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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8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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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간대나 장소를 막론하고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오묘한 것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우리와는 정서가 다른 나라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세상의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아이들과 캐치볼 ̄특히 미국에서의 부자지간의 캐치볼은 행복한 시절의 추억을 기억하는 스테레오타입처럼 사용되지 않던가 ̄을 꿈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아버지가 늙어갈수록, 아이가 자라날수록 어린 시절의 즐겁던 기억은 그저 기억으로만 남게 된다. 아이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거북해한다. 그런 아이가 자라 아버지가 되면 다시 자기 자식과의 캐치볼을 꿈꾼다. 그런 아버지들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자신의 어린 자식을 어떤 방식으로든 귀여워했을 것이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대를 이어지는 유전과도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식들은 나이를 먹어가고 자신이 아버지들의 나이가 되었을 때 그런 아버지를 그리워하게 된다. 그렇다면 ‘아버지의 부재’는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 어린 시절부터였다면 아버지는 부러움의 존재가 되었을 것이고,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후라면 그리움의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큰 문제가 없는 가족이었다면 아버지가 없는 아이들은 늘 아버지를 그리워하게 된다. 오에 겐자부로가 말하는 아버지는 어떤 것일까. 『익사』는 어떤 이야기일까. 장애인인 아들을 둔 아버지, ‘아버지의 부재’가 자신의 문학 세계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쳤으며, 자신은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소설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말한 오에 겐자부로가 처음으로 이야기하는 아버지는 어떤 것일까.

소설가인 주인공인 조코 코키토는 어린 시절 홍수가 난 어느 날 아버지가 탄 배가 강에서 뒤집혔지만 아무것도 못하고 있던 자신을 기억하는 과거가 있다. 코키토는 군인들과의 궐기를 준비하던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보기만 했던 자신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쓰고 싶어했다. 오래전 ‘익사소설’이기도 한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소설 재료가 가득하다는 붉은 가죽 트렁크를 어머니에게 보여달라고 하지만 트렁크는커녕 어머니에게 보냈던 소설 초고마저 돌려받지 못하고 분노한 코기는 가족을 희화한 소설을 발표하고 어머니에게 의절당한다. 코키토에게 아들이 태어나고 장애가 있었지만 아들 덕분에 가족의 관계가 회복되지만 소설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지낸다. 어머니가 죽은 후 10년이 지나 트렁크를 보게 된 코키토는 대부분의 자료가 불태워졌고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는 것을 알고 익사소설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극단 혈거인의 우나이코를 만나고 극단과 함께 연극의 새로운 기획을 공동작업을 하게 되고 우나이코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이 일이 자신의 아버지를 탐구하는 것과도 맞닿아 있음을 알게 된다.

일본의 역사는 세계의 다른 나라들처럼 굴곡이 많다. 제국의 기치를 내걸고 아시아 여러 국가들을 유린하던 2차대전 전후의 일본은 작중 소설가 코키토의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였다. 이 시절의 일본인들은 제국과 천황을 무엇보다 뿌듯해했을 것이다. 원폭 투하 후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지며 전쟁을 끝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코키토의 아버지처럼 천황과 함께 자폭하는 것은 종전에 대한 열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군 장교들의 농담 때문에 아버지가 궐기를 하려 했다는 것을 알게 된 코키토는 절망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음을 알게 된다. 오에 겐자부로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일본의 역사와 거대한 국가적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중 등장하는 연극배우 우나이코는 큰아버지에게 강간당하고 야스쿠니 신사에서 임신사실을 알게 되는 부분이 등장한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위안부 문제와 얽혀 큰 상징적 의미로 다가온다. 오에 겐자부로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위안부 문제가 전체주의, 국가주의적 나라가 만든 전쟁에서 ‘군인을 위한 여성’이라는 역할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다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소수일 뿐, 책임을 지고 사죄를 해야 할 국가와 집단은 침묵한다. 어느 나라나 사람들은 모두 다 닮아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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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

<용감한 친구들>

 

줄리언 반스는 무턱대고 일단 읽고 싶어지는 작가이다. 소재도 흥미로워 보여.

