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마법의 사중주 클리나멘 총서 1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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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뭐길래..'하는 생각을 안해본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이 책은 돈이 뭔지, 화폐가 어떻게 해서 탄생했는지 설명하고 있다.

 

번역본 이외에 국내 저자가 이렇게 화폐론에 대해 직접 책을 쓴 것은 잘은 모르지만 분명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흔한 주제가 아닌만큼 감을 잡기도 어려운데, 책의 두께도 두껍고 다루고 있는 내용의 깊이 또한 얕지 않다. 그런데도 생각한 것보다는 신기하리만큼 술술 잘 읽혔다. 저자의 글솜씨 탓일까?

 

언뜻 보면 정말 말 그대로 화폐가 어떻게 오늘날의 '화폐'가 되었는지 객관적으로 보여준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자가 연구공간 수유+너머 출신이라는 것, 맑스에 대한 한계나 비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주제 자체(화폐의 존재에 의문을 던지고 그것을 파헤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친자본주의적 발상은 아니다.)를 볼 때 저자가 전하고싶은 메시지는 분명 '화폐의 탄생에 대한 고고학적 고찰'만은 아니다.

 

부로서의 화폐, 상품으로서의 화폐, 명령,권위로서의 화폐, 관계로서의 화폐..저자는 화폐가 무엇인지 알기위해 네가지 시각을 제시한다. 시장, 국가, 사회, 과학. 각각을 화폐와 관련해서 화폐거래네트워크, 화폐주권, 화폐공동체, 화폐론이라고 부른다. 시장이나 국가, 사회의 형성과정을 화폐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은 생각보다 흥미롭다. 화폐론의 경우는 화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를 추적한다.

책의 구성에도 정성을 많이 들였다. 마법의 사중주를 듣기 전에 인트로에서 대강의 개념을 잡아주고 있다.(사실 이건 일정 수준을 갖춘 책이라면 응당 있어야 할 것이다.) 고마운 것은 아웃트로이다. 마법의 사중주를 듣고 나서 혼란스러운 머리를 짧은 쳅터 하나로 정리(?)해주고 있다. 엄청난 후주와 각주도 저자의 노력을 짐작케 한다.

 

책을 읽으며 기호학 수업을 자주 떠올렸다. 이 책을 토대로 화폐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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