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2 - 군주의 자리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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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두근두근. 기다리고 기다리던 [테메레르 2]가 드디어 나왔는데, 좀처럼 손을 내밀기가 쉽지 않다. 가장 맛있는 것, 좋아하는 것은 맨 나중으로 미뤄 다른 음식을 모두 먹은 후에야 그 맛을 음미하는 습관을 가진 나는, 책을 읽는 데도 그 오랜 기다림을 즐긴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그런데. 테메레르가 나를 자꾸 부른다. 초록색의 빛나는 표지가 어느새 테메레르의 손짓이 되어 나를 자꾸만 끌어들인다.
 
1권에서는  테메레르의 탄생과 로렌스와의 만남, 프랑스와의 전쟁이 주된 내용이었다면, 2권에서는 테메레르와 로렌스가 중국으로 향하는 여정과 중국에서 겪게 되는 험난하고 애틋한 모험을 그린다. 나폴레옹에게 보낸 선물이었던 테메레르가 영국 공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중국은 테메레르를 다시 되돌려받기 위해 용싱왕자를 영국으로 보낸다. 왕자는 테메레르를 로렌스와 떼어놓기 위해 영국정부와 함께 그에게 위협을 가하지만, 테메레르의 의지를 꺾지 못하고 결국 로렌스는 테메레르와 함께 중국으로 향한다. 긴 여정동안 겪는 여러 가지 사건들. 중국에 도착해서도 테메레르와  로렌스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음모가 계속되는 가운데, 테메레르는 어머니를 만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다. 가족이 있고,  용들이 지내는 환경이 영국과 너무 다른 중국에 매력을 느낀 테메레르의 결정은..
 
-테메레르는 성장한다. 그들의 우정도.-
1권에서와 마찬가지로 테메레르와 로렌스의 우정은 무척 따뜻하다. 테메레르는 로렌스가 선물한 펜던트를 여전히 박박 윤나게 닦고 있으며, 로렌스는 그런 테메레르를 정성껏 돌본다. 하지만 1권과는 달리 테메레르가 성장해가고 있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용싱왕자와 중국어로 대화하고, 중국의 음식을 맛보며 새로운 세계에 호기심을 갖게 된 테메레르와 로렌스의 관계는 어쩐지 1권에서의 애틋함과는 거리가 멀다. 마치 연인들이 처음 사귀게 됐을 때는 서로만 보이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주위의 상황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과 같다고 할까. 테메레르가 사랑에 빠졌다고 했을 때는 로렌스만큼이나 나도 질투가 났다. 왠지 테메레르는 로렌스만 생각하고 위해주어야 하며, 로렌스도 테메레르만 위해주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렌스에게 생명의 위협이 닥쳤을 때 보인 행동과, 2권 마지막에 테메레르가 내린 결정은 내 가슴을 벅차게 만들었다.  테메레르와 로렌스의 우정은 애틋함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테메레르가 많은 것을 보게 되었고,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그들의 우정이 더욱 깊어지는 과정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인물-
2권에서는 1권보다 에피소드와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테메레르를 데리러 온 중국 사절단 용싱왕자와 그의 수행원들인 쑨카이부터 중국의  왕자들과 그들의 용, 테메레르의 어머니와 가족, 테메레르의 연인까지. 그리고 영국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도중 나타난 바다괴물과의 사투, 테메레르가 병에 걸린 이야기, 프랑스 전함들과의 전투등 이야기는 끝이 없다. 단순한 열거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섬세한 장면 묘사와 인물들간의 감정까지 작가는 어느 하나 소홀히 한 것이 없다. 특히 용싱왕자의 교활한 음모에 치를 떨면서 나는 이것이 소설이라는 것을 잊어버렸다. '감히 내 친구들을!'이라는 마음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게까지  소설에 몰입하게 만든 작가가 앞으로는 대체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낼지 무척 궁금하다.
 
