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일본어로 뭐지? - 네이티브는 이렇게 말한다
조강희 외 지음 / 제이플러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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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렇게 딱딱한 책인지는 몰랐습니다. 그저 무슨 단어집 같아요. 저는 좀 더 부드럽고,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책을 기대했었거든요. 저와 같은 기대를 하셨던 분이라면 책을 펼친 순간 조금은 실망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형식에 깜빡 속아 그냥 덮지는 말아주세요. -사전에 실려있지 않은 한일사전-이라는 부제처럼 사전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을 듯한 단어들이 실려 있거든요.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다가 익숙치 않은 단어가 들리는 경험들을 종종 하실텐데요, 가끔 이 책을 이용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단어들에서 새삼 생소함을 느꼈어요. 흐흐.

 

각 분야에 맞추어 단어들이 실려 있습니다. 통신과 전자제품부터 문화, 오락, 패션과 미용, 건강, 음식,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단어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문의 양도 풍부해요. 보통 2개~3개의 예문이 실려 있는데요, 다만 초급 과정이신 분들에게는 많이 어려울 듯 합니다. 기본적인 문법의 내용을 다 익혀야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이었기 때문에, 단순히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드라마를 통해 일본어에 관심을 갖게 된 분들이 그저 궁금한 마음에 책을 펼치셨다가는 당황하실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일본어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대학생들이나 연구원분들이 많은 혜택을 볼만한 책인 듯 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심도 있는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보셔도 좋고요. 

 

단어 뿐만 아니라 뒷부분에는 '칼럼'이 실려 있습니다. 분류만 '칼럼'으로 되어 있을 뿐 색인 형식으로 실려 있으니 혹시 재미있는 내용을 기대하신 분들이라면 또 한 번 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도 주제도 좋고 흥미로운 내용일 것 같아 살짝 기대했는데 역시. 딱딱합니다. 흐흐. 저는 전체적으로 '오, 이런 단어들을 사용하는 거야?' 하며 조금은 감탄하면서 봤지만, 확실히 어느 정도 공부하신 분들이 아니라면 커다란 산을 만난 기분을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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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파드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8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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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의 작가 요 네스뵈가 귀환했습니다!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렸던 후속작인지요. 스티그 라르손 이후 북유럽 스릴러에 목말라 있던 저의 갈증을 완벽하게 해소시켜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을 보여준 요 네스뵈와 작품이었어요. [스노우맨]에 관한 리뷰는 '오늘의 책'에 소개되기도 했는데요(흠흠), [스노우맨]도 두 번 읽었을 때 그 진정한 묘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레오파드]도 두 번 읽었을 때 그 완벽한 매력에 온몸을 관통당하는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 읽을 때는 중요한 단서가 뭔지, 등장인물들이 어떤 역할들을 하는지 바로 와닿지 않지만 두 번째 읽을 때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과 드러난 단서들이 눈에 보이는 재미가 정말 대단하더군요. 요런 책들은 두 번 읽어줘야 합니다. 드라마 <신의>처럼

 

[스노우맨]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뭔가 정리되지 않은 찜찜함을 느끼셨을 겁니다. 사건해결과는 관계없이요. 저는 그 이유를 우리의 주인공 해리 홀레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스릴러에서는 주로 주인공들이 해피한 결말을 맞이하잖아요. 설령 자신의 친구나 가족이 사건에 연루된다 해도 헤어졌던 가족과 화해하기도 하고, 다시 그 관계가 이어지기도 하는데 해리 홀레는 여전히 혼자. 늘 혼자인 고독한 남자입니다. 어쩌면 영원히 혼자일 것 같은 주인공이 안쓰러워서, 그런 그의 고독의 깊이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그를 사랑하는 많은 독자들이 그런 찜찜함을 느끼고 애달파하는 걸지도요. 형사가 아니어도 좋다, 이제 형사는 할 수 없다는 해리 홀레가 모든 것을 내던지고 타락의 구멍으로 떨어진 듯한 모습이 위험해 보임에도 끌리는 것은, 마음 깊은 곳에서는 저도 나쁜 남자를 동경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상처 있는 남자는 위험합니다, 위험해.

