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건축의 역사 - 세계 7대 불가사의에서 타이페이 101까지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 백과 1
필립 시몽.마리 로르부에 지음, 양진성 옮김, 프랑수아 뱅상.코뮈니카지온 그림 / 깊은책속옹달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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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방송국에서 하는 어떤 프로는 인물의 나이를 이야기하면서 '사람의 나이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라며 끝을 맺는다. 사람은 그냥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숫자, 지금의 숫자, 그리고 앞으로 내게 다가올 그 숫자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음을 나타내는 것 같아 매우 인상 깊었다. 오래 살아보려고 해도 백년이 기껏인 사람에게마저 나이가 깊은 의미를 가질진대, 아득히 먼 옛날부터 우뚝 서 있었던 건물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속에 담고 있을지. 나를 비롯해서 그림이나 건축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무작정 그런 것에 이끌리는 것은 어쩌면 속에 담아두고 있을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인 건 아닐까.

[위대한 건축의 역사]는 그런 건축물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프랑스 초등학교 부교재 지정-이라는 도장이 쾅 찍힌 채 깔끔하게 인쇄된 책을 받아들었을 때는 이것이 무슨 그림책인가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두께도 얇았고, 초등학교 부교재라는 말에 내심 내가 생각했던 내용이 아닐까봐 걱정도 했었지만 나같이 건축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부감을 갖지 않고 접근할 수 있도록 쉽게 쓰인 책이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건축물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예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은 이집트의  <피라미드><아부심벨신전>이다.  주인공이 시간여행으로 고대 이집트에 가게 되는 내용의 책을 읽은 이후로 이집트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었는데, 지금같은 나침반이나 각도기도 없이 단지 사람의 손만으로 피라미드를 만들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또 사람들에게 [람세스]라는 소설로 유명해진 람세스 2세가 만든 아부심벨신전은 처음 사진을 보고 나도 모르게 '와!'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던 기억이 난다.  1922년에 발견된 투탕카멘으로 유명한 <왕가의 계곡>에 관한 내용도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밖에도 세계 7대 불가사의와 스톤헨지, 로마의 원형경기장인 콜로세움, 폼페이, 만리장성, 마추픽같은 고대의 건축부터 미켈란조의 천지창조 그림으로 유명한 시스티나성당, 타지마할을 거쳐, 앞으로 세워지게 될 두바이의 지을 버즈 두바이까지 흥미로운 소재가 가득하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많이 훼손되거나 사라진 고대 건축물은 그 흔적이 남지 않은 경우 사진 대신 그림이 실려있었다는 점이었다.  시간의 흐름이 탓인 경우도 있었지만, 괜히 마음 한 구석이 찌릿했다. 

프랑스에서는 이런 재미있는 교재로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부러웠다. 내가 어렸을 때는 그저 책을 읽고 외우고 쓰면 그게 다인 줄 알았더랬다. 공부는 재미있게 해야 한다더니, 그 말을 프랑스는 어린 아이일때부터 체험하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교과서는 어떤지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 교과서도 아이들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흥미로운 교재들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한 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이 책에 우리나라의 <경복궁>이 실려있다는 점이다. 커다란 사진도 두 장이 나 쾅쾅 실려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이 만든 책에 <경복궁>이 실려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뿌듯했다.  우리의 건축물이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또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오래오래 들려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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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 이야기 - 진귀한 그림, 사진과 함께 보는 상징의 재발견
잭 트레시더 지음, 김병화 옮김 / 도솔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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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일본에 갔을 때 내가 가장 혐오했던 것은 길거리를 활보하는 까마귀들이었다. 바깥에 내놓은 쓰레기봉투에 구멍이란 구멍은 다 내놓고, 탐욕스러운 식탐을 자랑하던 그들은 나에게 새가 아니라 괴물과도 같았다.  한국에서는 한 번 날면 사방 10m이내로 벼룩이 튄다던, 잊혀진 평화의 상징 비둘기를 혐오했건만,  까마귀는 그 색깔과 덩치, 그리고 괴이한 소리로 나를 괴롭혔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나를 비롯한 한국학생들은 까마귀를 혐오하면서 요리조리 피해다녔으나, 일본 사람들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한 얼굴을 하고 다닌다는 점이었다. 워낙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일본 사람들이니 그러려니 했지만, [상징이야기]에 의하면 까마귀는 그들에게 있어 충성과 가족간의 애정을 나타내는 상징이었다니 그럴만도 했다고 지금에서야 납득한다. 

