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이름을 가진점 말고도 그들 두사람은 공통점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우선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낸점이 그렇고,문학 작품을 통해서 빈민가의 사람들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쏟은 점이 그런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성이 각각이듯이 작품을 떠난 실생활에서의 그들의 성격은 딴판이었다한다.

램이 정신분열증으로 자기 친모를 살해한 누이를 돌보면서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는 동안 글과 인간이 일치된 삶을 산 반면에,어린 나이에 구두약 공장에서 노동하면서 독학으로 성장한 디킨스는 훗날 문명을 떨치고 유족한 생활을 하게되자 동전을 구걸하는 빈민가의 어린이들을 지팡이로 쫓아버리곤 했다는 것이다.

램이 옳다면 디킨스가 그른것이고, 디킨스가 옳다면 램이 그르게 된다.가급적이면 나는 램의 편에 서고 싶었다.그러나 디킨스의 궁둥이를 걷어찰만큼 나는 떳떳한 기분일 수 없었다.

나도 그랬다.내 친구들도 그랬다.

부자는 경멸해도 괜찮은 것이지만 빈자는 절대로 미워해서는 안되는 대상이었다.당연히 그래야만 옳은것으로 알았다.

저 친구는 휴머니스트라고 남들이 나를 불러주는건 결코 우정에 금이 가는 대접이 아니었다.
우리는 우리정부가 베푸는 제반시혜가 사회의 밑바닥까지 고루 미치지 못함을 안타까워했다.우리는 거리에서 다방에서 또는 신문지상에서 이미 갈데까지 다 가버린 막다른 인생을 만날적마다 수단 방법을 안가리고 긁어모으느라고 지금쯤 빨갛게 돈독이 올라있을 재벌들의 눈을 후벼파는 말들로써 저들의 딱한 사정을 상쇄해 버리려했다.저들의 어려움을 마음으로 외면하지 않는 그것이 바로 배운 우리들의 의무이자 과제였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에 불과한 것이었다.자기자신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있는 것임을 나는 솔직히 자백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분노란 대개 신문이나 방송에서 발단된것이며 다방이나 술집탁자 위에서 들먹이다 끝내는 정도였다.나도 그랬다. 내 친구들도 그랬다.

껌팔이 애들을 물리치는 한 방법으로 주머니 속에 비상용 껌 한두개를 휴대하고 다니기도 하고,학생복차림으로 볼펜이나 신문을 파는 아이들을 한 목에 싸잡아 가짜 고학생이라고 단정해버리기도 했다.


우리는 소주를 마시면서 양주를 마실날을 꿈꾸고

수십통의 껌값을 팁으로 던지기도 하고,

버스를 타면서 택시합승을,

합승을 하면서는 자가용을 굴릴 날을 기약했다.


램의 가슴을 배반하는 디킨스의 머리는 매우 완강한 것이었다.우리의 눈과 귀와,우리의 입과 손발사이에 가로놓인 엄청난 괴리는 우리로서는 사실 어쩔수 없는 것이어서 도리어 나는 그 날 밤새껏 램의 궁둥이를 걷어차면서 잠을 온전히 설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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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란 말과 죽여달란 말은 정반대라고 하겠지만
어머니의 경우엔 그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비슷한 말이라고 보는 편이 가까울 것이다.
'죽여다오'는 '살려다오'보다 좀 더
고통이 절망적으로 발전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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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략)

..그러나 색은 어디에서 오는가?
색은 바깥 세계로부터 빛을 타고 침범해 오는 것이다.
그래서 색채란, 빛리 '혼탁한 곳'을 통과하면서 생성되는 것으로서,
혼탁한 곳이란
빛을 받으면 푸른색을 띠는 하늘의 공기일 수도 있고,
초록색이 되는 바닷물일 수도 있고,
무지개 빛을 발하는 프리즘의 앵글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일곱가지 색깔들은 빛이 지닌 일곱가지 고민으로,
더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어린시절에는 순진하고 단순했던
원래의 영혼이 혼탁해지는 일곱가지 큰 죄악으로 비유될 수가 있다.

이러한 괴테의 관점은 오늘날 사진 작가들에게서 볼 수 있는
색채 선택의 경향, 즉 흑백 사진 선호의 경향에 대해 단적인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중략)


..회색의 이미지가 그려내는 현실은,
흡사 신이 천지창조를 행하던퇴토의 일주일 동안
주무르던 우주의 그 순수한 상태 그대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회색의 이미지는 사물의 실체 그 자체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아마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실재의 색은 회색이기 때문에
회색 사진이 컬러 사진보다 더 실재에 가깝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는 그 자체가 무채색이다.
그림에서나 세계는 색채가 있다.
화가가 그림을 통해 사물에 색채를 입히고 있으며,
진짜 사물에 색채가 있다고 믿고 있다면
그것은 미술 전시회나 전람회에 너무 자주 다녔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영원히 색채를 보게 하는 안경'을 착용하게 됐던 것이다.