 

[스노우맨]의 범인이 눈처럼 차가운 사람이었다면, [레오파드]의 범인은 표범처럼 조용하지만 날쌔고 굉장히 똑똑한 인물입니다. 치밀한 계획과 날카로움, 혀를 내두를 정도의 잔인함. 그 모든 것들이 맞물려 사상 최대의 인물을 완성했죠. 보통 범인은 등장인물 중 하나인 경우가 많아서 머리를 마구 굴리다보면 범인이 보이는데 [레오파드]의 범인은 결국 마지막까지 알지 못했습니다. 작가가 마련한 주사위판의 장기말이 되어 요리조리 조종당하는 느낌이었어요. 게다가 사건에 더해진 로맨스마저 미스터리함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여, 다른 스릴러물에서는 유치하게까지 느껴지는 로맨스가 해리 홀레의 삶에 있어서는 필요불가결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죠. 사랑마저도 미스터리하고 고독하게 하는 해리입니다.

 

[스노우맨]과 [레오파드]의 중심에는 언제나 가족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해리 홀레 시리즈는 아니지만 제가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헤드헌터]도 가족이 등장하네요. 이 작가는 가족관계에 참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게다가 이번 작품에서는 해리의 아버지가 등장해서 부자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으니까요. 세상 어떤 사람보다도 끈끈한 정을 간직해야 할 가족에게 받은 상처가 커다란 구멍으로 가슴에 남아서 결국에는 타인은 물론 자신마저 파괴시키고마는 처참한 결말은 굉장한 비극입니다. 비단 그것은 소설 속의 모습만은 아닐 거에요. 아이에게 잔혹한 부모들의 이야기는 저도 항상 듣고 있으니까요.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임을 우리 모두 다시 되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잔인하기는 하지만 역시 해리 홀레 시리즈는 손에서 놓을 수가 없네요. 이런 저런 가능성을 타진하고 하나씩 소거시켜 나가면서 진실에 근접해나가는 해리. 그리고 숨막히는 긴장감.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엄청난 고통도 감수하는 그를 보며 삶을 향한 끈질김과 형사로서의 집념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서 기특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온몸이 부르르 떨리긴 하지만요. 지금의 모습으로는 라켈에게 다가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변신을 꾀하는 해리. 점점 더 속편이 기대되는, 굉장한 해리 홀레 시리즈입니다.

 

