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팔기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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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매듭지어지는 일은 거의 없어.한번 일어난 일은 언제까지고 계속되지.다만 여러 가지 형태로 변하니까 남들도 자신도 알 수 없을 뿐이야"/287쪽




작가의 자전적 내용이 반영(?)되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읽지 않으려 노력했다. 어디까지나 소설로 읽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역설적이게도 바로 그러한 이유로..<한눈팔기>는 소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이야기' 라는 설명은,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다. 제목이 조금은 심심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 순간 한눈팔고 싶은 순간들이 끝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크게 보면 인간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겠구나 싶으면서도, 왜 우리는 한눈팔고 싶은 걸까..를 또 따져 묻게 된다.거절할 수 없는 상황..들, 회피할 수 만 있다면 회피하고 싶은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속에서 소심하게 외면하고 싶은 겐조 같은 이들이 있다면, 뻔뻔하게 요구하는 시마다 같은 사람도 있다. 그런데, 겐조라고 뻔뻔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학식있는 사람이라 외면하는 대신 한눈을 슬쩍 판다거나..누군가에게 부탁하는 것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순간들이 보였다. 책임을 지는 것으로 끝나지도 않았고, 속고 속이는 관계의 반복..그래서 결국 겐조는...세상에 매듭지어지는 일은 없다는..슬픈 결론을 내리게 된다. 백년이 지나 읽은 독자 입장에서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도 슬펐다. 그러니까..어쩌면 한눈팔고 싶은 순간이 올때마다, 매번 정면으로 부딪쳐 책임지려....애쓰지 말라는 것도 같고. 상황에 따라 정면으로 마주보기도 하고...또 가끔은 한눈..팔아도 어쩔수 없는 그것이 인생 아닐까 싶다... 아내의 행복에 대한 소세키의 시선은 그래서 좀 서늘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가진 당신은 행복한 거야. 하지만 그 행복을 향유하기 전에 당신은 이미 엄청난 희생을 치른 거라고.앞으로도 당신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희생을 얼마나 치를지 몰라. 당신은 행복할지도 모르지만 실은 가엾은 존재야"/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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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집의 기록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19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덕형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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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게 된 건 박경리의 소설 <표류도> 덕분이다. 어렵다고 생각했던 소설인데..뭔가 주인공의 입을 통해 이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터라..어느 지점에서 소설에 감탄했을까 궁금했던 거다. 그런데 시작부터 놀라고 말았다. 러시아 소설의 최대 벽은..이름인데,<죽음의 집의 기록>은 이름으로 부터 자유롭다.그렇다고 복병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소설의 장소가 '감옥'이라 온갖 형사범들의 이야기가...불편할 정도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너무 잘 읽혀서 또 놀라고.... 도저히 이 소설은 감상을 남길 수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순간..그래도 한 마디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죄수들의 야만성만을 보고  어떠한 장점이나 인간다운 면을 발견하려 하지 않는 데 있었다"/415쪽

"이제는 모든 것을 말해야만 한다.실로 이 사람들은 비범한 인물들이었다.어쩌면 이곳에 세상에서 가장 힘 있고 가장 유능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강력한 힘들이 덧없이 파멸해 갔다.그것도 반칙적이고 불법적이며 되돌릴 수 없이 파멸해 갔다. 하디만 누구의 죄란 말인가?"/455쪽

 

 

