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부류의 인간들이 있다. 유년에서 장년으로 특별한 일이 없이 지냈지만, 장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면서 괴상해지고, 노년에서 죽음을 맞기까지는 더욱 기상천외하게 변해 소년들의 길을 막고, 소년들이 호흡하는 공기를 자신들이 다 마셔버리는 인간들 말이다.
-‘진화의 길‘ 중..
2.
그런데 냉소하는 사람들은 개혁을 반대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보수를 할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중략)..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일을 하고, 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소리를 내며, 열이 있으면 있는 만큼 빛을 내야 한다. 설령 그 빛이 반딧불만하다 할지라도 어둠 속에서 다소라도 빛을 뿌릴 수 있을 것이기에, 횃불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필요가 없다.
-‘얕은 못의 물이라도 바다를 본받을 수 있다.‘ 중..
3.
자유는 물론 돈으로 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돈에 팔릴 수는 있습니다.
-‘노라는 집을 나간 뒤 어떻게 되었는가?’ 중..
4.
혹시 자신을 믿을 만한 사람이 못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도리어 믿음직스러울지도 모른다. 청년들이 금 간판이나 내걸고 있는 지도자를 찾아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중략)..밀림을 만나면 밀림을 개척하고, 광야를 만나면 광야를 개간하고, 사막을 만나면 사막에 우물을 파라. 이미 가시덤불로 막힌 낡은 길을 찾아 무엇 할 것이며, 너절한 스승을 찾아 무엇 할 것인가!
-‘청년과 지도자’ 중..
5.
폭군의 신민들은 폭정이 남의 머리에 떨어지기만을 바라고, 그것을 보고 기뻐하며, 남의 참혹함을 자신의 오락으로 삼고, 남의 고통을 구경거리로 삼으면서 위안을 얻는다.
‘운 좋게 걸려들지 않는 것’만이 그의 유일한 능력이다.
-‘폭군의 신민‘ 중..
6.
노비는 걸핏하면 남에게 신세타령을 하곤 했다. 그럴 줄 밖에 몰랐고 그럴 수밖에 없기도 했다. 어느 날 그는 총명한 사람을 만났다.
“선생님!”그는 슬프게 말했다. 눈물 한 줄기가 금세 볼을 탔다.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사는 꼴이 말이 아닙니다. 밥은 하루 한끼 먹을까 하고, 그것도 수수 찌꺼기로, 개나 돼지도 거들떠보지 않는 것이지요....(중략)”....”거, 참으로 불쌍하군“ 총명한 사람은 안 됐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지요!”그는 기뻤다. “밤낮 일하느라 쉴 새가 없어요. 이른 아침에는 물을 길어야 하고,...(중략)”....“쯧쯧, 저런...” 총명한 사람은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 전 이렇게 살아갈 수 없습니다. 무슨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해요. 하지만 무슨 방법이 있을지...”
“내 보기에, 자네에게는 분명 좋은 날이 올 걸세”
“정말요? 그렇게만 된다면야. 어쨌든 이렇게 선생님께..(중략)...세상에 죽으란 법은 없다더니 말이에요”
(중략)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그는 또다시 불평을 하기 시작했고, 신세타령을 들어줄 상대를 찾았다.
“선생님!” 그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시다시피 제 집은 외양간만도 못하답니다. 주인은 저를 사람 취급도 안해요...(중략)”
“이런 멍청이!” 듣던 이가 버럭 소리를 질렀고, 그는 깜짝 놀랐다. 그 사람은 어리석은 자였다.
“선생님, 제가 사는 데는 다 쓰러진 오두막이고요,..(중략)...사방에 창문 하나 없고요...”
“주인한테 창문 내달라는 말도 못해?”
“어떻게 그러겠어요?”
“좋아! 나랑 같이 가 보자구!”
어리석은 자는 노비 집으로 갔다. 그리고는 이내 흙담을 허무는 것이었다.
“선생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그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자네한테 창문을 내주려는 게야”
“안돼요! 주인님께 혼납니다!”
“괜찮아!”그는 계속 벽을 허물었다.
“누구없어요? 강도가 집을 부숴요! 빨리요, 꾸물거리다가 벽에 구멍나게 생겼어요” 그는 울부짖으며 바닥에 데굴데굴 굴렀다.
노비들이 우르르 물려와 어리석은 자를 쫓아냈다.
(중략)
그날, 여러 사람들이 찾아와 그를 위로해 주었다. 그중에는 총명한 사람도 있었다.
“선생님, 이번에 제가 공을 세워 주인님께서 칭찬해 주셨지요. 선생님이 지난번에 그러셨죠, 분명 잘 될거라고요. 정말 선견지명이 있으십니다.” 그 노비는 꿈에 부푼 듯 유쾌하게 떠들었다.