책을 아껴 읽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읽는 내내 나는 밖에서 책을 읽는 독자가 아니라, 책 안에서 로렌스와 테메레르와 함께 모험을 즐기는 그들의 친구였다. 테메레르에게 책을 읽어주고, 대화를 하는 사람은 로렌스가 아니라 바로 나였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 옆에는 왜 테메레르같은 용이 없는지 읽을 때마다 아쉬워서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테메레르와 로렌스를 책으로라도 만나볼 수 있게 된 인연에 감사하면서, 앞으로 등장할 그들의 새로운 모습이 가슴 벅차게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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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건축의 역사 - 세계 7대 불가사의에서 타이페이 101까지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 백과 1
필립 시몽.마리 로르부에 지음, 양진성 옮김, 프랑수아 뱅상.코뮈니카지온 그림 / 깊은책속옹달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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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방송국에서 하는 어떤 프로는 인물의 나이를 이야기하면서 '사람의 나이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라며 끝을 맺는다. 사람은 그냥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숫자, 지금의 숫자, 그리고 앞으로 내게 다가올 그 숫자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음을 나타내는 것 같아 매우 인상 깊었다. 오래 살아보려고 해도 백년이 기껏인 사람에게마저 나이가 깊은 의미를 가질진대, 아득히 먼 옛날부터 우뚝 서 있었던 건물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속에 담고 있을지. 나를 비롯해서 그림이나 건축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무작정 그런 것에 이끌리는 것은 어쩌면 속에 담아두고 있을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인 건 아닐까.

[위대한 건축의 역사]는 그런 건축물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프랑스 초등학교 부교재 지정-이라는 도장이 쾅 찍힌 채 깔끔하게 인쇄된 책을 받아들었을 때는 이것이 무슨 그림책인가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두께도 얇았고, 초등학교 부교재라는 말에 내심 내가 생각했던 내용이 아닐까봐 걱정도 했었지만 나같이 건축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부감을 갖지 않고 접근할 수 있도록 쉽게 쓰인 책이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건축물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예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은 이집트의  <피라미드><아부심벨신전>이다.  주인공이 시간여행으로 고대 이집트에 가게 되는 내용의 책을 읽은 이후로 이집트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었는데, 지금같은 나침반이나 각도기도 없이 단지 사람의 손만으로 피라미드를 만들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또 사람들에게 [람세스]라는 소설로 유명해진 람세스 2세가 만든 아부심벨신전은 처음 사진을 보고 나도 모르게 '와!'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던 기억이 난다.  1922년에 발견된 투탕카멘으로 유명한 <왕가의 계곡>에 관한 내용도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밖에도 세계 7대 불가사의와 스톤헨지, 로마의 원형경기장인 콜로세움, 폼페이, 만리장성, 마추픽같은 고대의 건축부터 미켈란조의 천지창조 그림으로 유명한 시스티나성당, 타지마할을 거쳐, 앞으로 세워지게 될 두바이의 지을 버즈 두바이까지 흥미로운 소재가 가득하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많이 훼손되거나 사라진 고대 건축물은 그 흔적이 남지 않은 경우 사진 대신 그림이 실려있었다는 점이었다.  시간의 흐름이 탓인 경우도 있었지만, 괜히 마음 한 구석이 찌릿했다. 

프랑스에서는 이런 재미있는 교재로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부러웠다. 내가 어렸을 때는 그저 책을 읽고 외우고 쓰면 그게 다인 줄 알았더랬다. 공부는 재미있게 해야 한다더니, 그 말을 프랑스는 어린 아이일때부터 체험하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교과서는 어떤지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 교과서도 아이들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흥미로운 교재들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한 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이 책에 우리나라의 <경복궁>이 실려있다는 점이다. 커다란 사진도 두 장이 나 쾅쾅 실려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이 만든 책에 <경복궁>이 실려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뿌듯했다.  우리의 건축물이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또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오래오래 들려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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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 이야기 - 진귀한 그림, 사진과 함께 보는 상징의 재발견
잭 트레시더 지음, 김병화 옮김 / 도솔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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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일본에 갔을 때 내가 가장 혐오했던 것은 길거리를 활보하는 까마귀들이었다. 바깥에 내놓은 쓰레기봉투에 구멍이란 구멍은 다 내놓고, 탐욕스러운 식탐을 자랑하던 그들은 나에게 새가 아니라 괴물과도 같았다.  한국에서는 한 번 날면 사방 10m이내로 벼룩이 튄다던, 잊혀진 평화의 상징 비둘기를 혐오했건만,  까마귀는 그 색깔과 덩치, 그리고 괴이한 소리로 나를 괴롭혔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나를 비롯한 한국학생들은 까마귀를 혐오하면서 요리조리 피해다녔으나, 일본 사람들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한 얼굴을 하고 다닌다는 점이었다. 워낙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일본 사람들이니 그러려니 했지만, [상징이야기]에 의하면 까마귀는 그들에게 있어 충성과 가족간의 애정을 나타내는 상징이었다니 그럴만도 했다고 지금에서야 납득한다. 

