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 고양이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이데 요이치로 지음, 장윤선 옮김 / 미술문화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고양이를 왜 좋아하는가 물으신다면, 글쎄요. 강아지도 물론 좋아하지만 고양이와 강아지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역시 고양이. 뚜렷한 이유도 없고 꼭 집어 말할 수도 없지만 고양이에게서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요. 단지 마음이 끌리는 것뿐입니다. 명화나 여러 그림에 대한 지식도 전무하지만 그림 보는 것도,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도 좋아해요. 그 설명 또한 하나의 역사니까요. 어떤 배경에서 누가 무엇을, 혹은 누구를 위해 그렸는지에 대한 이야기지요. 그런데 고양이와 명화, 제가 좋아하는 요소 두 가지가 함께 있으니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번 책에서만큼은 단연, 고양이가 주인공입니다.

 

이 책이 마음에 든 이유 중 하나는 대화체로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외모는 고양이나 개 보다는 곰을 더 닮았다는, 현재 군마 현립근대미술관 관장인 이데 요이치로씨와 현재 무라우치 미술관 학예원에서 일하면서 고양이에 관한 작품을 만들고 있는 가와모토 모모코씨의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어 다른 미술 책들에 비해 지루함이 부담스러움이 덜 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마치 라디오 방송을 듣는 것 같은, 가끔 만담처럼 느껴지는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편안하고 신기하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한 작품의 해설 또한 그리 장황하지 않아요. 배경도 고양이에 대한 설명도 간결합니다.

 

제법 많은 종류의 그림설명 책을 읽었는데도 성서를 주제로 한 그림 안에 그렇게 많은 고양이가 숨어있었다니요. <최후의 만찬>, <성모에게 이별을 고하는 그리스도>, <수태고지>, <노아의 방주>, <세례자 요한의 탄생> 등에도 고양이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 그림들에서 고양이는 예수을 배신한 유다를 의미하기도 하고, 로마를 상징하기도 하며, 전설 속 예수 탄생 장면에 나오는 새끼를 낳은 엄마 고양이가 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고양이를 주제로 한 명화들이다보니 제가 모르는-물론 저의 지식이 부족한 탓도 있겠습니다만-그림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림은 여러 번 본 기억이 나는데 이렇게 고양이에 초점을 맞추고 보니 색다른 느낌이 드네요. 이 밖에도 고양이는 중심에 위치하기도 하고, 가정부에게 입을 맞추려는 노인을 노려보는 주변 배경이 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거나, 자기들끼리 기싸움을 하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저에게 이 책이 더 의미있게 다가온 이유는 뒷부분에 실려 있는 <우키요에 속의 고양이> 때문이에요.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앞의 명화들만큼이나 우키요에 속 고양이 모습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무척 컸습니다. 이 외에도 고양이파 화가들에 대한 소개라든지, <고양이에 대한 에세이>에 대한 챕터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실 책 두께는 그리 두껍지 않아요. 오히려 얇은 편에 속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정도의 두께에 이렇게 알찬 이야기들이 실려 있어 더 뿌듯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가 애정하게 될 명화 소개 책 중 하나가 될 것 같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NJOY 오키나와 (2017~2018 최신정보) - No Plan! No Problem! 인조이 세계여행 28
박용준.강진아.송은아 지음 / 넥서스BOOKS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181, 드디어 오키나와에 갑니다. 가장 여행하기 쉽고 가까운 일본이지만 원전 문제도 있고, 막상 발을 내딛기는 어려운 곳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일본여행을 한 것도 벌써 4년 전이네요. 홋카이도를 1011일로 다녀왔었는데 다음에는 겨울에 한 번 찾아와야지 결심했던 것도 무색할만큼 시간은 참 빨리도 흐릅니다. 그 후 오키나와 여행은 몇 번이나 계획이 무산됐었는데 아기가 두 돌이 되기 전에는 비행기표가 거의 공짜라 해서, 두 돌이 되는 내년 4월이 되기 전, 그리고 제가 복직하기 전 한 번 가자!! 해서 친정부모님, 남편, 아기와 함께 가게 되었어요. 아기 먹을거리는 아무래도 여기서 다 들고갈 것 같습니다만.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지만 이미 비행기표를 예매해두었더니 마음은 이미 오키나와에 가 있습니다. 숙소도 정해야하고 렌트카도 알아봐야 하고 여기저기 맛집, 쇼핑, 볼거리도 미리 생각해두고 싶어서 오키나와 관련 여행책자를 들춰보고 있는 중입니다.