ㅡ미셸 투르니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110가지 개념] 中 '무채색과 유채색' 중 일부..


2.
어릿광대와 익살광대

처음에 백안(白顔)의 익살광대는 시골의 조그만 곡마장에서 출발하였다.
비단옷을 입고, 머리털에 분칠을 하고, 몹시 놀란 표정을 나타내기 위하여
이마 위로 눈썹을 높이 치켜올리고, 뾰족한 칠피 무도화를 신고,
활모양으로 휘어진 다리에 흰 스타킹을 신은 이 귀인(貴人)은
농부들을 현혹시켜 웃기고 감탄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사실은
익살광대가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만한 사람을 찾는 것은
바로 그 농부들 사이에서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가장 얼떨떨하고, 가장 얼굴이 붉고, 가장 우둔하게 생긴 사람을 선택하여,
조명이 밝은 곡마장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
곧 좌중은 그를 웃음거리로 만든다.

이렇게 하여 어릿광대는 태어났다.

홍안의 어릿광대는 백색분을 칠한 익살광대와는 정 반대이다.
불그스름한 얼굴, 진홍색 셀룰로이드로 만든 공으로 높여진 코,
놀란 눈, 엄청난 입, 너무 큰 구두때문에 부자연스런 걸음걸이,
이 모든 것은 놀라움과 웃음을 주지 위하여 어릿광대 자신이 만든 것이다.

홍안의 어릿광대는 차츰 흥행물 하나하나에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하여 홍안의 어릿광대는 인기스타가 되고,
백색분을 칠한 익살광대는 조연으로 격하된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곡마장 역사상 가장 훌륭한 어릿광대인 스위스의 그로크는
자신의 흥행물을 세련되게 만드는데 일생을 바친 결과,
상대역도 없이 두 시간 동안 혼자 흥행물을 상연하게 되었다.

익살광대와 어릿광대는 상반되는 웃음의 두가지 미학을 구현하고 있다.

백색분을 칠한 익살광대는
무례함, 야유, 우롱, 이중적인 의미를 갖는 말에 관심을 쏟는다.
그것은 이류의 예술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웃기고, 또 다른 어릿광대를 웃긴다.
그러나 그는 멀찍이 거리를 유지한 채 떨어져서 손끝하나 대지 않고
어릿광대를 발광하게 하여 웃음거리를 만들어 놓는다.

어릿광대가 망신을 당하는 것은 각본에 의한 것이다.
이때 어릿광대는
횡설수설과 별난 의상에
극도로 그로데스크한 흉내를 내며 톡톡히 망신을 당한다.
그는 점잖고 기지가 있을 권리도 없고, 동정을 받을 권리조차 없다.
그는 웃음을 자아내는 것을 직분으로 삼는데
이것은 오히려 웃음을 망칠 염려가 있다.

빙빙 돌아가는 가발, 울리는 판지로 된 머리, 거대한 가슴받이,
셀룰로이드로 장식된 소맷부리와 같은 것은 홍안의 어릿광대에게는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런 두 인물은 가변적이고, 미세하지만
가시적인 비율로 실제 삶 속에서 다시 발견된다.

한 인물은 가슴을 치며
자신의 성실성과 불행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을 사로잡는다.
그들은 감탄과 연민, 또는 멸시의 대상이 된다.
이것은 루소나 나폴레옹, 무솔리니와 같은 인물의 강한 편견이다.

그와 반대로 볼테르나 탈레랑과 같은 인물의 보수적인 편견은
자신을 위태롭게 만들지 않고,
주의를 살피며 재주를 부리고 싶어하며
자신의 자유나 재산 인격을 손상시키지 않고
득을 보고싶어하는 사람들,
즉 그 시대를 조소하는 증인들인 세련된 외교관들이나
빈틈없는 사람들을 만들어낸다.

(이하 생략)

인용:
내가 어릿광대로 분장을 하면,나도 멋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ㅡ안니 프라텔리니

 

ㅡ미셸 투르니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110가지 개념] 中 '어릿광대와 익살광대'중 일부.


3.
사랑과 우정

사랑과 우정을 비교해본다면 사랑이 우선이다. 열정적인 사랑 앞에서
친구관계는 가볍고 시들하며 진지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수천의 연극, 시, 소설, 작품의 덕을 보아왔다.
이에 비하면 우정은 얼마나 초라한가!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우정에 비하여 사라이 누리는 특권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사랑과 우정의 큰 차이 중 하나는
우정의 경우 상호성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당신에게 우정을 갖고 있지 않은 누군가에게 당신은 우정을 가질 수 없다.
즉 우정은 공유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정이 아니다.