[상징이야기]는 우리 생활 속에 숨어있는 모든 것에 대해 풀이하고 설명한다. 워낙 비밀, 추리등의 요소를 좋아하는 나에게 가끔 신문에서 보는 숨은 그림 찾기나, 같은 그림 중 서로 다른 곳을 찾아내는 게임은 정말 흥미진진한 소재였다. 그런 점에서 상징도 숨은 그림 찾기와 다를 바가 없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읽은 것은 이집트에 관한 내용들과 종교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집트의 오시리스는 정의의 상징으로 그는 신성한 권위와 죽은 이를 심판하는 힘의 상징으로 채찍과 갈고리를 들고 있다. 어렸을 때 내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치게 해 준 파라오의 머리에 있던 코브라는 적에게 타격을 가하는 왕권의 수호자를 상징한단다. 종교에서 뱀이 타락한 존재로 그려지는 것과는 정반대의 해석인 셈이다.  또한 언젠가 죽은 사람이 다시 이 세상에 돌아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던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만들었는데, 심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여 미라에도 심장만은 남겨두었다고 한다. 

종교에 관한 내용에 유독 눈이 갔던 것은 아마도 내 종교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종교적 무지는 엄청나서 [상징이야기]에 나타난 해석을 읽으며,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부활절에 달걀을 먹는 것도 으레 그러려니 생각했는데, 그 자체로 부활을 상징하며 성찬식과 관련된 의미를 일러준다고 한단다. 은 영혼의 음식이자 그리스도 본인의 몸으로 그리스도를 뜻하며, 포도주 신성함을 의미한다.

책의 목차는 내가 여기서 설명한 것과는 달리 동물, 조류, 무늬 등등 각각의 주제별로 나누어져 있다. 내용이 방대해서 여기에 모두 소개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컬러로 된 그림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고, 약간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설명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준다.  부작용(?)이라고 한다면, 책을 덮은 다음 모든 사물을 의심하게 된다는 것. 저 그림에는 뭐가 숨겨져 있고, 이 동물은 뭘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해져 혼자서는 해결못할 호기심이 증폭되어 버린다는 것 정도. 

아이러니한 점은 내가 그토록 혐오했던 까마귀는 , 해 안의 세 다리를 가진 형태인 ' 삼족오'라는 이름으로 중국에서 황제를 의미했다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도 , 또 책을 덮은 뒤에도 각 사회와 문화에 따라 '상징'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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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전설 세피아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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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가 어렸을 때 가장 무서워했던 괴담은 '빨간마스크'였지요. 피로 물든 빨간 마스크를 하고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다가, 붙잡고 물어보는 겁니다. "너는 혈액형이 뭐니?" 하고. 혈액형별로 입을 찢어준다는, 지금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없는 괴담이었던 것 같습니다. (혈액형이 뭔지 그가, 혹은 그녀가 어떻게 알까요..물론 괴담이었으니, 알 수도 있었겠지만은..)지역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제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저를 괴롭힌 것은 빨간마스크였습니다. 

