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신간 브리핑] 데이브 펠처 스토리
<이름을 잃어버린 아이>, <로스트 보이> 이 두 권의 책은 데이브 펠처라는 사람이 쓴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입니다. 앞권은 4살에서 12살까지, 뒤의 책은 12살에서 18살까지의 나날이 담겼습니다.
네. 자신의 삶을 책으로 쓸만큼, 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300주 연속 오를만큼, 특별한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역사상 가장 끔찍한 아동학대를 당한 사람이거든요. 12살 때 겨우 학대로부터 벗어난 아이는 훗날 대통령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Ten Out-standing Young Americans'에 뽑히는 등, 당당한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성장합니다.(무엇보다 '아버지'가 되지요.)
이야기는 성글고 의외로 담담합니다. 끔찍한 '게임'(그런 참혹한 행위가 게임이라니요.)을 이기고 살아남은 아이는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기억을 풀어놓습니다. 엄마와 아이가 벌이는 게임의 예를 들어볼까요?
툭하면 아이를 때리고 저녁을 굶기며 집안의 허드렛일을 시키는 것은 기본, 비누를 입안에 쑤셔넣고 뜨거운 스토브 위에 맨팔을 올려놓습니다. 암모니아 가스가 가득찬 화장실에 아이를 가두고, 학교에서 뭘 훔쳐먹지 않았나 확인하기 위해 매일 토하게 합니다. 굶주림과 폭력이라는 두 가지 체벌이 책속 내내 등장합니다. 아이에게 가해지는 엄마의 학대행위는 정말 상상을 초월합니다.(친엄마 맞습니다.)
이 아이의 유년은 전혀 동화가 아닙니다. 하루하루가 살아나기 위한 투쟁의 장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런 끔찍한 폭력보다 더 읽기 힘든 부분은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얼마나 간절히 바라는지 표현될 때입니다.
불리한 상황이나 변덕에서 비롯된 엄마의 조그만 친절에 아이가 얼마나 감사해 하는지, 또 엄마의 사랑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그런 부분을 볼 때마다 참 기가 막히기도 합니다. 데이브, 그 사람을 용서하지 마. 믿어선 안돼! 하지만 무력한 아이는 믿고 배신당하고 또 믿습니다.
데이브는 결국 살아남습니다. 다른 어른들의 도움으로요. 하지만, 그 지옥의 시간을 견뎌낸 건-아니 이겨낸 건 아이 자신입니다. 생존을 위한 투쟁, 더이상 꿈도 꾸지 않고 영혼은 메말라가고... 그 세월을 버티게 한 '의지'란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물론,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아이의 상처가 바로 치유되거나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이후 입양아가 되어 다섯 가정을 전전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적응하지 못하고 말을 더듬고 말썽을 피워댑니다.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늘 사과하고 굶주릴 때를 대비하여 음식을 훔쳐 숨겨둡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입힌 상처의 후유증이 얼마나 큰지 실감합니다. "나는 나쁜 아이가 아니야" 열등감과 절망감을 극복하고 스스로를 받아들이기 위한 적응의 과정. 계속 살기 위해서, 좋은 아이가 되기 위해서, 남들에게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데이브의 모습이 담긴 <로스트 보이>는, 학대의 장면은 없지만 어떤 의미에서 더 고통스럽고 아픕니다.
아이와 어머니는 끝내 화해하지 못합니다. 엄마가 어느날 갑자기 아이를 학대하기 시작한 이유도 밝혀지지 않습니다. 데이브의 엄마를 미치게 한 이유라도 알면 좋을텐데.... 답답함과 절망감이 가슴을 짓누릅니다.
그래요. 이 책은 결국 한 인간이 '진짜 자유'를 얻어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뻔한 이야기라 할 수 있으나, 그것이 진실이기에 이야기의 힘은 더 세집니다. 그리하여 새삼 깨닫습니다. 사람은 인형처럼 쉽게 부서지기도 하지만 또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가. 데이브는 우리에게 그런 용기를 가르칩니다. 그래요. 용기가 맞을 거예요. 그 참혹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버리지 않을 용기. 그것을 우리에게 일깨워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있습니다.
- 알라딘 박하영 (zooey@ala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