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배신 - 믿음이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는가?
마이클 맥과이어 지음, 정은아 옮김 / 페퍼민트(숨비소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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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이를 먹다 보니, 아는 사람이 많이 생기고 다양한 분야의 친구도 가지게 되었다. 학교 동창부터 직장동료 그리고 동호회 친구까지

그들과는 공감대와 취미,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도 상당히 있지만 서로 활동 분야와 경험, 직종이 다른 만큼 생각도 제각각이고 종교도 마찬가지다. 재미있는 건 어떤 그룹의 사람들을 만나느냐에 따라 모임의 장소, 먹는 음식, 대화 내용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나의 평가도 그들의 색깔만큼 다른데, 보수적이다, 편협하다. 지나치게 종교적이다, 너무 개방적이다. 와 같은 평들이 그들에 대해 느끼고 있는 나의 생각들이다 

그렇다면 나는 대체 무슨 기준을 가지고 이런 평을 내렸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전율이 왔다.

이것은 내가 나를 아주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그런 판단을 할 만한 훌륭한 잣대의 소유자라는 착각에서 나온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친구들에게 내가 읽은 책, 영화 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며 그 영화와 책이 얼마나 괜찮은지 설파하고 보기와 읽기를 권유하고 내가 가보았던 여행지도 꼭 가봐야 한다고 선전하곤 한다. 이런 강요 역시, 내가 좋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며 아름다운 것을 보아낼 눈을 가졌다는 믿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와 정반대의 정치 성향을 가진 친구가 있다.

나의 정치 성향이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지만 늘 그 친구와 부딪친다. 그리고 그 친구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종교가 다른 친구에게 종교를 바꾸라고 슬쩍 이야기하기도 한다. TV에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정치인의 얼굴이 보일 때는 채널을 돌린다. 말할 것도 없이 인터넷에서 댓글을 읽을 때도 편향되게 내가 좋아하는 글만 읽고 공감을 누르기도 한다. 이런 자신의 믿음을 관철하는 이야기는 수없이 열거할 수 있다.

내가 침을 튀기며 감동을 전했던 인도 여행기를 듣고 인도를 다녀온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친구가 돌아와서 하는 말은 한 마디로 대 실망’. 그리고 그에 대한 나의 반응은 네가 선택한 여행사가 나빴어였다. 이 무슨 해괴한 반응이었단 말인가. 친구의 입장과 시각을 완전 무시한, 결국 친구의 반응에 대한 응답이 아니라 나의 믿음만을 강조한 일방통행이 아니었는지.

이런 믿음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그 해답에 대한 갈증이 이 책으로 인해 제법 해소될 수 있었다. 바로 마이클 맥과이어의 <believing>, 번역서 제목은 <믿음의 배신>이다.

마이클 맥과이어는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대학의 정신의학 및 행동학부 명예 교수로 인간의 믿음이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는지를 알고 싶어 연구를 시작했다. 그의 연구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하는 생태 관찰 실험에서 인간의 뇌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고 그 결과물이 이 책이다.

 

저자는 뇌의 특성을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독자가 믿음의 근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연구 사례를 이용하여 대화형식으로 쉽고 재미있게 알려준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16, 믿음이 어떻게 당신을 지배하는가?’에서 다음과 같이 결론을 지었다.

<우리는 선천적으로 믿음을 지니도록 태어났다.

뇌는 믿음을 지닐 준비가 되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을 과대평가한다.

믿음이라는 것은 기쁨과 보상, 자신이 옳다는 생각과 연관되어 있다.

뇌는 간극을 줄이려는 성향을 지닌다.

뇌는 믿음의 발전과 영구적인 보존을 용이하게 하는 수많은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간극만으로 믿음의 강도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믿는 대로 본다.

감정에 따라 무엇을 믿을지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믿음은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줄여준다.

믿음은 뇌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준다.