아내를 살해한 이유로 형을 살고 온 남자가 죽고 난 후 그가 남긴 기록에 대한 이야기다. 감옥생활의 관찰기는 말 그대로 인간에 다양한 모습을 그리고 있어 놀라웠다. 자연스럽게, 감옥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인 모습들이 그려진다.그런데 어느 순간 부터 불편해진 기분이 든건..아내를 살해한 남자..자신에 대한 반성(?)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죄수들이 그럴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더 부각된다. 물론 억울하게 형을 살 수 밖에 없는 이들도 있다. 어느 순간 자신의 죄에 대한 고백이 있을 줄 알았다. 어쩌면 자신 역시 억울한 누명이라도 쓰게 된 걸까..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채,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문제가 된 사연을 설명하는 사이..교도소라는 공간의 불합리함을 이야기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알게 되는 건... 누구의 죄인가를 묻기 위해 말하고 싶었던 실제 이야기는 검열문제로 표현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읽는 동안 내내 뭔가 부조리하고, 모순적이란 생각..에 궁금증은 풀렸다.그렇다면 굳이 아내를 죽이고 들어온 인물로 설정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곳에 들어온 이들이 저지른 죄는 억울함을 이야기하에 온도차가 있었다고 본다. 마치 죄수도 할 말이 있다는 것에 대한 항변처럼 들리기는 했지만..남자가 저지른 죄에 대한 고백이 없었던 부분만 제외하고 본다면,남자의 기록은,종종 기억이 왜곡되었을 지 몰라도.흥미롭게 읽히기에 충분했다. 끝부분은 조금 늘어지는 기분도 들었지만,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으면서 속도감을 느껴보긴 처음이다. 결코 빠르게 읽어낼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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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기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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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고 싶어지는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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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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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처음 읽은 건 2016년.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더 나쓰메 소세키에 대해 알지 못하던 때라.. 어떤 흐름 없이 <마음>을 읽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것들로 충분히 공감하고, 화가 났던 기억..전기3부작을 읽으면서, 후기3부작에 <마음>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았다. 더 정확하게는 '후기에고'3부작. 그런데 에고라는 관점보다, 한 작가의 작품을 연이어 읽으면서 보이는 것들이 있어 좋았다. 소세키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가운데 하나는 '죽음'이였다. 설핏 보면 개인의 죽음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마음>까지 읽고 난 후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덕분에 개인의 죽음 밑에 깔려 있는..주제와 마주했고, 작가 개인에게 찾아온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소설에 짙게 깔려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마음>을 끝내고 2년 후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설명때문일까..<마음>은 왠지 작가 자신이 스스로에게 써내려간 진혼곡은 아니었을까 하는 기분마저 들게 했다.

 


이번에도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는 지인에게 번역을 부탁했다. 덕분에 표지에 등장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처음에는 너무 어려운 말 처럼 다가왔는데..읽기를 반복하면서 조금..알 것 같은 기분이....현실과 이상의 충돌은 개인에 국한된 문제일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가벼운지 (이후 갱부에서 흔들리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에 대해 생각해 볼 있었다.(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경고의 메세지!!).처음 읽을때는 배신의 아픔을 경험한 적이 있어..주인공처럼 사람을 믿을수 없는 그 마음에 격한 공감을 하며 읽었더랬다. 그런데 두번째 읽기에서 내가 놀란 건 노년으로 가는 시점에서 바라보는 죽음에 대한 고통과 불안이 보였다.당당히 노년을 맞을줄 알았으나. 여기 저기 몸이 아프다고 아우성 치고 있는 순간이라...주인공의 목소리 보다, 주인공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주변인들의 모습에 감정이입이 되고 말았던 거다. '죽음'이란 주제는 소세키에게 찾아온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음을 알았다.더해 메이지시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거라 이해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더불어 그때는 그저 질투로만 생각했던  k와의 관계를 동성애 시선으로 바라볼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새로운 발견이었다. 처음 읽을 때는 단순히 삼각관계로만 바라보았던 것 같다. 선생님의 질투가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번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약한 존재이며, 언제든 나쁜 인간이 될 수 있고, 배신당할 수 도..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살아가는 것이 조금은 편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비록 비겁한 변명처럼 들릴수 있다 해도 말이다. 선생님의 고통에 대해 그럼에도 극복할 수 없는 거였을까..라고 묻고 싶은 마음이 나도 모르게 일어나기도 했고.. 다행(?)히 라면 담담히 선생님의 유서를 읽고 있는'나'는... 그럼에도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읽는 내내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문>을 읽을 때 안도했던 것처럼 알 수 없는 안도감이 에,신기한 경험이라 생각했다. 해서 <마음>으로 당분간 나쓰메 소세키 작품은 그만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으나... 실질적 데뷔작 나는 고양이.... 까지 읽어보고 싶어졌다.(오래전 리뷰를 다시 정리하면서 나는 고양이..를 읽게 된 이유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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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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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수수께끼, 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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