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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여백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평점 :

아이를 낳은 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가 됨과 동시에 가장 약한 존재가 된다. 아이가 없을 때는 몰랐던 그 수많은 위험요소들. 아이와 관련된 일이라면 '설마'라는 말을 믿지 않게 되고 무엇이든 꼭 확인을 하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린다. 첫째 아이가 뒤집기를 시작했을 때, 나는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자다가 자신도 모르게 뒤집어서 코를 바닥에 박고 자는 아이를 발견하면 가슴이 철렁했다. 혹시나 숨을 못쉬는 건 아닌가 해서. 지금 생각하면 극성인 것 같아 민망한 미소가 지어지지만, 어쩌랴, 엄마가 처음인 것을. 지금도 이런 저런 뉴스를 접하면 똑같은 위험이 아이에게 닥칠까봐 정말 무섭다. 몸은 좀 고되어도 마음은 편한 보육의 시간들. 어쩌면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마음 편안한 시간은 지금이 아닐까.
유치원에만 가도 친구관계에 변화가 생긴다 하여 살짝 긴장했었다. 첫째 아이는 순한 편으로 말투도 나긋나긋한 데다 양보도 잘 하는 편이고 마음도 여리다. 속상한 일이 생겨도 친구에게 바로 말을 못하고 참을 것 같아 미리 선생님에게 언질을 해두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그런 비슷한 일이 있었는지 선생님에게 연락을 받았다. 아들의 세심하고 내성적인 천성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더 컸을 때 혹시나 친구들에게 무시당하고, 더 나아가서는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닐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옆지기와 무수히 대화를 나눴지만 가슴만 답답할 뿐. 생각만으로도 두렵다.
'딸이 자살당했다'는 문구에 숨이 콱 막혔다. 동시에 예전에 한 아이가 옥상에서 뛰어내리기 위해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눈물을 훔치던 cctv 영상이 떠올랐다. 그런 정보는 공개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닐까. 부모 가슴이 타다 못해 이미 재가 되어버렸을 것이라는 생각에 내 억장이 다 무너졌다. 드러나지 않은 친구들의 괴롭힘. 엄마를 병으로 잃고 하나 남은 아빠에게조차 고민을 말하지 못하고 결국 세상을 떠난 가나. 가나가 죽은 뒤에도 반성하기는 커녕 자신의 죄가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면서 진실을 은폐하려는 사키. 반성이란 무엇일까. 아니, 가해자가 반성을 한들 피해자와 남은 가족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명확한 답이 없는 질문들에 머리속이 복잡하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든 가해자의 입장에서든 용서나 반성, 이런 단어들이 연관된 일들이 제발 우리에게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 사람이 싫을 수 있다. 그냥 미울 수 있다. 그럴 때는 제발, 제발 그냥 피하자.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이려니, 그저 그리 생각하고 상대 안하면 된다. 괴롭히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런 에너지 제발 좋은 곳에 써주기를.
**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