 

다시 말해 우리는 믿음을 생성하고 그 믿음을 어떻게든 지키려하는 성향을 타고 났으며 이 성향이 의식보다 한발 앞서는 것이다.>

위의 결론 중 인간은 자신이 믿는 대로 본다.”에 대한 그의 주장을 옮겨보면

214쪽

<강력한 믿음은 오래전부터 다뤄온 주제다. 1620년 프랜시스 베이컨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지성은 일단 어떤 생각을 받아들이고 나면 그 생각을 뒷받침하고 차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끌어 모으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받아들인 생각과 반대되는 중요한 사례들이 더 많이 발견된다고 해도 이를 무시하거나, 경멸을 보내거나, 한쪽으로 치워버리면서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이 이미 내린 결론의 권위가 이러한 치명적인 것들로 침해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중략>

그래서 인간은 자신의 믿음을 입증해 주는 증거가 가끔은 상상으로 만들어 질 때가 있다. 또한 인간은 즐거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믿음을 갈망한다.

<중략>

다시 말해 일단 어떤 믿음이 만들어지면 스스로 권위를 획득하게 되며 이 믿음을 오래도록 이어가기 위해 우리 뇌가 정보를 은밀히 조직한다.

자신이 믿는 대로 보는 경향은 이 책의 또 다른 핵심 주제와도 일치한다.

우리의 뇌는 친숙한 절차와 믿음으로 구성된 문제해결 세트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모델과 견본 형식으로 일종의 믿음의 서재를 구성해서 이를 통해 정보를 처리하고 설명한다는 것이다.

<중략>

이 서재에 있는 모델의 일부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고 일부는 배운 것이며, 일부는 증거를 기반으로 하고 일부는 상상의 산물이다. 사람들이 이러한 모델의 형태를 의식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사실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리고 인간의 믿는 대로 보는 경향 때문에 믿음이 갈수록 번성한다는 우려의 글을 옮겨보면

312

<우리는 자신이 열린 마음에 사려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길 좋아한다. 가끔 그럴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는 순간들도 많다. 종교, 정치 도덕, 가족, 소수민족, 심미학적 관점, 이웃 , 스포츠계의 영웅, 과학, 정치와 정치인, 이상한 행동과 욕망, 지역정부와 중앙정부, 국제기구, 토지이용, 배우자, 부모, 자녀, 애완동물 등 수많은 대상에 대해 서로 다른 믿음들을 살펴보면 열린 생각과 사려를 찾아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경험 및 지식의 종류와 깊이는 사람마다, 장소마다, 뇌마다 차이를 보인다. 이 때문에 매우 다양한 믿음과 간극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이다. 이를 벗어날 방법은 없다. 비타협적인 믿음들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론은 매우 암울하다.

인간의 믿음에 대한 근사한 믿음을 계속 간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훌륭한 답변이 그 속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산다는 것이 순조롭기만 하지 않다. 그런 정도의 인식은 사춘기만 되어도 어렴풋이 알아채기 시작한다. 그러니 이미 인생의 반을 지나온 나 같은 사람들에겐 사무치는 진실이기도 하다.

최근에도 가까운 친구와 불화를 겪으며, 자신과 친구를 탓하고, 자책하고 괴로워하고, 힐링 도서를 찾아 읽으며 위안을 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걘 어떻게 그렇게 생겨 먹었어?” 하는 의문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번개에 맞은 것 같은 느낌으로 답을 얻었다.

이 책을 다 읽어갈 즈음.

불화는, 친구와 나, 두 사람 모두의 문제였다는 것.

각기 다른 비타협적인 믿음을 형성한.

<믿음의 배신>은 내가 만든 믿음이 과학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이타적이지도 않다는, 과학적 증거를 제공해 주었다.

<손자병법>에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나를 알려면 나를 구성한 근본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의미에서 <믿음의 배신>을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에게도 권유하고 싶다. 개인의 믿음에 대한 실체를 이해하는 것도 자신을 아는 중요한 방법의 하나임이 분명해 보인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자기계발서, 심리관련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어보는 것이 자신을, 더 나아가 인간을 이해하는 더 단단한 초석을 마련하는 길이 될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믿음또한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란 것을 알기에 매우 조심스럽긴 하지만.

믿음의 배신을 통해 나를 분석한 것

1. 나의 믿음은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뇌의 작용,

2. 나의 믿음은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강화되고 고착되어 객관적이지도 완전하지도 않다는 것.