 

출판사 책소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영국사회를 배경으로, 셜록 홈스의 창시자인 소설가 아서 코난 도일과 조지 에들지라는 두 실존인물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려낸 『용감한 친구들』은 치밀한 자료조사와 섬세한 상상력으로 당시 영국사회의 정치와 종교, 사법체계, 인종의 문제를 우아하게 해부하고 있다. 실제 일어났던 충격적인 사건과 줄리언 반스 특유의 섬세하고 세련된 문장과 심리적 깊이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우리의 믿음과 앎, 그리고 진정한 명예와 용기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감동적인 소설 『용감한 친구들』은 영문학의 대가 줄리언 반스가 완성한 심리적이고 도덕적인 걸작이자 혁신적인 역사소설이다.

 

조지 손더스 <12월 10일>

 

4월 초부터 찜했던 단편집이다.

낯선 작가이지만, 궁금해진다.

 

출판사 책소개

데뷔 초부터 냉혹한 현실 인식과 탁월한 유머 감각을 오가며 독창적 형식, 풍자적 에너지가 돋보이는 작품성을 선보였던 조지 손더스는 ‘그 누구와도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작가다. 표현 방식이 기묘하기는 하나, 결국 독자로 하여금 손더스의 소설을 통해 위로받는 심정을 자아낸다. 『12월 10일』은 이전의 작품집들보다 감정적으로 몰입하기 쉬운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울림의 강도와 깊이가 더하다. (…) 『12월 10일』은 2013년 미국 랜덤하우스에서 초판이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매거진 커버스토리를 장식하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뉴욕타임스는 물론 피플, NPR 등 유력 언론과 문화 매체들이 일제히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여 큰 화제를 일으켰다. 그리고 2014년에는 미국에서 스토리상(Story Prize)을, 영국에서 제1회 폴리오문학상(Folio Prize)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폴리오문학상은 “나비넥타이 없는 맨부커상”이라 부르며 영국 맨부커상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2014년 제정된 새로운 문학상이다.

 

 

장미셸 게나시아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재미있을 것 같다.

표지도 예쁘다.

'낙천주의자'가 그립나...

 

출판사 책소개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은 역사의 큰 사건들과 정교하게 겹쳐지는 청소년기를 보내며 차츰 성숙해가는 소년 미셸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이라는 이름의 비밀스러운 클럽에서는 장폴 사르트르와 조제프 케셀이 체스를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유럽과 소련 출신 망명객들이 두고두고 잊지 못할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 클럽의 멤버들은 시대의 격랑에 휩쓸려 고국을 떠나야만 했던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니고 있다. 비교적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미셸에게도 외부세계의 역풍이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을 수 있음을 깨우쳐주는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이 작품은 인간성에 대한 회의와 비관에 빠지기 쉬운 시대에 낙천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하는 중요한 화두를 던지며, 비극적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 우리들의 현재를 되돌아보게 한다.

 

 

에프라임 키숀 <닭장 속의 여우>

 

에프라임 키숀도 재미있으니까 챙겨 보는 작가.

 

출판사 책소개

『닭장 속의 여우』는 정치판에서 닳고 닳은 두 명의 도시인이 순박하고 무지한 시골 사람들을 휘두르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그렇다고 키숀이 마을 사람들을 순수하기만 한 피해자로 다루는 것은 아니다. 키숀의 ‘모두 까기’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깨끗하면 깨끗하기 때문에, 무지하면 무지하기 때문에, 교만하면 교만하기 때문에 인간성을 털리고 조롱당한다.
마을 사람들은 소설 초반에는 도시 사람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점차 ‘성장’한다. 그리고 절정에 다다를 때쯤이면 ‘여우’를 닭장 속에 가두는 반전을 일으키는 데까지 ‘발전’한다. 키숀은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질시, 음해, 증오와 같은 화학 작용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그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 인간상처럼 다룰 뿐이다. 등장인물들은 처음 만나는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가다듬는 데 공을 들이고, 그러는 동안 그들을 둘러싼 환경은 완전히 뒤바뀐다. 키숀은 이 과정을 그려 내며 쉴 새 없는 말장난을 곁들인다. 특히 유대교 관습을 비롯한 종교적 소재를 이용해 자아내는 웃음은 곱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교고쿠 나츠히코 <서루조당 파효> 

 

책방 소재, 무지 좋아한다.

