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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삶 1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시공사 / 2014년 4월
평점 :
첫
장을 열기도 전에 설레었다.
책의
표지엔 꾸려진 여행 가방이 열려진 문 앞에 놓여있다.
이
책은 나를 어떤 곳으로 데려갈까.
‘자유’,
가슴이
두근거린다.
‘자유’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남에게
구속을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뜻에 따라 행동하는 것.’
그럼,
자유롭다는
것은?
문득 수영장이
떠올랐다.
물속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수영을 해야 한다.
수영을 하기 위해서는 물을 자신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두렵지 않다.
두려움이
없어야 자유롭게 뜰 수 있고,
깊이
잠수할 수도 있고,
물을
들여다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물 속의 자유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물에
기대어 사는 환경에 태어나 물에서 보내는 것이 일상이 아닌 다음에야 인간은 물에 대한 적응 연습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에겐 상당한 노력 후에나 얻어지는 자유,
특히
나같이 물이 무서운 사람에겐 결코 만만하지 않은 자유다.
하진의
<자유로운
삶>은
자유의 상징,
미국에
온 중국인의 생활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
‘난우’는
미국에서 대학교 석사과정을 마친 유학생이다.
그는
미국에서 학위를 따고 중국으로 돌아가 대학 강단에 서는 꿈을 가진 중국인이다.
그러나
중국의 톈안먼 사태를 목격한 이후 가족과 함께 미국에 남기로 결심한다.
자유의
땅 미국!
하지만
‘난’은
그곳에서 자신이 얼마나 이방인 인가를 깨닫게 되고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한 길고 긴 여정의 길을 걷게 된다.
‘난’이
부딪히고 힘들게 겪는 것들은,
그
곳 원주민에겐 아주 사소한 것들.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영어를 완벽하게 익히기 위해 영어사전을 포켓에 넣어 다니지만 종종 알아먹지 못할 언어로 곤란을 겪고,
법률적인
것은 도움을 받아야 했다.
중국인인
‘난’이
중국인으로서 써왔던 언어,
지식,
경험은
새롭게 주어진 미국 땅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다시피 한다.
그래서
좌절도 했지만 결코 쓰러지지 않고 가족과 함께 미국에 정착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해
나간다.
1,2권에
걸친 <자유로운
삶>은
‘난’의
12년간의
미국 정착기다.
그리고
작가 ‘하진’의
힘은 세밀함에 있다.
1000장이
넘는 소설에는 주인공 ‘난’
외에
여러 명의 중국인과 미국인이 등장한다.
그
등장 인물들의 성공담과 실패담도 자세하게 그려진다.
물론
그들의 성공과 실패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판단하기 위해서라 아니라,
주인공
‘난’이
조국이 아닌 미국에서 자유롭게 되기까지의 사고방식,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철학,
사랑에
대한 정의를 그들의 사고방식과 비교하기 위해서였다고 보여진다.
‘난’의
철학이 곧 작가 ‘하진’의
철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난’은
책임을 다한다.
소설의
큰 흐름 중 하나는 아내 ‘핑핑’과의
관계이다.
‘난’이
첫사랑 실패 후 결혼을 위한 결혼을 하게 되는데,
그
상대가 ‘핑핑’이다.
‘난’은
첫사랑 ‘베이나
수’를
늘 마음에 그리면서 결혼 생활을 한다.
‘난’의
마음에 들어있는 첫사랑 때문에 ‘핑핑’은
늘 불안하다.
그런
가운데,
‘난’은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꿈을 뒤로 미루고 온갖 일을 거친 후 비로소 식당을 개업하고 요리사로 정착한다.
‘난’은
자신이 처한 위치를 객관적으로 이해할 줄 안다.
글
속에서,
일부의
다른 중국 이민자들은 자신이 살겠다고 선택한 미국에 맞추어 적응하려하지 않고 미국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만 가지려하거나,
차별에
대한 반발로 감정에만 치우친 ‘애국’을
떠들며 중국식으로 생활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난’은
냉철한 양립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난’은
시인이 되고 싶어 하지만 시를 쓰는 것은 순수한 창작활동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예술을 통해 부를 이루는 것에 타협하지
않는다.
