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해서 더 아름다웠던 세이렌의 참회

세이렌의 참회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월

데이토 TV의 유명 프로그램 <에프터눈 JAPAN>은 연속된 보도실책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기자들에게 특종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집니다. 사회부 기자 다카미와 사토야 또한 특종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 가운데 여고생 유괴사건이 발생하고, 데이토 TV는 물론 모든 언론, 경찰이 범인 색출에 나서죠. 사건의 중요한 단서를 잡은 다카미와 사토야의 인터뷰는 방송을 통해 퍼져나가고,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다가온 위기. 끝나지 않는 의문과 사건. 유괴사건은 결국 살인사건으로 막을 내리고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를 중심으로 또 한 번 언론이 달려들어요. 이 하나의 사건을 두고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탁월한 솜씨가 빛을 발합니다. 언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경찰과 언론이 하는 일의 차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그의 설명이 설득력을 발휘합니다.

얼마 전 읽은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의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속죄 시리즈 중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충격적인 이야기에 한동안 그의 작품은 손도 대지 않으리라 결심했건만 이 속죄 시리즈에 대한 찬사가 엄청나 결국 읽기 시작하고 말았습니다. 와우! [세이렌의 참회]는 나카야마 시치리에 대한 저의 호감도를 단번에 상승시켜 버렸어요.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가 너무도 잔혹하고 지금도 감히 입에 올리기도 두려울만큼 무서웠던 이야기였기에, 이 작가 혹시 정신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는데 [세이렌의 참회]를 읽고 나니 굉장한 논리력과 지성을 겸비한 작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론 일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해요? 다른 사람 집을 에워싸고, 저 같은 초등학생을 쫓아오고, 병원 밖에 숨어서 기다리는 걸 누가 훌륭하다고 해요? 우리 누나한테 그렇게 하면 대체 누가 좋아하는 거예요?

개인적으로 기자라는 직업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기자라는 직업에 긍지를 가지고 부패와 불의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 직업에 그리 긍정적이지 못한 이유는 국민의 알 권리, 보도의 자유가 어떻든 제 눈에는 일신의 안녕을 위한 특종 잡기에 여념이 없는 집단들로 보였기 때문이에요. 그로 인한 오보도 분명히 많을 것이고, 결국 상처받고 아파하는 것은 오보의 희생자들 아닐까요. 그런 기사에 그들은 얼마만큼의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을지 저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저의 부정적인 시각에 대한 근거를, 작가는 구도 겐지라는 경찰을 내세워 조목조목 풀어놓습니다. 마음 속 어딘가 기자라는 직업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어째서 그런 것인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저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작가는 기자에 대해 마냥 비판하지는 않아요. 다카미와 사토야로 상징되는, 특히 사토야가 말하는 기자들의 고뇌와 빛과 어둠에 관한 부분 등에는 상당부분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기자와 경찰의 신념에 대한 대립, 논리적인 설명도 매력적이지만 추리소설의 장점 또한 충분한 작품입니다. 여고생을 살해한 인물은 누구인가, 등장인물들과 독자들이 놓친 것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어요. 그리고 마침내 밝혀진 진실.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때보다는 덜했지만, 작가가 설치해놓은 장치에는 그만 맥이 탁 풀려버리고 마네요. 마음이 아프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시리즈와 속죄 시리즈, 그리고 개구리 남자까지.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탁월한 필력을 보여주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출간될 속죄 시리즈가 기다려져요. 재미와 깊이, 모두 보장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