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은 내 첫 직장이다. 동기들 중에서 꽤나 늦게 취직한 축에 드는 나는, 중간중간 알바를 하기는 했지만(또 한 곳에서는 6개월간 거의 무료봉사를 하기도 했지만;) 정직원으로 꼬박꼬박 월급을 받으며 다니는 곳은 알라딘이 처음이다.

어쩌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취직 자체가 우연한 기회가 겹치고 겹쳐 가능한 일이었는데(왠지 폴 오스터적이군), 주위 사람들은 너한테 정말 딱 맞는 직장이야, 이구동성 외쳐댔다. 입사한지도 벌써 1년 11개월째. 이곳에서 일하게 된 것, 알라딘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 진심으로 기쁘고 또 행복하다. (아, 사장님 보라고 이런 글 쓰는 건 결코 아니다.;)

예전에 회사소개 페이지 컨텐츠를 위해, 자신의 업무에 대한 간단한 코멘트를 제출하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때 한 동료가 쓴 문장이 아직도 생생하다. "책속에 파묻혀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책에 깔려 지냅니다. -_-; 그래도 전 여전히 책을 대할 때마다 가슴이 설레는군요." 우리 편집팀 사람들의 마음을 딱 집어낸 표현. 이 이상이 없다. 나는 뭐라고 썼더라. 아마도 "물리적/정신적으로 책에 둘러싸여 지내지만, 그래도 일 자체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라고 썼던 거 같다. 지금은? 업무의 방향성은 조금 바뀌었으되 마음의 상태는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진심으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힘을 합쳐 일할 수 있다는 것. 연초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동료 몇을 떠나보내면서 많이 흔들리고 아프기도 했지만, 그래도 역시 내가 이곳을 좋아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긴 생각 끝의 이야기, 어쩌면 자기 합리화일 수도 있겠지. 그러나 아직은, 여전히 일하는 것이 즐겁고 또 재미있다.

주변에 워낙 교사가 많은 탓인지, 3월 하니까 비로소 새해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내일이면 연휴도 끝, 일상 업무로 돌아간다. 이전과 크게 다를 건 없겠지만 마음만은 새롭게. 자리배치도 바꾸고 서가도 정리했으니, 이제부터는 정말 정리정돈 잘하며 살아야겠다.(내가 이렇게 말했더니 모두들 말도 안된다고 했다. ㅠ.ㅠ) 서재 글도 생각나는대로 재깍재깍 써올리고, 좀더 부지런해져야겠다. 올해엔 바라마지 않던 해외여행도 꼭 가고. 자기소개서에 '낙천적', '낙관적'이라는 단어를 두 번씩이나 강조해서 사용했다는 나. 언제나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시선과 태도, 잃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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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01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부럽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 가졌다는 거~
꽃 피는 춘 삼월이 시작되었네요. 재깍재깍 올라오는 님의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해주시렵니까? 이건 부담드리는 겁니다.! ^^*

레이저휙휙 2004-03-0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나도 그대가 좋아요 +_+

zooey 2004-03-02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정과...: 책읽기를 좋아했지만 그걸 업으로 삼게 될지는 정말 예상도 못했었지요. ^^ 업뎃은 장담 못하지만, 으아. 열심히 해보도록 합지요.
기스: 아, 고맙소. 나...나도 당신이 좋소. 헉.(닭살이;;)

비로그인 2004-03-02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다는 말 밖엔...

skytosea 2004-03-0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스... 요즘 상태가 안좋은듯하오... 왜 그러오... 남자를 좋아하란말이오...하영씨도 시집가야지...ㅋㅋ...

조선인 2004-03-13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알라딘에 다니시는군요. 그럼 혹시 책을 더 싸게 살 수 있나요? 진짜 부럽습니다.

zooey 2004-03-14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반갑습니다. ^^ 네, 직원은 조금 더 할인이 되지요. 그덕에 책욕심만 더해간답니다.;

파란달 2006-11-17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어찌 다니면서 이곳까지 오게됐네요... 책에 깔렸더라도 마냥 왠지 부럽답니다^^

zooey 2006-11-22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달님, 안녕하셔요. ^^ 제가 워낙 서재를 방치해두는 바람에 이제사 댓글을 보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겨울 시즌이 곧 시작이라 정신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은 책을 만나면 기쁘고 그러네요. 저도 파란달님이 올려주시는 리뷰 잘 읽고 있답니다. 흐흐. 늘 좋은 하루 보내시고, 감기 조심하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