3. 내가 내린 결정은 2번의 완전치 못한 믿음을 기반으로하기 때문에 결정하기 전에 의심을 하라는 것

4. 모든 인간은 자기 믿음을 굳건하게 지키고, 믿는 대로 보기 때문에 잘 바꾸지 못한다. 그러므로  타인의 믿음과 부딪쳤을 때 감정을 앞세우기 보다는 객관적으로 판단하도록 노력하고 상대의 믿음의 자유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것

5. 토론을 할 때 내가 좋아하는 언어가 아니라 타인의 믿음을 설득할 수 있는 객관적 언어로 해야 하므로 내가 싫어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해하는 노력을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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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삶 1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시공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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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열기도 전에 설레었다.

책의 표지엔 꾸려진 여행 가방이 열려진 문 앞에 놓여있다.

이 책은 나를 어떤 곳으로 데려갈까.

 

자유’, 가슴이 두근거린다.

자유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남에게 구속을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뜻에 따라 행동하는 것.’

그럼, 자유롭다는 것은?

문득 수영장이 떠올랐다. 물속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수영을 해야 한다.

수영을 하기 위해서는 물을 자신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두렵지 않다. 두려움이 없어야 자유롭게 뜰 수 있고, 깊이 잠수할 수도 있고, 물을 들여다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물 속의 자유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물에 기대어 사는 환경에 태어나 물에서 보내는 것이 일상이 아닌 다음에야 인간은 물에 대한 적응 연습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에겐 상당한 노력 후에나 얻어지는 자유, 특히 나같이 물이 무서운 사람에겐 결코 만만하지 않은 자유다.

 

하진의 <자유로운 삶>은 자유의 상징, 미국에 온 중국인의 생활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 난우는 미국에서 대학교 석사과정을 마친 유학생이다. 그는 미국에서 학위를 따고 중국으로 돌아가 대학 강단에 서는 꿈을 가진 중국인이다. 그러나 중국의 톈안먼 사태를 목격한 이후 가족과 함께 미국에 남기로 결심한다.

자유의 땅 미국!

하지만 은 그곳에서 자신이 얼마나 이방인 인가를 깨닫게 되고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한 길고 긴 여정의 길을 걷게 된다.

이 부딪히고 힘들게 겪는 것들은, 그 곳 원주민에겐 아주 사소한 것들.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영어를 완벽하게 익히기 위해 영어사전을 포켓에 넣어 다니지만 종종 알아먹지 못할 언어로 곤란을 겪고, 법률적인 것은 도움을 받아야 했다. 중국인인 이 중국인으로서 써왔던 언어, 지식, 경험은 새롭게 주어진 미국 땅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다시피 한다. 그래서 좌절도 했지만 결코 쓰러지지 않고 가족과 함께 미국에 정착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해 나간다.

 

1,2권에 걸친 <자유로운 삶>12년간의 미국 정착기다.

그리고 작가 하진의 힘은 세밀함에 있다.

1000장이 넘는 소설에는 주인공 외에 여러 명의 중국인과 미국인이 등장한다. 그 등장 인물들의 성공담과 실패담도 자세하게 그려진다. 물론 그들의 성공과 실패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판단하기 위해서라 아니라, 주인공 이 조국이 아닌 미국에서 자유롭게 되기까지의 사고방식,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철학, 사랑에 대한 정의를 그들의 사고방식과 비교하기 위해서였다고 보여진다.

 

의 철학이 곧 작가 하진의 철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은 책임을 다한다.

소설의 큰 흐름 중 하나는 아내 핑핑과의 관계이다.

이 첫사랑 실패 후 결혼을 위한 결혼을 하게 되는데, 그 상대가 핑핑이다. ‘은 첫사랑 베이나 수를 늘 마음에 그리면서 결혼 생활을 한다. ‘의 마음에 들어있는 첫사랑 때문에 핑핑은 늘 불안하다.

그런 가운데, ‘은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꿈을 뒤로 미루고 온갖 일을 거친 후 비로소 식당을 개업하고 요리사로 정착한다.

 

은 자신이 처한 위치를 객관적으로 이해할 줄 안다.

글 속에서, 일부의 다른 중국 이민자들은 자신이 살겠다고 선택한 미국에 맞추어 적응하려하지 않고 미국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만 가지려하거나, 차별에 대한 반발로 감정에만 치우친 애국을 떠들며 중국식으로 생활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은 냉철한 양립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은 시인이 되고 싶어 하지만 시를 쓰는 것은 순수한 창작활동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예술을 통해 부를 이루는 것에 타협하지 않는다.