반면에 사랑은 공유하지 못하는 짝사랑의 슬픔조차 포함하는 것이 아닐까.
불행한 사랑은 비극적 소설의 원동력이 된다.
시인은 노래하였다.
'나는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만약 동일한 대상과의 관계라면
그것은 행복일 것이다. 그러나 슬프도다.
동일한 대상과의 관계가 흔하지 않으니!'

사랑과 우정 사이에는 또 다른 차이가 있다.
그것은 존경심이 없는 우정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만약에 당신이 비열하다고 생각하는 행위를 치구가 저질렀다면,
그는 더 이상 당신의 친구가 아니다.
우정은 멸시에 의해 깨진다.

반면에 사랑의 열광은 사랑하는 존재의 어리석음,
비겁함, 비열함과 무관할 수 있다. 그저 무관하기만 할까?
때로는 이 모든 저열함을 양분으로 삼을 뿐 아니라,
사랑하는 상대방의 가장 나쁜 결점을 갈망하고 탐식하기도 한다.
사랑은 배설물을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양의 근대 문명은 과도하리만치 사랑에 기대를 걸어왔다.
어떻게 이런 일시적인 열병에 일생을 걸 수 있는가?

이미 라 브뤼에르는
'세월은 우정을 돈독하게 만들지만, 사랑은 약화시킨다.'고 하였다.

세월은 사랑을 방해한다.
과거에 결혼은 사회적, 종교적,물질적인 합치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면 이제 서로 사랑하는 일만 남는다.

오늘날 모든 사랑은 '첫눈에 반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고나면 언제나 이혼이 코앞에 있다.
성실성조차도 이런 일시적인 현기증에 좌우된다.

브리지트 바르도(Brigitte Bardot)는
'나는 한 남자를 사랑하는 동안에는 항상 그에게 충실하였다.'고 하였다.
또 쥘 로맹은 '사랑은 우정이 놓여질 자리를 향기롭게 할 뿐'이라고 하였다.


인용:
'더 할 나위없이 행복한 결혼은 함께 있음과 사랑의 조건들을 거부하고,
우정의 조건들을 반영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ㅡ몽테뉴

 

ㅡ미셸 투르니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110가지 개념] 中 '사랑과 우정'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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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가 뭐예요?" 하루는 토끼가 물어 보았습니다.
"뱃속에 윙~ 소리를 내는 것이 들어있고 손잡이가 달리는 거예요?"

"진짜란, 어떻게 만들어졌냐는 게 아니란다." 목마는 대답했습니다.
"그건, 생기는 일을 말한단다. 아이가 너를 그냥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니고,
너를 오래 오 래 사랑해주면, 진짜 사랑해주면,
그 때 비로소 너는 '진짜'가 되는 거야."

"아픈가요?"

"음... 때로는." 목마는 언제나 정직했습니다.
"하지만 진짜가 될 때는 아픈 것쯤은 상관 하지 않게 되지."

"태엽 감는 것처럼 한꺼번에 되나요, 아니면 조금씩 조금씩 되나요?"

"한꺼번에 되는 것은 아니란다. 점점 그렇게 되는 거야.
아주 오래 걸리지. 그래서 잘 부서지거나 끝이 뾰족하거나,
조심해서 보관해야 되는 장난감은 진짜가 되는 것이 힘들어.
대개가, 진짜가 될 때쯤에는 털은 온통 빠져있을 것이고,
눈알도 떨어져 나가고, 여기저기 쑤시고 누추해지게 되지.
하지만 다 상관없어. 왜냐하면 일단 진짜가 되면
그걸 모르 는 사람들한테 말고는 못생기게 보일 수가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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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반 모스주킨의 흐릿한 시선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읽어낼 수 없었다.
쿨레쇼프는 이반 모스주킨의 얼굴을 세 방향에서 클로즈 업 시켰다.

첫 방향은 테이블 구석에 놓인 접시가 보이는 구도에서였고

둘째 방향은 얼굴을 땅에 묻은 채 쓰러진 남자의 시체가 보이는 구도에서였으며

셋째 방향은 오만하면서도 음란한 자세로 소파에 비스듬히 기댄 반라의 여인이 보이는 구도에서였다.

....쿨레쇼프는 세 구도를 관객들에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보여주었다.
그런데 모두가 모스주킨의 뛰어난 연기력을 이구동성으로 칭찬했다.
'배고픔,고뇌,욕망이라는 감정을 경이적으로 표현해 낸 절정의 연기!'였다고"


-메를로퐁티(니콜 아브릴 '얼굴의 역사'에서 재인용)



2.

 
"우리는 스스로 고난의 길을 택하며
캔버스에 우리의 내면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누구도 그것을 강요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무슨 짓을 하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꽃다발을 더 사랑한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언제나 최악의 것을 선택하게 됩니다."

-피카소가 엘렌 파르믈렝에게 한 말(니콜 아브릴 '얼굴의 역사'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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