아, 팁 하나. [레오파드]에서는 [스노우맨]의 그 후의 모습도 보실 수 있습니다. 비록 잔인한 범인이었지만 왜 저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오는 걸까요. 부디 부모들로 인해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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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중석 스릴러 클럽 3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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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스릴러 작가라 일컬어지는 할런 코벤의 신작입니다. 숲에서 사라진 동생에 얽힌 비밀이 20년 후에야 밝혀진다는 내용이에요. 스릴러 소설인지라 뒤에서 밝혀지는 반전은 무시할 수 없지만, 제 솔직한 의견은 전작들에 비해 다소 힘이 떨어진 작품이 아닌가 싶다는 겁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것이 할런 코벤만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워낙 뛰어난 스릴러 작가들, 예를 들어 마이클 코넬리나 요 네스뵈 같은 스릴러 작가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지금, 할런 코벤은 그 나름대로 전과 다름없는 작품세계를 선보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밀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거죠. 결국 그 자신의 문제라기보다는 동료 작가들로 인해 형성되는 환경, 스릴러 코드의 변화 등에 의해 조금 부족해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작품은 두 가지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개됩니다. 하나는 주인공 코프의 여동생의 살인사건과 관련, 또 하나는 검사로 등장한 코프가 맡은 사건과 관련해서요. 두 가지 이야기 모두 -부모가 자식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코프의 이야기는 그렇다해도 코프가 맡은 사건의 피의자 아버지는 좀 두고 볼 수가 없네요. 강간이 실수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설령 실수였다고 생각해도 잘못은 잘못이니 그 잘못에 대한 정당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부모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당장 겁이 나서, 무서워서, 그 상황을 모면하는 방법을 가르쳐줄 것이 아니라 부모 자신이 나서서 아이에게 잘못했을 때 찾아오는 결과에 대해 설명해주고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올바른 삶의 모습을 몸소 보여줘야 한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사랑으로 맺어진 가족들이 무너지는 모습은 언제 봐도 가슴이 아픕니다. 그리고 진실은 정말 밝혀져야 좋은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요. 다른 가족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가족을 희생시키고, 해일처럼 밀려오는 엄청난 비극을 끝내 이기지 못해 스러져가는 사람들. 가족이기 때문에 더 용납하기 어려운 것들도 분명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문득 할런 코벤은 요즘 제가 애정하는 작가인 요 네스뵈와 문체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들이니 두 작가가 다른 문체를 구사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할런 코벤은 등장인물들의 대화같은 짧은 문장들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는 한편, 요 네스뵈는 묘사와 설명을 이용한 긴 문장을 사용한다고 할까요. 구성이라든가 기법에 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요 네스뵈 쪽이 서사가 있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쩌면 이런 작가들의 성향이 앞으로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장르문학과 순문학의 차이가 점점 좁혀지는 세상이니까요. 할런 코벤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주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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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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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 책 읽을 때 주위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에 조금 민망했다고 할까요. 제목에 '~신들리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보니 워낙 많은 분들이 이 책은 대체 어떤 책이냐 물어보시더라고요. 타인에게야 그저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얘기하면 끝났는데, 어무니는 이게 정말 미스터리 소설이 많느냐는 시선으로 왜 너는 맨 미스터리만 읽느냐고, 오랜만에 한 소리 들었습니다. 헤헷. 미스터리만 읽는 것은 아닌데요;; 이것저것 읽지만 특히 좋아하는 분야가 미스터리일 뿐인 거랍니다! -0- 저는 연애소설도 좋아하고 판타지도 가끔 읽고 국내 작품, 일본 문학도 좋아해요. 재미난 거라면 뭐든 ok. 어쨌든 이 책은 공공장소에서 떡하니 펼쳐놓고 읽기에는 조금 어려웠던(?) 작품이라고 할까나요. 

 

미쓰다 신조의 '~처럼 ~인 것' 시리즈의 최고참 작품입니다.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과 [산마처럼 비웃는 것]을 먼저 읽은 저로서는 앞의 두 작품, 특히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굉장히 충격적이었지만 이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은 그 충격의 최고봉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그 동안 일본요괴에 대해 무섭다기보다는 귀엽다는 인상이 강했어요. 요괴여도 인간들 주위를 맴돌며 그들이 난관에 봉착했을 때 도움을 주는 아기자기한 소설들을 접했기 때문일까요. 그런 귀여움과 깜찍함(?)에 물들어있던 저에게 이 작품은 일본 요괴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새삼 일깨워주었답니다. 일본 공포영화는 <주온>이후로 보지 않았는데 그 <주온>만큼 아주아주 무서운 소설이었습니다.

 

시리즈의 주인공인 도조 겐야가 역시 주인공. 탐정이었던 아버지의 자유로운 영혼을 물려받은 그가 이번에 발을 내디딘 곳은 가가구시촌입니다. 사람들이 염매라고 부르는, 신이지만 굉장히 두려워하는 존재와 얽힌 행방불명 사건들, 그리고 이어지는 살인사건들. 한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전통이 오랜 시간에 걸쳐 어떻게 변색될 수 있는지, 신을 향한 인간의 잘못된 욕망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에 비극을 불러오는지 보여주는 이야기에요. 미스터리하다기보다 괴기스럽고 호러적인 색채가 강한 작품이라고 할까요. 부르르.

