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100번째 알라딘 리뷰를 썼다. 2002년 5월 <키재기>부터 2004년 3월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까지.(겨우 100개밖에 안되나... 1주일에 한개 꼴이군.) 사실 인터넷 서점의 편집자 리뷰라는게 딱히 영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필수업무도 아닌데, 그래도 아직은 업무 가운데 리뷰쓰는 것이 가장 즐겁다. 괜찮은 책,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책을 보면, 꼭 리뷰를 써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생긴다. 사실 중간에 다른 업무가 끼어들고 바쁘다보면 그냥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그때마다 진짜 자식새끼 먹일 거 제대로 못먹이고 입힐 거 대충 입혀 세상 밖에 내놓은 기분이라 두고두고 미안하고 찝찝하다.(아, 요새 그런 책이 좀 많다. ㅠ.ㅠ)

단순히 책을 많이 팔기 위해서는 아니다. 리뷰 안 써도 팔릴 책은 미친듯이 팔려나간다. 작가 이름이 있거나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소개되면 책소개가 없어도 금세 베스트 셀러가 된다. 그래서 <나무>나 <연금술사>, <칼의 노래> 같은 책에는 리뷰를 써야겠다는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이미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사랑하고 알고 있으니까. 리뷰가 정말 필요한 책들은 가치에 비해 충분히 알려지지 못했거나 미디어 등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또는 어떤 특정대상의 사람들에게 유효한  B급 책들이거나.

책을 소개할 때의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내가 딱히 전문가인 것도 아니고 그저 한발 먼저 책을 만나는 이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다 정확한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 아닐까. 책소개시 가급적 출판사 보도자료를 그대로 올리지 않고 최소한의 가공을 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 사이트를 보고 책을 고르는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또는 배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도자료란게 어느정도 미사여구와 과장이 배어있을 수밖에 없으니.) 그런 의미에서 우리 편집자들이 거기에 보태 알라딘 리뷰를 쓰는 것은, 이 책이 어떤 측면에서는 분명 주목할만한 책이니(모든 사람에게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다시 한번 눈여겨 봐주시라는 하나의 간곡한 제스처인 것이다.

물론, 개인적 즐거움도 크다. 글을 쓰다보면 미처 깨닫지 못하던 부분을 알게 되고 그 책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또, 리뷰라는게 혼자 쓰는 독서일기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이 책의 의미와 장점을 전달하는 것이라서, 그것 자체로 일종의 '소통'이라 생각하기에 더욱 즐겁다.(사실 언어를 다루고 만지는 일도 즐겨한다.)

첫 번째 리뷰와 100번째 리뷰의 대상도서가 공교롭게도 둘 다 일본 여성작가가  쓴 '소녀의 성장소설'이다. 우연치고는 꽤 의미심장하다는 느낌. 앞으로도 나는 계속계속 나아갈 것이다. 성장할 것이다. 부딪혀 깎이고 둥글어지고 좀더 능숙해지고, 그럼에도 하루하루 새로운 모습이기를. 먼훗날 돌아보았을 때, 부끄럽거나 후회가 남지 않기를.

(아, 주말마다 뭔가 다짐을 하네.; 근데 막상 월요일이 되면 엉뚱한 일이 터져서 정신없이 한주를 보내게 된다는. ㅠ.ㅠ -> 주말에 써놓은 페이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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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은 내 첫 직장이다. 동기들 중에서 꽤나 늦게 취직한 축에 드는 나는, 중간중간 알바를 하기는 했지만(또 한 곳에서는 6개월간 거의 무료봉사를 하기도 했지만;) 정직원으로 꼬박꼬박 월급을 받으며 다니는 곳은 알라딘이 처음이다.

어쩌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취직 자체가 우연한 기회가 겹치고 겹쳐 가능한 일이었는데(왠지 폴 오스터적이군), 주위 사람들은 너한테 정말 딱 맞는 직장이야, 이구동성 외쳐댔다. 입사한지도 벌써 1년 11개월째. 이곳에서 일하게 된 것, 알라딘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 진심으로 기쁘고 또 행복하다. (아, 사장님 보라고 이런 글 쓰는 건 결코 아니다.;)

