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여행에세이를 2019년에 새로운 제목으로 개정판을 낸 것이다. EBS 세계테마기행 제작진이 가고싶은 여행지를 물었을 때 시칠리아라고 했고, 여행 이후에 한예종 교수직을 사임하고 다시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초반에 여행을 떠나서 겪은 어려움에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국식 인프라를 사랑하는 나는 외국까지 나가서 이런 고생을 하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개발된 관광지에서 관광객들이 기꺼이 누리고 싶어하는 것들만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뒤쪽에 등장하는 시칠리아의 시라쿠사와 노토는 방문해보고 싶어졌다. 작가의 눈에 담긴 공간의 인상이 좋았기 때문이다.

김영하 작가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다. 다만 그만의 언어 감각이 좋아서 흘낏거리고 싶은 작가다. 179페이지의 마지막에 청각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문장으로 마무리하는 걸 보며 작가는 작가구나 감탄하게 된다. 담백한 시선 전환이라는게 이런식으로 가능하다는 걸 보게됐다. 전반부보다 후반부가 더 와닿았던 책이었다. 또 차근차근 만나보고 싶다.

연기력이 뛰어난 조연들이 많아도 감독이나 제작자는 언제나 스타를 주연으로 쓰게 된다. 인간은 뛰어나게 독특한 것으로 시선을 돌리도록 진화해왔다. 그리고 영화든 책이든, 사람들의 주의를 단숨에 끌지 못하면 실패하고 만다. 결국 시칠리아 도시들 간의 치열한 관광객 유치 경쟁은 압도적인 한 장의 이미지를 가진 아그리젠토의 승리로 귀결된다.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을 터뜨려주는 홈런타자가 있다면 야구가 훨씬 잘 풀리듯이.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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