[상징이야기]는 우리 생활 속에 숨어있는 모든 것에 대해 풀이하고 설명한다. 워낙 비밀, 추리등의 요소를 좋아하는 나에게 가끔 신문에서 보는 숨은 그림 찾기나, 같은 그림 중 서로 다른 곳을 찾아내는 게임은 정말 흥미진진한 소재였다. 그런 점에서 상징도 숨은 그림 찾기와 다를 바가 없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읽은 것은 이집트에 관한 내용들과 종교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집트의 오시리스는 정의의 상징으로 그는 신성한 권위와 죽은 이를 심판하는 힘의 상징으로 채찍과 갈고리를 들고 있다. 어렸을 때 내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치게 해 준 파라오의 머리에 있던 코브라는 적에게 타격을 가하는 왕권의 수호자를 상징한단다. 종교에서 뱀이 타락한 존재로 그려지는 것과는 정반대의 해석인 셈이다.  또한 언젠가 죽은 사람이 다시 이 세상에 돌아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던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만들었는데, 심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여 미라에도 심장만은 남겨두었다고 한다. 

종교에 관한 내용에 유독 눈이 갔던 것은 아마도 내 종교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종교적 무지는 엄청나서 [상징이야기]에 나타난 해석을 읽으며,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부활절에 달걀을 먹는 것도 으레 그러려니 생각했는데, 그 자체로 부활을 상징하며 성찬식과 관련된 의미를 일러준다고 한단다. 은 영혼의 음식이자 그리스도 본인의 몸으로 그리스도를 뜻하며, 포도주 신성함을 의미한다.

책의 목차는 내가 여기서 설명한 것과는 달리 동물, 조류, 무늬 등등 각각의 주제별로 나누어져 있다. 내용이 방대해서 여기에 모두 소개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컬러로 된 그림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고, 약간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설명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준다.  부작용(?)이라고 한다면, 책을 덮은 다음 모든 사물을 의심하게 된다는 것. 저 그림에는 뭐가 숨겨져 있고, 이 동물은 뭘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해져 혼자서는 해결못할 호기심이 증폭되어 버린다는 것 정도. 

아이러니한 점은 내가 그토록 혐오했던 까마귀는 , 해 안의 세 다리를 가진 형태인 ' 삼족오'라는 이름으로 중국에서 황제를 의미했다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도 , 또 책을 덮은 뒤에도 각 사회와 문화에 따라 '상징'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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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전설 세피아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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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렸을 때 가장 무서워했던 괴담은 '빨간마스크'였지요. 피로 물든 빨간 마스크를 하고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다가, 붙잡고 물어보는 겁니다. "너는 혈액형이 뭐니?" 하고. 혈액형별로 입을 찢어준다는, 지금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없는 괴담이었던 것 같습니다. (혈액형이 뭔지 그가, 혹은 그녀가 어떻게 알까요..물론 괴담이었으니, 알 수도 있었겠지만은..)지역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제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저를 괴롭힌 것은 빨간마스크였습니다. 

 그런 저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만든 한 권의 책이 여기 있네요. '도시전설 세피아'-슈카와 미나토. 이 작가는 제가 생각하기에 아주 특이한 사람입니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꾼이지만, 저의 취향과는 약간 안 맞는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엽기적이고 잔혹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랄까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가 갖는 이 사람에 대한 인상은 그렇습니다.  그런 인상은 이 책을 읽기 훨씬 전에 읽은 <새빨간 사랑>에서 받았었죠. 읽어보신 분들은 알 겁니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더 낫네요. 아니, 괜찮은 작품입니다. 물론 이것도 제 기준입니다만. 뭔가 가슴 한 켠을 쓰리게 하는 아련함이 있다고 할까요.  5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두 어 작품은 <새빨간 사랑>에 실린 작품과 비슷한 분위기라 어째 무섭습니다. 이 사람의 머리속은 무슨 생각으로 가득할까 궁금할 정도로 상상력이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습니다.