교고쿠 나츠히코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된다. 

 

출판사 책소개

“당신은――어떤 책을 원하십니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종류의 서적이 담겨 있는 묘지.
변해가는 시대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
책이라는 묘석 밑에 잠들어 있는 영혼을 애도하기 위해 한 권의 책을 파는 책방. ‘서루조당’
누군가가 ‘탐서(探書)’를 위해 조당을 방문할 때, 한 권의 책은 허(虛)에서 참(眞)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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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부터 헬로라이프 스토리콜렉터 29
무라카미 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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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은 일본 소설을 접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일이었지만 오래 전에 일본 소설  붐이 처음으로 일어나던 때가 있었다. 90년대 즈음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 『상실의 시대』로 번역된 후였을 것이다. 하루키는 독자들 뿐 아니라 국내의 작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 하루키 붐에 일조했던 기억이 난다. 이때 하루키를 읽고 다른 소설들을 찾던 독자들에게 하루키 옆에 꽂혀 있던 비슷한 이름의 작가를 보고 이것도 한번 읽어 볼까 하고 집어 들었던 것이 대부분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였을 것이다. 무라카미 류. 그의 이야기를 읽은 사람이 보이는 반응은 두 가지다. 팬이 되든가, 책을 집어던지든가. 1976년에 데뷔했던 그의 신작을 읽는다.

노년의 이야기, 삶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 새로운 인연과 희망으로 다시 한 번 출발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 50대 여성이 이혼을 하고 결혼상담소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꿈꾸다 한참 어린 연하와 섹스를 하고 삶에 대한 희망을 느끼게 되는 「결혼상담소」. 정년퇴직을 하고 집에서 뒹굴거리며 자신에게 무관심한 남편 대신 애완견 ‘보비’라 이름붙이고 에게 사랑을 쏟지만 애완견이 병에 걸려 죽은 후 서먹했던 남편의 다정했던 속마음도 알게 되고, 보비 2세를 계획하는 「펫로스(pet loss)」. 다른 단편들 역시 노년의 불안감에 미래에 대한 희망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사람은 변한다. 천재적인 단편을 발표하던 작가가 종교로 귀의하는 경우도 있고, 하드록을 하던 뮤지션이 트로트를 부르는 것이 인간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언제나 놀라운 것이 사실이다. 『55세부터 헬로라이프』를 접하고 난 느낌은 놀라움을 넘어선 당혹감이었다. 무미건조하고 차갑게 변태적인 묘사를 보여줬던 그의 문장은 책 뒤편의 말처럼 온화함과 희망적인 묘사로 호소한다. 젊음의 욕망을 보여주던 그는 이제 노년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지금이 2015년이고 작가가 데뷔한 것이 1976년이라는 사실이 새삼 느껴진다. 어쩌면 난 과거의 무라카미 류만 기억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 인간은 변한다. 세월이 그만큼 흘렀으니 작가도 변한 것일까.

