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고생을 해보신 적이 없지요?

p 23

어른들이 간혹 말씀하시던 그 고생을, 나는 해본 적이 없다. 엄청 부자인 것은 아니었지만 부모님은 정성껏 나와 동생을 키워주셨고, 물질적으로 뭔가 크게 부족하다 여겨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큰 욕심 없이 이럭저럭 살아왔다 생각했는데, 그것이 이리도 큰 일이었구나. 누군가는 오만가지 감정을 담아 뱉었을 그 말.

그 말이, 한겨울을 지나 봄의 한가운데 있는 내 마음을 차갑게 훑고 지나가는 것 같아 순간 몸이 떨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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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길들이기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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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전형적인 이탈리아식 희극 중 하나인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사냥에서 돌아온 영주가 술에 취해 쓰러진 슬라이를 발견하고, 그를 곯려주기 위해 정신을 잃은 그를 '영주'로 변장시킨다. 시동 중 하나를 여성으로 꾸미고 자신의 모든 하인들에게 일러 슬라이를 '나리'라 부르게 하는데, 처음에는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싶어하던 슬라이도 결국 그 거짓을 믿어 자신이 아주 오랫동안 긴 꿈을 꾸었던 것으로 착각한다. 마침 도착한 배우들에게 지시해 슬라이를 위한 공연을 지시한 영주. 배우들이 선보인 연극이 바로 <말괄량이 길들이기>다.

 

참하고 지혜로운 비앙카에 비해 성질이 고약하고 말괄량이인 카트리나. 남자들은 모두 이 비앙카에게 구혼하지만, 딸들의 아버지인 밥티스타는 카트리나를 시집 보내기 전에는 절대 비앙카도 혼인시킬 수 없다며 거절한다. 덕행에 관한 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파도바로 온 루첸티오. 호르텐시오와 그레미오가 비앙카에게 구혼하는 장면을 모격격하고, 루첸티오 역시 비앙카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캄비오로 변장해 가정교사가 된 루첸티오. 한편 구혼자들 중 한 명인 호르텐시오의 친구인 페트루키오는 지참금만 많으면 얼마든지 좋다면서 카타리나와 결혼할 결심을 하는데!! 이들 중 아가씨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인물은 과연 누구인가!!

 

처음에는 캄비오로 변장한 루첸티오와 비앙카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역시 제목 그대로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중심 내용이다. 페트루키오가 카타리나를 '길들이는' 과정이 단연 압권. 걸걸한 입담과 괄괄한 성미를 뽐내던 카타리나가 결국에는 기가 죽어 순종적인 아내가 되어버릴 정도로 그녀를 막 대하는 페트루키오. 페트루키오가 어찌나 막 나가던지 나중에는 카타리나가 불쌍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어렸을 때는 그저 재미나게만 읽었던 것 같은데 성인이 되어 읽고나니 조금 불편한 장면들도 눈에 들어온다. 어찌보면 둘째딸인 비앙카를 시집 보내기 위해 서둘러(?) 카타리나를 치워버리는 듯한 그녀의 아버지가 매정하게도 보이고, 사랑 없이 그저 아버지의 결정에 따라 결혼해야만 하는 카타리나의 처지가 가엾게 느껴졌다. 게다가 그녀를 아내로서 순종시키기 위해 함부로 대하는 페트루키오의 모습은, 현실에서라면 도저히 참고 봐주기 힘들다고 여겨질 정도. 어쩌면 카타리나도 처음부터 그런 성미를 가졌던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도 사람들이 비앙카만 떠받들고 칭찬하니 점점 마음이 비뚤어져서 자신도 모르게 세상을 향해 그런 행동을 취하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표지 뒷편에 실린 해석을 보고 번뜩! 카타리나는 정말 길들여진 것인가! 혹시 길들여진 '척'을 하면서 반대로 페트루키오를 조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연극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대단한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저런 해석을 내놓게 되는 <말괄량이 길들이기>.

