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전 3 - 인간 본성의 모든 것이 펼쳐진다
시내암 지음, 방영학.송도진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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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걸들이 도적이 될 수밖에 없던 시대에 통탄하다 『수호전 3』


  무송전

  글항아리 수호전 3권은 무송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천상성(天傷星) 행자(行者) 무송(武松). 2권의 마지막 송강전을 이어받아 무송전의 시작은 송강이 시작한다. 송강이 무송을 우연한 기회에 만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무송전을 시작한다. 이미 강호에 무송의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는 듯 했다. 송강의 말을 들어보자. 

"이 사람은 청하현 사람이오. 이름은 무송武松이며 항렬은 두 번째입니다. 여기에 머문 지는 이미 1년이 지났습니다."

"강호에서 그 유명한 무송을 오늘 여기서 만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정말 행운이고 영광입니다!"

  송강이 무송을 만난 시점, 이미 무송은 청하현에서 술에 취해 관리를 폭행하고 도망나온 상황이었다. 강호에서 유명한 호걸이라도 술 버릇이라는 고약한 단점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송강의 배려로 술을 많이 먹고 산을 넘으려던 무송. 하지만 산에는 호랑이가 출몰한다고 혼자는 올라가지 말라며 주모가 말린다. 술에 취한 무송은 결국 산을 올라간다. 결국 호랑이를 만나게 되고, 취권을 배웠던 것인지 술을 먹고도 호랑이를 맨주먹으로 때려 죽인다. 호랑이와 무송의 격투 장면은 상세한 묘사 덕분에, 머리속에서 그 모습이 충분히 그려졌다. 

  하지만 이때부터 흡사 롤러코스터와 같은 무송의 일대기가 펼쳐진다. 사람 일은 한치 앞도 모른다던 말이 떠올랐다.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고 마을의 치안대장과 같은 관리가 되고, 헤어졌던 친형과도 조우하게 된다. 하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법. 형수가 무송이 출장을 간 사이,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서 친형을 독살한 것이다.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된 무송은 형수와 남정네를 무참히 도륙하고 살인자의 신세가 되어 자수를 한다. 

  살인은 중한 범죄이기 때문에, 마을에서 다른 마을로 유배를 가는 신세가 된 무송. 유배가는 중 다른 호걸들을 만나게 되어 거기서 머물게 된다. 머물던 중 지복성 금안표 시은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 대접을 받는 무송. 시은이 장 문신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을 알고 대신 복수를 해준다. 하지만 '복수가 복수를 만들어낸다'는 말처럼, 장 문신의 계략에 빠져 무송은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결국 무송은 그의 무예를 통해 계략에서 벗어나고 장씨 일가를 무참히 도륙하게 된다. 

  결국 살인자가 된 무송. 도망가던 중 송강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 무송은 땡중으로 변장 한 후 이룡산으로 가서 노지심과 양지와 한패가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다시 송강으로 넘어온다.


  화영·진명전

  송강의 이야기로 넘어오면서 그 다음 호걸인 화영과 진명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청풍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화영을 보자니 <삼국지>의 황충이 떠오른다. 활의 명수. <수호전 3권>의 앞 부분에 화영의 그림에 활을 들고 있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무송보다 화영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의 바른 심성과 무예가 사람을 이끄는 무엇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화영과 그의 지인들도 부정한 관리의 꾐에 넘어가 나라에 죄를 짓게 되고, 도주하는 신세가 된다. 이때 송강이 나타나 그들을 양산박으로 이끈다. 화영과 진명, 그리고 다른 호걸들이 양산박에 모이니, 양산박은 21명의 두령이 모이게 되었다. 108명의 호걸까지 멀지 않았다. 


  이렇게 <수호전 3권>의 내용은 이루어져있다. 무송전을 보고 있자니, 많은 부분이 요즘 일어나는 이슈들과 오버랩 되는 것을 느꼈다. 무송이 술 버릇이나 과격한 면이 있음에도, 그의 무예를 높이 사 관리에 임명하는 모습에서 말이다. 치안대장은 그 무엇보다 무예를 우선시 해야 한다. 호걸다운 모습에서 그에게 맞는 직분을 주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장관 임명이 잡음이 많다. 인사청문회를 보고 있자니, 직무능력보다는 도덕군자를 원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사람이기에 '실수'를 한다는 말이 있다. 머나먼 과거의 치부를 들춰내고, 도덕적으로 결함이 많으니 장관에 부적격이라는 논리. 물론 장관이라는 자리가 많은 사람의 롤모델이 될 수 있으니 도덕적으로 완벽하고, 직무능력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그가 왜 인사청문회에 앉아 있는지를 잃지 말아야 한다. 직무능력에 대한 검토가 우선시 되고, 도덕적이나 성품을 검증하는 방향은 내가 너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수호전을 보면서 많이 느낀다. 당시의 고위 관리라는 사람도 도덕적으로나, 성품으로 완벽하지 못한 사람이 있으면 나라가 같이 병들어갔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는 말이, 고대 그리스부터 중세시대를 거쳐 21세기 현대사회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수호전>이 역사서라고 볼 순 없지만,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반성할 것은 반성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호걸들의 기개와 의리를 배우고, 그들이 도적이 될 수밖에 없는 시대를 통탄하자. 고전이 주는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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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 제3판 개역본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강정인.김경희 옮김 / 까치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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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여, 부도덕의 기술을 가져라