 

<ENJOY> 시리즈는 약 7년 전, 홀로 오사카와 교토를 방문했을 때도 무척 애용한 책이에요. 그리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적당한 두께에 부담 없이 들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다른 여행책도 참고할 예정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ENJOY 오키나와]를 주로 사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언제 오키나와를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은 지에 대한 정보도 없었는데, <오키나와 기본정보>를 보니 역시 1월은 비수기였네요. 하지만 최고기온은 19.6, 최저 기온은 14.7도로 우리나라보다는 덜 추운 날씨라 아기와 함께 돌아다니기에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맨 앞에는 오키나와 하이라이트, 오키나와의 베스트 장소, 추천 해변, 맛집, 쇼핑정보, 액티비티, 세계문화유산 등의 기본 정보가 실려 있고, 각각의 여행일에 맞춰 추천 코스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45일 일정이고, 아기와 부모님을 생각해서 렌터카로 천천히 움직일 계획이에요. 아무래도 아침에 아기를 챙기고 준비하려면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아서 일부러 패키지여행은 피했답니다. 교통편에서는 역시 렌터카 부분을 바로 찾아보았어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일본은 운전석과 도로가 우리나라와 반대라는 사실. 남편과 저 둘 다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예정인데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렌터카는 일본의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다는 중요한 정보도 실려 있네요.

 

간단한 사항들의 소개가 끝난 후 지역 여행 소개가 이어집니다. 나하, 중부, 남부, 북부, 주변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직은 눈에 다 들어오지 않았어요. 책을 몇 번은 들춰봐야 할 것 같습니다. 테마 별로 즐길 수 있는 여행 코스도 구성되어 있어요. 독특하게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한 작품> 코스가 눈에 띕니다. 제가 무척 좋아했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상어>, <여인의 향기>, <미남이시네요> 등의 우리나라 작품과 일본의 드라마와 영화들이 소개되어 있어요. 오키나와 출신 일본 연예인도 실려 있는데 <고쿠센>의 센세 나카마 유키에, 가수 아무로 나미에, 각트도 오키나와 출신이었네요,

 

여행-하면 쇼핑이 빠질 수 없죠. 주요 드러그 스토어의 이름과 정보, 구입하면 좋은 상품, 편의점에서 구입하면 좋은 상품들이 실려 있어요. 전 홋카이도에 갔을 때 편의점 빵을 참 즐겨 먹었답니다. 웬만한 제과점 빵보다 무척 맛있거든요. 일본 여행에서 돌아올 때면 주로 먹을거리로 가방을 가득 채워왔었던 것 같아요. 요렇게 죽 훑어보니 마음이 더 설렙니다.

 

오키나와는 일본 최남단에 위치한 화산섬으로 일본에 귀속되기 전에는 류큐 왕국이라고 불렸습니다. 지금도 그들은 자신들은 일본인이 아니라 류큐 왕국의 후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일본이되 일본이 아닌 곳, 그 독특한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을 것 같아 이번 여행이 무척 기대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빅뱅에서 인류의 미래까지 빅 히스토리
이언 크로프턴 & 제러미 블랙 지음, 이정민 옮김 / 생각정거장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과학이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던 제가 [한 권으로 끝내는 세상의 모든 과학]을 읽고 빅 히스토리라는 개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빅 히스토리란 과학과 인문학을 하나의 틀에서 다루는 것을 목표로, 물리학, 화학, 천문학, 지질학, 생물학, 인문학을 아우를 수 있는 학제간 연구를 특징으로 한다고 합니다. 소위 <융합형 과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주의 탄생부터 인류의 미래까지 그리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과학적 내용만 다루고 있는 게 아니어서 그런 지 과학이라면 혀를 내두르던, 학창시절 암기로 해결할 수 있는 화학이나 생물을 제외하고는 찍기를 다짐하며 시험에 임했던 저에게도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같은 주제인만큼 [빅 히스토리]를 이야기할 때 앞에서 언급한 책과의 비교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한 권으로 끝내는 세상의 모든 과학]은 저자가 초등학교 교사인만큼 조근조근한 말투로 설명식으로 쓰여 있었고, 내용도 과학적인 내용의 비중이 좀 더 컸던 것 같아요. 동시에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심도있는 문제의식을 던져주었다고 봅니다. 그에 반해 이 [빅 히스토리]는 과학적 내용보다 인류의 역사에 관한 내용의 비중이 더 큰 듯해요. 물론 앞부분에서 태초의 우주, 별의 탄생 등을 그리고는 있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인간이 탄생하기까지, 그리고 그 발전과 앞으로의 향방에 대해 백과사전처럼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쭉 훑어보면 생명이라는 것은 정말 신기한 것 같아요. 인간 뿐만 아니라 우주에 있어서도요. 한 존재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갔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이 문에 대해 과연 확실한 답을 내릴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우연이라 부를 수 있는 사건들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는 점, ‘빅 히스토리는 그런 점에서 철학과도 어우러질 수 있는 멋진 학문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책 앞쪽에 소개되어 있는 문구 하나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읽는 순간 가슴 속에 와 박혀서 한동안 잊지 못했습니다.



