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봄날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6
오 헨리 지음, 송은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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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에서 기획한 세계문학시리즈가 점점 마음에 든다. 처음에는 '주제'를 정한 이야기라  선뜻 손이 가질 않았는데,'할머니라는 세계' 덕분에 소세키의 <도련님>을 새로운 시선으로 읽어볼 기회가 생겼고, 미처 몰랐던 작가들의 글이 흥미로웠다. 벌써 시즌6으로 접어든 주제는 '음식'이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은수저>와 <치즈> 흥미롭게 읽고 나서야 오 헨리의 <식탁 위의 봄날>을 읽게 되었다.

 

앞서 읽은 두 편과 달리 오 헨리의 작품은 18편이 수록된 단편모음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잎새>와 <크리스마스 선물>말고는 모두 처음 만나는 작품이다. 단편의 타이틀로 해도 될 만큼 강렬했던 '마녀의 빵'을 시작으로 저마다 재미나게 읽혀서 어느 작품을 최고로 꼽아야 하나 힘들었다. 오히려 조금 덜 재미나게 읽혀진 작품을 고르는 것이 수월했다.(두 편 정도가 아쉬웠다). 선의라고 생각했던 기준이 오히려 그렇지 못할 경우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다.'식탁 위의 큐피드'는 그런 점에서 누군가를 이해하기가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비교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자연스럽게 비교가 되었다. 빵집 여인이 손님을 자신의 시선으로만 이해했던 것처럼 큐피드의 그녀도 상대를 이해하지 못했다. 차이는, 경험을 통해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거다. 빵집여인도 이후에는 함부로 선의를 베풀지 않게 되지 않았을까...큐피드 속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내가 말했듯이 가끔씩은 보는 관점을 좀 바꾸어줄 필요가 있어"/240쪽 오 헨리는 단편을 많이 쓴 작가로 유명하다고 했다. 단편이 매력적이란 이유만 있었던 건 아니라는 사실은 좀 서글펐지만, 덕분에 독자는 즐거움을 얻었다. 수많은 작품 가운데, 18편이 '음식'이란 주제로 엮인 이유를 찾아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서로 다른 이야기인데...문득, 음식이란 것이 언제나 맛있는 것에 대해, 황홀한 것을 이야기 할 때만 등장하지 않는 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배신의 기억으로 가득한 팬케익을 먹지 않게 된 '피미엔타 팬케이크'를 읽으면서 웃음이 났다.사랑의 아이콘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비굴한 순간에도, 굴욕의 순간에도 어김없이 음식은 이야기의 재미난 재료가 되주었다.누군가를 위해 음식 찾기에 열정을 드러내기도 한다.그러나 마음을 몰라주는 순간이  찾아 올 때의 아이러니란... '마녀의 빵'을 재미나게 읽어서 타이틀로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식탁 위의 봄날'을 타이틀로 한 이유를 알았다. 음익에 대한 묘사도 매력적이었고, 계절을 음식으로 비유하는 장면도 좋았다. 결론이 조금은 작위적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기꺼이 해피앤딩에 수긍할 수 있었다.이런 느낌은 읽는 작품에서 매번 느끼게 된 점인데...바로 그 점이 비평가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알았고..그럼에도 대중적으로 여전히 인기가 있음도 알았다.(그럼에도불구하고 좋아한 이유가 통했다고 해야 할까..)

 

"오 헨리는 대중적 인기에 비해 비평 면에서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그의 단편은 소설의 전개가 지나치게 우연에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하지만 이러한 비판조차 오 헨리의 소설이 가진 특유의 매력을 떨어트리지는 못한다"/284쪽(역자후기)  '우연'이 작위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매력적이라 생각한 이유는,오 헨리의 매력을 느끼며 읽었다는 뜻일게다. 우울할 때 오 헨리를 읽는다는.. 오 헨리의 전기 작가 말은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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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9
빌렘 엘스호트 지음, 금경숙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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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함이 초래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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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9
빌렘 엘스호트 지음, 금경숙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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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를 읽다가 '치즈'가 눈에 들어 온 순간 빌럼 엘스호스트의 <치즈>를 읽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휴머니스트에서 기획한 세계문학시리즈가 점점 마음에 들고 있어서..당연히 읽을 생각은 갖고 있었지만..왠지 지금 읽어야 할 것 만 같은 기분이 든거다. 표지를 장식한 여러 치즈 그림 가운데 얄스버그 치즈도 있지 아않을까 하는 호기심도 있었고. 그런데 '소중한 것일수록 맛있게'라는 부제와 달리 <치즈>는 소중한(?) 교훈을 준 것은 맞는 것 같고 '맛있게'라는 의미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물론 치즈를 애정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부분들이 있었지만..대체적으로 치즈의 강렬함을 통해, 사람들의 허영과,무지와,멍청한 인간상을 마주했기 때문이다.결말은 해피앤딩(?)이 되었다고 봐야 겠지만...치즈의 황홀함보다..코를 틀어 막는 치즈향기를 통해 들여다 본 이야기였다.^^




