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책 구입은 중단 상태인데 

마지막으로 주문한 게 이것(포함 몇 권)이고 

곧 배송 예정이다. 


슬로터다이크가 이 책에서 이미지 가져와서 논의하는 대목들이 그의 책들에 몇 군데 있다. 

전쟁 같은 3월을 보내고 나니, 슬로터다이크 읽던 1월, 2월이 한 3년 전쯤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어디서 뭘 봤나도 기억이 안 나고 

무슨 책이 집에 있나도 모르겠고 

지금 페이퍼에서도 인용을 하나 해야 하는데 

한참 헤맴. 뭘 인용하려고 했었나로도 헤매고

그게 어디 있었나로도 헤매고. 그게 있긴 있었나로도 헤매고. 


그러니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이 안나더라도 (안남) 

읽으면서 감탄했다는 기억이 선명한 정도라면 충분히, 슬로터다이크가 이 책을 아주 잘 활용하고 있었다고 

확신해도 될 것이다. 


흐으. 


금연하겠다고 애써 본 흡연자라면 다 해본 결심, 담배를 사면서 "이것만 피우고 안 피운다" 

"이걸 피우는 동안 --를 끝내고 그리고 피우지 않는다" 이 결심 수천번 했을 것인데 

(1년은 365일이고 1000일은 3년도 되지 않음을 감안하면) 


결심과 함께 산 두 갑이 지금 옆에 있다. 

........... 조용히, 요란스럽지 않게, 끊읍시다. 


두 갑이나 남아 있으니 

불안하지 않게 피우러 나갔다 올 수 있다. 두 갑 + 2,3 개피. 

두 갑 + 2,3 개피 - 1개피 = 동요 없음. 


불안 없이 나갔다 와서 다음 할 일을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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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러 나가면서 자주 마주치는 이웃 할머니가 있다. 

오늘 새벽에도 마주쳤는데, (새벽에 운동 다니심), 오늘은 특별히 더 간곡히 호소하셨다. 


끊어. 

아이고. 

죽기살기로 독하게 마음먹고 끊어. 

여기 담배 긇게 못 끊고 피다가 뇌경색 와서 식물인간된 사람 있어. 

남편도 못알아봐. 애들도 있어. 

마흔 몇에 젊은 나이에 그르케 됐어.

세브란스 가서 그르게 됐어. 


술은 한 잔 하면 약이지. 

그건 다 독이야. 내가 해봐서 알아. 





불우한 세월이 꾸준히 흐르는 와중에도 

"담배만 끊으면 완벽하다" 같은 생각을 자주 진심으로 했었다. 

읽고 싶은 책들이 쌓여 있고 써야 할 글들도 쌓여 있으니, 담배만 끊으면 완벽하다. 

새벽엔 산책하고 오후엔 목욕하면 개운하게 잘 수 있으니, 담배만 끊으면 완벽하다. 

..................... 


너무 쉬운 완벽. 

그런데 가장 쉽지는 않. 

하튼. 이것에도 실패하면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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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선 숨만 쉬어도 내 무덤 파는 삽질이었어. 

며칠 전 이런 문장이 어쩌다 떠오르고 나서,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해보았다. 

digging one's own grave. 뭐가 나오나 보자. 


그러고 건진 뜻밖의 소득 하나가 저것이다. Scrubs에서 엘리엇이 제무덤 파는 장면. 


여기 서재에도 

지난 세월 동안 많이 썼다. Scrubs가 얼마나, 어떤 걸작인가. 

엘리엇이 제무덤 파는 장면, 실제 어떤 스토리였나는 잘 기억 나지 않지만 

걸작에 걸맞는 장면이었을 것임은 분명하다 확신하면서 다시 한번 이게 얼마나, 어떤 걸작인가 찬탄하는 심정이 되었다.

미국 욕하지 마라. 너는 이렇게 개인의 (그게 누구든의) 지옥을 똑바로 본 적이 있느냐. 

하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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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유튜브에서 아기들 동영상도 보게 되었다. 

백송이tv, 아직 200일도 안된 아기인데 귀여움. 보기를 멈출 수 없음.  

위 영상 아가도 귀엽다. 토실토실 동그란 얼굴도 귀엽고 

판다 업고 있는 ; ㅎㅎㅎ 자기가 업겠다고 했을지, 어른이 업혀줬을지 상상하게 되고. 


