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맥베스를 읽으면서 내가 느꼈던 공감대라는 건 지극히 상식적인 선이었다.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지,그리고 그 끝에 어떤 결말이 자리하고 있는지 정도였으니까.그런데 국정농단으로 나라가 매일 막장드라마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읽게된 맥베스는 달라도 너무 다르게 보였다.읽는 내내 소름이 돋고 그야말로 맨붕 같은 기분에 빠져든다고 해야 할까? 막연히 그럴수 있지 라고 생각하면서 읽을때와 세익스피어가 쏟아낸 말 한마디한마디에 누군가가 자연스럽게 연상이 되어진다는 건 공감의 깊이에 엄청난 차이를 느끼게 만들었다. 시공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낸 RSC전집으로 읽어서 더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다.단순히 디자인만 이쁜 것이 아니라 맥베스에 대한 여러 해석부터가 우리 시대의 모습을 들여다 보게 해 주는 것 같아서 서문부터 밑줄을 긋게 만들어주었다.<영시의 아버지인 제프리 초서는 "오래된 책이 우리에게 기억하게 하듯 비극은/엄청난 영화를 누리다가/높은 위치에서 떨어져/비참하게 몰라해서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는/사람에 관한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 이라고 썼다.높이 올라갈수록 더 맹렬히 떨어진다(...)등장인물의 위대함의 원천이 되는 바로 그 특징이 그가 몰락하는 원인이기도 한 것이다.>/19쪽 맥베스의 정체성을 설명해주는 동시에 권욕과 욕망의 끝이 반드시 비극의 결말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읽게 된 문장이었다.맥베스와 햄릿을 비교해주는 설명도 흥미로웠고,작품에대한 전체적인 특징들을 읽는 맛도 즐거웠지만,다시 읽은 맥베스에서 가장 도드라지게 보인건 맥베스가 아닌 맥베스 부인이었던 거다.상황에 따라 눈에 크게 보이는 지점은 이렇게 달라지는 구나 싶다.오페라에서는 맥베스가 부인을 탓하기보다 자신의 나약함과 욕심에 대해 후회를 했고,춤으로 그려낸 맥베스에서는 자신 속에 있는 천사와악마의 대결 그리고 갈등 정도로 그려졌다면,다시 읽은 맥베스에서는 욕망으로 힘겨워하는 맥베스 보다 그 욕망을 조종하는 맥베스 부인이 몇갑절은 무섭게 느껴졌다.그녀가 쏟아내는 한마디 한마디가 과거의 언어가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말들이라서...그런가하면 맬컴의 대사는 "맬컴...그러나 왕에게는 그런 미덕이 나한테는 없소/정의,진실,절제,안정/박애,인내,자비,겸손/헌신,참을성,용기,결연함/나한테그런 건 전혀 없다오/다양한 방식으로 저지르는/각각의 범주에 속하는 건 가득하지/(...)/156쪽 지금 얼마나 듣고 싶은 말인지 맬컴은 누가 적인이 아군이지를 알수 없어 마음에 없는 말을 하는 것이지만 지금 우리 국민들은 거짓말이 아닌 진심으로 고백을 듣고 싶을 거니까.맥베스를 셰익스피어의 이야기가 아닌,지금 우리의 모습으로 읽게 될 줄은 몰랐다.조금은 뜬구름 잡는 듯한 욕망이란 거대한 화두로만 이해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ps 내게 맥베스에 대한 생각은 맥베스와 맥베스부인..으로 바라보는 시점으로 명확하게 구분된다고 생각했는데..소세키선생 덕분(?)에 시선 하나가 더 생겼다.. 다시 읽어야 겠다..그런데 읽어야 할 책들이 너무 많이 쌓여 있다..카르마조프..도 다시 읽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