"상점 안에서 고약한 냄새가 새어 나왔지만 거기 한참을 서있다보니 냄세는 덜해네.나는 그 악취에 굴복하기 싫어서 갈 시간이 되었다고 판단되면 그때 자리를 뜰 생각이었지.무릇 사업가라면 북극탐험가처럼 강인해야 하는 법이니까"/45쪽


치즈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덜컥 사업을 벌이려고 했던 남자의 이야기다.요즘말로 누군가 청사진을 그려주면 덜컥 그렇게 되는 줄 알고 투자하는 이들에게 큰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실패를 통해 뻔한 성공으로 이어지는 결말이 아닌점도 매력적이었다. 아니 조금 인간적이었다고 해야 할까..조금은 동화같은 결말일수도 있고, 혹은 너무 작위적인..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했다. 다시 굴레 속으로 들어는 것이 최선이였을까 싶어서.(너무 진지하게 읽은 탓일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았다. 우선 아주 짧은 이야기라 책의 무게가 가벼웠다는 것.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치즈에 뭔가 있어보이는 이름을 붙이기면 하면 팔릴거라 생각한 자만심..어떻게 팔아야 하는 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심지어 치즈 냄새 조차 싫어하는 남자가 치즈를 잘 팔 가능성이 있긴 한 걸까? 어쩧게 하면 치즈를 잘 팔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보다, 멋지게 포장하면 사람들이 사게 될 거란 허영과 오만함이 보였다. 자신의 무지를 눈감게 하고 누군가를 하염없이 탓하기도 한다. 이렇게 문제적 인간이 있을 수 있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소설이 어떻게 막을 내릴까 궁금해진 순간,즈음 남자는 비로소 자신의 문제를..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던가를 직시하게 된다. "내 생각에는 내가 너무 물러서 일어난 일이네.판스혼베커씨가 내게 해보겠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그의 제의와 치즈를 뿌리쳤어야 했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어.그리고 그 비겁함에 대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 셈이네. 결국 내게 닥친 치즈 시련은 당해도 싼 것이지"/131쪽 치즈 사업(?)으로 성공할 줄 알았으나..그렇게 되지 못한 남자의 이야기가 고백형식으로 씌여진 덕분에 더 잘 읽혀진것 같다. 실제 경험담을 듣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표지를 장식한 다양한 치즈 가운데 에담치즈는 이제 확실히 알게 되었다. 누군가는 더이상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치즈가 되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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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저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8
나카 칸스케 지음, 정수윤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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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유로 천진난만함이나 쾌활함처럼 다른 아이들이 지닌 행복의 많은 부분을 잃어버린 아이답지 않은 아이가 진정으로 아이다운 아이로서 무아지경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움츠러들기만 하던 우울한 내가 태양 빛 아래서 얻을 수 있는 자연에 대한 아이다운 지식을 쌓게 되었고 형이 그토록 비난했던 나의 타고난 성질을 더욱 복돋아 키워서 훗날 나라는 사람을 형성하게 되었으니 쇼린지 경내는 이런저런 점에서 나에게 의미가 특별했다"/179쪽

 