  국가는 신의 섭리나 운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며 국민정신과 자연법이 그 원리이고, 군주는 다만 이 국가를 실현하는 현실적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기에 마키아벨리가 군주라고 말한 것은 교황·황제 또는 어느 특정한 인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앞에서 말한 내용의 국가관념을 이해하고 거기에 따라 국가를 이끌어나가는 영도자를 뜻한다. 그가 군주 한 개인과 국가의 운명을 직결시킴으로써 개인의 역량을 최대시한 것은 당시 개인의 능력·활동의 가치를 중요시한 르네상스 풍조를 따른 것이며, 동시에 국가라고 할 만한 조직사회를 갖지 못한 이탈리아의 당시 사정으로서는 불가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조국 이탈리아를 위해 강력한 군주의 덕목을 설파한 정치학의 고전

  1513년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쓴 이후 그의 이름은 정치와 처세에 관한 논의에서 빠짐없이 거론되어왔다. 1532년 <군주론>이 출간되자 그 내용에 대한 도덕론자들의 비난이 본격화되었고 1559년 교황 파울루스 4세에 의해 금서가 되었으며 이러한 결정은 1562년 트렌토 공의회에서 재확인되었다.

  마키아벨리에게 있어서는 도덕과 종교가 정치의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나 단순히 정치의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마키아벨리의 말을 들어보자.

"만약 군주가 국가를 유지하길 원한다면 그는 종종 악행을 저지르도록 강요된다. 군주는 종종 신앙에 반하여, 자선에 반하여, 인륜에 반하여, 종교에 반하여 행동해야 하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군주는 잔인하다는 악평쯤은 개의하지 말아야 한다. 선행은 될수록 천천히 자신의 이름으로 베풀고 악행은 가급적 부하의 이름으로 또는 재빨리 저지르는 것이 낫다"

  마키아벨리의 조언은 군주나 정치가가 권력을 획득·유지·확장하기 위한 필요에서 제시된 것이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들임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작은 마키아벨리가 자리잡고 들어낮아서 여러 가지 행위를 할 때마다 속삭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제시한 일견 반도덕적이고 악명 높은 조언들은 당대의 많은 군주나 정치지도자들이 현실정치에서 실행하던 지침들을 좀더 의식적이고 체계적으로 정식화한 것에 불과했다. 권력의 획득·유지·행사를 둘러싼 적나라한 현실을 백일하에 제시한 것에 불과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사악함과 기만성이 드러났다면 이는 마키아벨리의 사상에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정치현실이 그러한 원리에 따라 규율되었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이탈리아를 사랑했고 또한 이탈리아가 위대하길 원했다.


  정치를 도덕과 종교로부터 분리한 근대정치학의 선구자

  마키아벨리는 1469년 5월 3일, 르네상스 시대의 문예운동이 그 최고봉에 도달한 느낌을 주기 시작한 때,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마이카벨리의 저작활동과 내용은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하지만 그는 주로 <군주론>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흔히 약육강식의 폭군지상주의자로 오해되고 있다.

  어느 역사적 사실은 그 사실이 이루어진 시대의 역사적 환경 속에서만 진실되게 이해될 수 있다. 그러므로 마키아벨리와 <군주론>에 대한 오해는 현시점의 감각이 아니라 그가 살던 시대의 의식에서 살펴볼 때 스스로 해소되며, 참다운 뜻을 알 수 있다. 그 당시의 이탈리아는 정치적·사회적으로 19세기 후반까지의 길고도 파괴적인 분열과 혼란의 출발점이었다. 마키아벨리는 바로 이 혼란기에 처했던 인물이었다.

  15세기 말 이탈리아의 정치상황은 다른 나라와 달리 로마제국 멸망 후부터 지속된 국가분열이 더욱 악화되어 외세의 지배가 강화되고 있었다. 1469년 프랑스의 샤를 8세가 이탈리아 정복을 감행한 해로, 이탈리아는 통일국가를 이루지 못한 분열상태에서 어이없이 굴복당했고, 그 후 계속하여 외침을 받았다. 이탈리아는 지력, 무력 또는 정치적 능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자체의 분열로 외세침략에 무방비 상태였다.

  이러한 복잡다단한 환경에 처한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마키아벨리의 흥미를 끈 것은 조국 이탈리아의 운명이었다. 그는 조국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은 정치적 해결뿐이라 결론짓고 그의 독창적인 정치사상을 꾸민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정치를 윤리·도덕과 분리시켜, 객관적·과학적인 기초 위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하나의 통치기술이라 규정했다.

