 테니까.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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