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봐, 범인은 누구라고 ‘생각해?‘

백설 공주 살인 사건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8년 1월

미나토 가나에의 대표작 [고백]을 읽은 지 거의 10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리뷰를 2009년 10월에 올렸네요! [고백]에 빠져 그 후로 국내에 출간되는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은 대개 읽어보는 편인데, 사실 [고백] 이후 크게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없었어요. 저에게는 그만큼 그 첫 작품이 대작이라고 느껴질 만한 것이어서, 어쩌면 [고백] 외의 작품을 먼저 접한 독자에게는 저와는 다른 인상을 받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작가도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지 않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작품을 내주고 있는 것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을 만큼 격려하는 마음 한가득입니다. 이번 작품은 제18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초청작인 <백설공주 살인사건>의 원작이에요.

T현 T시의 시구레 계곡에서 히노데 화장품 회사에 근무하는 미모의 여사원 미키 노리코가 칼에 수차례 찔리고 불태워진 사체로 발견됩니다. 피해자의 회사에서 같이 근무하는 동료를 통해 사건을 접하게 된 기자 아카보시 유지는 그녀에게 들은 내용을 자신의 커뮤니티에 올리고, 인터넷 상에서 범인추적 현상이 벌어지게 됩니다. 결국 피해자의 또 다른 동료인 시로노 미키가 용의자로 떠오르면서 아카보시 유지는 그녀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보려 해요. 각각의 입장에서 묘사되는 미키 노리코와 시로노 미키의 모습. 하나하나의 조각들이 모여 드디어 투명한 진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을 읽다보면 유독 대화체, 인터뷰 형식, 편지 형식의 글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형식의 글들을 좋아해요. 가독성이 좋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 쉽거든요. 하지만 자주 접하다보면 ‘에이, 또 이런 글이네’ 이런 마음이 들 때도 있는데요, [백설공주 살인사건]을 읽기 시작할 때도 사실 쪼큼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이 독특한 이유는 어떤 한 인물이 범인으로 떠오르고, 그 간의 행적을 좇아가며 작품을 읽어나가는 데 있다고 할까요. 그리고 등장하는 반전과 결말은 마음이 아픈 한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멍청한 녀석들이 허풍 떠는 얘기를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돼. 다들 남을 깎아내리면서 재미있어할 뿐이니까.

나는 과연 타인의 눈에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는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일이죠. 저도 예전엔 타인의 시선이나 가치관을 많이 신경 썼는데 나이를 먹고 결혼도 하고 곰돌군이 생기다보니 그런 것에 무뎌지게 된 것 같아요. 타인은 나에게서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생각이 강해지기도 했고요. 물론 저 또한 그런 점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생각을 갖게 된 이후로는 가급적 다른 사람의 뒷이야기는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답니다. 경험상, 소문으로는 별로 좋지 않았던 사람의 인상이, 실제로 겪어보니 나름의 속사정이 있고 인상이 바뀌게 된 적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일상생활에서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도, 이번 작품에서처럼 사건과 얽히게 된다면 어떨지,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습니다.

단순한 살인사건을 다룬 소설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타인을 너무나도 쉽게 평가하는 현대사회의 병폐를 묘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말까지 다 읽었는데도 뒷맛이 씁쓸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겠죠.

꼭 필요해서 더 아름다웠던 세이렌의 참회

세이렌의 참회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월

데이토 TV의 유명 프로그램 <에프터눈 JAPAN>은 연속된 보도실책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기자들에게 특종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집니다. 사회부 기자 다카미와 사토야 또한 특종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 가운데 여고생 유괴사건이 발생하고, 데이토 TV는 물론 모든 언론, 경찰이 범인 색출에 나서죠. 사건의 중요한 단서를 잡은 다카미와 사토야의 인터뷰는 방송을 통해 퍼져나가고,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다가온 위기. 끝나지 않는 의문과 사건. 유괴사건은 결국 살인사건으로 막을 내리고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를 중심으로 또 한 번 언론이 달려들어요. 이 하나의 사건을 두고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탁월한 솜씨가 빛을 발합니다. 언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경찰과 언론이 하는 일의 차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그의 설명이 설득력을 발휘합니다.

얼마 전 읽은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의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속죄 시리즈 중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충격적인 이야기에 한동안 그의 작품은 손도 대지 않으리라 결심했건만 이 속죄 시리즈에 대한 찬사가 엄청나 결국 읽기 시작하고 말았습니다. 와우! [세이렌의 참회]는 나카야마 시치리에 대한 저의 호감도를 단번에 상승시켜 버렸어요.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가 너무도 잔혹하고 지금도 감히 입에 올리기도 두려울만큼 무서웠던 이야기였기에, 이 작가 혹시 정신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는데 [세이렌의 참회]를 읽고 나니 굉장한 논리력과 지성을 겸비한 작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론 일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해요? 다른 사람 집을 에워싸고, 저 같은 초등학생을 쫓아오고, 병원 밖에 숨어서 기다리는 걸 누가 훌륭하다고 해요? 우리 누나한테 그렇게 하면 대체 누가 좋아하는 거예요?