어른도 화들짝 놀라 자빠지게 크게 소리쳐서 

댓글에서 뭐라하는 사람들 많다. 이 소리친 사람(아버지인지 삼촌인지), 아기한테 

크게 잘못한 거 같긴 하다. 내가 그럴 수 있다면 야단치고 싶어진다.  


그런데 너무 귀여워서 

자꾸 보게 됨. 머리 핀도 귀엽고 책상 다리(가 안되지만)도 귀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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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4-06 0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귀엽귀엽
그런데. ‘이놈‘할때 판다도 같이 놀랜 것 같은데요 ㅎㅎ

몰리 2021-04-06 06:32   좋아요 1 | URL
고사리손 손가락 다 펴고 잡으려고 하다가 화들짝. 어른들 다 웃고;
애는 정말 경기했을 거 같은데 말이에요. 애기가 인형 업고 있는 거 너무 귀엽죠.
왜 애기는 귀여운가....!

han22598 2021-04-06 06:48   좋아요 1 | URL
사람은 귀여운 사람이 따로 있는데, 아가는 그냥 다 귀여운것 같아요 ㅋㅋ 전 오래전부터 베붸 홀릭!!!!

라로 2021-04-06 0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깜딱이야!! 저는 댓글 달려고 하다가 듣고 넘 놀랐어요. 저렇게 이쁜 애에게(라면서 사실 저도 제 아이들 어릴 적에 저런 적이 있;;;) 그러면 안되는데 너무 귀여워서. 음 과거의 저를 반성합니다. 🙄🥺

몰리 2021-04-06 08:07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 보고선, 으아아아 내가 바로 이렇게 어른들에 의해 훼손됐었지 (진심),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이거 평생 갑니다..... 였다가 그런데 계속 반복 재생하다보니 애기의 귀여움만 남게 됐어요. 여자아이들은 앞머리에 핀 꽂았는데 뒷머리 일부는 묶기도 하는 것도 귀엽습니다. 애기들은 옷도 귀엽고.. ㅎㅎ
 

















슬로터다이크의 이 책에 크리스토폴 성인(Saint Christopher)에 대한 긴 논의가 있다. 

아틀라스 신화와 비교하면서, 아틀라스는 비정한 세계에 (세계의 힘에) 맞서는 궁극적으로 무력한 영웅, 크리스토폴은 신성과 인간성을 연결하는, 그 연결을 구현하는 영웅. 대강 이런 방향 논의. 크리스토폴은 여행자의 수호성인, 대강 이렇게만 알고 있다가 슬로터다이크가 하는 얘기들 보면서 감탄했었다. 그러다가 분도 출판사에서 성지순례 책자 구입하면서 사이트 검색하다 보니 이런 것이 있다. 






이태리 수입 성물. 크리스토폴 (*이렇게 표기하나 보았다) 성인 자석!  

여행자의 수호 성인이므로 차에 많이 부착하나 보았다. 나는 냉장고에 ;;;; 붙여두기 위해 구입. 

슬로터다이크의 책 읽지 않았다면 전혀 관심 없었을 것이다. 슬로터다이크가 하던 말들 보면서, 심오하고 매혹적이다 감탄한 다음 이런 성물이 있는 걸 보니 오 이건 사야해. 





이건 아직 사지 않았는데, 베네딕도 성인 촛대. 

이사한 집에서 책상 옆에 이어둘 테이블, 그 테이블 끄트머리에 이 촛대를 놓고 

밤에 수시로 초를 켠 다음 보고 있으면, 저절로 명상이 될 거 같다. 


슬로터다이크는 종교가 수행했던 면역적 힘을 매혹적이고 심오하게 말한다. 

그 자신은 무신론자고 종교가 주는 면역력은 진지하게는 추구할 수 없는 것이다 쪽이긴 하다. After God 아마 이 책에 실린 어느 글에서 약간 신경질적으로 "Newer Testament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New Testament가 복음이 될 수 있을 거 같니?" 기독교를 제대로, 완전히, 떠나야 함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든 말든. ; 나는 성인들의 전설, 성인들의 삶이 주는 영감, 힘, 정화력 등을 

소극적으로 찾기로 했다. 냉장고 자석과 촛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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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3-31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스러움과 에너지는 바로 곁에 있는거죠!

몰리 2021-04-01 02:30   좋아요 0 | URL
아 정말 그래요!
이 주제로 뭔가 논문을 ;;;;; 써야 할 거 같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