 

한편 이번 작품은 미쓰다 신조 작가의 똘똘함과 강한 탐구심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머리속이 빙빙 돌 것 같은 마계신화와 수많은 민간전승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을 뿐 아니라 사건의 배후를 밝히는 과정도 어찌나 복잡하던지요. 이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생각하며 결말을 만들어내야 했을 그의 노력과 천재성에 절로 감탄이 새어나왔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놓치지 않는 그 호러 분위기란! 전 책을 읽는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잤습니다. 머리맡에 책을 놓아두는 것만으로도 무서워서 발로 저 멀리 밀어놓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꿈 속까지 따라오지 뭡니까! 지금까지 본 시리즈 중 가장 무섭고 충격적인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만, 저처럼 겁이 많고 무서운 것을 보면 잠을 잘 못이루는 분은 조심해서(?) 읽으시길 권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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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기억 속으로 매드 픽션 클럽
엘리자베스 헤인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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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떤 리뷰에 적었던 것처럼 저는 제가 약간의 강박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입니다. 문이 잠겨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잠긴 문에 몇 번이나 매달려서 이 문이 다시 열리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몇 번이나 확인해야 했었어요. 그나마 어떤 분이 그럴 때는 자신의 행동을 소리를 내서 입 밖으로 말하면 머리속에 각인이 되서 그 횟수가 줄어들거라고 말씀해주셔서, 이제는 문을 잠근 후 '한 번만' 점검해도 괜찮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강박장애도 하나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저의 경우는 제가 어렸을 때 했던 아주 작은 실수가 원인이었지만, 자기 자신의 실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입은 상처로 인해 장애와 발작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일 겁니다. 아니, 어쩌면 타인에게 입은 상처로 인해 생긴 강박장애가 자기 자신의 실수로 인한 것보다 훨씬 괴롭고 잔인한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작품은 강박장애와 공황장애를 앓는 한 여성의 기록입니다. 한때 사랑한다고 믿었던 남자의 집착과 스토킹, 그리고 이어진 잔혹한 구타와 고문. 심지어 그는 경찰이었어요. 그녀, 캐서린은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과거의 기억 때문에 자신이 정해놓은 횟수에 따라 집의 자물쇠를 점검하고, 커텐의 위치를 확인하며, 공용으로 쓰는 현관문도 일정한 순서에 따라 몇 번이나 점검해야만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됐죠. 정해진 시각에 차를 꼭 마셔야 하고, 짝수일에만 장을 보러 갈 수 있으며 홀수일에는 운동도 할 수 없는 여자. 빨간색과 경찰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불쑥불쑥 찾아드는 그의 기억에 괴로워하던 캐서린 앞에 스튜어트가 나타나고, 그녀가 드디어 회복을 위해 한 걸음 내딛기 시작할 때, 또다시 그가 나타납니다.

 

집안을 서성이고 잠도 제대로 못이루며 집 안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지 점검하는 캐서린의 모습은 안타깝다 못해 저에게도 두려움을 느끼게 했어요. 이런 삶도 있겠구나, 자신의 집에서조차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런 삶도 있구나,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히고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그녀가 또 하나의 사랑을 만나 미래를 생각하고 앞으로 걸어나아가며 강인하게 맞서 싸우는 모습은, 비록 소설이기에 이런 빠른 회복과 투지가 생긴 것이라 한다고 해도,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캐서린도 캐서린이지만 잔혹한 그, 리의 과거도 궁금했어요. 대체 어떤 생활을 해왔고 무슨 일을 겪었길래 그렇게 된 것인지, 상처를 받았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 상처도 잔인한 방법으로 파내버린 그가, 과연 그 상처 때문에 폭발해버린 게 맞는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했어요. 리도 원래는 본성이 그런 것은 아니었는지도요. 어쩌면 우리 마음 속에는 하나의 스위치가 존재하고 있는 걸까요. 평온하고 안락한 삶을 보내고 있었어도 무언가가 한 번 뒤틀리면 그렇게 잔인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건지 무섭습니다. 리도 캐서린처럼 치료를 받으면 나아질 수 있는 지도 궁금하네요.

 

주인공이 여성이라 그런지 그녀가 느끼는 두려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와 상당히 무서웠어요. 다행히 집에 부모님이 계셨기에 망정이지 혼자 읽고 있었다면 저도 캐서린처럼 문을 점검하고 창문도 모조리 잠그고 또 점검하고 확인하고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스릴러에 비해 잔인한 장면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 어떤 스릴러보다 여성 독자들을 두려움에 빠트린 소설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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