 

은 살아가면서 부딪혀 오는 고난에 대응하고 적응하고 개선할 줄 아는, 어른다운 어른이다.

그는 결국 자신의 곁에서 단단히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아내 핑핑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인물인가를 깨닫는다.

 

***

 

나는 개인적으로 또 다른 주인공 핑핑이 좋다.

그녀는 자신이 만들어 가는 가족이라는 우주에 흔들림이 없다. 남편이 흔들리고 있어도 자신의 방식으로 남편을 사랑한다. 남편 이 생계를 책임 졌다고 하지만 핑핑도 그저 삶에 숟가락만 얹고 살아간 것은 아니다. 미국식 교육을 받아야 하는 아들과 생계의 무거운 짐 때문에 다른 것을 돌아볼 수 없는 사이에서 아들의 공부를 도우고 식당일을 도왔다.

이 시에 대한 열망 때문에 식당을 비울 일이 생길 때에도 의 열망을 격려하고 기꺼이 그녀의 어깨에 얹히는 짐을 떠안아 결국 이 시인이 될 수 있도록 도운다.

 

긴 책을 끝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도 이민자였다.

<자유로운 삶>은 그만큼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작가 하진은 장황하게, 직접적이고 설명조로 이민의 어려움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주인공 과 친구들의 생활을 소재로 그들의 대화 또는 사건을 통해 이민자의 어려움을 그린다. 이야기는 잔잔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타인의 생활을 엿보는 재미로 책을 잡으면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들의 성공과 실패를 보면서 생각해본다.

나에게 새로운 세계라는 파도가 닥쳐온다면 나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파도를 넘어 갈까.

부모를 통해 부여 받은 조국 대한민국, 언어, 피부 색깔, 자연환경에 대한 적응력... 그저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자유롭게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 이런 나에게 새로운 세계가 주어진다면 나는 과연 어떤 자세로 새로움에 대응을 하게 될까.

 

<자유로운 삶>, 아니 작가 하진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

원주민들이여!

니가 가진 것은 태어나면서 주어진 것이지 위대한 것이 아니니, 이민자들에 대한 이해를 넓혀라. 네가 가진 것이 자랑이 아니듯이 이민자들의 부적응 또한 굴욕이 아니다. 너 또한 다른 곳에선 이민자와 같나니, 그 때는 너의 자랑이 곧 굴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민자들이여!

새로운 세계에선 고국에서 가져온 가치를 버려라.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처럼 새롭게 하나하나 배워 나가라. 나의 잣대로 새로운 세계를 저울질 하지 말고 새로운 세계의 저울에 나의 가치를 계량하려 하지 말라.

그리고, 조국과 이민국을 있는 그대로 두고 보라. 둘은 내가 살고 있고, 인류가 살고 있어서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 있는 곳이니

 

책의 에필로그에 시인이 된 의 시 옮긴다.

 

                 ‘찬사

 

그래, 칭찬이라-그런 사람을 생각해보자.

고통 속에 있음에도 아직도 행복을

자신의 타고난 권리로 생각하는 사람.

장갑을 어디 뒀는지 헛되어 찾다가

손이 없는 사람들을 기억하는 사람.

자기 자신을 쳐다보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신들한테

인상을 찌푸리지 않는 사람.

시합에 졌지만, 자기를 방금 이긴 사람에게

인사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번잡한 거리에서도, 먼 언덕에 있는 새들의

노랫소리를 듣는 사람.

많은 사람들과 섞일 수 있어도

그들의 소란스러움에 당황하지 않는 사람.

나라를 사랑하지만 그것이 아내와 자식들에 대한

사랑을 압도하지 못하는 사람.

재앙과 승리를 똑같이 받아들이고

어느 쪽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

리무진을 운송 수단으로 생각하고

궁전을 거주지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

고관과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도

신선한 공기를 마시러 문밖으로

나가는 걸 머뭇거리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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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브리오 기담 이즈미 로안 시리즈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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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야마시로 아사코

주인공 : 이즈미 로안

             미미히코

먼저 작가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작가는 <실종 홀리데이>, <어두움 속에 기다림> 등을 쓴 작가 오츠이치이다.

이번엔 야마시로 아사코란 필명으로 <엠브리오 기담>을 집필했다.