무라카미 하루키로 이야기를 시작했고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일본소설=하루키’라는 공식(지금은 미야베 미유키 정도려나)이 떠오르지만, 오히려 무라카미 류가 일본스러운 작가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과거 작품에서 보여줬던 청춘의 일탈, 욕망 등을 차갑고 무미건조하지만 솔직하게 드러냈고 이것이 바로 당시의 일본 젊은이들의 혼네(속마음)였다. 변태적인 묘사 때문에 꺼리는 독자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이런 염세적이고 자극적이지만 현실적인 부분이 당시의 일본 사회와 일본인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변화가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갔다. 버블 시절의 풍요로움을 몸으로 느꼈던 현재 일본의 노년 세대들은 지금의 일본의 현실은 천국에서 지옥에 떨어진 기분일 것이다. 무라카미 류는 여전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글을 쓰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해도 그는 자신들 세대의 이야기를 쓴다. 고통스러운 현실, 그래도 꿈을 꾸고 사는 작가 세대의 사람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작가의 이런 변화는 그다지 달가운 것은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여전한 이야기를 써 내는 것에 비해 이제 무라카미 류는 과거에 썼던 이야기 같은 것들은 접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것이 작가의 변화는 이해가 가지만 이것이 혹시 육체적인 나이의 변화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 서글플 따름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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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아이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9
나지브 마흐푸즈 지음, 배혜경 옮김 / 민음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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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종교인의 입장에서 보면 종교의 갈등처럼 우스우면서 한심스러운 것도 없다. 특히 서구와 중동간의 갈등이 더 그러한데 같은 뿌리를 둔 자식들이 타 지역에서 자라나 서로 다툼을 하고 있는 양상과 다른 것이 뭘까? 게다가 이 다툼은 타 종교에 대한 살육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아무리 종교의 이상과 논리를 들이밀어봐야 그들의 부모인 절대자 입장에선 가당키나 한 소리일까.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은 이미 종교가 아니라 범죄 집단일 따름이다. 게다가 사악한 인간들은 자신들의 파괴와 약탈과 살해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념에 따른 행동이라며 종교를 내세우는 짓을 서슴지 않고 있으니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이들부터 천벌을 내려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의 과격단체인 IS의 과격한 행동을 보고 있으면 종교의 말을 내뱉는 사탄의 모습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집트 출신의 나지브 마흐푸즈(Naguib Mahfouz)는 198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아랍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이 상이 제정된 이후 87년 만에 처음이었다고 하니 문학상 자체가 서구적 시각으로 반영된다는 것과 같은 해에 ‘알카에다’가 수립됐고, 살만 루슈디의 살해 위협 등의 사건이 발생한 터라 작가의 수상에는 정치적인 고려도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작품 『우리 동네 아이들』로 작가 역시 신성 모독 논란에 휩싸였고 실제 테러를 당해 오른손 신경손상을 겪기도 했다.

거친 사막 한 복판에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대저택을 소유하고 부유하게 살아가는 자발라위, 그는 자신의 재산을 관리할 후계자로 장남 이드리스를 제치고 막내아들인 아드함을 지목한다. 이드리스는 아버지의 결정해 반발해 집에서 쫓겨나고 악행을 저지르며 살아간다. 이드리스는  막내인 아드함을 꼬드겨 비밀유언장을 보게 하지만 아버지 자발라위에게 들키게 되고 아드함마저 사막의 한가운데로 쫓겨난다. 아드함은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하며 대저택의 삶을 평생 그리워했으나 결국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후 둘의 후손은 사막에 구역을 형성하고 살아가고 마을에는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나타난다. 자발라위는 자발과 리파아와 까심에게 피지배층의 지도자, 선지자의 역할을 주문하고 그들의 투쟁은 망각이라는 이름 아래 잊히고 또 잊히지만 계속된다.

『우리 동네 아이들』은 종교라는 주제를 알레고리 기법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알레고리란 ‘다른 것을 말하기(other speaking)’의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 알레고리아(allegoria)를 어원으로 인물, 행위, 배경 등이 일차적 의미(표면적 의미)와 이차적 의미(이면적 의미)를 모두 가지도록 고안된 이야기이다. 『우리 동네 아이들』의 등장인물들과 이야기들은 것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서와 코란의 선지자들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야훼인 자발라위와 에덴동산이기도 한 대저택, 그리고 대저택에서 추방당한 사탄인 이드리스, 사탄의 유혹에 빠진 아담인 아드함의 이야기다. 이후 선지자인 자발, 라피아, 까심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모세, 예수, 모함마드를 상징한다. 그리고 사막의 마을은 우리의 세계를 그대로 상징한다. 세계는 항상 갈등하고 폭력에 휩싸이며 매우 적은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텨 낸다. 자신의 집에서 절대 모습을 보이지 않는 자발라위처럼 신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이 창조한 세계의 악을 지켜보고만 있으며, 인간은 신의 말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왜곡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런 것처럼 앞으로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도 신은 그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사탄이 가득한 이 세상에 신은 왜 구원의 손길을 보내지 않을까?