  그는 피렌체의 공리 또는 외교사절로서 국가간의 무자비한 비윤리적 투쟁을 목격하며 이 비극에서 조국 이탈리아를 구출할 수 있는 길을 바로 이 <군주론>에서 밝혀놓았다. 그의 <리비우스론>과 함께 근대적 의미의 정치학을 창설한 이정표와 같은 책이다.


  이성·신중심적 패러다임으로부터 권력·인간중심적 패러다임으로

  우리가 오늘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국가는 사실 근대의 산물이다. 국가는 사회의 악이라고 할 수 있는 전쟁과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질서로 발전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국가론>은 사실 최초의 국가론이다. 마키아벨리는 국가를 세울 수 있기 위해서는 우선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하늘로부터 땅, 이상으로부터 현실, 이성으로부터 권력으로의 방향전환을 의미한다. 삶과 현실을 바라보는 개념의 체계를 패러다임이라고 한다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고대와 중세의 이성중심적 또는 신중심적 패러다임으로부터 권력중심적 또는 인간중심적 패러다임으로 바뀌는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가 인간의 손으로 빚어져야 할 예술작품과 같은 것이라면, 국가를 건설하고 구축하는 데는 일종의 정치적 기술과 예술이 필연적으로 요청된다. 그것은 바로 현실의 논리를 올바로 읽어내는 기술이다. 마키아벨리는 이렇게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삶과 있어야 할 삶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당위적으로 있어야 할 것만을 바라보고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주시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실존을 보존하기보다는 오히려 파괴할 것이다."

  우리의 현실을 지배하는 원리가 권력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군주론은 권력을 획득하고 보존하고 확대하는 방법과 기술을 다룬다는 점에서 권력론이다.

  마키아벨리는 글의 앞부분에서 다양한 형태의 군주국을 설명하면서 군주가 되는 과정에 있어 가장 큰 두 갈래로 자신의 '능력'으로 군주가 되는 경우와 '행운(운, 타인의 호의)'에 의해 군주가 되는 경우를 제시한다.


  인간의 본성이 악하기 때문에, 군주에게는 부도덕한 태도와 기술이 필요하다.

  12장부터는 군주가 갖추어야 할 '능력'과 관련된 내용들이 나온다. 군주가 갖추어야 할 인격적 측면까지 다양한 측면을 살핀다. 여기에서 마키아벨리의 중요한 세계관이 잘 드러나는 듯하다. 군주는 필요에 따라서, 즉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식적으로 긍정되는 도덕적·종교적 윤리를 버릴 수 있어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신의도 저버려야 하며, 잔인해야 하며, 베풀기에 인색해야 한다. 마키아벨리에게 있어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무한히 확장하는 욕구의 존재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욕구의 무한성과 충족수단의 유한성으로부터 결국 공격적인 경쟁과 분배투쟁을 수반하는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부정적 인간관으로부터 도출되는 결론을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자. 먼저, 군주가 한없이 선할 수만은 없으며, 때로는 부도덕한 정치기술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역사 속에서 수많은 평화조약과 협정이 신의 없는 군주들에 의해서 파기되고 무효화 되어왔다는 엄연한 현실 속에서, 그리고 악한 자들만이 존재하는 엄혹한 현실 속에서, 군주가 선을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미움을 초래할 수도 있으며, 국가를 파멸의 길로 몰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마키아벨리는 "국가를 건설하고, 법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이 악하고 또 그들은 기회가 주어지면 항상 악한 본성을 나타낼 것이라는 것을 가정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인간이 어떻게 사는가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분명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군주는 필요하다면 부도덕하게 행동할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하며, 약속을 맺은 이유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 약속을 지킬 필요도 없다. 여기서 마키아벨리의 인간본성론과 현실주의적 정치사상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인간의 본성이 악하기 때문에, 나라를 지켜야 하는 군주는 부도덕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군주가 부정적인 모습을 보일 때에 분명 제한을 두었다. 그는 자신의 곳간에 있는 것에는 인색하더라도 전리품이나 다른 이의 재물을 가지고는 관후하게 베풀어야 한다고 하며, 잔인함에 있어서도 광범위한 학살이 아니라 군주를 두려워할 수 있을 만큼의 잔인함을 이야기한다. 그는 너무나 철저하게 군주가 되는 것과 권력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운명이란 강물을 조절할 순 없지만, 그 피해는 능히 조절할 수 있다.