그의 필력의 한계는 어딜까?

그는 확실히 탁월한 이야기 꾼이다.

 

오츠이치의 소설은 선악이 존재한다. 선과 악을 적절히 이용하여 글을 쓰지만 마무리는 대개

 선한 쪽으로 결말을 맺는다. 내가 본 소설에서는....

 

<엠브리오 기담>도 재미난 이야기로 책을 들면 놓을 수 없다.

주인공인 이즈미 로안은 여행 안내서를 만드는 작가로 약점이라면 여행길에서 자주 길을 잃는다. 하지만 잘못 찾아든 길에서 기담이 만들어진다.

또 한사람의 주인공은 여행 동반자인 미미히코’. ‘이즈미 로안의 짐꾼이자 친구로 로안이 길을 잃을 때 기담의 주인공이 되어 산전수전을 겪는다.

<엠브리오 기담>의 이야기에는 9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기담이라고 하지만 오츠이치이야기답게 훈훈함이 깔려 있다.

 7편 <지옥>편은 광기를 가진 가족들이 보여주는 인간의 광기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살아서 체험하는 지옥을 만든다. 그 지옥에서도 광기를 가진 가족들이 보여주는 가족애는 비웃고 싶지만 긍정하게 된다.

최근 일어나는 범죄에는 가족도 목적으로 보고 일어나는 사건들이 있으니까....

 

또 1 번째 이야기 이자, 책 제목인 <엠브리오 기담>에서는 엠브리오가 뜻하는 태아의 이야기로, 누군가 낙태시키는 태아는 누군가에겐 간절히 기다리는 아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 낙태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하는 주제를 담고 있다.

 

마지막 9<“, 가요소년이 말했다.>이즈미 로안의 비밀이 일부 들어 있다. 어느 마을의 소작인 출신 며느리가 지주 집안으로 시집을 갔는데, 시집 식구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이야기다. 구박과 멸시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며느리 앞에 어느 날 4차원의 경로를 통해 소년 이즈미 로안이 나타난다. 이유 없는 학대에 시달리는 며느리는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저항도 못하고. 희망도 없이 살아간다. 이때 그녀에게 내미는 손 ....가슴이 따뜻해 진다.

 

기담이란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상야릇한 것 중에는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것도 포함될 것이다.

보이지 않으면  믿지 않는가?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타지에서 생활을 할 때 사랑하는 이들이 보이지 않지만 그들을 떠 올리기만 해도 힘을 얻는다. 혹 사랑하는 이가 죽어 영혼이 되었다고, 그 사람의 따스한 느낌이 사라지겠는가?

언제나 가까이 있는 듯 보내오는 그 따스함. 그것이 산자의 것이던, ‘죽은 자의 것이던 나에게 보내는 지지일 것이다. 그러므로 보이지 않는다고 없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엠브리오 기담> 이야기에는 실존하는 현실의 세계와 영혼의 세계가 있다.

오츠이치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이야기 할 때는 안 보인다고 함부로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우리도 행동을 할 때도, 말을 할 때도 세상 만물에게 나쁘지 않게, 가슴 아프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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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바라타 아시아클래식 4
R. K. 나라얀 엮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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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대서사시를 읽었다.

 

유럽 중심의 세계사를 가르치는 우리 교육 덕분에 그리스, 로마 신화,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출판된 책도 예외는 아니어서 유럽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책은 다양하지만, 그 나머지 지역의 문화에 대한 책은 만나기가 어려워, 문화의 편식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편식은 유럽문화에 대한 열등감도 생기게 만들었다.

 

인도를 여행하기 전에 내 머리 속의 인도는 기껏 타지마할만을 가진 가난한 나라였다.

그러다 인도여행에서 만난 사원, 아름다운 고성 등의 건축물들이 나를 충격에 빠뜨렸다. 인도가 얼마나 문화적으로 번성했던 나라인지, 그들의 역사와 정신이 얼마나 깊은지, 그것은 그리스, 로마 문화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가는 곳마다 만나게 되는 사원, 이름을 외울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신, 그리고 신을 경배하는 수많은 인파.