 

밤이 지나면 낮이 되듯 불의는 반드시 사라져. 우리는 우리 동네에서 압제가 멸하고 기적과도 같은 날이 훤히 밝아 오는 것을 분명 보게 될 거야. (2권. 3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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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아시모프 <아자젤>

 

3월에는 눈에 들어오는 책들이 유난히 많았다.

그중에서 첫 번째, 아시모프의 책이지만 SF는 아니고, 작정하고 쓴 판타지 풍자 소설이라고 한다. 재밌겠다.

 

출판사 책소개

아시모프는 『아자젤』을 <웃기게 풍자할 생각으로> 썼으며, 만약 글의 성격이 너무 과하고 아시모프답지 않다고 느낀다면, 그건 <일부러 그렇게 썼기 때문>이라고 머리말에 밝혔다. 뭔가 다른 걸 원한다면 과감하게 <이 책을 사지 말라>고, <괜히 샀다가는 짜증만 날> 거라고까지 한다.

 

아자젤은 인간 여인과 결혼해 신의 분노를 사 하늘에서 쫓겨났다는 타락 천사이다. 조지는 아시모프와 종종 만나 식사를 하다가 스카치 앤 소다를 딱 넉 잔째 마셨을 때 습관처럼 아자젤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매번 처음 이야기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운을 떼면서, 아시모프가 조금이라도 알은척을 하면 <도대체 선생이 어디서 얘기를 들었는지 모르겠다>라며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한다. 조지는 다른 세계의 존재인 아자젤을 우리 세계로 불러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작 소원을 빈 당사자의 소원은 들어주지 않는다는 아자젤 때문에 매번 주변 사람 좋은 일만 시키려다가 오히려 된통 당하고 말지만. 그러면서도 항상 아시모프에게는 냉대와 괄시의 일관된 자세를 유지하면서, 헤어질 때는 꼭 계산서를 아시모프 몫으로 남겨 둔다.

 

레이먼드 카버 <풋내기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의 오리지널 버전.

레이먼드 카버에 대해 이야기하면 편집자 고든 리시의 악명 높은 가위질도 꼭 함께 거론된다. 고든 리시의 입김 없이 순수한 레이먼드 카버를 만날 수 있는 책.

 

출판사 책소개

『풋내기들』은 레이먼드 카버의 두번째 소설집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의 원본이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에 포함된 17편의 단편이 편집자의 손을 거치지 않은 상태의 오리지널 버전 그대로 실렸다. 1981년, 당시 크노프 출판사의 편집자였던 고든 리시는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편집 과정에서 카버의 원고를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일부 작품의 제목과 등장인물의 이름을 바꾸기도 하고, 거의 모든 단편의 엔딩을 바꾸거나 잘라냈으며, 분량의 70퍼센트 이상을 덜어낸 단편도 있었다. 편집된 원고를 받고 몹시 당황한 카버가 원래대로 되돌려줄 것을 부탁하며 괴로워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하지만 결국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고든 리시의 편집본으로 출간되었고, 카버는 언젠가 오리지널 버전의 원고로 책을 출간할 것을 다짐했다고 전해진다.

 

 

히라노 게이치로 <던>

 

새 소설이 번역되어 나오면 꼭 챙기는 일본 작가 중 한 명이다. 내용은... 복잡해 보인다.

 

출판사 책소개

이 년 반의 화성탐사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한 우주비행사가 겪는 혼란과 그 배경에 얽힌 가상의 사건들을 다루며, 과학적 근거와 과감한 상상력을 동원해 기발하고도 현실적인 미래상을 제시한 작품이다. 데뷔 이후 현대인의 정체성이라는 주제에 꾸준히 천착해온 작가는 ‘개인’의 개념이 점점 사라져가는 근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시공을 초월하는 인간 본연의 가치, 상실과 희망의 이야기를 완성해냈다. 이후 작품세계에 꾸준히 등장하는 ‘분인(分人, dividual)’ 사상의 본격적인 시발점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갈수록 모호해질 수밖에 없는 개인의 정체성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작가는 ‘분인주의’라는 새로운 사상을 내놓는다. 여러 개로 나눌 수 없는 고유의 개인이 실은 무수한 분인의 집합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상대와 상황에 따라 분인의 정체성이 달라진다는 이 개념은 작품 속 미래 세계에서는 이미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어 선거전에서 신구파의 대립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또한 폐쇄공간과 한정된 인간관계 속에서 고뇌와 갈등을 겪는 우주비행사들의 정신적 문제를 설명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히라노 게이치로 스스로 ‘제3기’ ‘분인주의 시리즈’라고 이름 붙인 전작 『결괴』와 『던』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짝을 이루는 작품이다.