  성악설적 인간관과 더불어 <군주론>에서 엿볼 수 있는 마키아벨리의 관점으로 반운명론적 세계관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마키아벨리가 들고 있는 운명의 비유가 매우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운명은 마치 강과 같다. 따라서 예측할 수 없는 경우에 넘칠 수 있고 범람하여 인간의 삶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강물을 조절할 수는 없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제방을 쌓고 저수지를 만들어 홍수를 조절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군주는 <군주론>에서 다루고 있는 것처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군주의 덕(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군주에게 요구되는 덕, 비도덕적인 것까지 포함해서)을 갖추고 힘을 기르고 시대와 상황에 적절한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군주가 실제로 행동해야 할 현실에 기반한 정치철학

  마키아벨리에게 철학이 있다면 그것은 국가의 생존이었고, 도덕이 있다면 그것은 국가의 생존을 위한 강력한 힘이었다. 그는 이전의 도덕철학자나 정치철학자들이 이제껏 전적으로 가상의 공화국이나 군주정에 관해서만 논의했을 뿐, 군주가 실제로 활동해야 하는 현실의 세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침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철저히 현실에 기반한 정치사상을 전개했다. 스스로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유용한 것을 쓰고자 하기 때문에 이론이나 사변보다는 사물의 실제적인 진실에 관심을 경주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현실 속에 결코 존재한 것으로 알려지거나 목격된 적이 없는 공화국이나 군주국을 상상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 어떻게 사는가'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바를 행하지 않고 마땅히 해야 하는 바를 고집하는 군주는 권력을 잃기 십상이다."


  현실주의는 미덕이고 이상주의는 악덕인가?

  마키아벨리가 계속 우리의 관심사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활동하던 시대로부터 5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죽지 않고 살아남아 우리에게 읽히고 있는 것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가 그 속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 것일까.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은 어떤 의미에서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두 가지로 크게 나뉠 수 있다. 앞은 세상사를 '있는 그대로' 보고자 하는 입장이고, 뒤는 이러저러하게 '되어야 하는' 쪽으로 보는 관점이다. 딱 부러지게 한마디로 말할 때 마키아벨리가 두고두고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바로 그가 철저한 현실주의자라는 데 있다.

  마음이 착하고 남에게 관대하며 언제나 남을 자기보다 앞세운다는 것은 그야말로 칭송할 만한 미덕이다. 아무도 이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그가 많은 백성과 시민들의 안위를 지켜야 하는 군주나 지도자라면, 그리고 사인으로서의 그러한 미덕이 공인으로서의 행동에 오히려 해가 될 우려가 있을 때, 그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마키아벨리의 대답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세상사 돌아가는 방식을 그대로 인정하고 그것이 움직이는 대로 행동하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른 도덕론적 군더더기가 전혀 붙어 있지 않다. 자신의 목표가 '국가'를 보존하는 것이라면, 오직 그 길만이 살 길이라는 것이다. 사인의 길을 갈 사람은 세상이 미덕이라 칭하는 대로 따르라. 하지만 공인의 길을 택한 사람에게 그것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닐 뿐 아니라 거꾸로 오히려 '악덕'이 될 수 있다.


  이상 없는 정치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정치, 어느 쪽이 더 나쁜가

  이러한 '통치의 기밀'을 일찍이 간파한 사람들은 정치가들이었다. 아니 모든 정치가가 그랬던 것이 아니라 오직 '뛰어난 정치가'만이 그러했다. 정치적 이상은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오직 현실을 직시하는 능력뿐이다.

  이상 없는 정치는 치졸하지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정치는 더욱 치졸하다. 뛰어난 지도자라는 명성을 지닌 사람들은 예외 없이 현실주의자였다. 그가 이상이 없었다는 말이 아니라, 그 이상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말이다.


  목적이 언제나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그러나 이상을 가지고 그 이상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힘을 갖고자 하는 현실주의가 반드시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모든 수단이나 방법을 정당화하는 것일까? 정치가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권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가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방법이나 거짓 언동과 같은 부당한 수단을 사용하여 권력을 쟁취하는 것을 우리는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현실에서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러한 현실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마키아벨리가 현실을 직시하고 힘을 가져야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옳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서 힘을 가지기 위해 비정상적인 수단이나 비도덕적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는 반론의 여지가 있다. 목적이 항상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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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의 선물 - 인생의 전환점에서 만난 필생의 가르침
에릭 시노웨이 & 메릴 미도우 지음, 김명철.유지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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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게 주고 싶은 선물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처음이기에세상은 전환점이라는 선물을 숨겨놨어그걸 기회로 만들면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 있다네.”


