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 올리브 빛 작은 마을을 걷다
백상현 글 사진 / 시공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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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유럽 쪽에 관심이 없던 저에게는 이탈리아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이탈리아에 대해 알고 있는 점이란, 열정적인 사람들이 사는 나라, 고대 로마의 향취를 간직한 나라, 그리고 택시기사마저 영화배우 뺨치게 잘생긴 남자들이 사는 나라-정도일까요. 언젠가 한 번은 가보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그저 관광지 중 하나로만 여기고 있던 이탈리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든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소도시 여행'이라는 문구 때문이었습니다. 희한하죠. 요즘 나이가 들어서(?)인지 자꾸 소도시, 시골, 이런 단어들에서 안정을 찾으려 하는 저를 발견하곤 해요. 예전엔 야외로 나가는 것을 귀찮게만 여겼었는데 꽃 한 송이, 나무 하나 보는 것도 즐거워졌습니다. 마침 맞게 이 책이 절 찾아와 주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소렌토, 피렌체, 볼로냐, 베네치아 등도 대도시가 아닐까 하는데, 그런 점에서 이런 도시들을 책에서 만나 조금 의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타 여행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쇼핑의 도시 밀라노와 로마 등은 빠져있고 소박하면서도 열정적인 자연의 미를 느낄 수 있는 도시 위주로 소개되어 있는 듯 해요. 무엇보다 책 속 사진들이 제일 마음에 듭니다.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니 온라인 커뮤니티 '떠나볼까'의 배낭여행 설명회에서 '멋진 여행사진 찍기 노하우'에 대해 강연을 했던 분이라고 하네요. 책의 크기가 아담해서 사진들도 약간 작은 크기에서 즐길 수밖에 없었지만 꿈의 도시 포시타노와 마테라 등의 도시 전경과 거리 사진들에 마음을 홀딱 빼앗겨버렸습니다.

 

그 중 마테라는 나중에 이탈리아에 꼭 들러야 할 도시가 되었습니다. 마테라에는 세상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동굴 거주지, 사시(sasi)가 있거든요. 신비로운 매력의 바위투성이 사시가 장관을 이루며 서 있는 사진이 정말 멋졌습니다. 선사시대부터 원시인들이 살았다고 하는 이 사시는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합니다. 여행객이 실제로 투숙할 수도 있다고 하니 고대의 풍취와 현대의 세련됨이 하나로 된 숙소에서 그 맛을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해요.

 

아쉬운 것은 사진의 굉장함에 비해 그 도시의 맛을 다른 방법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글맛이 조금 부족한 점이라고 할까요. 저에게는 깊이 있게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던 글로 다가오지 않아 조금 안타깝기도 하고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기도 했고, 소도시의 아름다운 풍광들을 사진으로나마 만날 수 있어서 저에게는 나름 의미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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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2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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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설백물어] 이후 어언 2년. 참 오랜만에 만나는 야마오카 모모스케 도령이올시다. 게다가 이 두께란! 총 여섯 가지 이야기를 전하는 이 책은 무려 8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작품집이오~ 2년 만에 만나는 반가운 이야기들이기도 하고, 한꺼번에 읽으면 뭔가 아쉬울 것 같아 야금야금 아껴 읽었더니 시간은 꽤 걸렸으나 한여름밤의 무더위를 단숨에 날려주는 마력이 엄청나더이다. 직접 당해보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왠지 일본의 요괴나 괴이한 이야기에는 우리나라 옛날 이야기같은 친근함이 묻어나니 이것이 뭔일일까잉? 지금까지 읽은 이야기가 주로 사람들 옆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도와주는 요괴를 소개하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구마잉!

 

아아, 어색하니 원래 말투로 돌아가겠습니다. 방긋.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요괴관련 이야기는 아닙니다. 직접적으로 요괴가 등장하지도 않죠. 등장하는 것은 요괴만큼 강한 원념과 악의를 지닌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악의에 빨려들어가는 주위 인물들입니다. 사건 하나하나마다 그와 관련된 요괴 그림이 실려 있고 설화 비슷한 글귀가 실려 있기는 하지만 실상 요괴가 등장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없습니다. 작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요괴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밝히고 싶었던 걸까요? 요괴라면 그 요괴가 가진 본래의 습성대로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요괴란 그런 것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요괴'라 불리는 것일 테니까요. 하지만 사람이 같은 사람에게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 자신의 욕망만을 위해 음모를 꾸미는 것은, '마음을 먹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더욱 무섭게 여겨지는 것일 겁니다. '마음을 먹는다' 는 것은 '일부러' 그런다는 것이니까요.