 그런 저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만든 한 권의 책이 여기 있네요. '도시전설 세피아'-슈카와 미나토. 이 작가는 제가 생각하기에 아주 특이한 사람입니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꾼이지만, 저의 취향과는 약간 안 맞는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엽기적이고 잔혹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랄까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가 갖는 이 사람에 대한 인상은 그렇습니다.  그런 인상은 이 책을 읽기 훨씬 전에 읽은 <새빨간 사랑>에서 받았었죠. 읽어보신 분들은 알 겁니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더 낫네요. 아니, 괜찮은 작품입니다. 물론 이것도 제 기준입니다만. 뭔가 가슴 한 켠을 쓰리게 하는 아련함이 있다고 할까요.  5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두 어 작품은 <새빨간 사랑>에 실린 작품과 비슷한 분위기라 어째 무섭습니다. 이 사람의 머리속은 무슨 생각으로 가득할까 궁금할 정도로 상상력이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습니다.

 표지를 이루고 있는 올빼미 모습을 한 사람이 등장하는 작품 <올빼미 사내>는 어쩐지 코믹하지만, 뒷부분에 가면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괴담을 현실에 재현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고 해야 하나.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어제의 공원>입니다. 죽은 친구를 살려내기 위해 시간여행을 계속하는 주인공에게 숨겨진 엄청난 비밀. 여러분은 만약 이 사람의 입장에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이스맨>은 글쎄요.  작가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운 작품 중 하나였다고만 말해 둡시다. <사자연>은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이었어요. 고풍스럽다고 해야 할지, 괴기스럽다고 해야 할지. 아마도 주인공이 화가이기 때문일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작품이죠.  마지막 작품인 <월석>도 꽤 마음에 듭니다.  지금 우리의 생활을 돌아보게 해주는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지요. 마음이 아프면서도 왠지 훈훈함마저 느껴지는 괜찮은 이야기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 단편의 제목을 보고 작가가 월석에 무척 흥미가 많은 사람인가 보다 했답니다.  전에 읽은 <새빨간 사랑>에도 월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도시전설 세피아>는 이 작가의 데뷔 작품집이라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새빨간 사랑>보다 훨씬 나은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고보면 세상에는 글 쓰는 직업을 가질 사람이 정해져 있나 봅니다. 5개의 단편으로 순식간에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그 흡입력.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상상력과 이야기 전개 면에서는 대단한 사람입니다.  엽기적인 면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되면서도 은근히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하는 이야기꾼. 남은 여름이 가기 전에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오싹한 한기를 한 번 느껴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아니면, 저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해 주세요.  어렸을 때 혹은 지금도 당신이 무서워하는 도시전설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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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8-28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빨간 마스크 얘기는 원래 일본에서 건너온건데요, 얼마전에 일본에서는 '나고야 살인사건'인가 뭔가 하는 영화도 만들었더라구요. ^^ 무서울 것 같아서, 하나도 안 보고 싶지만 말입니다. 전 이 작가의 <꽃밥>을 읽었어요. 도시괴담과 노스탤지어를 훌륭하게 녹여 내었더군요. 이 책도 궁금하네요.

분홍쟁이 2007-08-28 21:29   좋아요 0 | URL
네^^ 책에 보니 빨간마스크 이야기가 나와 있더라구요~그래서 저도 그게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것을 알았어요 ^^ 어렸을 때 정말 너무 무서워해서 지금도 잊지 못한답니다 ^^;; 꽃밥은 사놓고 책장에 꽂혀만 있습니다;; 하이드님, <도시전설 세피아>도 괜찮은 작품입니다. <새빨간 사랑>보다는 권해드리고 싶네요 ^^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 - 내가 뉴스를, 뉴스가 나를 말하다
김주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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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없는 이목구비, 빛나는 눈,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철함, 그리고 중성적인 보이스. 김주하 아나운서에 대한 내 인상은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아나운서들에 대한 이미지야 크게 차이나는 것은 아니지만, 김주하 아나운서에게 찾아 볼 수 없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엉뚱하지만 가끔은 그녀가 혹시 인조인간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다.

 그가 쓴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는  '내가 뉴스를, 뉴스가 나를 말한다'에서 알 수 있듯, 방송생활을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와 감상을 묶은 다큐에세이다. 만약 성공한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의 인생을 단순히 나열하기만 했다면, 오히려 그녀와 정반대되는 이미지로 괴리감을 느꼈을 것이다. '김주하'하면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뉴스. 그 뒷면의 모습이 생생하게 적혀 있다. 그리고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도 느껴볼 수 있다. 