 

인도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감탄이 뒤섞여 있던 가운데 <마하바라타>를 읽을 기회가 생겼다.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 아시아 출판사가 펴낸 <마하바라타>는 영어로 글을 쓰는 최초의 인도인 문학가 나라얀이 펴낸 원본의 영어 축약본이다.

 

축약본에 대한 설명은 <옮긴이의 말>을 인용해 설명에 대신한다.

 

축약본이기 때문에 원작의 감흥을 느끼기에는 미흡한 점이 없지 않지만 <마하바라타>를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는 유용함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이 책을 안내서 삼아, < 마하바라타>의 무궁한 세계로 떠나는 여행에 동참하시기 바랍니다.” 

 

<마하바라타>는 쿠루족의 카우라바형제와 그 사촌인 판다바형제들의 갈등과 전쟁이야기가 축을 이룬다. 축약본이긴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그대로 있어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두 사촌 형제간의 갈등이 긴장을 만들고, 긴장 때문에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갈등 사이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 그 인물들을 통해 교훈도 얻는다.

 

판다바 형제 중의 한사람인 아르주나는 많은 무기를 다루는데 그의 무기 이야기는 마치 게임 아이템 같다. 당연히 아바타의 카메룬 감독이 영화로 만들 꿈을 꿀만하다. 하지만 영화를 즐기는 정도지 만드는 꿈을 꾸어본 적이 없는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요소는 <마하바라타> 속에 등장하는 지혜로운 말들이었다.

<마하바라타>는 단순히 전쟁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살아감에 중요시 여겨야 할 가치를 알려준다.

 

<마하바라타>는 인도인을 가르치는 교훈서라고 한다. 인도인이라면 누구나 경전에 대해 알고 서사시에 등장하는 인물을 외우고 있다 한다.

287, < 옮긴이의 말>을 인용하면.

인도인들에게 <마하바라타>는 문화적 유산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사적. 실존적 자부심의 거울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말한다. ‘<마하바라타>에 있는 것은 이 세상에도 있고 <마하바라타>에 없는 것은 이 세상에도 없다.’

 

인도는 넓은 영토에 12억이 넘는 인구, 그 속에 인도아리아족, 드라비디아족, 몽고족이외에도 다양한 소수민족 그리고 여러가지 언어가 사용되는 다양성의 총화 같은 나라이다. 이런 다양성 속에서 인도인을 하나로 묶어주는 영혼의 매개체 역할을 했던 것이 <마하바라타>같은 서사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인도하면 떠오르는 비폭력, 무저항의 상징 간디라는 인물도 당연히 <마하바라타>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위대한 영혼, 간디 때문인지, < 마하바라타>에 대한 감동이 자꾸만 깊어지고 감동은 문화 편식에 대한 반성으로 치닫더니, 급기야 <마하바라타>를 문화 편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를 접할 기회를 주기 위한 책으로 추천해주고 싶은 욕망으로 변한다. 특히 아직 특정한 사회, 문화에 경직되어 있지 않을 중,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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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 별을 보다
조정희 지음 / BG북갤러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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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생활을 하며 타인과의 교류에서

단절을 느끼고

때로는 상처받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못난 나 자신을 탓하고

용기도 잃기도 하고

받지도 못하는 사랑을 갈구하기도 하고......

 

어릴 적 영화를 보고

영화 속에 그려진 남녀간의 사랑에 대해

친구들과 사랑에 대한 토론을 할때 

나도 그런 사랑을 받고 하고 살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그런 때는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고  

자기 위안까지 하면서 ..

애써 나 자신을 위치를 다시  잡곤한다.

 

이책 첫장 위기의 순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환영이 보이는 부분을 읽으면서

가끔 꿈에서 보이는 부모님이

내옆에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모란 어떤 존재 인가?

두말 할 것도 없이

생각만으로 눈물이 났다.

 

나를

아무런 평가 없이

존재 만으로

귀하게 생각하는

나의 든든한 지지자들

부모님을 통해 세상에 왔다는 이 한가지 만으로

부모님께 누린 모든 특권들

이런 완벽한 사랑을 받은

내가

무엇때문에 그리 나를 들 볶았는지....

 

이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 아버지의 이야기와 부모님이 겹쳐 지나갔다.

 

잊고 지냈던, 기억하지 못했던 부모님을 끈을

다시 잡고 부모님과 인연을 이은 이세상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 따뜻한 곳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 고마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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