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김선우 지음 / 미루나무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선물을 받은 책은 어쩐지 다른 책들보다 느리게 읽어가게 된다. 책 표지를 한번 쓰다듬게 되고 책장을 주루룩 넘기며 훑어 보고 그리고 긴 숨을 내뱉어 본다.

첫 장을 넘기는 그 순간이 그리도 엄숙할 수가 없다. 어떤 종류의 책이든 상관없이 누군가로부터 이어져 온 책은 그런 진지함을 담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마음이니까. 나에게 이어져 온 마음에 대한 예의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김선우님의 책은 그렇게 마음으로 건너왔다.

처음 표지를 봤을 때 설마 김선우님의 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안으로 안으로 들어갈 수록 역시 김선우님.. 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글이라도 억지스럽지 않다고 할까.
외로울 수밖에 없는 존재가 외로움을 품에 안고 자장가를 불러 주는 느낌이라고 할까.
고독한 존재에게서 비롯되는 깨어진 깊은 항아리의 어둠같은 느낌에 조근조근 잔잔한, 느릿한 자장가를 듣는 기분.
김선우님의 글 안에는 그런 백색 사발같은 야릇한 여유로움이 담겨져 있다.

사랑이라...
선우님이 그려내는 다양한 사랑이야기엔 알게 모르게 강한 감정들이 들어 있다.
뭐라고 할까. 음표가 그려진 악보를 보기만 하면 그저 음표들의 행진같이 2차원적인 편편함만 보이는데.
그 음표들을 음악으로 들으면 격동적인 음률이 강하게 들리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문체는 단정하고 또렷하게 그러면서도 잔잔하고 부드럽게 다가오는데 내용은 아니다라는 것.
강하고 위험하고 어지럽고 불편하며 외롭고 슬퍼 아프기까지하다.
혹은 진하게 따뜻하고 느리도록 여유롭고 실망스러울 정도로 아름답다.
그래서 눈을 떼지 못하고 마지막장까지 읽어 나가고 말았다.

이제 남은 작업 하나.
선우님의 글 속에 담겨 있던 시들을 따라가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과연 그들 글 속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그것이 미치도록 궁금해진다.

좋은 마음이 단정하게 내 곁으로 다가와 기분좋게 흘러갔다.
비오는 주말 저녁, 은근한 커피향만큼이나 은근한 책읽기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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