 
-그래서 나같이 아무것도 없는, 하지만 무언가 간절히 바라는 이들에게 말한다. 진정 원하는 것이 있다면 끝까지 노력하라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만큼 노력해 보라고.-
흔히 성공한 사람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어디에 무슨 복을 타고났냐고'. 김주하 아나운서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예쁜 얼굴, 중성적인 목소리, 야무진 방송진행. 무엇 하나 꼬집을 것 없는 장점만 가지고 태어난 사람 같았다. 하지만 누구나 말을 하듯 노력 없이 진행되는 일은 없다. 그녀 또한 엄청난 열정과 에너지로 방송사에 입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것 뿐이었다. 물론 운도 우리 인생에서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요소지만, 김주하 아나운서가 앵커가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책을 보며 깨달은 순간, 단순히 그녀를 부러워하기만 했던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나는 내가 얻기 위해 노력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힘들지만, 남이 얻은 것은 그냥 공으로 얻은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진정 원하는 것이 있다면 끝까지 노력하라는 글귀가 나를 나무라는 것 같았다. 

 -삭막한 내용만 뉴스가 아니다-
뉴스를 차지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사건, 사고다. 누군가의 선행, 가슴 따뜻하게 하는 기사는 아마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동물을 좋아한다는 김주하 아나운서는 도심속 황조롱이를 취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삭막한 내용만 뉴스가 아니다'라고. 기자로도 활동하는 그녀가 현장을 직접 취재하면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아픔을 느꼈는지도 책 곳곳에 드러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느낌이 그녀를 더욱 인간적이게 보이게 한다.  드라마나 방송에서 그려지는 기자의 모습은 내 눈에 그다지 인간적이지 않다. 아무리 일이라고는 해도 시도때도 없이 마이크를 들이밀며 취재를 하는 그네들을 보면, '참, 저러고 싶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김일병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그의 집에 쳐들어가 어린 동생에게 마이크를 들이밀며 취재했다고 하는 이야기는 정말 경악하게 할 정도였다. 특종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어느 정도 인간적인 면은 지켜주길 바랐기 때문에  김주하 아나운서의 저 말은 참 반가웠다. 사건, 사고, 특종만을 노리는 뉴스나 기자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줄 수 있는 기자겸 아나운서가 되어 주길 바란다. 

 책에는  그녀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손석희 아나운서에게 호되게 교육을 받은 이야기, 엄기영 아나운서의 약간 코믹한 모습, 방송생활의 급박함이 생생하게 잘 그려져 있다.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살아있고, 뒤에 실은 실제 방송내용은 더욱 현장감을 전해준다. 왠지 딱딱한, 유리 상자 속의 인간미 없게 느껴지던 세계가 마치 내 세계인양 가슴이 뛴다. 화려하게만 비춰지던 생활에도 어려움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김주하 아나운서는 참 빛나는 사람이다. 그녀가 차지하는 사회적 위치, 그리스 여신 같은 그녀의 외모 때문이 아니다. 항상 도전하는 열정을 가지고, 인간적이며, 어려움 속에 있을 때 더 유쾌해지는 사람.  그녀의 따뜻함이 앞으로의 뉴스 속에서 더 빛을 발하길 희망해본다.
(여담이지만, 김주하 아나운서가 내 고등학교 선배란다!  책에서 이 사실을 발견하고 얼마나 가슴이 뿌듯해지던지. 어쩔 수 없이 나도 학연에 집착하는 사람이었던가 싶지만, 뭐 어떤가. 상대가 김주하 아나운서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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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8-25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공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걸 발견하는 것도 공통점이죠!
이금희 아나운서의 책을 본 이후로 이런 류는 안 봤는데, 님의 글 보니 읽어보고 싶군요.

분홍쟁이 2007-08-28 21:32   좋아요 0 | URL
^^ 읽으셔도 후회는 없으실 겁니다. 딱딱하지 않고, 뉴스를 중심으로 해서 재미있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