“암,그렇고 말고” 총명한 사람은 덕택에 자신도 유쾌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총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자, 그리고 노비’ 중..
7.
선두를 다투려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꼴찌를 부끄러워하지 않을 용기도 없다...(중략)..나는 운동회를 보러 갈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우승자는 당연히 존경할 만하다. 그러나 뒤떨어졌으되 기거이 경승점까지 달려가는 주자와 그런 주자를 비웃지 않고 진지하게 보는 관객, 그들이야말로 중국 미래의 대들보이리라.
-‘선두와 꼴지’ 중...
8.
물론 현재에 불만일 수 있다. 하지만 뒤로 돌아갈 필요는 없다. 앞에도 길이 있기 때문이다.
-‘등불 아래서 쓰다’ 중..
9.
설사 쓰는 것이 대부분 가시 같은 것이라 하더라도, 글을 쓴다는 것은 얼마간 평화로운 마음을 필요로 한다.
(중략)
먹으로 쓴 것이 피로 쓴 사실을 가릴 수는 없다.
-‘꽃없는 장미’ 중..
10.
망각이라는 이름의 구세주가 강림하려 한다.
-‘류허쩐 군을 기념하며’ 중..
11.
쇼펜하우어의 수필집 <부업과 보충>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고슴도치들이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막으려고 한데 모인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의 가시에 찔려 아픔을 느끼고는 떨어진다..(중략)..사람들은 사교의 필요 때문에 한 곳에 모여 살고, 또한 각기 싫어한는 많은 성격과 흉한 결함 때문에 떨어져 산다. 그들이 마침내 발견한 것은 ‘거리’이다. 그들을 한 곳에 모이게 하는 중용의 거리가 바로 ‘예절’과 ‘상류사회의 풍습’이다. 이 거리를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영국에서는 이렇게 소리친다. “keep your distance" 그러나 이렇게 소리쳐도 그 효력은 고슴도치 간에나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왜냐하면 고슴도치들이 서로간의 거리를 지키는 것은 아프기 때문이지, 남이 소리를 쳐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슴도치들 사이에 가시가 없는 다른 것이 끼어 있다면 아무리 소리를 치더라도 그들은 비비고 들 것이다. (중략)..그러나 이는, 그대만이 가시가 없어 그들로 하여금 적당한 거리를 지키도록 하지 못한 탓이다.
-‘양과 고슴도치’ 중..
12.
사람들은 “출세도 하고 돈도 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둘은 결코 병렬적인 것이 아니다. 출세는 오직 돈벌기 위해서일 뿐이며, 돈을 벌기 위한 실마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료들은 현재 조정에 의지하고 있다 하여도 조정에 충성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공무원들은 관청에 의지하고 있다 하여도 결코 관청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나라님이 청렴하라, 명을 내려도 졸개들은 들은 시늉도 안하며, 오직 ‘은폐’로 답할 뿐이다.
-‘모래’ 중..
13.
사실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폴레옹이 전쟁에서 공을 세운 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으랴만 그래도 우리는 그의 영웅적 행동에 탄복해 마지않는다. 심지어 우리들 조상이 몽골 사람들에게 노예로 된 적이 있으면서도, 우리는 칭기즈 칸을 공경한다. 그리고 나치 입장에서 볼 때, 황인종은 하등 인종으로 떨어졌음에도 일부 사람들은 히틀러를 자랑으로 삼는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이들 세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살성(殺聖)들이기 때문이다.
(중략)..우리가 천연두라는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해주었다. 이처럼 종두법이 발명되고부터 이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구원받았는지 모른다. (중략)..그러나 우리들 가운데 종두를 발명한 제너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살인자는 세계를 파괴시키고, 구세자는 세계를 보수하고 있다.
-‘나폴레옹과 제너‘ 중..
14.
감각이 섬세하고 예민한 것은 마비된 것보다는 물론 발전한 것이다. 하지만 생명이 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한계 내에서 그렇다. 생명이 진화하는 데 관계가 없거나 심지어 장애가 된다면 그것은 진화 속의 병태적인 것이어서 머지 않아 사라질 것이다. ‘여유로운 복’을 누리고 ‘가을날의 사색’을 누리는 고상한 사람과 누더기 옷을 입고 거친 음식을 먹는 천한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누가 살아나갈 수 있는지는 결국 분명해진다. 그래서 차를 마시고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좋은 차를 몰라보고, 가을날의 사색이 없어도 그것도 괜찮다고.
-‘차를 마시며’ 중..
15.
죄를 심문할 때 그들은 이게 아니라면 또 다른 것을 찾아낼 것입니다. 세상사라는 것이 흔히 죄를 심문하기 전에 미리 죄가 정해져 있고 그런 뒤에 구체적인 죄상(보통 10가지)을 수집하는 것입니다.
-‘미래를 지나치게 밝게 본 잘못’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