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3 - 흑색화약전쟁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행복하다!>  테메레르를 읽으면 언제나 이 말이 곧잘 튀어나온다. 읽으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은 많지만, <이 책이 있어서 정말 좋다, 이 책의 존재를 내가 몰랐더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정도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지금 내 책장에 꽂혀 있는 테메레르 1,2 권과 방금 읽은 테메레르 3권은, 물론 내가 2007년 만난 최고의 책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책 한 권에 인생이 즐거워질 수도 있다니, 신기할 따름. 

 1권이 테메레르의 탄생과 활약을 그리고 2권이 테메레르의 고향인 중국에서의 험난한 여정을 그렸다면, 3권은 중국에서 영국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모험들을 좀 더 생생하게 나타냈다. 중국에서 영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던 로렌스는 용알을 공수해오라는 영국정부의 명령에 따라 실크로드를 지나 이스탄불로 향한다. 공포의 모래폭풍과 사막의 도적들의 습격을 받으며 가까스로 이스탄불에 도착하지만, 그들의 음모에 의해 결국 부화시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용알 두 개를 훔치게 된다. 급히 영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프러시아와 프랑스군의 전투에 예기치 않게 참가하게 된 로렌스와 테메레르는 프러시아의 계속된 패배에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 적군들을 따돌리고 영국을 향한 힘찬 날개짓을 시작한다. 

 1,2권과 달리 3권에서는 좀 더 모험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프랑스군과의 전투신은 물론, 중국에서 이스탄불을 향한 여정과 이스탄불에서 탈출하는 모습 또한 두 손에 땀이 날 정도로 생생하다. 공간의 이동이 심하고, 등장하는 인물은 1,2권 못지 않게 많아 산만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내가 직접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장면 하나하나가 살아있다. 게다가 테메레르와 로렌스의 사랑(?)은 여전히 굳건해서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척 흐뭇했다. 판타지를 싫어했던 내가 테메레르에 빠져든 요소가 바로 그들의 우정이니, 서로를 위해주는 그런 대목이 없다면 테메레르의 재미는 분명히 반감될 것이다!  

 3권에서는 주목해야 할 인물(?)이 셋이나 등장한다. 2권에서 용싱왕자의 용이었던 리엔과, 새로 태어나는 용 이스키에르카, 그리고 사막을 건너는 로렌스 일행을 안내한 타르케이다.  용싱왕자가 죽고 복수심에 불탄 리엔은 결국 프랑스로 날아가 로렌스와 테메레르를 공격한다. 책 중간에 리엔이 테메레르에게 엄청난 저주의 말을 퍼붓는 대목이 있는데, 내가 테메레르 편이기는 하지만 리엔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얀 용으로 태어나 중국에서 천대 받던 리엔을 아껴준 사람이 용싱왕자 뿐이었으니, 그 분노의 깊이는 어림하고도 남는다. 불행했던 리엔의 삶이 앞으로의 테메레르와의 관계를 통해 평화로워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새로 태어난 용 이스키에르카는 이스탄불에서 훔쳐 온 알 중 하나였다. 산만하기는 하지만 깜찍한 면도 있고, 입에서 불을 뿜는 성질이 내가 예전 상상하던 용의 이미지와 똑 닮아서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타르케는 초반에 의심스러운 행동을 계속하지만, 은근 매력있는 인물로 앞으로 로렌스와의 진한 우정을 통해 마음을 열어갈 그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3권이 나왔으니, 전쟁은 이제 점점 구체적인 양상을 띨 듯 하다. 1,2권에서 다소 소홀했던 전쟁신이 3권에서는 거의 1/3을 차지할 정도니 앞으로 나올 4,5,6권에서는 영국과 프랑스와의 대결 비중이 커질 것이라 생각된다. 테메레르의 급진적 개혁 사상은 여전하고, 그런 테메레르를 아끼는 로렌스이니 용들의 삶의 개선과 그로 인한 의회와의 갈등 등을 생각하면 아직도 즐길 요소는 충분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1,2권에 비해 3권의 번역은 좀 더 구수~해졌다. 궁둥이라는 표현, 테메레르의 툴툴거리는 모습, 상처를 치료받는 테메레르가 귀엽게 비명을 지르는 표현, 어느 것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가장 흥미진진했지만, 전쟁이 주역의 자리를 차지해 가다보니 그만큼 희생되는 사람도 많아져 가슴이 아팠다. 이후로는 부디 내가 아끼는 등장인물들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주기를, 나오미 노빅이 함부로 휙휙 내던져 버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3권을 막 읽고 난 후인데, 어서 빨리 4권이 나왔으면 좋겠다. 아니, 4,5,6,권이 한꺼번에 촤르륵 쏟아졌으면 싶다. 출판사에 직접 찾아가 밤샘작업을 하도록 감독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