 

연극이 끝나면서 작품도 함께 끝나는데, 웅? 그렇다면 슬라이는 어찌된 것인지!! 슬라이가 자신의 상황도 연극이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아니면 여전히 자신이 영주라고 믿고 있는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서 의아했다. 슬라이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 출판사 <레인보우 퍼블릭 북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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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마이클 코리타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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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코리타, 오랜만입니다! 앤젤리나 졸리 주연의 영화라니, 그 자체로도 기대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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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에서 통하는 엄마표 영어의 힘 - 그림책과 영상으로 우리 아이 공부머리 키우기
김태인 지음 / 믹스커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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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엄마라 이런 저런 스터디를 시작해놓고 완주하지 못한 적도 있지만, 지금까지 한 스터디 중 최고를 꼽으라면 어떤 영어교육 관련 카페에서 진행한 일명 '기초 다지기'를 떠올린다. 하루에 2시간씩 매일 영어 소리를 들려주고 그림책을 함께 읽기. 월초마다 그 달에 들려줄 듣기 자료를 만들고 읽을 책을 미리 계획했던 그 스터디를 통해 영어듣기 환경을 조성해주는 습관이 들었다. 특히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주로 가정보육을 했던 터라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밤에 잠들기까지 계속 영어노래와 챈트를 반복해서 들었더랬다. 제일 많이 들었던 시간은 10시간 정도. 보통 아침 8시부터 시작해 밤 8-9시까지 계속 틀어주었는데, 중간에 빈 시간은 둘째 아이의 낮잠 시간이었다. 지금은 둘 다 등원하느라 작년만큼 듣지는 못하지만 매일 보는 영어 DVD 와 놀이 시간에 음원 듣는 것까지 하면 그래도 2시간씩은 꼬박꼬박 채우고 있는 것 같다.

 

영어교육이라니, 참 어렵다. 나 혼자 영어를 공부하는 것도 힘이 드는데 누군가에게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니 막막해지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나는 엄마표 영어 전문가도 아니고, SNS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엄마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엄마의 마음 들여다봄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영어 공부를 시키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같이 엄마표 영어를 해나가면서 아이와 어떤 시간들을 보내고 싶은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나의 경우는 그저 '책이 좋아서'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독서가 정말 취미이자 특기이기도 한 터라 한글 그림책은 첫째 아이가 갓난아기였을 때부터 읽어주었다. 그 때는 누워있는 아이를 멀뚱멀뚱 보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 같이 누워 그림이라도 보자-싶은 마음에 시작했는데 아이가 커가면서 함께 책을 읽는 재미도 커지는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영어 그림책을 봤는데 책이 너무 예쁜 거다!! 그래서 이런 저런 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아이가 안 보면 나라도 보려고. 한때 첫째는 영어 그림책을 보지 않으려고 하기도 했는데 '기초 다지기' 스터디를 하면서 영어에 많이 익숙해졌는지 이제는 잠자리 독서에 영어책도 골라오곤 한다.

 

일단 엄마가 책을 좋아해야 한다. 자신이 책을 싫어하면서 아이에게 책 읽기를 강요할 수는 없으므로.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책은 많으면 좋다. 아이의 호기심이란 금방 사라져버리는 것이라, 관심있어 하는 주제가 보이면 그때그때 책을 찾아 보여주면 더 인상적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아이에게 책만 읽기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또 중요한 것은 만약 엄마표 영어를 진행하는 데 있어 아이를 쥐잡듯 잡을 것 같으면 아예 시작하지 말라는 것이다. 진행 과정 중에도 만약 자신이 아이를 다그치거나 질책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면 그만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영어 때문에 아이와 관계가 틀어진다니, 안 하는 게 낫다.