  한 해의 시작은 1월이지만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시작은 3월이 더 익숙하다. 3월 입학식을 기준으로 새로운 환경을 접하기 때문이다대학캠퍼스를 예로 들어보자. 3월 개학이라는 말 대신 개강이라는 어색한 단어를 접하게 된다우리나라 학생들은 그동안 교육과정이라는 틀에서 가만히 있어도 선생님들이 와서 밥을 떠먹여주던 시스템에 길들여졌다교과에서의 자유는 없었다수학을 좋아해서 수학을 더 공부하고 싶은데 국어시간이다선택이 아닌 의무였다하지만 대학은 다르다거의 모든 것이 자유이다자신이 좋아하는 과목만 수강할 수 있고교과과정에서의 자유를 얻었다인문대라고해서 공대수업을 못 듣는 이유는 없었고경영대라고해서 자연대 수업을 듣지 못할 이유 또한 없었다문제는 여기다고기도 먹어본 놈이 많이 먹는다고 했다자유도 누려본 자가 잘 누릴 수 있는 것이다자유를 누리지 못하던 12년의 세월갑작스러운 자유는 어색하기만 하다그러다보니 신입생 때는 선배들이 이끄는 대로 이끌려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얼마 전 신입 여대생에게 선배라는 놈이 옷 벗고 자기소개를 해봐라고 술자리에서 강요했다고 한다생각의 자유가 있었다면 거부할 수 있는 일이다왜 생각에 자유를 주지 못하고 선배의 어이없는 말을 수긍했을까.

  혹자는 그런다. “좋은 선배를 만나면 된다.” 그렇다면 좋은 선배란 무엇인가공인영어점수 성적이 높은 선배학점이 높은 선배술을 잘 사주는 선배무엇이 좋은 선배의 정의란 말인가?

  이 글을 쓰는 필자도 좋은 선배는 아니다하지만 대학에 갓 들어온 새내기들에게 선배로써 선물을 하나 주고 싶다에릭 시노웨이와 메릴 미도우가 지은 <하워드의 선물>이란 책을어찌 보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시점이다비로소 제대로 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12년 동안 해안가에서 물장구를 치고 놀았다면대학생이 되었다는 것은 배를 타고 망망대해(茫茫大海)에 떠 있는 것과 같다어느 방향으로 노를 젓느냐에 따라 인생의 진로가 결정된다신입생뿐만 아니라 그런 상황이 우리나라 대학생의 현실이다그런 후배들에게 세계적인 경영학계의 구루 하워드 교수의 필생의 가르침 12가지를 선물해주고 싶다.



  대학 신입생에게 주고 싶은 선물

용기란 원래부터 있어왔던 게 아니라 매순간 우리가 선택하는 거역사상 위대했던 도전자들도 초인적인 용기를 지녔던 건 아니었어단지 그들은 용기를 선택했을 뿐이지.”


  대학생이 되면 깜짝 놀라는 일이 많을 것이다대학생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대학생이라는 신분은 어느 덧 기회의 장으로 바뀌어 있다요즘 실시되는 대외활동의 대부분은 지원 자격 자체가 대학생이고대학에서 실시하는 해외교류 프로그램은 신입생의 경우 화려한 스펙이 없어도 합격 할 수 있다메모장이 부족할 정도의 많은 지원프로그램이 있음에도신입생들은 지원하지 않는다물론 정보의 부족도 있다문화를 좋아하는 선배에 이끌려 어떤 술집에 어떤 안주가 최고다라는 정보는 빠삭하지만나를 성장시켜줄 프로그램이 뭐가 있는지는 모른다다른 경우는 정보는 많은데 지원하지 않는 경우다. ‘불합격을 두려워해서다. 12년을 경쟁하며 살아왔다시험을 보면 돼지고기 등급도 아니고 등급이 매겨졌다불합격이라는 말은 나이가 먹어서도 고삼차를 마시는 것 같은 쓴 열매이다그러므로 용기를 갖고 지원하자도전자들은 용감한 것이 아니라 단지 용기를 선택했을 뿐이라고 했다.


우리는 성공보다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운다하지 말아야 할 것을 발견함으로써 해야 할 것을 발견하게 된다.” - 새무얼 스마일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실패하면서 커가는 것이다자신이 꿈꾸는 것이 있다면그쪽의 진로를 향해 나아가고혹시 꿈꾸는 것이 없다면 많은 경험을 통해서 꿈을 꾸도록 해보자사회에서 실패하는 것보다 대학생의 신분을 갖고 실패하는 것이 훨씬 덜 아프다.

  이 밖에도 당신에게 맞지 않는 신발은 과감히 버려라’, ‘그대는 그대의 삶그대로를 살아라를 선물하고 싶다. 2012년의 대학진학률은 교과부의 발표에 따르면 71.3%에 육박한다한 때 80%에 육박했던 것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주변의 강요에 못 이겨 마지못해’ 대학의 정문을 들어서는 학생들이 많다비싼 등록금을 내고 들어온 대학에서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지 말라과감히 자퇴하라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비싼 등록금으로 차라리 창업을 해보는 것은 어떠한가?

