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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 이야기 - 진귀한 그림, 사진과 함께 보는 상징의 재발견
잭 트레시더 지음, 김병화 옮김 / 도솔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예전 일본에 갔을 때 내가 가장 혐오했던 것은 길거리를 활보하는 까마귀들이었다. 바깥에 내놓은 쓰레기봉투에 구멍이란 구멍은 다 내놓고, 탐욕스러운 식탐을 자랑하던 그들은 나에게 새가 아니라 괴물과도 같았다. 한국에서는 한 번 날면 사방 10m이내로 벼룩이 튄다던, 잊혀진 평화의 상징 비둘기를 혐오했건만, 까마귀는 그 색깔과 덩치, 그리고 괴이한 소리로 나를 괴롭혔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나를 비롯한 한국학생들은 까마귀를 혐오하면서 요리조리 피해다녔으나, 일본 사람들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한 얼굴을 하고 다닌다는 점이었다. 워낙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일본 사람들이니 그러려니 했지만, [상징이야기]에 의하면 까마귀는 그들에게 있어 충성과 가족간의 애정을 나타내는 상징이었다니 그럴만도 했다고 지금에서야 납득한다.
[상징이야기]는 우리 생활 속에 숨어있는 모든 것에 대해 풀이하고 설명한다. 워낙 비밀, 추리등의 요소를 좋아하는 나에게 가끔 신문에서 보는 숨은 그림 찾기나, 같은 그림 중 서로 다른 곳을 찾아내는 게임은 정말 흥미진진한 소재였다. 그런 점에서 상징도 숨은 그림 찾기와 다를 바가 없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읽은 것은 이집트에 관한 내용들과 종교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집트의 오시리스는 정의의 상징으로 그는 신성한 권위와 죽은 이를 심판하는 힘의 상징으로 채찍과 갈고리를 들고 있다. 어렸을 때 내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치게 해 준 파라오의 머리에 있던 코브라는 적에게 타격을 가하는 왕권의 수호자를 상징한단다. 종교에서 뱀이 타락한 존재로 그려지는 것과는 정반대의 해석인 셈이다. 또한 언젠가 죽은 사람이 다시 이 세상에 돌아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던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만들었는데, 심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여 미라에도 심장만은 남겨두었다고 한다.
종교에 관한 내용에 유독 눈이 갔던 것은 아마도 내 종교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종교적 무지는 엄청나서 [상징이야기]에 나타난 해석을 읽으며,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부활절에 달걀을 먹는 것도 으레 그러려니 생각했는데, 그 자체로 부활을 상징하며 성찬식과 관련된 의미를 일러준다고 한단다. 빵은 영혼의 음식이자 그리스도 본인의 몸으로 그리스도를 뜻하며, 포도주는 신성함을 의미한다.
책의 목차는 내가 여기서 설명한 것과는 달리 동물, 조류, 무늬 등등 각각의 주제별로 나누어져 있다. 내용이 방대해서 여기에 모두 소개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컬러로 된 그림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고, 약간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설명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준다. 부작용(?)이라고 한다면, 책을 덮은 다음 모든 사물을 의심하게 된다는 것. 저 그림에는 뭐가 숨겨져 있고, 이 동물은 뭘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해져 혼자서는 해결못할 호기심이 증폭되어 버린다는 것 정도.
아이러니한 점은 내가 그토록 혐오했던 까마귀는 , 해 안의 세 다리를 가진 형태인 ' 삼족오'라는 이름으로 중국에서 황제를 의미했다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도 , 또 책을 덮은 뒤에도 각 사회와 문화에 따라 '상징'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