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달리기
장차현실 외 지음 / 길찾기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이어달리기'라는 제목이 참으로 정감있게 느껴졌다. 초록색의 표지 또한 제목과 함께 희망스러워 보이기에 바로 책읽기에 돌입했지만, 난 이어달리기라는 제목이 정말 마음에 안들어버렸다. 무엇을 이어달리자는 말인가. 성희롱을 겪는 일을? 성차별을 당하는 일을? 싱글맘이 되어 힘겹게 살아 가는 일을?

싫다. 차라리 책제목을 '매듭맺기'라고 해줬음 좋겠다.

 [이어달리기]는 조금 무거운  만화이야기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 중 이런 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작게는 손님 오셨을 때 차 준비 하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성희롱에 가까운 일까지... 무겁고 암울하지만 이것은 여성들이 겪는 현실인 것이다.  

얼마 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06 전세계 성격차보고서에서 한국은 전세계 115개국 중 9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중등교육부문에서는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지만 동일노동 임금평등부분에서는 105위를 차지했다는데, 동등한 중등교육을 받고서 남성과 같은 일을 했을 때 임금격차는 최악이라는 것이다. 

가부장제라는 우리나라의 현실 상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한 편 한 편,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끄덕여지는 고개의 횟수는 늘어나고 한숨은 늘어만 간다. 그렇다고 내가 남성, 여성 이렇게 편가르자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여성들 역시 남성으로 하여금 성차별을 느끼게 하지는 않을까? 무거운 짐이 있음 "이런 건 힘 센 남자들이 해야지 머합니까?" 라던가, 혹은 조금만 목소리 놓여지는 사건이 생기면 "빨리 와보세요, 무서운 사람이 나타났어요!"라며 남성들의 등을 밀어 붙이는 일은 하지 않았을까? 여성이 사소한 것에서 성차별을 느끼듯 남성들 또한 여성들이 당연하다, 사소한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성차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문흥미님이 그려 주신 <나는 사랑으로 달린다> 편에선 나도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지상의 스튜어디스라며 한동안 각광받았던 KTX 여승무원들의 노조사건을 기억하는가? 남성 KTX 승무원들은 모두 정규직이었던 반면, 여성 승무원들은 모두 비정규직으로 채용을 하였었다. 한 달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면서, 적은 임금으로 다른 업무까지 보는 동안 어떤 이는 유산도 하였단다. 정규직인 팀장은 땡 퇴근을 하면서 쉴 때는 모두 쉬면서 비정규직 여성 승무원들은 '하기 싫은 그만둬라'는 말이 무서워 휴무까지 반납한 채 일을 했다는 것이다. 과연 이것은 차별인가 아닌가?

여성은 사회에서 어떤 존재인 것일까? 아파도 아프다 말하지 못하고, 아기를 가졌어도 즐겁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언제든 감원대상 1순위에 놓여야 하고, 싱글파더는 격려 받아도 싱글맘은 경계와 눈총의 대상이 된다. 읽는 내내 내가 너무 비하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결론은 아니라는 것이다. 보고 듣고, 알게 된 사실들이 [이어달리기]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알려준다.

하루 빨리 변했음 좋겠다. 많은 이들의 의식이 변했음 좋겠고, 여성들도 일할 맛 나는 일터가 생겼음 좋겠다. 물론 지금도 점점 나아지고 있고 또 좋은 곳도 많다지만.. 역시 아직은 눈물나게 하는 곳이 많은게 사실이다. 여성들도 너무 기죽지 말고 하고 싶은 이야기 당당하게 하면서, 멋진 삶을 살았음 하는 소원이 생긴다. 성차별과  최저임금과 성희롱의 이어달리기가 아니라 이 모든 것들을 매듭 맺어 버리고 희망만이 이어가는 그런 사회가 되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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