예전에 회사소개 페이지 컨텐츠를 위해, 자신의 업무에 대한 간단한 코멘트를 제출하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때 한 동료가 쓴 문장이 아직도 생생하다. "책속에 파묻혀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책에 깔려 지냅니다. -_-; 그래도 전 여전히 책을 대할 때마다 가슴이 설레는군요." 우리 편집팀 사람들의 마음을 딱 집어낸 표현. 이 이상이 없다. 나는 뭐라고 썼더라. 아마도 "물리적/정신적으로 책에 둘러싸여 지내지만, 그래도 일 자체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라고 썼던 거 같다. 지금은? 업무의 방향성은 조금 바뀌었으되 마음의 상태는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진심으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힘을 합쳐 일할 수 있다는 것. 연초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동료 몇을 떠나보내면서 많이 흔들리고 아프기도 했지만, 그래도 역시 내가 이곳을 좋아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긴 생각 끝의 이야기, 어쩌면 자기 합리화일 수도 있겠지. 그러나 아직은, 여전히 일하는 것이 즐겁고 또 재미있다.

주변에 워낙 교사가 많은 탓인지, 3월 하니까 비로소 새해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내일이면 연휴도 끝, 일상 업무로 돌아간다. 이전과 크게 다를 건 없겠지만 마음만은 새롭게. 자리배치도 바꾸고 서가도 정리했으니, 이제부터는 정말 정리정돈 잘하며 살아야겠다.(내가 이렇게 말했더니 모두들 말도 안된다고 했다. ㅠ.ㅠ) 서재 글도 생각나는대로 재깍재깍 써올리고, 좀더 부지런해져야겠다. 올해엔 바라마지 않던 해외여행도 꼭 가고. 자기소개서에 '낙천적', '낙관적'이라는 단어를 두 번씩이나 강조해서 사용했다는 나. 언제나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시선과 태도, 잃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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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01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부럽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 가졌다는 거~
꽃 피는 춘 삼월이 시작되었네요. 재깍재깍 올라오는 님의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해주시렵니까? 이건 부담드리는 겁니다.! ^^*

레이저휙휙 2004-03-0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나도 그대가 좋아요 +_+

zooey 2004-03-02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정과...: 책읽기를 좋아했지만 그걸 업으로 삼게 될지는 정말 예상도 못했었지요. ^^ 업뎃은 장담 못하지만, 으아. 열심히 해보도록 합지요.
기스: 아, 고맙소. 나...나도 당신이 좋소. 헉.(닭살이;;)

비로그인 2004-03-02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다는 말 밖엔...

skytosea 2004-03-0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스... 요즘 상태가 안좋은듯하오... 왜 그러오... 남자를 좋아하란말이오...하영씨도 시집가야지...ㅋㅋ...

조선인 2004-03-13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알라딘에 다니시는군요. 그럼 혹시 책을 더 싸게 살 수 있나요? 진짜 부럽습니다.

zooey 2004-03-14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반갑습니다. ^^ 네, 직원은 조금 더 할인이 되지요. 그덕에 책욕심만 더해간답니다.;

파란달 2006-11-17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어찌 다니면서 이곳까지 오게됐네요... 책에 깔렸더라도 마냥 왠지 부럽답니다^^

zooey 2006-11-22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달님, 안녕하셔요. ^^ 제가 워낙 서재를 방치해두는 바람에 이제사 댓글을 보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겨울 시즌이 곧 시작이라 정신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은 책을 만나면 기쁘고 그러네요. 저도 파란달님이 올려주시는 리뷰 잘 읽고 있답니다. 흐흐. 늘 좋은 하루 보내시고, 감기 조심하셔요. ^^
 
 전출처 : starla > 차오원쉬엔, 성장소설의 이름

 

 

 

 

 

갑자기 생각이 나서 <빨간 기와>와 <까만 기와>, 이어서 <상상의 초가 교실>을 찾아들었다. 슬프면서도 씩씩하고 무연하면서도 희망적인 이야기가 적량의 카페인처럼 필요한 시점이었다.

차오원쉬엔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그가 북경대 교수이며, 중국 국어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사랑받는 적통의 작가라는 것 뿐이다. 그러니까 세 권의 책의 책날개에 씌어진 것이 전부다. 그러나 그런 것 하나도 몰라도 좋다. 이 세 권의 책을 사랑하는 데에는 어떠한 지식도 필요없다. 각자의 조금의 기억만이 필요할 뿐이다. 각자의, 유년에 대한, 아주 조금의 기억들!