 표지를 이루고 있는 올빼미 모습을 한 사람이 등장하는 작품 <올빼미 사내>는 어쩐지 코믹하지만, 뒷부분에 가면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괴담을 현실에 재현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고 해야 하나.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어제의 공원>입니다. 죽은 친구를 살려내기 위해 시간여행을 계속하는 주인공에게 숨겨진 엄청난 비밀. 여러분은 만약 이 사람의 입장에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이스맨>은 글쎄요.  작가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운 작품 중 하나였다고만 말해 둡시다. <사자연>은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이었어요. 고풍스럽다고 해야 할지, 괴기스럽다고 해야 할지. 아마도 주인공이 화가이기 때문일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작품이죠.  마지막 작품인 <월석>도 꽤 마음에 듭니다.  지금 우리의 생활을 돌아보게 해주는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지요. 마음이 아프면서도 왠지 훈훈함마저 느껴지는 괜찮은 이야기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 단편의 제목을 보고 작가가 월석에 무척 흥미가 많은 사람인가 보다 했답니다.  전에 읽은 <새빨간 사랑>에도 월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도시전설 세피아>는 이 작가의 데뷔 작품집이라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새빨간 사랑>보다 훨씬 나은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고보면 세상에는 글 쓰는 직업을 가질 사람이 정해져 있나 봅니다. 5개의 단편으로 순식간에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그 흡입력.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상상력과 이야기 전개 면에서는 대단한 사람입니다.  엽기적인 면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되면서도 은근히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하는 이야기꾼. 남은 여름이 가기 전에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오싹한 한기를 한 번 느껴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아니면, 저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해 주세요.  어렸을 때 혹은 지금도 당신이 무서워하는 도시전설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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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8-28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빨간 마스크 얘기는 원래 일본에서 건너온건데요, 얼마전에 일본에서는 '나고야 살인사건'인가 뭔가 하는 영화도 만들었더라구요. ^^ 무서울 것 같아서, 하나도 안 보고 싶지만 말입니다. 전 이 작가의 <꽃밥>을 읽었어요. 도시괴담과 노스탤지어를 훌륭하게 녹여 내었더군요. 이 책도 궁금하네요.

분홍쟁이 2007-08-28 21:29   좋아요 0 | URL
네^^ 책에 보니 빨간마스크 이야기가 나와 있더라구요~그래서 저도 그게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것을 알았어요 ^^ 어렸을 때 정말 너무 무서워해서 지금도 잊지 못한답니다 ^^;; 꽃밥은 사놓고 책장에 꽂혀만 있습니다;; 하이드님, <도시전설 세피아>도 괜찮은 작품입니다. <새빨간 사랑>보다는 권해드리고 싶네요 ^^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 - 내가 뉴스를, 뉴스가 나를 말하다
김주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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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없는 이목구비, 빛나는 눈,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철함, 그리고 중성적인 보이스. 김주하 아나운서에 대한 내 인상은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아나운서들에 대한 이미지야 크게 차이나는 것은 아니지만, 김주하 아나운서에게 찾아 볼 수 없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엉뚱하지만 가끔은 그녀가 혹시 인조인간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다.

 그가 쓴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는  '내가 뉴스를, 뉴스가 나를 말한다'에서 알 수 있듯, 방송생활을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와 감상을 묶은 다큐에세이다. 만약 성공한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의 인생을 단순히 나열하기만 했다면, 오히려 그녀와 정반대되는 이미지로 괴리감을 느꼈을 것이다. '김주하'하면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뉴스. 그 뒷면의 모습이 생생하게 적혀 있다. 그리고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도 느껴볼 수 있다. 