개인적으로 기자라는 직업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기자라는 직업에 긍지를 가지고 부패와 불의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 직업에 그리 긍정적이지 못한 이유는 국민의 알 권리, 보도의 자유가 어떻든 제 눈에는 일신의 안녕을 위한 특종 잡기에 여념이 없는 집단들로 보였기 때문이에요. 그로 인한 오보도 분명히 많을 것이고, 결국 상처받고 아파하는 것은 오보의 희생자들 아닐까요. 그런 기사에 그들은 얼마만큼의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을지 저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저의 부정적인 시각에 대한 근거를, 작가는 구도 겐지라는 경찰을 내세워 조목조목 풀어놓습니다. 마음 속 어딘가 기자라는 직업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어째서 그런 것인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저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작가는 기자에 대해 마냥 비판하지는 않아요. 다카미와 사토야로 상징되는, 특히 사토야가 말하는 기자들의 고뇌와 빛과 어둠에 관한 부분 등에는 상당부분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기자와 경찰의 신념에 대한 대립, 논리적인 설명도 매력적이지만 추리소설의 장점 또한 충분한 작품입니다. 여고생을 살해한 인물은 누구인가, 등장인물들과 독자들이 놓친 것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어요. 그리고 마침내 밝혀진 진실.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때보다는 덜했지만, 작가가 설치해놓은 장치에는 그만 맥이 탁 풀려버리고 마네요. 마음이 아프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시리즈와 속죄 시리즈, 그리고 개구리 남자까지.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탁월한 필력을 보여주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출간될 속죄 시리즈가 기다려져요. 재미와 깊이, 모두 보장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세상의 모든 여성들에게

일하는 여자들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4인용 테이블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월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세상의 모든 여성들에게]

꾸준히 일하며 자신을 정확히 바라보는 삶의 원칙과 태도를 추구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장경진, 윤이나, 황효진, 정명희로 구성된 ‘4인용 테이블’은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 팀입니다. 2017년 <일하는 여자들>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이후 비혼여성의 독립생활을 탐구한 무크지 <여성생활>을 발간하며 지속 가능한 여성의 일과 생활을 고민한다고 해요. 이 책 [일하는 여자들]은 <일하는 여자들>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셈입니다. 배우전문기자 백은하, 영화감독 윤가은,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 아티스트 양자주, 작가 최지은, GQ에디터 손기은, 공연 연출가 이지나, 극작가 지이선, 기자이자 방송인인 이지혜, 뉴프레스 공동대표 우해미, N잡러 홍진아. 그리 길지 않은 지면을 이용해 총 11명의 일과 삶에 대한 태도, 지금까지 그 길을 걸어온 과정 등을 비교적 깊이 있게 조망합니다.

젊은 남성이 어떤 분야에서 성공한 선배 남성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 서사는 차고 넘치도록 많다. 성공한 여성의 사례를 보거나 듣는 게 같은 여성에게는 정말 중요하다.

사실 저에게는 생소한 여성들, 그리고 직업군의 다양한 인물들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저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여성들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었죠. 제가 몸담고 있는 직장은 한 번 들어오면 어느 정도의 복지가 보장되어 있고,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딱 정해져 있으며 항상 그런 것은 아니더라도 또 어느 정도의 원칙을 고수하는 틀에 박힌 곳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깊이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저의 직업으로 성격이나 인물상을 표현하는 말을 들어보면, 밖에서 제가 있는 곳을 바라보는 시각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죠.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인물들은 대부분 창의성을 필요로 하고 보여주는 성과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받는, 아주 치열한 현장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까요(그렇다고 제가 치열하게 살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평소에도 창의적인 면에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감히 생각도 하기 어려운, 범접하기 어려운 세계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가진 사고방식, 직업과 삶을 대하는 태도는 남성, 여성 할 것 없이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실제로 인터뷰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가치관은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스스로 그런 결론을 내기까지 얼마나 오랜 고민과 방황의 시간을 견뎌냈을지. 모두 열심히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삶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늘 도전하고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죠. 계속 달려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짧은 글 안에서 분명히 전달되어 있습니다.