 

배신과 음모가 난무합니다. 그로 인해 생겨나는 것은 불쌍한 사람들, 애처로운 사연입니다. 하지만 딸을 잃고, 지어미를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 앞에서, 늘 그래야 했는지는 모르지만 범인들은 자신들의 범행을 감추기에 급급할 뿐입니다. 과거의 죄를 덮기 위해 새로운 죄를 저지르고 심지어는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생기죠. 여섯 편의 이야기 속에서 야마오카 도령은 요괴의 소행이라 보이는 사건들이 실상은 인간이 저지르는 악행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세상의 괴담을 조사해서 그것으로 책을 출판하는 소박한(?) 꿈을 지닌 이 어벙벙한 청년 앞에, 숨기고 있던 속살을 내보이는 세상은 낯설게 느껴질 뿐이죠. 어쩌면 야마오카 도령도 그 누군가들이 없었다면 세상의 악행이 저주다, 요괴의 소행이다 라고 믿었을지도 모릅니다. 희생자가 되었을지도 모르죠. 그 누군가들이 없었다면요.

 

그 누군가들은 당연히 마타이치, 행각승 지헤이, 인형사 오긴입니다. 밤의 세계에서 움직이는 그들, 사건의 은막에서 세상사를 조종하여 사건들을 마무리 짓는 사람들이죠. 우리의 어벙한 야마오카 도령이 상대하기에는 벅찬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적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동료라는 점이 이 도령의 가슴에 자랑스러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항설백물어] 에서는 야마오카 도령이 그들을 만나 사건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속 항설백물어] 에서는 사건해결을 내세움과 동시에 마타이치, 지헤이, 오긴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그들의 과거와 현재과 연결되어 벌어지는 기나긴 사연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편이 사건 중심이었다면 이번 편은 사건+인물 중심이라고 할까요. 초현실적인 존재로만 보였던 그들에게 인간미를 불어넣어준 에피소드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랜 시간 공들여 읽은 제 앞에 드러난 결말은 공허하고 안타깝기 그지 없었습니다. 분노(?)하는 마음마저 생겼어요. 모든 사건들이 매듭을 지어가는 가운데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행복하지는 않아도 평범한 일상이 이어지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여겼거든요. 배신당한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항설백물어] 시리즈가 한 편인가 두 편이 더 남아있다고 들었는데, 정말정말정말! 마타이치 일행과 야마오카 도령의 인연은 결말 그대로 가고 마는 것인가요? 제발 그것이 끝이 아니라고, 다음 편을 읽으면 안다고 누가 말 좀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요!

 

생각지도 못한 결말 때문에 공허한 마음을 가눌 길 없지만 잠 못 이루던 여름밤을 서늘하게도, 반전을 일으키는 문장들로 재미있게도 만들어주었던 [속 항설백물어] 였음에는 틀림없는 일이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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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골마을 - 한번 가면 평생 잊지 못할
이형준 지음 / 예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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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떠났을 때, 저는 '도쿄'라는 대도시에 대해 일종의 환상같은 것을 품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서울도 대도시임에는 틀림없지만, 타국의 대도시, 그것도 영화와 드라마로만 접해왔던 그 곳을 드디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희열마저 느꼈어요. 하지만 실제 접한 그 곳은 언어만 다른 것을 쓴다는 사실을 제외하곤 제가 늘 접하던 생활과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종로나 명동과 분위기가 비슷한 신주쿠, 하라주쿠, 시부야 등에서 저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몇 번 간 것이 전부. 그 외에 나들이를 갈 때면 저는 늘 친구들과 외곽이나 좀 덜 알려진 곳으로 목적지를 정하곤 했습니다. 작년에 홀로 떠났던 교토나 나라에서는 도쿄와는 다른 전통적이고 서정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그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알고 느껴보기 위해서는 보통 사람들의 생활, 조금은 덜 알려진 곳을 집중적으로 찾아다니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 번 가면 평생 잊지 못할 세계시골마을]은 저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었습니다. 누구나 다 알고 찾아가는, 우리나라의 분위기가 다를 것이 없는 대도시 위주의 여행서가 아니라 직접 겪어보지 못하면 절대 알 수 없을 것 같은 시골마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거든요. 마을 전체가 벽화로 이루어진 호주의 셰필드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의 바투안, 일본의 나오시마, 아이티의 라바디에 중국, 루마니아, 독일, 노르웨이, 라오스, 그리스, 캄보디아, 스페인, 체코 등등! 차마 여기에 다 써내려갈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나라들과 그 나라들이 자랑하는 아름다운 시골풍경이 펼쳐져 있답니다.

