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에세이라 하면 그 나라와 도시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런 부류의 책은 아니었다. 등장하는 음식들에 살짝 마음이 요동하긴 했으나, 세계사쪽에 분류되어야 할 법한 내용들이 많이 등장해 당혹스럽긴 했다.

그래도 나는 이 책이 흥미로웠다. 작가가 문화재를 보면서 그 안에 감추인 욕망을 끄집어내는 부분에 주목하게 됐다. 규모나 제조 기법에 감탄만 할게 아니라 의도를 읽어내는게 중요하다는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로마를 은퇴한 사업가에 비유한 부분이 명쾌함이 느껴졌다. 경제 순위는 밀려나도 마음에 마음에 품고 있는 자부심만은 남다른데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강성했던 국가의 이미지를 간직하고 싶은건 모든 사람의 바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늘 옳지는 않다는걸 가까운 이웃나라만 봐도 알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량놀이를 할 수 있던 배경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음을 보게 된다. 더 나은 사회에서는 함께 짐을 나눠져야 할텐데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다 읽고 난 뒤 정치적인 고민이 머릿속에 남는건 왜일까.

이번 책은 후기를 보니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것 같다. 나는 그래도 좋았다고 평가하고 싶다. 사실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건 각각의 도시들이 아니라, 도시에 얽힌 역사를 바라보는 어떤 시선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건축물과 박물관, 미술관, 길과 공원, 도시의 모든 것은 ‘텍스트‘일 뿐이다. 모든 텍스트가 그러하듯 도시의 텍스트도 해석을 요구하는데, 그 요구에 응답하려면 ‘콘텍스트‘를 파악해야 한다. 콘텍스트는 ‘텍스트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말한다. 도시의 건축물과 공간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생각과 감정과 욕망, 그들이 처해 있었던 환경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누가, 언제, 왜, 어떤 제약 조건 아래서, 어떤 방법으로 만들었는지 살피지 않는 사람에게, 도시는 그저 자신을 보여줄 뿐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지는 않는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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