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2 - 군주의 자리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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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두근두근. 기다리고 기다리던 [테메레르 2]가 드디어 나왔는데, 좀처럼 손을 내밀기가 쉽지 않다. 가장 맛있는 것, 좋아하는 것은 맨 나중으로 미뤄 다른 음식을 모두 먹은 후에야 그 맛을 음미하는 습관을 가진 나는, 책을 읽는 데도 그 오랜 기다림을 즐긴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그런데. 테메레르가 나를 자꾸 부른다. 초록색의 빛나는 표지가 어느새 테메레르의 손짓이 되어 나를 자꾸만 끌어들인다.
 
1권에서는  테메레르의 탄생과 로렌스와의 만남, 프랑스와의 전쟁이 주된 내용이었다면, 2권에서는 테메레르와 로렌스가 중국으로 향하는 여정과 중국에서 겪게 되는 험난하고 애틋한 모험을 그린다. 나폴레옹에게 보낸 선물이었던 테메레르가 영국 공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중국은 테메레르를 다시 되돌려받기 위해 용싱왕자를 영국으로 보낸다. 왕자는 테메레르를 로렌스와 떼어놓기 위해 영국정부와 함께 그에게 위협을 가하지만, 테메레르의 의지를 꺾지 못하고 결국 로렌스는 테메레르와 함께 중국으로 향한다. 긴 여정동안 겪는 여러 가지 사건들. 중국에 도착해서도 테메레르와  로렌스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음모가 계속되는 가운데, 테메레르는 어머니를 만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다. 가족이 있고,  용들이 지내는 환경이 영국과 너무 다른 중국에 매력을 느낀 테메레르의 결정은..
 
-테메레르는 성장한다. 그들의 우정도.-
1권에서와 마찬가지로 테메레르와 로렌스의 우정은 무척 따뜻하다. 테메레르는 로렌스가 선물한 펜던트를 여전히 박박 윤나게 닦고 있으며, 로렌스는 그런 테메레르를 정성껏 돌본다. 하지만 1권과는 달리 테메레르가 성장해가고 있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용싱왕자와 중국어로 대화하고, 중국의 음식을 맛보며 새로운 세계에 호기심을 갖게 된 테메레르와 로렌스의 관계는 어쩐지 1권에서의 애틋함과는 거리가 멀다. 마치 연인들이 처음 사귀게 됐을 때는 서로만 보이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주위의 상황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과 같다고 할까. 테메레르가 사랑에 빠졌다고 했을 때는 로렌스만큼이나 나도 질투가 났다. 왠지 테메레르는 로렌스만 생각하고 위해주어야 하며, 로렌스도 테메레르만 위해주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렌스에게 생명의 위협이 닥쳤을 때 보인 행동과, 2권 마지막에 테메레르가 내린 결정은 내 가슴을 벅차게 만들었다.  테메레르와 로렌스의 우정은 애틋함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테메레르가 많은 것을 보게 되었고,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그들의 우정이 더욱 깊어지는 과정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인물-
2권에서는 1권보다 에피소드와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테메레르를 데리러 온 중국 사절단 용싱왕자와 그의 수행원들인 쑨카이부터 중국의  왕자들과 그들의 용, 테메레르의 어머니와 가족, 테메레르의 연인까지. 그리고 영국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도중 나타난 바다괴물과의 사투, 테메레르가 병에 걸린 이야기, 프랑스 전함들과의 전투등 이야기는 끝이 없다. 단순한 열거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섬세한 장면 묘사와 인물들간의 감정까지 작가는 어느 하나 소홀히 한 것이 없다. 특히 용싱왕자의 교활한 음모에 치를 떨면서 나는 이것이 소설이라는 것을 잊어버렸다. '감히 내 친구들을!'이라는 마음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게까지  소설에 몰입하게 만든 작가가 앞으로는 대체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낼지 무척 궁금하다.
 
책을 아껴 읽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읽는 내내 나는 밖에서 책을 읽는 독자가 아니라, 책 안에서 로렌스와 테메레르와 함께 모험을 즐기는 그들의 친구였다. 테메레르에게 책을 읽어주고, 대화를 하는 사람은 로렌스가 아니라 바로 나였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 옆에는 왜 테메레르같은 용이 없는지 읽을 때마다 아쉬워서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테메레르와 로렌스를 책으로라도 만나볼 수 있게 된 인연에 감사하면서, 앞으로 등장할 그들의 새로운 모습이 가슴 벅차게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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