별들의 대지가 그토록 광활하다는 사실보다 인간이 그 대지를 측정했다는 사실이 기적이다-아나톨 프랑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XO 모중석 스릴러 클럽 43
제프리 디버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괜히 거장이라고 부르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제프리 디버의 작품 중 <링컨 라임 시리즈>가 가장 유명하다고 알고 있는데, 전 그 중 [본 컬렉터] 만 기억나요. 그것도 책을 읽어서가 아니라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영화로요. 제가 그의 작품 중 정말 대단하다고 박수 친 작품은 [옥토버리스트]였어요. 사건이 시간의 역순으로 전개되는 작품인데, 전 이사하면서 잃어버린 줄 알고 한 권 더 샀더랬지요, . [XO] 와는 별도로 [옥토버리스트] 는 정말 추천하는 작품이니,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이야기가 옆으로 새기는 했지만 결론은 [XO] 도 무척 재미있었다는 거예요. <링컨 라임 시리즈> 의 일곱 번째 작품인 [콜드문] 에 등장했던, CBI 요원이자 동작분석가인 캐트린 댄스를 주인공으로 한, [잠자는 소녀][도로변 십자가]에 이은 세 번째 작품입니다.

 

아름답고 실력있는 뮤지션 케일리 타운은 에드윈 샤프라는 남자로부터 스토킹을 당하고 있습니다. 메일, 편지는 물론 그는 케일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는지의 기본적인 사항부터 노래와 관련된 모든 것을 알고 있어요. 자신의 고향에서 예정되어 있던 콘서트 준비 중인 케일리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느 날 케일리의 노래 <유어 섀도>가 배경으로 깔린 전화가 그녀에게 걸려오고, 그녀의 동료였던 보비가 살해당한 채 발견돼요. 그 후 이어지는 살인사건. 캐트린은 휴가였지만 케일리와의 인연으로 사건에 뛰어들고 그녀 특유의 실력으로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가기 시작합니다.

 

에드윈은 미꾸라지 같은 인물이에요. 모든 단서를 피해가며 유려한 말솜씨로 상황을 모면합니다. 아스라한 연기 같기도 해요.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손에 잡히지 않죠. 여러 가지 사건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에드윈은 범인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가 케일리의 스토커임을 이용해 다른 상황을 만들어내려는 사람들이 존재하거든요. 그는 그저 케일리의 순수한 팬이라고 자처하면서, 케일리가 자신을 정말 좋아해준다고 믿지만 그녀가 왜 자신을 멀리하고 무서워하려하는지 어리둥절해하기도 해요. 알쏭달쏭합니다. 도저히 범인을 단정짓기가 힘들었어요. 그저 속수무책으로 작가가 창조한 세계에 얌전히 몸을 맡길 뿐이었습니다. 사뿐히.

 

이 작품에 담긴 또 다른 재미는 캐트린 댄스의 러브 스토리입니다. FBI였던 남편을 사고로 잃고 지금 만나는 남자가 있지만, 그녀의 마음 속에는 마이클 오닐이라는, 동료이자 소울메이트 같은 사람도 존재하거든요. 어떻게 마이클과 마음이 통하는가 싶더니, 이런. 그녀의 러브스토리는 다시 제자리, 아직 결말이 맺어지지 않은 듯 보입니다. 사건도 사건이지만 전 그녀의 마음이 누구를 향하고 있을지 다음 작품이 무척 기대되네요.

