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가 되기 전에 깨서
4시에 새벽 산책 나갔다가 들어옴. 며칠 전만 해도 4시 20분이면 밝아지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오늘 4시 40분이 넘어도 컴컴했다. 하지. 하지를 지나고 나면. 1년의 365일이 쇠털처럼 많아 보여도 실은 그 각각의 날들이 매우 큰 것이다, 하루가 다른 걸 보면. 이런 생각을 진지하게 하면서. 그러니:
Make each day matter.
(어떻게?)
걸으면서 Entitled Opinions 최근 에피 들음. 잉가 피어슨이 게스트, Frankenstein이 주제.
잉가 피어슨은 뉴욕대에서 이탈리아문학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고 스탠포드의 신입생 인문학 프로그램에서 강사로 일했다 (이런 거... 그런 거 알면 뭐하나일 것들을 EO 애청자라서 모를 수 없다). 몇 년 전 이미 게스트였던 적이 있는데 그 때 주제는 시몬 베유. 베유를 알았던 이들이 그녀를 "붉은 처녀 red virgin" 혹은 "치마를 입은 정언명령 categorical imperative in skirt"이라 불렀다고 말해주던 에피. 정언명령이고 치마를 입어야겠다. 결심하게 만들던.
어제 수업에서, 첫 시간엔 세계언어로서의 영어, 이게 주제였다.
친구와 이태원에 갔을 때, 영어를 아주 잘하는 친구가 외국인 친구와 영어로 대화하는 걸 보면서,
그 전까지 영어공부에 관심이 없다가 그 때 영어는 자유를 준다는 생각을 했다는 얘길 한 학생에게서 들음. "꼭 소통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영역에서도 자유를 주지 않나" 완전히 정확하진 않겠지만 거의 저와 같은 표현을 쓰면서. 또, 미드 Game of Thrones 보면서 영어는 "멋있게" 말할 수 있는 언어란 걸 실감하기도 했다고. (*"정신의 영역에서 자유" 이런 말은, 그런 말이 수업에서 나왔다면 그 자체로 기록해 둘 가치가 있다. 미래의 어떤 날 뜻밖의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서).
한국어로, Entitled Opinions 호스트와 게스트처럼 대화하는 경우를 본 적이, 혹은 들은 적이 있나?
지배를 하지도 지배를 받지도 않겠다는 태도. (태도가 맞는 말인가? 그보단, 결단? 욕망? 심성? 인성? 감수성?) 하여간, 지배하겠다는 욕구도 지배당하겠다는 욕구도 없이 살아감. 이것이, 서른 다섯 넘은 인간에게선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곳인 이 곳. ㅋㅋㅋ;;;;; 있다면 희귀, 외산 식물같은 것이라서일 이 곳. 그렇게 살아가려면, 살고 싶다면 고립을 택해야 하는 이 곳에서, Entitled Opinions 호스트와 게스트처럼 대화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그건 기적에 속할 일.
여하튼 이 프로그램이 내겐 자유의 체험. 혹은 자유의 체험의 체험. 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인데,
아니 이게 무슨 정말 2016년에 이래도 되냐는 반발이 일기도 한다. 자유의 체험. 혹은 자유의 체험의 체험. 이 정도는 한국산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세월이 이 정도 지났으면? 지금이 무슨 70년대임?
"내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 Economic possibilities for our grandchildren.
어제 수업 둘째시간엔 케인스의 이 글에서 출발한 토론을 했다. 여기서도 좋은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그건 건너뛰고,
우리 손자 세대의 정신적 가능성...... ㅋㅋㅋ;;;; (겸연쩍은 웃음, 불필요한 웃음을 남용하는 것 같긴 한데, 이 대목은 쓰자마자 실제로 현웃;;;) 하여간 우리 손자세대라면 당연히 할 수 있어야 할 일로, Entitled Opinions 같은 토크쇼 진행. 이런 걸 생각하게 하는 이 곳의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