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슬픈 오후
존 번햄 슈워츠 지음, 김원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느낌은 어떨까. 중학교 때 이후로 나는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어렸을 때 처음으로 느낀 죽음에 대한 공포감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는 물론 나의 죽음도 포함되어 있지만, 내가 사랑하는 주위 사람들의 죽음 또한 들어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슬픈 이별은 이별의 시간도 갖지 못하게 하는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에 의한 것. 멀쩡히 걷고 말하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것. 

 뺑소니 사고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순간적인 죽음>이다. 그 곳에는 마치 칼로 자른듯한 생과 사가 존재한다. 이 책은 그런 뺑소니 사고를 둘러싼 두 가족의 이야기다. 에단의 가족은 어느 일요일 오후 피크닉을 즐기고 돌아오다 한 주유소에 차를 세운다. 길가에 홀로 서 있던 아들 조시가 사고를 당해 즉사하지만, 사고를 낸 차량은 그 자리에서 도주하고 만다. 그 후로 에단과 그의 아내 그레이스, 딸 엠마의 남겨진 삶이 점차 무너지기 시작한다. 사고를 낸 드와이트. 함께 타고 있던 아들 샘 때문에 얼떨결에 사고현장을 떠나게 되지만, 이후 완전하다고 할 수 없었던 그의 삶 또한 점점 번민과 고민의 나락으로 떨어져만 간다. 

 이 책은 피해자의 입장에서만 줄곧 서술하다가 나중에 범인이 잡혀 응징하는 여느 소설과는 확연히 다르다. 피해자인 에단과 그레이스, 가해자인 드와이트의 입장에서 그들의 심리를 낱낱이 파헤친다. 같은 나이였던 아들을 둔 두 아버지. 살아있는 동안 못해준 것이 가슴에 사무치고, 하루하루를 유령처럼 살게 되는 삶 속에서 남겨진 가족들을 생각해야만 하는 에단과 자신의 죄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아들을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드와이트의 두 마음이 모두 아프도록 이해되어 버린다. 그 안에서 엄마의 입장인 그레이스의 시점은 책의 분위기를 더욱 극적으로 몰고간다. 그레이스의 절규, 그레이스의 슬픔. 같은 여자라서 그런지 책을 읽다보면 나는 에단이기보다는 오히려 그레이스가 되어 있었다. 

 한 때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놓고 죽는 것이 더 슬플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살아내야 하는 삶이 더 슬픈 것인지, 생각한 적이 있다. 양쪽 모두 정말 뼈에 사무치도록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만 역시 남겨진 사람들 쪽이 더 가여운 삶이 아닐까.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기억, 느낌, 몸에 닿던 느낌들. 그 모든 것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 어느 곳에서도 다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진실. 남은 사람들은 모든 아픔들을 감내해야만 한다. 

 책은 더디게만 읽혔다. 어쩌면 뒤에 나올 내용이 무엇일지 알고 있었고, 묘사된 사람들의 아픔들이 내 마음에 모두 들어와 나를 힘들게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의 마지막을 읽으면서 내가 에단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드와이트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했다고는 하지만, 뺑소니는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행동이다. 그리고 가장 비겁한 행동이다. 앞으로는 길가에 걸린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현수막을 예전처럼 건조한 눈으로는 바라보지 못할 것 같다. 

 두 가족의 마음 아픈 이야기가 내 가족과 평범한 일상울 소중하게 생각하게 해 주었다. 후회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고 해도, 그 후회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을 나누고 싶다.  나를 사랑해 준 가족에게 몇 초라도, 다만 1초라도 이별의 말을 건네고 떠날 수 있다면, 나는 그 죽음 또한 축복받은 것이라 여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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