인생의 중요한 선택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은 옷장에서 기성복을 꺼내듯’ 이미 성공한 사람이 했던 방식을 따르려 하지롤모델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에 편승하는 것이 스스로 자신의 가치와 목표를 정의하는 것보다 더 간단한 방법이기 때문이야물론 그게 더 빠르고 효율적인 것도 사실이지만길게 보면 진짜가 아닐뿐더러 결코 효율적이거나 지속 가능하지도 않아 


    졸업을 앞둔 대학생에게 주고 싶은 선물

언제나 나는 근사한 누군가가 되기를 바랐지만문제는 그 바람이 좀 더 구체적이어야 했다는 점이다.” - 릴리 톰린


  <하워드의 선물> 2장 멈추고인생의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시작하라를 시작하면서 하워드가 독자에게 주는 선물이다대학을 졸업하면 드디어 학생의 신분을 벗고사회초년생의 지위를 얻게 된다하지만 삼포세대라는 말이 대변하듯 우리의 대학생들의 취업률은 바닥에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중요한 세 가지(연애결혼출산)를 포기했음에도 취업과 바꾸지 못했다물론 좋은’ 일자리가 많이 부족한 탓도 있다하지만 사회에 나갈 자격은 충분히 갖추었는지를 묻고 싶다사회라는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자신의 무기를 점검해보자총은 챙겼는가전투모는 착용 했는가총알은 챙겼는가군화는영어점수라는 총만 최고급이면 뭐하겠는가인성이라는 전투모가 없는 것을사회성이라는 총알이 없는 것을.

누구나 시련에 처하면 힘들다고 하지만엄밀히 따져보면 시련 자체가 힘든 게 아니라 시련에 처한 자신을 인정하기가 힘든 거야분명한 것은 자신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꾸 외면할수록 시련은 더 커진다는 사실이지건강검진을 회피하다 결국 암을 키우는 것처럼.” - 154


  ‘당신을 노리고 있는 달콤한 착각들에 나오는 하워드의 선물이다어떠한가물론 일자리가 부족해 취업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취업하는 사람들은 취업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 않은가그렇다고 당신의 재능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단지 약점을 보완하지 못했을 뿐이다. “사람들은 약점을 없애고 싶어 하지만 사실은 그것 역시 소중한 자산이란 걸 잊지 말게약점이란 강점을 떠받치는 여러 개의 의미 있는 주춧돌과 같다네.”라는 하워드의 말처럼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어가는 사회인이 되기를 바란다더 이상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적어졌으면 좋겠다대한민국 대학생들 파이팅이다.

 

  이밖에도 멈추고인생의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시작하라’, ‘당신 인생에 투자할 진정한 멘토를 찾아라’, ‘당신을 위해 구덩이로 뛰어들 사람은 누구인가’ 등을 통해서 대학생활 뿐 아니라 사회에서 길을 잃고 나침반이 필요할 때필요한 조언들을 하워드는 선물해주고 있다.

  솔직히 20대의 앞길이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사회구조가 20대를 지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반값등록금은 이야기 나온 지가 언제인데긴터널속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한다비싼 등록금내고 대학을 졸업했는데 직장이란 문은 단단하기만 하다하물며 이제는 대학원이 기본이라고 한다국민의 80%가 학사이니 석사정도는 되어야 개성이 생긴단다다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될 생각인가보다.

  이런 20대에게 작지만 소중한 선물을 하고 싶다필자가 억만장자가 아니니 재단을 만들어 장학금을 줄 수는 없다하지만 하워드가 나에게 인생의 12가지 지혜를 선물해준 것처럼나도 하워드의 12가지 인생의 지혜를 이들에게 선물해주고 싶다토익 책과 영어 단어장은 잠시 덮어주고 나와서 인생의 지혜를 받으라앞으로 많은 날 살아갈 대학생들에게 좋은 가르침이 될 것이다대학생들이여 인생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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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뺄셈 - 버리면 행복해지는 사소한 생각들
무무 지음, 오수현 옮김 / 예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당신의 사전에도 '빼기'를 추가하라 


  몇 해 전부터 제주의 올레길이 주목받고 있다. 제주 올레길에서는 사람들이 느려지고, 여유로워진다는 사실만큼은 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런 모습에서 '속도'에 대한 세상의 집착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느린' 공간에 대해 집착하는 이유는 평소 자신들이 너무나 '빠른' 속도 속에 있고 그것을 좋든 싫든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빠른 것이 늘 좋을 수는 없겠지만, 아직까지 빠르다는 것은 가장 강력한 경쟁력 중 하나다. 앨빈 토플러가 '속도'는 미래 부의 생성에 핵심 요소라고 했던 것처럼 일을 빨리하고 목적지에 빨리 가고 결론을 빨리 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우리는 이 세상에서 부유하고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속도'에 있어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도 가장 앞선 국가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리고, 더 빠른 속도로 소비하고, 그보다 빠른 속도로 싫증을 낸다. 덕분에 IT 강국, 인터넷 강국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빨리 가다 보니 사고도 자주 나고, 세세한 부분을 놓치기도 한다. 빠르게 소비하다 보니, 많은 것을 추구하게 되었다. 하나에 만족하지 못하고 여러가지를 추구하게 된 것이다. 완벽주의. 그것만큼 자신의 인생을 괴롭히는 단어가 또 있을까?