 
-그래서 나같이 아무것도 없는, 하지만 무언가 간절히 바라는 이들에게 말한다. 진정 원하는 것이 있다면 끝까지 노력하라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만큼 노력해 보라고.-
흔히 성공한 사람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어디에 무슨 복을 타고났냐고'. 김주하 아나운서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예쁜 얼굴, 중성적인 목소리, 야무진 방송진행. 무엇 하나 꼬집을 것 없는 장점만 가지고 태어난 사람 같았다. 하지만 누구나 말을 하듯 노력 없이 진행되는 일은 없다. 그녀 또한 엄청난 열정과 에너지로 방송사에 입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것 뿐이었다. 물론 운도 우리 인생에서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요소지만, 김주하 아나운서가 앵커가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책을 보며 깨달은 순간, 단순히 그녀를 부러워하기만 했던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나는 내가 얻기 위해 노력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힘들지만, 남이 얻은 것은 그냥 공으로 얻은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진정 원하는 것이 있다면 끝까지 노력하라는 글귀가 나를 나무라는 것 같았다. 

 -삭막한 내용만 뉴스가 아니다-
뉴스를 차지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사건, 사고다. 누군가의 선행, 가슴 따뜻하게 하는 기사는 아마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동물을 좋아한다는 김주하 아나운서는 도심속 황조롱이를 취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삭막한 내용만 뉴스가 아니다'라고. 기자로도 활동하는 그녀가 현장을 직접 취재하면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아픔을 느꼈는지도 책 곳곳에 드러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느낌이 그녀를 더욱 인간적이게 보이게 한다.  드라마나 방송에서 그려지는 기자의 모습은 내 눈에 그다지 인간적이지 않다. 아무리 일이라고는 해도 시도때도 없이 마이크를 들이밀며 취재를 하는 그네들을 보면, '참, 저러고 싶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김일병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그의 집에 쳐들어가 어린 동생에게 마이크를 들이밀며 취재했다고 하는 이야기는 정말 경악하게 할 정도였다. 특종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어느 정도 인간적인 면은 지켜주길 바랐기 때문에  김주하 아나운서의 저 말은 참 반가웠다. 사건, 사고, 특종만을 노리는 뉴스나 기자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줄 수 있는 기자겸 아나운서가 되어 주길 바란다. 

 책에는  그녀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손석희 아나운서에게 호되게 교육을 받은 이야기, 엄기영 아나운서의 약간 코믹한 모습, 방송생활의 급박함이 생생하게 잘 그려져 있다.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살아있고, 뒤에 실은 실제 방송내용은 더욱 현장감을 전해준다. 왠지 딱딱한, 유리 상자 속의 인간미 없게 느껴지던 세계가 마치 내 세계인양 가슴이 뛴다. 화려하게만 비춰지던 생활에도 어려움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김주하 아나운서는 참 빛나는 사람이다. 그녀가 차지하는 사회적 위치, 그리스 여신 같은 그녀의 외모 때문이 아니다. 항상 도전하는 열정을 가지고, 인간적이며, 어려움 속에 있을 때 더 유쾌해지는 사람.  그녀의 따뜻함이 앞으로의 뉴스 속에서 더 빛을 발하길 희망해본다.
(여담이지만, 김주하 아나운서가 내 고등학교 선배란다!  책에서 이 사실을 발견하고 얼마나 가슴이 뿌듯해지던지. 어쩔 수 없이 나도 학연에 집착하는 사람이었던가 싶지만, 뭐 어떤가. 상대가 김주하 아나운서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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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8-25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공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걸 발견하는 것도 공통점이죠!
이금희 아나운서의 책을 본 이후로 이런 류는 안 봤는데, 님의 글 보니 읽어보고 싶군요.