<빨간 기와>에 편집자 추천을 준 나와 <까만 기와> <상상의 초가 교실>에 편집자 추천을 준 현재의 문학 담당자 모씨에게는 취향의 공통점이 - 물론 -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의 기호가 어쩌다 일치해서 차오원쉬엔의 책 3권에 - 그나마가 우리나라에 번역된 전부인데 - 아낌없이 추천이 붙게 된 것인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들 어쩌랴. 차오원쉬엔의 성장소설의 감동은 너무나 깊고 넓은 것이어서, 나는 이제 이 책들의 표지만 보아도 눈 밑이 무거워지며 물이 차오른다. 이 소설들 속의 주인공들을 생각하면 나는 슬프면서도 웃음이 나고 무연하면서도 인생에 대한 기대에 몸이 단다.

성장소설은 복고인가? 분명히 일면 그러하다. 그러나 성장소설은 또한 미래의 구상이다. 아이를 둔 부모든 아니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성장하는 작은 인간들에 대해서 숲에 자라는 작은 풀들에게 느끼는 만큼의 책임감은 느끼게 마련이다.

차오원쉬엔이 이 소설들을 통해 얼마만큼의 미래의 구상을 보여주었는가, 새삼 생각해본다. 어쩌면 구상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다만 확신하건대, 미래의 어떤 구상 속에서도 아이들은 차오원쉬엔의 아이들과 똑같이 생겼을 것이다. 그의 소설의 아이들은 볼이 붉고 뛰어놀아 숨이 차고 신발에 흙이 가득하다. 그의 소설의 아이들은 금방이라도 종이를 뚫고 나와 내 곁에 있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더 자주 성장소설을 읽을 것이다. 내 인생을 이해하는 좋은 방편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이 소설들의 갈피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일이 늘 것 같다. 내가 나이를 먹어 다만 어린 시절의 나의 일부라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래서 쌓아두는 소설들이 수십권은 될 터인데, 그 중 차오원쉬엔의 것들은 제일 위에 몇 번이고 놓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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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ey 2004-03-0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만 기와> <상상의 초가 교실>에 편집자 추천을 모 문학담당자는 물론 나다.(이런 표현은 좀 웃긴데,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리뷰에도 썼지만, 개인적으로 차오원쉬엔의 작품들만큼 (보편적인) 감동의 진폭이 큰 성장소설을 보지 못했다. 우리 나라에 번역된 3권 모두 결국엔 비슷한 캐릭터, 같은 패턴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읽을 때마다 새롭다. 이미 다 자란 나지만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삶을 배운다. 책의 표지만 보아도 눈밑이 무거워진다는 편집장님 말에 백번 동감. 최근에 읽은 <상상의 초가교실>은 너무 재미있지만 외려 다시 집어들기가 쉽지 않다. 사실 사무실에서 이 책을 읽다가 몰래 울기도 했다. 눈물이 차오르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차오원쉬엔의 이 멋진 성장소설들이, 좀더 많이, 그 가치만큼 사랑받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아, 그러나 사실 그닥 주목받지 못하는 편이다. 얼마나 안타깝고 또 안타까운지 모른다.
 
 전출처 : skytosea > 유쾌·엉뚱·발랄한 '이★트놀이'

최근 온라인상에는 낯익은 상호가 붙은 신종놀이가 핫 이슈란다. 이름하여 '이★트놀이'.


언뜻보면 엽기적이나....
아이의 천진난만한 웃는 얼굴을 보니 무척이나 즐거워하고 있는 듯..
저 비닐봉지안에 어쩜 몸이 다 들어갈까나... 앙증맞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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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ey 2004-02-19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첨엔 합성인줄 알았는데. 으아. 아기 표정이 너무 귀엽다. ㅠ.ㅠ 옆에 아빠로 추정되는 분의 의상은 좀 모모하지만;;

김여흔 2004-02-20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재밌게 보고 가요.

그루 2004-02-20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아이의 표정~ 압권이죠!! >0<

skytosea 2004-02-20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퍼갔소... 아이가 넘 귀엽지 않소~~ ㅜㅜ 도대체 저런 아이를 어떻게 하면 낳는단 말이오~~~(부럽당...)
 
