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기억 속으로 매드 픽션 클럽
엘리자베스 헤인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어떤 리뷰에 적었던 것처럼 저는 제가 약간의 강박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입니다. 문이 잠겨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잠긴 문에 몇 번이나 매달려서 이 문이 다시 열리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몇 번이나 확인해야 했었어요. 그나마 어떤 분이 그럴 때는 자신의 행동을 소리를 내서 입 밖으로 말하면 머리속에 각인이 되서 그 횟수가 줄어들거라고 말씀해주셔서, 이제는 문을 잠근 후 '한 번만' 점검해도 괜찮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강박장애도 하나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저의 경우는 제가 어렸을 때 했던 아주 작은 실수가 원인이었지만, 자기 자신의 실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입은 상처로 인해 장애와 발작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일 겁니다. 아니, 어쩌면 타인에게 입은 상처로 인해 생긴 강박장애가 자기 자신의 실수로 인한 것보다 훨씬 괴롭고 잔인한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작품은 강박장애와 공황장애를 앓는 한 여성의 기록입니다. 한때 사랑한다고 믿었던 남자의 집착과 스토킹, 그리고 이어진 잔혹한 구타와 고문. 심지어 그는 경찰이었어요. 그녀, 캐서린은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과거의 기억 때문에 자신이 정해놓은 횟수에 따라 집의 자물쇠를 점검하고, 커텐의 위치를 확인하며, 공용으로 쓰는 현관문도 일정한 순서에 따라 몇 번이나 점검해야만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됐죠. 정해진 시각에 차를 꼭 마셔야 하고, 짝수일에만 장을 보러 갈 수 있으며 홀수일에는 운동도 할 수 없는 여자. 빨간색과 경찰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불쑥불쑥 찾아드는 그의 기억에 괴로워하던 캐서린 앞에 스튜어트가 나타나고, 그녀가 드디어 회복을 위해 한 걸음 내딛기 시작할 때, 또다시 그가 나타납니다.

 

집안을 서성이고 잠도 제대로 못이루며 집 안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지 점검하는 캐서린의 모습은 안타깝다 못해 저에게도 두려움을 느끼게 했어요. 이런 삶도 있겠구나, 자신의 집에서조차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런 삶도 있구나,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히고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그녀가 또 하나의 사랑을 만나 미래를 생각하고 앞으로 걸어나아가며 강인하게 맞서 싸우는 모습은, 비록 소설이기에 이런 빠른 회복과 투지가 생긴 것이라 한다고 해도,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캐서린도 캐서린이지만 잔혹한 그, 리의 과거도 궁금했어요. 대체 어떤 생활을 해왔고 무슨 일을 겪었길래 그렇게 된 것인지, 상처를 받았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 상처도 잔인한 방법으로 파내버린 그가, 과연 그 상처 때문에 폭발해버린 게 맞는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했어요. 리도 원래는 본성이 그런 것은 아니었는지도요. 어쩌면 우리 마음 속에는 하나의 스위치가 존재하고 있는 걸까요. 평온하고 안락한 삶을 보내고 있었어도 무언가가 한 번 뒤틀리면 그렇게 잔인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건지 무섭습니다. 리도 캐서린처럼 치료를 받으면 나아질 수 있는 지도 궁금하네요.

 

주인공이 여성이라 그런지 그녀가 느끼는 두려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와 상당히 무서웠어요. 다행히 집에 부모님이 계셨기에 망정이지 혼자 읽고 있었다면 저도 캐서린처럼 문을 점검하고 창문도 모조리 잠그고 또 점검하고 확인하고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스릴러에 비해 잔인한 장면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 어떤 스릴러보다 여성 독자들을 두려움에 빠트린 소설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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