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여행을 멈추다 - 멈추는 순간 시작된 메이의 진짜 여행기
메이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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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꼈던 때가 언제인가 싶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때가 되면 밥을 먹고, 때가 되면 일을 하고, 또 때가 되면 잠을 자고 또 다른 아침을 맞는다. 그러한 날이 365일. 위험한 것은 그러한 하루하루를 아무 자각없이, 그저 숨을 쉬면서 무의미하게 흘려 보내버리는 것이다. 늘상 잠과 들러붙어 있던 내가, 내 몸만큼이나 꾸물꾸물한 서울 하늘 아래에서 인도로 날아가 버린 순간,  세상은 찰나에 변했다. 인도에 의해서. 씩씩하게 살아있는 메이에 의해서. 

 메이. 자꾸 부르니 마치 내 친구 같다. 내 친구 맞다. 그녀도 늘상 졸려병에 걸려 있었으니, 우리는 잠을 매개로 한 친구다. 다만 나는 아직도 졸려병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비몽사몽이지만, 그녀는 그 잠을 떨치고 인도로 달려갔다. 인도에서 여행을 하던 메이는 인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람을 만나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지니를 만나면서 변화해간다. 인도에서 골랄끼또리아라는 마을에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바위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최초의 집에서 잠들면서 그렇게 그녀는 인도인이 되어갔다.


 지니는 동네 아이들도 잘 돌봤다. 지저분한 아이들을 잡아다 샴푸로 머리를 감기고 얼굴에 화장품을 발라주었다. 아픈 아이들을 병원으로 보내기도 했다. 심지어는 동네 개들 몸에 있는 벼룩까지 잡아주었다. 이 모든 일은 지니가 정말 그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람들과 섞여 그들을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모습은 나로 하여금 찬사와 질투를 불러일으키게 했다. 그녀를 보면서 느낀 것은 돕는다는 건 뭔가를 주는 행위가 아니라 그들을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사실이다. 그녀는 정말로 사람들을 좋아했다-p108
메이! 너도 그래! 너도 지니와 똑같아! 책을 읽으면서 지니의 모습을 바라보는 메이의 생각을 들여다보며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겁쟁이인 나는 어디로 떠나는 것조차 두렵다. 그냥 문 밖으로 가방 하나 달랑 지고 떠나면 된다지만, 나는 떠나기 전에 이것도 챙겨야 하고, 저것도 챙겨야 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 전부 싸 짊어 지고 가야 직성이 풀린다. "떠난다"는 건, 단어 하나로 끝나는 말이지만, 실제로 실행하는 건 무척이나 어렵다. 그런데 메이는 이미 발길을 옮겼으니, 그 용기야말로 내가 가장 얻고 싶은 것이었다. 떠나기까지 했으면서, 게다가, 인도에 머물러 그들과 생활까지 한다! 메이, 너는 욕심쟁이야. 이미 그들과 생활하면서, 그들과 사랑을 나누면서,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사람을 많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손을 내젓고 있잖아. 사랑하는 방법이 다를 뿐 너는 이미 지니와 똑같으면서.


 크리슈나님, 제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나요? 언덕에 길을 내고 공원을 만든다는 게 말이 돼요? 그렇게 하는 게 사람들을 돕는 게 맞아요? 나 자신도 주체하지 못하면서 어리석게 구는 건 아닐까요? 일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버려요. 왜 여기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요? 왜 사람들은 생각만큼 우리를 안 도와줄까요? 이런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p134
여행을 떠나면 나는 홀가분해질 줄 알았다. 그래서 떠나고 싶었다. 주위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고, 나 홀로 자유롭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하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여행을 하면 발길이 옮겨지고, 그 발길이 닿은 곳에 무수한 사람이 있다.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 한, 관계를 맺지 않는 건 숨을 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렵다. 메이 또한 인도에 가서까지 고민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한국에서나 할 법한 고뇌와 번민은 어디에서나 계속된다. 하지만 그것이 삶은 아닐까? 내가 살아있고, 숨 쉬고 있고, 다른 사람과 관계맺기가 계속되는 한 다른 사람에 대한 나의 고민도 계속될 것이다. 골랄끼또리아 사람들과 웃고 울던 메이가, 때로는 그들의 따뜻함에 감동받고, 때로는 가공되지 않은 자연에 사랑을 느끼며, 때로는 골랄끼또리와 사람들의 예상치 않은 치사함에 상처받으면서도 인도에 계속 머물렀던 건, 이미 그들이 메이의 안에서 가족이 되어 있기 때문이겠지.


 오르차에서 만난 사람들, 남에게 시간을 나눠주고 뭔가를 해주려는 사람들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어. 그 사람들은 참 행복해 보였거든. 그런 얼굴을 볼 때마다 의문이 생겼지. "나는 나 스스로에게 그렇게나 많은 시간을 쏟았는데도 왜 행복하지 않은 걸까"하고. 당연하지. 그 동안 나는 나를 위해서만 시간을 썼으니까. -p224
남을 돕고, 남을 생각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윗구절을 보면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 동안 나는 남을 돕는 그 순간도 사실은 그들을 위해 쓴 시간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만 쓴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이런 일을 했어, 음, 좋아" 의 자기만족. 좋은 일을 했을 때 자기만족이 완전히 배제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일을 할 때의 우선순위가 남인가, 나인가에 따라 누구를 위한 시간이었는지가 분명해진다. 메이와 람, 지니. 그들은 마을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을 보며 즐거워했고, 더 많은 것을 베풀어주고 싶어했다. 나도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닮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책을 읽는 동안 정말 행복했다. 마치 전원드라마를 연상하게 하는 마을 사람들과 귀여운 아이들은 이미 내 마음 속에서 친근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면에 감춰진 그들의 어려움과 고통이 자연스럽게 전해져왔다. 얼마 전 읽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과 같은 알싸함이 내 마음을 감싼다. 어려운 사람들, 어려운 아이들. 언젠가는 이렇게 글로만 그들을 애달파할 것이 아니라 나도 메이처럼 진정으로 떠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책 중간중간의 그림과 재미있는 인도어들은 정말 좋다! 앞으로 계속 인도어만 사용할 것 같다. 이것이 진짜 여행서다. 여행서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아~나도 인도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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