 

 

오다 마사쿠니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

 

이런 소재라면 늘 환장한다.

이번에 선택한 책들 중 읽기에는 가장 재미있는 책일 듯.

 

출판사 책소개

‘진보적 지식인’이 아닌 ‘산보적 지식인’을 자처하는 정치학자 후카이 요지로의 외손자 히로시가 자신의 아들에게 외가의 비밀을 글로 남기는 형식을 취한다. 그 비밀이라 함은, 책에도 암수가 있어 그 사이에서 책이 태어난다는 것. 요지로는 그러니 책의 위치를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된다고 엄포를 놓지만, 히로시는 자꾸 책을 사들이는 애서가 할아버지가 눙치느라 하는 말이라 여기고 그 금기를 어겨버린다. 그러나 그 순간 듣도 보도 못한 책이 탄생하고, 늘쩡늘쩡한 농담 속에 감춰두었던 후카이가의 비밀이 드러난다. 이야기를 이어가며 작가는 현실과 환상을 능청스레 오간다. 할아버지 요지로의 최대 숙적이 실존하는 에도 시대 명의 오가타 고안의 딸의 손녀의 아들이요, 할머니 미키가 볼셰비키에 쫓겨 남사할린에서 일본까지 흘러들어온 잠정적 소련의 스파이에게 그림을 배웠다는 식이다. 피식 웃음을 주는 이런 설정에 더불어 묵직한 역사적 사건들까지 더해지고,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색해지면서, 한 애서가의 서가에서 시작된 이야기 속으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출판사 책소개보다 책 페이지에 '주간 편집 회의' 내용이 훨씬 재미있다.)

 

 

윌리엄 트레버 <윌리엄 트레버 - 그 시절의 연인들 외 22편>

 

현대문학에서 세계문학단편선으로 <윌리엄 트레버>가 나왔다!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만큼 책장이 잘 넘어가지는 않겠지만, 3월의 책 중 마음으로 가장 읽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 책소개

윌리엄 트레버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무수한 상을 꾸준히 받아 왔고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뉴요커》는 “영어로 단편소설을 쓰는, 생존해 있는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찬사를 보냈으며, 줌파 라히리는 “트레버의 작품에 견줄 만한 이야기를 단 한 편이라도 쓸 수 있다면 행복하게 죽겠노라고 생각했다”라고 존경을 표하는 등 1928년생인 이 아일랜드 출신 원로 작가는 전 세계 언론과 평론가, 문인들로부터 대단히 높이 평가받고 있다. 트레버는 단편을 “누군가의 삶 혹은 인간관계를 슬쩍 들여다보는 눈길”이라고 정의한다. 존 파울스가 “무시무시할 정도로 훌륭한 이야기. 나는 이 작품의 매 순간을 즐겼다”라고 평한 「그 시절의 연인들」을 비롯하여 이 단편선에는 23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트레버는 불행하고 사랑받지 못하고 자기기만에 빠진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 그들이 삶에 어울리지 못하는 데 대해 비난하거나 조롱하기보다 공감과 유머를 자아낸다. 그는 인간의 욕망과 연약함을 그리지만 감정의 과잉이나 치우침 없이 ‘이것이 인생이며 이것이 인간’임을 간결하게 이야기한다. 인물과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최소한의 단어만을 사용하여 여백에서 그들의 의식의 흐름을 읽어 내게 만드는 독특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며, 그의 정교하게 구축된 세계는 어느 작품에서나 동일한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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