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뺄셈 - 버리면 행복해지는 사소한 생각들
무무 지음, 오수현 옮김 / 예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당신의 사전에도 '빼기'를 추가하라 


  몇 해 전부터 제주의 올레길이 주목받고 있다. 제주 올레길에서는 사람들이 느려지고, 여유로워진다는 사실만큼은 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런 모습에서 '속도'에 대한 세상의 집착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느린' 공간에 대해 집착하는 이유는 평소 자신들이 너무나 '빠른' 속도 속에 있고 그것을 좋든 싫든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빠른 것이 늘 좋을 수는 없겠지만, 아직까지 빠르다는 것은 가장 강력한 경쟁력 중 하나다. 앨빈 토플러가 '속도'는 미래 부의 생성에 핵심 요소라고 했던 것처럼 일을 빨리하고 목적지에 빨리 가고 결론을 빨리 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우리는 이 세상에서 부유하고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속도'에 있어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도 가장 앞선 국가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리고, 더 빠른 속도로 소비하고, 그보다 빠른 속도로 싫증을 낸다. 덕분에 IT 강국, 인터넷 강국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빨리 가다 보니 사고도 자주 나고, 세세한 부분을 놓치기도 한다. 빠르게 소비하다 보니, 많은 것을 추구하게 되었다. 하나에 만족하지 못하고 여러가지를 추구하게 된 것이다. 완벽주의. 그것만큼 자신의 인생을 괴롭히는 단어가 또 있을까?

▲ 당신은 너무 많이 먹은 것은 아닌지?

  무조건 먹어치우는 현대판 좀비

"우리에게 주어지는 인생은 단 한 번뿐입니다. 그러므로 지혜롭게 선택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귀한 시간과 열정을 소진하지 말고, 자신 만의 값진 일에 집중하십시오. 냉철하게 분석하고 지혜롭게 선택하세요. 그러려면 먼저 과감한 포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 『오늘, 뺄셈』145쪽.

  통신사의 LTE 광고처럼 '빠름빠름빠름'을 외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것을 소비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무조건 남들보다 '빠르고 많이'하는 것이 어느 덧 정의처럼 여겨져 버렸다. 더하기가 대세이고, 빼기는 자리를 잃었다. 그러다보니 과정이야 어떻든 많은 것을 더해야 결과가 좋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상한 논리에 빠져버렸다. 그 결과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고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현대판 좀비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성적인 생각은 접어두고, 본능적인 감각으로 먹을 것을 먹어치우는 좀비와 우리는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현대판 좀비가 무서운 것은 배만 채우려고 하지 않는다. 돈도 채워야 하고, 지식도 채워야 한다.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고 계속 채우려고 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덧셈은 포만감을 채울 수 없단 말인가?

  이와 같은 현대사회에서 에세이 작가 무무는 『오늘, 뺄셈』을 통해서 덧셈만 아니라 뺄셈을 이야기한다. '더하기를 멈추고 빼기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블랙홀 같은 욕망만 채우려다 죽어버린 사해가 되지 말고, 받아들이면 흘려보낼 줄 아는 갈릴리 호수를 상기시키면서. 

"갈릴리 호수는 물을 받아들여서 다른 곳으로 흘려보내고, 사해는 받아들이기만 할 뿐 내보내지 않는다는 점이죠.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랍니다. 버릴 줄 알아야 소중한 것을 얻게 되니까요. 끊임없이 받아들여 쌓기만 한다면 외려 풍요로운 삶에서 멀어지는 법이죠." - 『오늘, 뺄셈』31쪽.


  뺄셈은 덧셈을 하기 위한 준비운동

  고대 희랍의 델포(아폴로)신전 입구 현판에 새겨진 경구다. '너 자신을 알라' 사람은 각각의 역량을 갖고 있다. 즉, 사람마다 각자 개성이 있고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체육을 잘하는 사람, 음악을 잘하는 사람, 혹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모두가 다른 개성을 갖고 세상을 살아간다. 그런데 왜 체육을 잘하는 사람이 음악도 잘하려고 하는 것이며, 그림도 잘 그리려고 하는 것일까? 뺄셈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 처음 들어가면, 자기가 다방면에서 뛰어난 만능 인재가 될 수 있으리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한 차례, 또 한 차례 난관에 부딪히고 좌절하다 보면 이내 자신의 장점은 한 개, 혹은 많아야 두 개 정도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장점을 알아가는 과정은 무척 중요하다.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남들의 장점 때문에 상심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장점을 알아가는 과정이란, 쭉정이를 버리고 알곡을 거두어들이며 핵심과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 『오늘, 뺄셈』110쪽.

  한계를 인정해야 비로소 자부심이 생겨난다. 자부심이란 애초부터 얼마나 큰일을 해내느냐에 따른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괜찮다'고 생각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발견했다면 세상에서 가장 큰 행운을 만난 것이다. 함정이 없는 유일한 행운 말이다.


  당신의 사전에도 '빼기'를 추가하라

  자본주의는 뺄셈이 아니라 덧셈이다. 자본주의 시대에 살면서 자본주의에 강하게 영향을 받은 우리들이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를 하라는 것은 습관을 거부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이기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냉혹한 현실에서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를 하라는 것은 곧 나 자신을 포기하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하지만 빼지 않으면 균형잡힌 삶이나 풍요로운 삶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 

  100m 달리기 경주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달리다보니 목이 마를 것 같으니 물병을 챙기고, 햇빛에 얼굴이 탈 것 같으니 선크림과 선캡도 챙기고, 결승점의 포토라인에서 이쁘게 사진찍히기 위해 예쁜 옷도 한 벌 챙길 것인가? 달리기 경주에서 우승하려면 나의 몸이 가벼워야 한다. 불필요한 짐은 내려두고, 달리기만 집중해야 한다. 이런 쉬운 이치를 왜 현실에선 잊어버리는 것일까.

  "뺄셈을 통해 삶의 균형을 잡을 수 있으며, 뺄셈의 지혜를 잘 활용하면 또 다른 길을 여는 특별함을 만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작가 모모의 조언처럼 우리의 사전에도 '빼기'를 추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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