분홍쟁이 2007-08-28 21:32   좋아요 0 | URL
^^ 읽으셔도 후회는 없으실 겁니다. 딱딱하지 않고, 뉴스를 중심으로 해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아내가 마법을 쓴다
프리츠 라이버 지음, 송경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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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운 조명, 부옇게 피어오르는 연기들, 이상하게 생긴 병들, 그 병들에 담긴 색색의 용도를 알 수 없는 내용물.그리고 그 앞에서 기괴한 웃음소리를 흘리는 정체모를 누군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상상하던 마법에 대한 이미지는 이랬다. 아마도 '백설공주'에 나온 의붓엄마의 모습이 기억속에 꾸욱! 박혀버린 모양이다. '신데렐라'에는 착한 마법을 부리는 요정도 나오지만, 나쁜 마녀의 이미지는 쉽사리 지워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을 보고도 '분명히 아내가 나쁜 마법을 써서 남편을 잡아먹으려고 하거나, 불행을 가져다주려고 하다가 들켜서 벌을 받는 이야기일거야!'라고 단순하게 생각해버렸다. 표지를 보라.  사악한 것일수록 아릅답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주인공 노먼은 젊은 사회학과 교수로 사랑하는 아내 탠시와 살고 있다. 어느 날 아내의 화장방을 장난삼아 몰래 뒤적이다가, 그 곳에서 마법과 주술의 흔적을 발견한다. 이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노먼에게 있어, 탠시 또한 그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에 그는 곧 아내에게 당장 마법을 그만 둘 것을 권유한다. 탠시는 처음에는 자신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교수진의 아내들도 모두 마법을 사용하며, 당신을 노리고 있다고 흥분하지만, 곧 마법 도구를 없애고 그의 말에 따른다. 그런데, 그 후로 뜻하지 않은 불행이 찾아온다. 여학생과의 불건전한 루머, 총기에 의한 살해 위협..더구나 주위 상황은 그가 자신이 미쳐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할 정도로 이상하게 돌아가며,탠시를 살리기 위해 흑마술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될 상황까지 내몰린다. 

 -탠시는 그의 연구 작업 내내 지치지 않고 능률적인 비서 역할을 해주었다-
이 책은 단순히 마법을 사용하는 악인과 선인의 대결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런 대결 구도가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 대결은 어디까지나 여자들의 싸움이다. 탠시는 과연 노먼의  '비서'역할을 한 것일까. 대답은 NO다.책의 배경은 1930년대  미국. 아직 혼전순결이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고, 대학은 보수적이고, 꽉 막힌 사람들로 가득찬 답답한 공간이었다. 물론 남자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시대에  앞에 나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것은 노먼의 몫이지만 그런 그를 지켜내는 것은 그의 아내 탠시의 몫이다.즉, 단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를 보호하고, 안전한 세계로 그를 이끌고 있다고 해야 맞겠다.  다른 교수의 아내들도 마찬가지다. 교수인 남자들은 뒤에서 자신들의 아내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학과장이라는 자리에 아내가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 겉으로는 정숙하지만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책은 강한 듯 하지만 약한 남자들의 모습과, 순종적인 듯 하지만 뒤에서 온갖 마법을 부리는  탐욕스러운  여성들의 모습을 재미있으면서도 섬뜩하게 보여준다.

-마법은 실용적인 과학이다.-
노먼은 죽음에 다다른 아내를 구하기 위해 마법 안에 과학적 방법을 도입하여 결국 공식을 찾아내고 아내를 되찾는데 성공한다. 지금까지 마법은 근거없는 미신이고, 비과학적인 것으로 묘사되어 왔다. 우리가 눈앞에서 보는 마술도 단순한 눈속임이라고 믿으며, 그 속임을 즐기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과연 근거없는 것인 걸까. 나는 사람의 의지는 어떤 것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예전부터 믿어왔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마술의 중요 요소는 사람의 동기다. 마술이 사람의 동기와 욕망을 고려한다면, 의지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결국 마술도 옛날에는 부정되었던 많은 과학이론들처럼 나중에는 실용적 과학이 되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닐까. 그것을 단순히 미신이다, 쓸모없다로 치부해버리는 것은 왠지 꺼림칙하다.

<아내가 마법을 쓴다>는 책 앞장에 적힌 것처럼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이야기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나도 마법을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을 들게했고, 작가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낄 정도였다. 내가 싫어하는 온갖 과학 법칙 이야기가 나와도 참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내가 정말 마법에 걸린 것이 아니었을까? 독특한 분위기, 곳곳에 숨어있는 철학적인 이야기는 몇 번 음미해도 좋을 정도로 멋지며 영화로도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 많은 상을 휩쓴만큼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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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향기 2007-09-03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리뷰 뽑히신 것 축하드려요. 리뷰 읽어보니 재미있는 책일거 같네요. 보관하고 갑니다.^^

분홍쟁이 2007-09-04 23:3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