 

작가는 작품 속 핵심 테마인 <유어 섀도>를 실제 음원으로 제작, 웹사이트를 통해 들어볼 수 있게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해요. 뿐만 아니라 [XO] 뒤편에는 케일리 타운의 노래 전곡의 가사가 실려 있습니다. 마치 케일리 타운이 현실에 존재하는 것 같은, 실제로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이 살짝 듭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노래를 만든, 아름다운 뮤지션으로부터 키스와 포옹을 뜻하는 XO라는 문자를 메일로 받는다면, 혹하고 넘어가는 사람들이 정말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학생 시절 다니던 영어회화 학원 동료들과 구라마 진화제(교토 구라마에 있는 유키 신사에서 불이 나지 않도록 신에게 기원하는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교토로 온 오하시. 그와 나카이, 다케다, 후지무라, 다나베는 10년 전에도 구라마 진화제를 보러 갔다가 일행인 하세가와가 홀연히 사라진 기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일행을 만나기 전, 오하시는 시간이 남아 길을 둘러보다가 하세가와처럼 보이는 여인을 발견합니다. 그녀를 따라 어떤 화랑에 들렀는데, 그 곳에서 기시다 미치오라는 작가의 <야행(夜行)>이라는 동판화를 보게 되죠.

 

-야행 열차의 야행일 수도 있고, 아니면 백귀야행(온갖 귀신이 밤에 나다닌다는 뜻)의 야행일 수도 있죠. -

 

낮의 경험이 머릿속에 남아있던 오하시는 무심코 일행에게 하세가와를 본 것 같다는 말을 꺼내고, 더불어 화랑에서 본 기시다 미치오의 작품 얘기까지 거론됩니다. 순간, 모두의 얼굴에 무엇인가 숨기는 듯한 기색이 엿보이고 가장 먼저 나카이가 오노키치의 호텔 로비에서 그의 동판화를 본 기억이 있다면서 경험담을 이야기해요. 작품에는 이렇게 모두가 만난, 기시다 미치오의 <야행(夜行)>을 중심으로 그들이 겪은 기이한 경험담이 실려 있습니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여우 이야기]를 통해 만난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의 작품입니다. 앞의 두 작품도 재미있었지만 특히 이번 [야행]에 마음이 끌렸던 이유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선 이야기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여름, 그 어느 때보다 이야기가 필요한 계절이죠. 그 중에서도 기이한 이야기가요. 하세가와의 실종을 둘러싼 미스터리인가, 스릴러인가 싶었지만 그들 각각의 이야기가 하나씩 풀어지다보면 정체 모를 오싹함에 침을 꼴깍, 삼키게 되었죠. 기시다 미치오의 작품 <야행(夜行)>에는 동일한 등장인물이 있거든요. 머리가 길고 마치 이쪽을 보고 손짓하듯 오른손을 들고 있는, 마네킹처럼 눈도 입도 없는 여자. <야행(夜行)>은 연작 작품이라 <야행(夜行)-오노미치>, <야행(夜行)-오쿠히다>처럼 각각의 등장인물이 방문한 곳의 지명이 붙어 있고,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동판화에 그려진 여자에게서 모두 자신이 알고 있는 그 누군가를 발견합니다.

 

이 세계는 과연 이 세계만 존재하는 것일까요.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시공을 초월한 공간이 무수히 존재하죠. 그런 것처럼 다른 공간의 나도 분명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기시다 미치오의 그림 <야행(夜行)>이 있는 것처럼 서광(단 한 번뿐인 아침을 그린 것)도 존재하는 것처럼요. 각각의 이야기들은 도저히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경험들이었어요. 이 이야기들이 사실이라면 이 작품은 과연 어떻게 결말을 맺을 것인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각 동판화에 항상 등장하는 기묘한 여자, 등장인물들이 겪은 괴이한 경험들은 책을 읽는 내내, 책을 읽고 있는 나의 존재조차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혼란스럽고도 무섭고, 한편으로는 가슴 설레는 여정이었습니다.

 

그 동안 독서가 좀 미진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다시 책에 대한 애정이 무한 샘솟습니다. 더불어 모리미 도미히코에 대한 기대치도 더욱 높아졌어요. 워낙 교토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특히 교토를 배경으로 작품을 쓰는 작가를 애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