 전출처 : chaire > '발리에서 생긴 일'과 그람시

'발리에서 생긴 일'....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 드라마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고 있는, 나의 주말 드라마다. 처음에는 네 사람의 심리게임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서 보다가, 요즘에는 '어, 이거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인걸'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

감탄하게 하는 대목의 시작은, 일전에 스밀라 님도 메모한 적이 있는 그 대사로부터 출발한다. "니들, 이뻐, 너무 이뻐..." 하는 강인욱(소지섭)의 대사.

강인욱이 이쁘다고 말한 것은, 그 아이들(노래방 도우미 하는 조연 여자애와, 이수정이라는 이름으로 분하고 있는 하지원)의 외모가 아닐 것이다. 그 아이들의 처절한 삶의 투쟁이 아름답다는 뜻이다. 그것은 강인욱에게, 어쩌면 현실감 있는 계급투쟁으로서의 진실한 무게감을 던졌을 터이다.

이후 드라마는 단순한 '사랑의 삼각관계' 드라마라는 트렌디 성격을 넘어서서, 이 사회에서 아직도 건장한, 영원히 건장할 '계급'의 문제로 육박해가는 듯하다. 네 명의 인물군은, 각 계급을 상징하고 있다. 가장 높은 계급에 위치한 두 남녀, 중간계급이라고 할 수 있는 한 남자, 하위계급의 두 여자... 이 중 가장 복잡한 심리의 주인공은 말할 것도 없이 강인욱이다. 그는 아래와 위를 동시에 인식하고 있는 자답게 들끓는 욕망의 기제 속에 내던져진 지식인의 형상을 표상하고 있다. 그래선지 사랑 앞에서도, 권력 앞에서도 어정쩡한 태도를 지키며, 재는 것도 많다. 그리고 극중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박예진이 연기하고 있는 재벌그룹가 딸의 심리상태도 단순히 '이기적'이라고만 매도하기에는 복잡한 데가 있다. 그러나 오히려 정재민과 이수정으로 분하고 있는 조인성과 하지원의 캐릭터는 단순 명료하다. 그들은 자기 현실만을 느끼고, 그 현실을 받아들인다. 오히려 순수하다.

드라마는 이렇게 다른 계급의 남녀들의 사랑이 얽히는 구도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지만, 아직 사랑에는 '계급'이라는 무서운 장벽이 남아 있음을, 서늘하게 가르쳐주는 의미심장한 드라마, 그런 드라마답게 이 드라마는 과감하게 이런 대사를 표면에 내민다.

"그람시라고 알아?" 그람시... '헤게모니'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사람, 막시즘을 잘 해석한 정치사상가라고 하는 그... 위의 대사를 하면서 드라마는 그람시의 '옥중수고1(정치편)'를 버젓이 클로즈업하고 있다. 극중의 이수정은 이 책을 강인욱에게 빌려받고, 그 책을 읽은 덕분인지 나중에는 정재민을 향해 이렇게 외친다.

"당신의 헤게모니가 내게 주제파악을 하게 해주었어요..." (정확한 대사는 아님)

찌르르... 전기가 통해왔다. 하지원이 어떤 계급을 선택할지, 혹은 하지원이 이재민과 강인욱이라는 두 계급 모두의 위선을 시원하게 벗겨내줄지... 자못 기대된다. 그리고, 나도 여태 이름만 들어본 그람시의 책을 숙독해야겠다, 많이 늦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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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다 2004-02-19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야. 딱 1회 놓쳤을 뿐인데, 그때 그람시의 <옥중수고>가 나오고, "당신의 헤게모니가 내게 주제파악을 하게 해주었어요" 이런 대사가 등장했다니.. (그러는 거 아니야~.)

<발리에서 생긴 일>에 내가 주목했던 첫번째 이유는 하지원의 그 가난하지만 건강한 '삶의 의지' 때문이었다. 발리에서 정재민 가이드 노릇할 때 부러진 굽을, 딱!딱! 시멘트 바닥에 내치며 구두를 수리하던 모습. 호텔 방에서 정재민이 던지는 돈을 꼭 받아쥐고 "할래?" 하던 그 생존능력 때문이었다.