 

즐거움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지만 그래도 언제까지 '즐거움'만을 내세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아이들은 사이트워드도 하고 리더스도 읽는다는데 우리는??!!-이라는 걱정이 아니라, 그저 내가 이 과정을 언제까지 계속해줄 수 있는가 하는 불안함. 그런데 [외고에서 통하는 엄마표 영어의 힘] 의 저자의 아이들도 그림책부터 시작해 리더스, 챕터북, 소설을 자유롭게 읽기까지 거의 10년이 걸렸다는 말에 마음이 푹 놓인다. 결국 조급한 마음, 단기간에 성과를 보려는 마음이 문제인 것이다.

 

그 동안 엄마표 영어 관련 책을 몇 권 읽었더니 크게 색다른 내용은 없었지만, 간단명료하게 중요한 내용들이 실려 있다. 소리 노출과 기초실력 쌓기의 중요성, 영어책 읽기의 즐거움 등을 강조하는 내용들을 읽으면서 내가 조금 더 보충해야 할 부분, 부족한 부분을 체크하는 계기로 삼았다. 뒷편에는 <외고에서도 통하는 공부법>도 실려 있으니 학업과 관련된 영어 교육이 궁금한 분은 한 번 읽어보아도 좋겠다.

 

** 출판사 <믹스커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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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여백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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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은 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가 됨과 동시에 가장 약한 존재가 된다. 아이가 없을 때는 몰랐던 그 수많은 위험요소들. 아이와 관련된 일이라면 '설마'라는 말을 믿지 않게 되고 무엇이든 꼭 확인을 하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린다. 첫째 아이가 뒤집기를 시작했을 때, 나는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자다가 자신도 모르게 뒤집어서 코를 바닥에 박고 자는 아이를 발견하면 가슴이 철렁했다. 혹시나 숨을 못쉬는 건 아닌가 해서. 지금 생각하면 극성인 것 같아 민망한 미소가 지어지지만, 어쩌랴, 엄마가 처음인 것을. 지금도 이런 저런 뉴스를 접하면 똑같은 위험이 아이에게 닥칠까봐 정말 무섭다. 몸은 좀 고되어도 마음은 편한 보육의 시간들. 어쩌면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마음 편안한 시간은 지금이 아닐까.

 

 

유치원에만 가도 친구관계에 변화가 생긴다 하여 살짝 긴장했었다. 첫째 아이는 순한 편으로 말투도 나긋나긋한 데다 양보도 잘 하는 편이고 마음도 여리다. 속상한 일이 생겨도 친구에게 바로 말을 못하고 참을 것 같아 미리 선생님에게 언질을 해두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그런 비슷한 일이 있었는지 선생님에게 연락을 받았다. 아들의 세심하고 내성적인 천성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더 컸을 때 혹시나 친구들에게 무시당하고, 더 나아가서는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닐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옆지기와 무수히 대화를 나눴지만 가슴만 답답할 뿐. 생각만으로도 두렵다.

 

 

반성하면 용서가 됩니까?

 

'딸이 자살당했다'는 문구에 숨이 콱 막혔다. 동시에 예전에 한 아이가 옥상에서 뛰어내리기 위해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눈물을 훔치던 cctv 영상이 떠올랐다. 그런 정보는 공개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닐까. 부모 가슴이 타다 못해 이미 재가 되어버렸을 것이라는 생각에 내 억장이 다 무너졌다. 드러나지 않은 친구들의 괴롭힘. 엄마를 병으로 잃고 하나 남은 아빠에게조차 고민을 말하지 못하고 결국 세상을 떠난 가나. 가나가 죽은 뒤에도 반성하기는 커녕 자신의 죄가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면서 진실을 은폐하려는 사키. 반성이란 무엇일까. 아니, 가해자가 반성을 한들 피해자와 남은 가족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명확한 답이 없는 질문들에 머리속이 복잡하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든 가해자의 입장에서든 용서나 반성, 이런 단어들이 연관된 일들이 제발 우리에게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 사람이 싫을 수 있다. 그냥 미울 수 있다. 그럴 때는 제발, 제발 그냥 피하자.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이려니, 그저 그리 생각하고 상대 안하면 된다. 괴롭히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런 에너지 제발 좋은 곳에 써주기를.

 

 

**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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