 

각각의 나라의 아름다운 시골들을 책으로나마 둘러보면서 감탄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시골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어쩐지 우리나라의 시골 하면, 소의 응가냄새가 풍길 것 같고, 살기에 영 불편할 것만 같은 이미지를 상상하곤 했거든요. 물론 우리나라의 시골에서 느낄 수 있는 정취와 소박한 인심 등은 세계 어디를 가도 제일일 것 같지만, 다른 나라의 시골마을을 둘러보면서 아름답다고 느낀 그 감정을 과연 느낄 수 있을까, 되돌아보게 되었답니다. 다른 나라의 시골을 예쁘다고 느끼는 것처럼 저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 우리의 시골도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낄 수 있게 되도록 많은 특색사업과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국의 시골에마저 아름다움과 정겨움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은 '다르다'라는 것에 대해 동경을 품고 있기 때문이겠죠. 언젠가 시간과 자금의 여유가 된다면 이 책에 나와있는 시골마을에 꼭 한 번 찾아가서 그 마을만의 색다른 정취를 직접 느껴보고 싶습니다. 가서 숨 한 번 크게 쉬고 생각 한 번 더 하고 맛있는 것 많이 먹고 돌아오면 생활 속에서 저는 또 조금 성장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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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산 -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마흔다섯 가지 힘
KBS 한국의 유산 제작팀 지음 / 상상너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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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별 다섯 개를 백만 번은 줘도 모자라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안타깝게도 2010년 1월부터 시작되었다는 방송을 전 단 한 차례도 보지 못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렇게 책으로라도 만날 수 있었다는 점, 더더욱 다행인 것은 책 맨 뒤에 초판 한정으로 DVD가 붙어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유산, 하면 떠올리기 쉬운 딱딱함과 어려움, 왠지 풍겨나올 것 같은 옛것의 고리타분함이 아니라 아끼고 지켜나가야 할 가슴벅찬 우리의 유산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유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수많은 사람들도요. 전 읽는 내내 이렇게 좋은 책은 많은 사람이 읽어야 할텐데 걱정 아닌 걱정까지 했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우리는 참 어리석구나'였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유산을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취급하고, 빼앗겼는지 어쨌는지, 돌아왔는지 없어졌는지도 모른 채 그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웠어요. 창경궁 추녀 밑에 버려져 오래된 돌덩이로 여겨졌던 <천상열차분야지도>도, 원본은 커녕 후대에 제작된 모사본조차 모두 일본에 있어 그것을 다시 어렵게 모사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도, 2001년 10월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우리나라 최초의 조리서 <산가요록>도 여차하면 그저 폐기처리가 되었을 유산들이죠. 수많은 전쟁을 겪어 다른 나라로 강제 반입된 문화재도 많지만, 현재 우리는 그러한 유산이 얼마나 되는지 다 파악하고 있는 걸까요?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 관심이나 가지고 있었던 걸까요? 세계 강국으로 떠오른다는 우리 대한민국이 선조들의 유산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한 듯 해 제 자신도 부끄럽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책은 한국의 유산을 기록유산, 인물유산, 문화유산으로 나누어 전부 45가지의 유산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수난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팔만대장경>, 500년 역사의 기록 <조선왕조실록>, 유학생 신부의 눈에 띄어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겸재 정선 화첩>, 광복의 희망 속에서 써내려간 <제시의 일기>, 우리말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조선말 큰 사전 초고>, 명문가 출신으로 독립운동에 뛰어든 <이회영>과 위대한 시인 <윤동주>와 그의 시를 편찬해낸 <정병욱>,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매사냥>과 <강강술래>에 <무령왕릉>과 같은 문화재들까지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사람들, 모르고 지나쳤던 유산들에 대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정말 값진 시간이었어요.

 

어쩌면 그냥 스치고 지나가 한낱 먼지가 되었을지도 모를 유산들을 지켜낸 것은 안타깝게도 '개인'이었습니다. 1927년 프랑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역사학자 박병선의 눈에 띄어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 품으로 돌아온 <직지심체요절>도, 80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겸재 정선 화첩>을 발견한 선지훈 신부도, 전쟁의 화마에 휩싸여 사라질뻔한 <조선왕조실록>도 사비를 털어 목숨을 건 안의와 손흥록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에게 전해질 수 있었던 겁니다.