‘난’은
살아가면서 부딪혀 오는 고난에 대응하고 적응하고 개선할 줄 아는,
어른다운
어른이다.
그는
결국 자신의 곁에서 단단히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아내 ‘핑핑’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인물인가를 깨닫는다.
***
나는
개인적으로 또 다른 주인공 ‘핑핑’이
좋다.
그녀는
자신이 만들어 가는 가족이라는 우주에 흔들림이 없다.
남편이
흔들리고 있어도 자신의 방식으로 남편을 사랑한다.
남편
‘난’이
생계를 책임 졌다고 하지만 ‘핑핑’도
그저 삶에 숟가락만 얹고 살아간 것은 아니다.
미국식
교육을 받아야 하는 아들과 생계의 무거운 짐 때문에 다른 것을 돌아볼 수 없는 ‘난’사이에서
아들의 공부를 도우고 식당일을 도왔다.
‘난’이
시에 대한 열망 때문에 식당을 비울 일이 생길 때에도 ‘난’의
열망을 격려하고 기꺼이 그녀의 어깨에 얹히는 짐을 떠안아 결국 ‘난’이
시인이 될 수 있도록 도운다.
긴
책을 끝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도 이민자였다.
<자유로운
삶>은
그만큼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작가
‘하진’은
장황하게,
직접적이고
설명조로 이민의 어려움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주인공
‘난’과
친구들의 생활을 소재로 그들의 대화 또는 사건을 통해 이민자의 어려움을 그린다.
이야기는
잔잔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타인의 생활을 엿보는 재미로 책을 잡으면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들의
성공과 실패를 보면서 생각해본다.
나에게
새로운 세계라는 파도가 닥쳐온다면 나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파도를 넘어 갈까.
부모를
통해 부여 받은 조국 대한민국,
언어,
피부
색깔,
자연환경에
대한 적응력...
그저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자유롭게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
이런
나에게 새로운 세계가 주어진다면 나는 과연 어떤 자세로 새로움에 대응을 하게 될까.
<자유로운
삶>은,
아니
작가 하진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
원주민들이여!
니가
가진 것은 태어나면서 주어진 것이지 위대한 것이 아니니,
이민자들에
대한 이해를 넓혀라.
네가
가진 것이 자랑이 아니듯이 이민자들의 부적응 또한 굴욕이 아니다.
너
또한 다른 곳에선 이민자와 같나니,
그
때는 너의 자랑이 곧 굴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민자들이여!
새로운
세계에선 고국에서 가져온 가치를 버려라.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처럼 새롭게 하나하나 배워 나가라.
나의
잣대로 새로운 세계를 저울질 하지 말고 새로운 세계의 저울에 나의 가치를 계량하려 하지 말라.
그리고,
조국과
이민국을 있는 그대로 두고 보라.
둘은
내가 살고 있고,
인류가
살고 있어서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 있는 곳이니.
책의 에필로그에 시인이 된
‘난’의
시 옮긴다.
‘찬사’
그래,
칭찬이라-그런
사람을 생각해보자.
고통 속에 있음에도 아직도 행복을
자신의 타고난 권리로 생각하는
사람.
장갑을 어디 뒀는지 헛되어 찾다가
손이 없는 사람들을 기억하는
사람.
자기 자신을 쳐다보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신들한테
인상을 찌푸리지 않는
사람.
시합에
졌지만,
자기를
방금 이긴 사람에게
인사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번잡한
거리에서도,
먼
언덕에 있는 새들의
노랫소리를 듣는
사람.
많은 사람들과 섞일 수 있어도
그들의 소란스러움에 당황하지 않는
사람.
나라를 사랑하지만 그것이 아내와 자식들에 대한
사랑을 압도하지 못하는
사람.
재앙과 승리를 똑같이 받아들이고
어느 쪽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
리무진을 운송 수단으로 생각하고
궁전을 거주지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
고관과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도
신선한 공기를 마시러 문밖으로
나가는 걸 머뭇거리지 않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