나에게 일의 의미는 무엇인가, 와 더불어 자존까지 생각하게 하는 깊이 있는 글들입니다. 인터뷰 글들을 한 번에 촤라락 읽기보다 느린 템포로 하나씩 음미하며 맛보는 것을 추천해요. 자신의 일을, 삶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심리학으로 보는 고려사

심리학으로 풀어낸 고려 왕 34인의 이야기
석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8년 2월

조선사는 그렇지 않은데 고려사는 앞부분은 무척 집중해서 읽기 시작하다가 중간으로 가면 비몽사몽, 뒷부분에 가면 다시 집중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곤 합니다. 아마도 익숙한 인물이나 사건은 또 읽어도 재미있지만 새로운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고려사에 집착하게 되는 경향이 생기기도 했는데요, 사실 요즘은 몸상태도 그리 좋은 편도 아니고, 예전처럼 아기 낮잠 시간에 책을 읽기도 하는 경우는 가뭄에 콩 나듯 하기도 하고, 시간을 쪼개 책을 읽다보니 그런 영향도 무시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며 위안해봅니다. 크핫. 이번 책은 같은 고려사임에도 ‘심리학으로 풀어낸’이라는 문구가 붙어 더 흥미로웠어요. 역사를 정치사 중심으로 알고 공부해왔는데 인물들의 심리와 관련 용어를 중심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할까요.

독특한 점은 챕터 소개에서부터 나타납니다. 후삼국 시대때부터 인물들을 저자의 견해대로 구분해서 집단 무의식의 형성, 용인술의 천재, 자아의 여러 빛깔, 건강한 자아의 형성, 인간의 본성과 행동 유발 동기, 승화 또는 모방과 미숙함, 방어 기제와 성숙, 경계선에 있었던 왕들, 빛과 그림자로 이름 짓고 있습니다. 곳곳에 말풍선으로 심리학 용어를 설명하면서도 역사적 사실에 대해 알기 쉽게 서술되어 있어요. 왕들의 심리와 관련해 어째서 그런 행동양상을 보이는지 나름 분석해놓은 점이 돋보였습니다. 저는 교육심리를 공부해봤어서인지 어쩐지 고려의 왕들이 학생처럼, 각자의 상처를 안고 있는 아이들처럼 다가왔습니다.

다른 역사책에 비해 삽화나 컬러감이 부족하긴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읽어본 고려사 중에 가장 쉽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조근조근하거나 ‘~합니다’ 체를 사용하고 있지도 않은데 이상하게 쏙쏙 잘 들어오더라고요. 저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글자 크기나 자간, 줄 간격 등도 책을 읽을 때 속도감이나 이해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그런 것 같아요. 혹시라도 고려사에 대해 알 수 없는 거부감, 비몽사몽감을 겪고 계신 분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만한 책인 듯 합니다.

서정적인, 깊은 울림과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리처드 플래너건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애정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이언 매큐언의 영향으로 처음 맨부커상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맨부커상 후보작이라거나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작품에는 신뢰를 가지고 있어요. 읽어본 책들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지만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도 좋았고, 접해본 맨부커상 수상작들이 대부분 제 취향이라 이번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도 무척 기대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도 흥미로웠지만, 한국이나 중국, 일본이 아닌 서양작가가 본 일본군의 모습도 궁금했고, 12년간 집필에 매달려 완성한 5개 판본 중 나온 최종판이라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었어요. 어떤 대단한 작품인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누구나 궁금해할만한 작품일 겁니다.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타이-미얀마 간 ‘죽음의 철도’ 라인에서 살아남은 외과의 도리고. 지휘관으로서 포로수용소에서 일했던 그는 현재 잘나가는 의사이자 전쟁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이지만 수많은 여인과 염문을 뿌리는 바람둥이이기도 합니다. 일견 그의 겉모습은 현재를 즐기는 향락적인 인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그가 겪었던 과거는 그의 마음 속 한구석에 자리잡아 언제나 도리고를 놓아주지 않죠. 화려한 겉모습과는 별개로 그의 내면은 황량하게만 느껴집니다. 그 가운데 있는 건 도리고가 평생의 사랑이라 생각한 에이미. 전쟁을 배경으로 한만큼 전쟁포로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과 일본군에 의해 강제징용당한 우리 백성의 모습도 가슴 아프게 그려져 있어요.

전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지만 생각보다 숨가쁜 전투 장면이나 매우 잔인한 모습의 묘사는 적은 편입니다. 무척 서정적인 작품이에요. 이런 식으로도 그 세계를 그려낼 수 있구나,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력에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각 챕터의 제목이 일본의 유명한 하이쿠 작가들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쓰오 바쇼, 고바야시 잇사 등 그들의 하이쿠를 보면서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세계가 과연 무엇인가를 더 깊이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서양 작가의 책임에도 어쩐지 일본 작가의 책처럼 느껴졌던 것은 그 때문이었을까요.

작품이 끝난 지금 뭔가 가슴이 먹먹하고 한편으로는 막막한 기분에도 휩싸입니다. 괜히 책등도 쓸어보고 책장을 다시 넘겨보게도 되네요. 한 번 읽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역시 맨부커상 수상작답게 두고두고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