그 후로, 드라마는 약간 오래 지지부진 하였으나 예쁜 하지원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고. 게다가!!!! 나는 이 드라마에서 '소지섭'의 진가를 재발견 했던 것이다. 소지섭은, 그냥 그저 그런 배우이기엔 너무 아까웠고, 그저그런 표정보다는 완벽하게 처량맞은 지식인의 고뇌를 보여주었고, 그리고 인정욕구에 시달리는 잘 나가는 샐러리맨의 자기 긍정과 그러나 늘 자신의 계급성을 환기시켜 주는 누추한 집과 어머니 때문에 바닥으로 굴러떨어져야 하는 시지푸스의 고뇌를 여실히.. 여실히 표현했던 것이다.

소지섭을 재발견한 것, 그리고 재벌 2세의 옷차림을 괜찮게 표현하는(그의 옷입는 스타~일을 보면, 눈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다) 조인성의 모던 룩 때문에, 나는 이 드라마를 챙겨본다. 그런데, 그런데.... 내가 한 회 빼먹은 사이에 그람시니, '헤게모니'니 이런 무시무시한 말을 내뱉었다니, 간뎅이가 부어도 무시무시하게 부은 극작가에게, 이제서야 관심이 쏠린다. 어떤 사람일까, 그녀는?

digitalwave 2004-02-19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답답해 하면서도 주말에는 발리를 보는 편이죠. 뭐... 어차피 나돌아다니는 걸 안 좋아하는지라(특히나 주말에는 더더욱) 그 시간에 못 볼 이유가 없기도 하고...
발리를 보면서 느낀 건 참 대사들이 없다는 건데요. 그래서 그런지 딴짓거리 하면서 귀로만 드라마를 흘려듣기가 좀 힘든 편이라는 거네요.
아... 그람시, 헤게모니... 근데 이건 저도 못 봤네요... 꼭 중요한 건 못 챙겨지더라... -.-;

Fithele 2004-02-19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엄청 운좋은 사람이었군요 ^^;; 전 그람시 나오는 편만 어쩌다 보니 보았는데...

zooey 2004-02-22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누구냐면 '김기호'래. 알잖아. 전에 우리가 이메일 인터뷰했던. 으, 그때의 악몽이.; (작품: 천년지애, 별은 내 가슴에, 복수혈전, 내일을 향해 쏴라, 햇빛속으로, 뜨거운 것이 좋아, 위기의 남자 - sbs 홈피 참조.) 이 작가 극본이 좀 유치한듯 해도 확실히 잡아끄는 뭔가가 있긴 하더라고. 나야말로 발리를 본 건 최근부턴데, 흔한 트렌디물의 외양을 지니고 있되 그 안에 놓인 캐릭터들이 조금조금씩 비틀려 있는게 썩 재미있더라고. 그리고 순간순간 젊은 배우들이 내뿜는 감정이 '진짜'라고 느껴지기도 하고. 확실히 대사도 없고 시퀀스 자체가 적은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입하게 되는. 인상적인 드라마. 에, 다들 조인성에 올인하던데 나도 소지섭쪽이 더 좋아. (근데 조인성 옷 예술로 잘입고 나오대.) 조인성 연기는 사실 피아노 때랑 비슷한 거 같고, 하지원은 예전엔 싫어했는데 다모 이후로 점점 더 좋아지고 있음. 요즘엔 인내심이 없어져서 아무리 재밌어도 50분 동안 앉아서 한 프로그램 못 보는데, 발리는 진작부터 볼 걸하고 아쉬워 하고 있음. 여튼 TV 드라마에 그람시가 나오다니. 진짜 놀랍지 않아? 내가 그람시 기획을 해야 한다고 했잖아~ ^^
* 아, 그리고 성혜씨. 꽃보다 아름다워도 지난주에 봤는데 좋더라. 하지만 시청률 안 나오는 이유도 알겠더라. 너무 삶에 가까운 느낌이라 보는게 힘겨워. 쉬고 싶은 모양. 흐흐.

skytosea 2004-02-20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 꽃보다 아름다워는 너무 적나라하다고나 할까...ㅡ.ㅡ;; 그래서 나두 보다 보면 좀 불편해지는 느낌이랄까.... 드라마는 조금은 과장된 면과 오버하는 느낌이 있는게 좋더라...
하여튼 나두 발리는 즐겨봄... 근데 그람시가 언제 나왔대??? 그 편만 안봤나부다...ㅜㅜ

zooey 2004-03-11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리는 이러저러하게 잘 끝났고. 사실 위의 말 하고 나서 바로 다음부터 '꽃보다 아름다워'를 열심히 보기 시작했다.; 아, 정말이지 노희경의 대사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