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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사 - 전3권 - 한홍구 역사이야기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대학에 가면 반드시 현대사 수업을 들어보라고 하셨던 고등학교 국사선생님의 말씀이 꽤나 머리에 남아서인지, 현대사에 너무 무지한 자신에게 영양을 좀 공급하고자 전부터 마음을 먹고 있었고 그러던 차에 나에게 온 책은 이 책이었다. 도서관에서 검색을 해도 세 권 중에 하나는 항상 대출중인 것을 보며 나는 '아, 정말 인기가 많군.소문대로 재밌나보네'했다. 방학즈음에 기하여 세권이 우연히 동시에 있었고 나는 1권은 일반대출, 2,3권은 장기대출까지 해가며 빌려왔다.
1권부터 3권까지 근 5일동안 다 읽었다. 이게 6월에 읽은 책의 권 수를 늘리려는 나의 천박한 의도였는지, 아니면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는 친구의 말처럼 나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둘 다 조금씩 작용했으리라.
나는 이 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한홍구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봤고, 이 글이 한겨레21에 연재하는 글을 모아놓은 것이라는 것도 몰랐다. 오히려 내가 기대한 것은 있었던 사실을 '시간 순서대로'(내게는 현대사의 기초적인 순서를 잡는게 필요했다.)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면에서는 전혀 내 기대를 벗어났다. 현대사의 순서는 전혀 상관없이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쓴 글을 읽는 것은 정말 말 그대로 '시사주간지'를 읽는 기분이었다.
1권을 읽을 때는 정말 재미있었다. 옮겨적고 싶은 부분이 정말 많았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현대사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2권을 읽었을 때도 재밌었다. 그런데 읽어가면서 1권에서 나왔던 표현이 또 나오고 1권에서 다루었던 주제가 또 나오는 것을 보고(이건 3권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연재되는 글이라지만 '입심좋은 글쓰기'라는 글이 이렇게 식상해서야..) 약간 루즈해지기 시작했다. 3권을 읽으면서는 결론에 이르렀다. 세권의 책 중에 아무거나 먼저 읽어도 상관없는 책이었다는. 그리고 역사에 굉장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한권, 조금 더 관심이 있다면(나는 지금 대학생들만을 대상으로 말하는게 아니다) 두권 정도만 읽어도 이 사람이 하고싶은 말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있다고. 그리고 그것은 '편향을 거부하는 눈'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상적 지표에서 무엇이라 나누면 좋을까, 그래 한겨레와 조선일보라 하자. 책 자체가 한겨레에서 나왔고 한겨레 쪽에 선 사람들을 '우리'로 보는데 편향된 시각이 아니라고? (어차피 이 표현도 '광고'일 뿐이지만.)
글솜씨도 1권을 읽으면서는 역시 소문대로구나했다. 우리 현대사가 워낙 웃기지도 않았던 일이 많아서인지 킥킥 웃었던 부분이 꽤나 있었다. 이건 3권까지도 그랬다.
연재 글이라는 성격상, 그리고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전에 다뤘던 주제와 관련될 때, 그때 썼던 표현을 또 쓸 수는 있다. (사실 읽는 사람들에게 그 부분은 스킵되기 일쑤지만) 하지만 세련되지 못한 비유와 은유들은 약간 억지스러운 구석과 함께 '적절하지 못한' 느낌까지 들게 했다.
짧은 기간 동안 가볍지 않은 방대한 정보를 머리에 넣다보니 그에 대한 반발심리가 있었나보다. 역사라는 것이 워낙 쓰는 사람의 사관이라는 것이 반영된 분야이기 마련이고, 또 읽는 사람도 그것은 감안하고 읽어야 하지만 조금은 감정적인 이런 성격의 글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