우연히 접하게 된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시리즈가 마음에 들어 야곰야곰 읽고 있다. 시즌 6의 주제는 '소중한 것일수록 맛있게'다. 워낙 먹는 걸 좋아해서,음식과 추억을 연결지어 생각하는 것도 좋아한다. 해서 이번 주제도 차례로 읽어볼 생각이었는데, <은수저>를 고른 건 소세키의 극찬이 있었다는 말과, 나카 간스케의 첫 작품이란 설명이 읽고 싶게 한 이유가 되었다.작가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이, 책을 펼치고 읽다가..처음부터 놀랐다. 문체에 느껴지는 기분 탓에 당연히 화자가 당연히 여성일거라 생각했던 거다. 은수저에 대한 추억이 시작되는 부분에서..그만(편견을 거둬 내기란 쉽지 않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화자는 은수저를 보면서 어릴적 시간 여행을 떠난다. 자신에게 애틋했던 이모에 관한 이야기..그리고 추억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계사탕에 관한 추억, 책상에 관한 이야기, 축제,그리고 친구가 생기게 되면서,이모의 관심에서 점점 친구들의 세계로 성장하게 된다. 이모 울타리에서 벗어나기를 두려워 했던 소년. 이모가 모든 걸 다해줄 거라 생각했는데..소년은 점점 자신의 생각을 갖게 된다...놀라운 건 어릴적 시간부터 청년으로 커가는 시간의 출발점을 은수저 하나로 시작해서 끝임없이 이야기가 만들어졌다는 거다. 에세이같은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잔잔하면서 애틋하고,그러면서 웃음도 나고..언젠가 기억을 잘하는 사람들은 기억에 감정을 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냥 이모를 떠올렸다면 저렇게 많은 추억들이 방울방울 떠올랐을까..은수저에 얽힌 이야기로 인해 이모와의 추억들이 학교생활과 친구 관계로..다시 형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과 마주하게 된 이야기였다. 인생은 스스로 알아가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 건 무튼 성장하고 나서였겠지만..그렇게 될 수 있었던 자양분은 아주 오래전 부터 차곡차곡 앃인 덕분일터. 은수저 덕분에 잊고있었을지도 모를 이모를 떠올리게 된 건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꼬리에 꼬리를 물고 추억에피소드를 쏟아내는 구성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은수저 만큼은 아니지만 형과의 에피소드도 기억에 남는건..시간이 흐르면서 어린이에서 조금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단계를 엿볼수 있어서였던 것 같다. 어느 순간 <민들레 와인>이 떠오른 것도 기쁜일이었고, 소세키 선생과의 인연에 대한 짧은 글도 흥미로웠다.. 나는 고양이..가 재미없었다는 고백에 웃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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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사랑한 바다 - 명화에 담긴 101가지 바다
정우철 지음 / 오후의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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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가는 출간되었으면 하는 주제의 책이 마침내 나왔다. 그러나 호퍼 그림이 표지를 장식(?)하게 될 줄 몰랐다. 바다 하면 먼저 떠오르는 그림들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진 탓이다. 그런데 책장을 넘겨 보다 마주한 호퍼 그림을 보면서... 호퍼 그림의 시작이 바다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디서 호퍼 그림을 보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첫만남이 바다였다는 건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문을 열자마자 파도소리 들리는 풍경에 대한 로망을 가진 탓에..처음 그림을 볼 당시에는 비현실적이란 느낌마저도 들지 않았던 기억. 문을 열면 파도소리를 바로 들을수 있는 것이 나의 취향이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다. 아니 <화가가 사랑한 바다>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 나무가 언급되는 책을 읽을 때면 화가들이 그린 나무 그림을 찾아보게 된다. 꽃을 주제로 한 책을 읽게 되면 어김없이 꽃을 주제로 그린 화가들이 그림이 고프다.. 그런데 <화가가 사랑한 바다> 그림을 보면서 뜻하지 않게 내가 좋아하는 바다 취향을 발견(?) 했다. 작가가 주문을 걸어 놓은 탓이었을까? "(....)캔버스에 님겨진 바다를 마주하는 것은 차마 말하지 못한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일 겁니다. 이 책에 담긴 101가지 바다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여러분만의 바다는 어떤 모습일지,102번째 바다가 그려지길 바라겠습니다"/5쪽




바다는 무조건 좋아다는 말 속에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의 취향은 밤바다를 애정하고, 바다를 보며 걸을수 있는 곳(강릉바우길)을 좋아하며,일몰 풍경이 멋진 서해바다와, 달이 뜬 서해바다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강화도를 수없이 가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걸 겨울날 바다가 얼수도 있다는 풍경을 보여주었기 때문인거다. 너무 멀어 거의 가보지 못한 남해바다는,언제나 마음으로 상상하고 있다... 편견을 두고 보려고 하지 않았으나..소개된 화가들의 바다는..화가들의 분신처럼 이름과 닮아 있었다.그러나 기분 좋은 편견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눈으로 보여지는 바다 풍경에서 특별함을 찾을수 있을까... 바라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바다는 넒은 우주로 변할 수도 있고..고독과 마주한 바다일수도 있는 건 아닐까..호퍼의 그림도 그랬지만, 알프레드 스테팡스의 '월광'을 보면서 더더욱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바다를 그렸는데..바다보다 하늘에 촘촘히 떠있는 별들이 더 눈에 들어온 거다.. 작가의 마음과, 알프레드 스테팡스의 그림 덕분에...내가 좋아하는 바다..에 대해서까지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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