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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스타킹 한 켤레 - 19, 20세기 영미 여성 작가 단편선
세라 오언 주잇 외 지음, 정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3월
평점 :
"신기한 일 또 하나를 알아냈지만 지금은 얘기하지 않을 거야! 사람들을 너무 믿으면 안 되니까"/80쪽
간략하게 소개된 작가의 이력을 읽지 않고, '누런 벽지'를 읽었다면 조금 다른 느낌이었을까? 짧은 소개였지만, 자살했다는 사실이 짧은 단편을 읽는 중에도 왠지 스포일러가 된 기분을 살짝...그러나 그 덕분에 뭔가 다른 시선으로 읽으려는 노력(?)을 나도 모르게 할 수 있었던 것도 같다. 신경증에 시달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따라 가면서..오히려 그녀가 왜 신경증에 걸리게 된 것일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그녀의 고통을 오히려 다른 이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자 치료가 될 수 없는 이유가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누구도 신경이 예민해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게다. 적어도 그것이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찾아오게 된다면 말이다.. 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치료를 받고자 애쓰는 것일텐데... 의사는 환자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의 예민함을 오히려 더 예민하게 자극하는 것 같은....기분이 들었다.
"사랑스런 존! 나를 아주 많이 사랑하니까 내가 아픈 게 싫은 것이다. 며칠 전에 존과 정말 진지하게 합리적인 대화를 나눠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사촌 헨리와 줄리아를 만나러 가고 싶다고 가게 해달라고 말했다.하지만 그는 내가 거기까지 갈 수 없을 거라고 간다 해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했다.(...)사랑스런 존은 나를 다정히 안아서 위층으로 올라가 침대에 뉘였다.그러고는 곁에 앉아 머리가 지끈거릴 때까지 책을 읽어주었다"/71쪽
"드디어 나왔어" 내가 말했다. "당신과 제니가 기를 썼지만 말이야! 벽지를 거의 다 뜯어냈으니까 날 다시 저기에 집어넣지는 못할걸!" /85쪽 김홍주전시에서 본 작품이 생각났다. 조금은 괴기 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하면서도 카프카 작품 '변신'의 그레고리가 생각나서 사진에 담아 놓았었는데,<누런 벽지> 속 그녀가 상상되었다. 벽에 갇혀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살아가야 하는 고통...을 의사이자 남편인 그는 끝내 이해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