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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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호텔의 유령>"이것은 소설이다. 소설에 불과하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스쳐 지나친 이 문장은 소설을 읽고 나서 "이것은 너와 나, 우리의 이야기. , 삶에 관한 이야기다."라는 문장으로 바뀌었다. 삶은 예측 불가능한 정글과도 같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우리가 삶에 대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는 것?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시각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악의와 원한에 대한 두려움이 상존하는 <대불호텔의 유령>의 등장인물들과 다를 바 없다. 정글은 인간의 인식의 영역을 넘어서는 거대한 세계이자 인간을 구속하고 제약하는 현실이다. 인간은 삶과 죽음을 모두 포용하고 있는 정글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저마다의 가치를 찾아 헤매는 운명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안정된 삶을 원하지만 결코 각자가 추구하는 안심 (安心)에 이르지 못한 채 힘겹게 삶을 이어가는 대불호텔의 인물들처럼 말이다.

 


<대불호텔의 유령>3부로 구성된 액자식 소설이다. 1부는 유년시절에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악의에 노출되어 고통스러워하는 소설가 가 화자가 되어 과거 대불호텔에 얽힌 이야기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2부는 소설가인 1950년대 인천 대불호텔에서 일어난 미스테리한 일들을 박지운에게 전해 듣고, 그 당시 인물인 지영현의 시각으로 사건을 재구성해낸 것이다. 3부는 다시 현재로 돌아와 소설가인 와 주변인물들이 각자가 가진 진실의 단면을 통해 그 시절 대불호텔에서 벌어진 일들의 실체에 대해 접근해가는 이야기다. 액자식 구성이지만 1부와 3부는 단순히 테두리 이야기로서만 기능하고 있지 않는다. 1부는 이야기의 서두를 깔면서 2부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기괴한 이야기의 힘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고, 3부는 흩어져 있는 진실의 조각들을 껴 맞추며 2부의 이야기를 새롭게 조망한다.

 


이야기에 힘을 불어넣는 또 하나는 이야기의 일정부분이 실존하는 역사적 사실과 장소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불호텔은 실존했던 한국 최초의 서양식 호텔이고, 호텔에서 중식당으로 또 월세집으로 변해갔던 것도 역사적 사실이다. 또한, 등장인물도 실제 기록에 근거하고 있다. 작가는 실제 역사적 사실과 상상을 통해 구현한 허구를 하나의 이야기로 뒤섞어 놓았다. 이렇게 실존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한 무대장치 위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화자들은 혼돈을 가속화시킨다. 소설가인 는 기억의 잔상과 착오로 인한 사례를 늘어놓으며 자신으로부터 발화된 이야기는 자신이 겪은 일이라고 그 자신도 확신할 수 없다고 고백한다. 또한, 2부의 이야기는 사실여부는 차치하고 어디까지가 박지운의 직접 체험이고 어디까지가 전해들은 것인지 또한, ’의 자의적 해석이 반영된 부분은 어디까지인지 조차 불분명하다. 이러한 무대장치와 이야기 전개방식은 대불호텔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한층 더 괴기스럽고 신비롭게 만든다.

 


인생을 살아가는 간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씩 퇴보하고 소멸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 죽음을 예정하고 있는 유한한 존재라는 것과 그러한 운명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하는 것은 존재와 소멸의 문제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악의원한이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삶의 우연성을 상징한다면 나는 내 배의 선장이라는 표현은 삶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와 의지를 상징한다. “너 때문에. 그것 때문에.” 우리는 이 말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게 될까? 아니면 이 말을 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삶을 살게 될까?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그토록 도달하고자 했던, 불분명한 진실의 경계를 너머 존재하는 한조각의 진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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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9-10 18: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잭와일드 2021-09-10 21:4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오랜만이라 더 기쁘네요^^

이하라 2021-09-10 1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잭와일드 2021-09-10 21:41   좋아요 0 | URL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금요일 저녁 되세요^^

초딩 2021-09-11 14: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잭와일드 2021-09-11 14:15   좋아요 0 | URL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09-11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잭와일드 2021-09-12 09: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