▲ 당신은 너무 많이 먹은 것은 아닌지?

  무조건 먹어치우는 현대판 좀비

"우리에게 주어지는 인생은 단 한 번뿐입니다. 그러므로 지혜롭게 선택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귀한 시간과 열정을 소진하지 말고, 자신 만의 값진 일에 집중하십시오. 냉철하게 분석하고 지혜롭게 선택하세요. 그러려면 먼저 과감한 포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 『오늘, 뺄셈』145쪽.

  통신사의 LTE 광고처럼 '빠름빠름빠름'을 외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것을 소비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무조건 남들보다 '빠르고 많이'하는 것이 어느 덧 정의처럼 여겨져 버렸다. 더하기가 대세이고, 빼기는 자리를 잃었다. 그러다보니 과정이야 어떻든 많은 것을 더해야 결과가 좋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상한 논리에 빠져버렸다. 그 결과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고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현대판 좀비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성적인 생각은 접어두고, 본능적인 감각으로 먹을 것을 먹어치우는 좀비와 우리는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현대판 좀비가 무서운 것은 배만 채우려고 하지 않는다. 돈도 채워야 하고, 지식도 채워야 한다.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고 계속 채우려고 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덧셈은 포만감을 채울 수 없단 말인가?

  이와 같은 현대사회에서 에세이 작가 무무는 『오늘, 뺄셈』을 통해서 덧셈만 아니라 뺄셈을 이야기한다. '더하기를 멈추고 빼기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블랙홀 같은 욕망만 채우려다 죽어버린 사해가 되지 말고, 받아들이면 흘려보낼 줄 아는 갈릴리 호수를 상기시키면서. 

"갈릴리 호수는 물을 받아들여서 다른 곳으로 흘려보내고, 사해는 받아들이기만 할 뿐 내보내지 않는다는 점이죠.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랍니다. 버릴 줄 알아야 소중한 것을 얻게 되니까요. 끊임없이 받아들여 쌓기만 한다면 외려 풍요로운 삶에서 멀어지는 법이죠." - 『오늘, 뺄셈』31쪽.


  뺄셈은 덧셈을 하기 위한 준비운동

  고대 희랍의 델포(아폴로)신전 입구 현판에 새겨진 경구다. '너 자신을 알라' 사람은 각각의 역량을 갖고 있다. 즉, 사람마다 각자 개성이 있고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체육을 잘하는 사람, 음악을 잘하는 사람, 혹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모두가 다른 개성을 갖고 세상을 살아간다. 그런데 왜 체육을 잘하는 사람이 음악도 잘하려고 하는 것이며, 그림도 잘 그리려고 하는 것일까? 뺄셈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 처음 들어가면, 자기가 다방면에서 뛰어난 만능 인재가 될 수 있으리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한 차례, 또 한 차례 난관에 부딪히고 좌절하다 보면 이내 자신의 장점은 한 개, 혹은 많아야 두 개 정도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장점을 알아가는 과정은 무척 중요하다.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남들의 장점 때문에 상심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장점을 알아가는 과정이란, 쭉정이를 버리고 알곡을 거두어들이며 핵심과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 『오늘, 뺄셈』110쪽.

  한계를 인정해야 비로소 자부심이 생겨난다. 자부심이란 애초부터 얼마나 큰일을 해내느냐에 따른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괜찮다'고 생각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발견했다면 세상에서 가장 큰 행운을 만난 것이다. 함정이 없는 유일한 행운 말이다.


  당신의 사전에도 '빼기'를 추가하라

  자본주의는 뺄셈이 아니라 덧셈이다. 자본주의 시대에 살면서 자본주의에 강하게 영향을 받은 우리들이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를 하라는 것은 습관을 거부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이기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냉혹한 현실에서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를 하라는 것은 곧 나 자신을 포기하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하지만 빼지 않으면 균형잡힌 삶이나 풍요로운 삶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 

  100m 달리기 경주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달리다보니 목이 마를 것 같으니 물병을 챙기고, 햇빛에 얼굴이 탈 것 같으니 선크림과 선캡도 챙기고, 결승점의 포토라인에서 이쁘게 사진찍히기 위해 예쁜 옷도 한 벌 챙길 것인가? 달리기 경주에서 우승하려면 나의 몸이 가벼워야 한다. 불필요한 짐은 내려두고, 달리기만 집중해야 한다. 이런 쉬운 이치를 왜 현실에선 잊어버리는 것일까.