 

부끄럽지만 저조차도 우리의 유산을 그리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여행이나 유적도 타국의 것만 신비하고 대단하게 보였죠. 하지만 우리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문화강국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우리의 유산을 되찾을 수 있도록 눈을 크게 떠야 할 때가 아닐까요. 우리의 유산과 유적에 대해 소중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길지도 않은 1분의 영상. 그 영상이 저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들을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여기 있다, 한국의 혼이 담긴 것들이다, 자랑스럽게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우리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긍심, 학교 공부만으로는 키워지기 어려운 그 자부심을 길러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자꾸만 자극을 받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그런 마음이 필요하리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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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 2011년 제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강희진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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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당선작으로 결정된 <<유령>>은 탈북자들의 소외를 리니지 게임과 연결시켜 서술한 점이 신선하고 흥미롭다. 기존 탈북자 소설들처럼 남/북, 탈북자/비탈북자를 대립시키지 않고, 현실과 가상현실, 자살과 타살, 탈북자와 다른 탈북자들 사이의 모호함과 구분 불가능성을 오히려 리얼하게 문제 삼은 점이 주목할 만하다.          -심사평 中

젊은 세대들에게 통일과 북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냐고 묻는다면 돌아오는 대답은, '잘 모르겠어요', '글쎄요' 정도가 아닐까. 고향과 가족이 북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절실한 문제고 생각하면 안타까운 사연이 한 둘이 아니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게 북한과 통일은 '남일'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오랜 시간 떨어져 살아왔고 '먹고 살기 바쁜' 현대인들에게 그들은 이미 남과 마찬가지 아닐까. 탈북자들에 관한 기사가 등장해도 그 뿐,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우리와 살아가고 있는지 깊은 관심을 가지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 속에서 탈북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그들에 관해 숙고하며 글을 써온 작가에게 쏟아진 관심과 심사평. 심사위원과 독자의 눈은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나에게 이 작품은 딱 저 심사평만큼의 작품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다.

 

탈북자인 하림은 현실에서는 소외된 계층에 현실마저 불투명한, 겨우 허우적대며 살아가는 힘든 인물이다. 그런 그가 자유를 맛보고 진정으로 살아있다고 느끼는 공간은 게임 속. 게임 '리니지'에서 그는 쿠사나기로 통하며 그와 그들 무리를 억압하는 무리에게 대항하며 혁명을 이끄는 멋진 전사들이다. 게임에 열중해 있는 하림 주위에는 같은 신세인 탈북자 후배들과 선배, 탈북자는 아니지만 한국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살아가는 수많은 인물들이 기거한다. 하림이 몸담고 있는 하숙집, 음식점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탈북자들. 게임에 너무 빠져들어 현실과 가상공간도 구분할 수 없게 된 어느 날, 하림과 가깝게 지냈던 회령아저씨의 안구가 동네 백석의 시비 밑에서 발견되고, 사건을 기점으로 탈북자들 사이에 감돌던 갈등과 긴장 등의 온갖 감정이 폭발한다.

 

심사평과 마찬가지로 소외당하는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리니지 게임과 연결시켜 서술하는 점은 독특하다. 남북 사람들의 대립이 아니라 탈북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그들만의 갈등을 그린 것도 신선한 관점이었는데, 문제는 그리 재미는 없다는 걸까나. 탈북자들의 문제를 '재미'로 보려고 하느냐 한다면 100% 그런 것만은 아니고 여기에서 말하는 재미는 조금 다른 유형의 재미다.  가벼운 장난같은 재미말고 이야기 자체에서 뿜어나오는 재미. 문학이란 그런 심오함과 동시에 재미도 추구해야 하는 게 아닐까. 탈북자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들의 삶에 대해 연구하고 싶다면 인문서적을 읽으면 된다. 다만 그 인문서적이 너무 어려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문학이 나서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문학에서마저 작품으로서의 재미없이 이야기를 구성해나간다면 인문서적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나.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는 충분히 전해져 온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기도 할 것이다.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사람으로서 얼마나 많은 조사과정을 거쳤고 머릿속에서 수십번의 구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온 것은 아닐까. 탈북자들 사연 하나하나, 탈북해서 그들이 느끼게 된 또 다른 삶에 대한 허무함 등을 그리려 한 것은 괜찮았지만 여기에 살인사건까지 가미한 것은 너무 이어붙인 느낌이 들어서 나는 좀. 이런 저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리되지 않고 '그냥 이렇다!' 라고 펼쳐보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매번 '~문학상' 을 받았다고 하면 당연히 관심이 간다. 상금이 어마어마하니까. 그런 어마어마한 상금을 받을만한 작품이란 과연 어떤 작품일까, 무척 궁금하다. 그런데 읽어서 확 붙지 않는 이야기를 접하다보면 내가 아직 부족한 것인지, 심사위원과 독자의 눈이 다른 것인지 알쏭달쏭할 때가 많다. 다른 독자들에게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이 작가가 나에게 중요한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 다음 작품이 무지무지 중요하다. 두 번째까지 나에게 확 붙지 않으면 뭔가 맞지 않는다는 거니까. 세상에는 재미있는 책이 무척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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