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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올리는 네 남매의 편지
남인숙 지음 / 리즈앤북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그들의 슬픔과 허전함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지만... 그 애틋하고도 절절한 그리움을 십분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들 못지 않게 이 책을 읽으며 절로 차오르는 눈물을 닦아 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부모님을 여의고 괴롭고 힘든 삶을 살던 네 남매가 어느날 문득 아버지 어머니께서 손주의 숙제를 대신하셨던 만들기 모형을 보고서 예전의 따뜻하고도 기뻤던 기억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슬퍼하고만 있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 동화작가인 저자는 언니, 오빠에게 부탁하여 그 예뻤던 추억들을 편지로 달라고 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그 편지들을 하나로 묶어낸 것입니다.
아버지, 어머니라는 단어는 좋은 듯, 애틋한 듯 하면서도 한없이 슬픈 듯한 느낌도 줍니다. 어느 누구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데 그 평생을 결코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에서 오는 느낌은 아닐까 싶어요. 남과 남이 만나 하나가 되어도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어쩔 수 없는 작은 이기심들이 있는데... 하물며 형제 자매라 할지라도 무한정 퍼줄 수 있는 사랑이 있는 것이 아닌데... 이 분들은 그저 주시기만 합니다.
종교를 가지고 있어도, 멋지고 괜찮은 믿음직한 친구가 곁에 있어도.. 외롭고 힘이 들때 제일 먼저 나오는 말이 아버지, 어머니라는 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내가 절대적으로 믿고 찾는 사람은 부모님이라는 말이겠죠.
이 책은 저자가 알고 있으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부모님의 모습, 혹은 전혀 몰랐던 모습, 이제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 부모님의 생각과 모습들을 네 남매의 편지 속에서 발견하면서 부모님을 잃었다는 슬픔과 상처를 치유하게 되는 과정입니다.
어렸을 땐 부모님들께 종종 편지를 드리고 했었는데... 그러면서 기뻐하는 두 분의 모습에서 뿌듯함과 행복함을 느꼈는데.. 어느새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생활하고 있더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스레 두 분의 주름살을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나'만 생각하는 동안 두 분은 그런 '나'를 말없이 걱정하고 계셨구나.. 그래도 말씀 없으셨던 것 만큼 '나'를 믿고 계셨구나.. 라는 생각에 목이 아릿할 정도로 눈물이 차오릅니다.
오늘은 피곤한 모습을 버리고, 가식없이 환하게 웃으며 집에 들어가야겠습니다.
그런 저를 보시면서 두 분 역시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