  "뺄셈을 통해 삶의 균형을 잡을 수 있으며, 뺄셈의 지혜를 잘 활용하면 또 다른 길을 여는 특별함을 만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작가 모모의 조언처럼 우리의 사전에도 '빼기'를 추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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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심리학 - CIA 거짓말 수사 베테랑이 전수하는 거짓말 간파하는 법
필립 휴스턴 외 지음, 박인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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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거짓말, 5초면 간파된다


"볼 수 있는 눈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면 누구도 비밀을 지킬 수 없음이 이해될 것이다. 입이 침묵하더라도 손끝이 떠들어댈 테니 말이다. 배신은 인간의 모든 구멍에서 새어 나온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거짓말의 심리학> 제목 첫 장을 떠날 수 없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렸을 때부터 거짓말은 악(惡)이라고 배웠을 것이고, 그렇기 인식해 왔을 것이다. 따라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고. 사회가 윤활유를 발라놓은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려면 사회 구성원끼리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상대방이 거짓말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위에 사회가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사회를 구성하는 또 다른 부분은 사람들은 언제나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주의하라고 경고메시지를 날려준다.

  진실을 가리는 거짓말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말기 암환자에게 "당신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해주는 것과 "걱정 마십시오. 괜찮아질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나쁜 것인가? 대답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것을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말을 통해 거짓말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결과적으로 사회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모두가 암묵적으로 행하고 있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은 거짓말을 하는 편이 이롭다는 생각이 들면 누구든 거짓말을 하며,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 많은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거짓말은 인간의 본성에 자리하고 있으며, 개인과 개인의 관계이던지, 사회 속에서의 관계이던지 어디든지 거짓말은 존재한다. 이러한 세상에서, 상대방의 말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큰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말을 간파하는 기술은 높은 가치를 갖게 되었다. 


  CIA는 당신의 거짓말을 5초면 간파한다

어젯밤 친구들끼리 술 한 잔 했을 뿐이라는 애인의 말은 진실일까?

회사의 수익이 떨어져서 성과급을 줄 수 없다는 사장의 말은 사실일까?

절대로 금품을 받은 적 없다는 정치인의 말을 믿어도 될까?

담배에는 손도 댄 적 없다는 자녀의 말은 믿어도 될까?

  누군가가 "난 거짓말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목숨 걸고 맹세하는데,", "제 성격상 그런 것은 맞지 않습니다" 등의 말을 한다면 다음부터 그가 하는 말을 두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워 앞으로 그가 하는 말에서 다른 징후를 포착해야 한다. '나 거짓말 합니다'라는 방석을 깔아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CIA(미국 중앙정보국)에서 거짓말 수사를 전문적으로 해온 사람들은 이런 방법을 통해 자신의 거짓말을 상대가 믿도록 만든다고 한다. 진실 된 이야기 화두로 던진 다음, 다음에 오는 말들도 역시 진실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진실로 거짓을 은폐하는 역설'이라는 말로 책에 소개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문제는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거짓말을 CIA가 아닌 일반사람들이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바로 그러한 기술과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 여기 있다. CIA에서 베테랑 수사관들인 필립 휴스턴, 수잔 카니세로, 마이클 플로이드와 NSA(미국 국가안보국)의 돈 테넌트는 <거짓말의 심리학>을 통해 그들이 현장에서 갈고 닦아온 거짓말 탐지기술을 우리에게 전수해준다. 

  <거짓말의 심리학>은 거짓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 거짓말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그러한 거짓을 간파하는 기술 등 실질적인 내용으로 우리를 몰입하게 만든다. 실질적인 거짓말 간파내용 때문일까, 책을 덮고나면 일상적인 대화에서 거짓말 증후군을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무의식적인 행동, 이것이 거짓말의 신호이다

  거짓말을 할 때 한 가지의 징후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말이든, 행동이든 둘 이상의 징후가 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것을 '클라스터'라고 부르는데, 예를 들어 대답을 하면서 옷매무새를 고친다거나, 머리칼을 만진다거나 하면 거짓말의 징후라는 것이다.(이 밖에 자세한 내용은 107쪽 눈을 크게 떠라, 거짓말이 보인다에 설명되어 있다)

  신기한 것은 이러한 행동은 거짓말 할 때 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심리학적 기재에 따라서 이러한 거짓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여러 가지의 거짓신호중에 몇 가지만 살펴보면, 첫째는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정말 생각하느라, 혹은 정말 몰라서 대답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5초의 원칙이 적용되고 클라스터가 작동하는 것이다. 

  둘째는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에 분명하게 부정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것이다. 간단히 '아니로'라고 대답할 수 있는 것을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인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냐'는 등의 되묻기 질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짓신호다. 

  이 밖에도 질문에 대답하기 꺼리거나, 대답을 거부하는 행동도 거짓 신호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자신의 질문에 화를 내며 공격하는 것은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있음을 드러내는 신호이므로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라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이처럼 <거짓말의 심리학>은 스파이를 잡거나 테러범, 사건의 범인을 잡는 데만 유용한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 적용가능하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매일 주변에서 제기되는 수많은 다른 질문들에 대한 대답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낼 수 있다고 상상해보라. 우리가 '거짓말이 드러나는 순간'이라고 부르는 그 순간을 간파하는 기술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떻겠는가. 저자들이 안내하는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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