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풀어낸 고려 왕 34인의 이야기
석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조선사는 그렇지 않은데 고려사는 앞부분은 무척 집중해서 읽기 시작하다가 중간으로 가면 비몽사몽, 뒷부분에 가면 다시 집중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곤 합니다. 아마도 익숙한 인물이나 사건은 또 읽어도 재미있지만 새로운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고려사에 집착하게 되는 경향이 생기기도 했는데요, 사실 요즘은 몸상태도 그리 좋은 편도 아니고, 예전처럼 아기 낮잠 시간에 책을 읽기도 하는 경우는 가뭄에 콩 나듯 하기도 하고, 시간을 쪼개 책을 읽다보니 그런 영향도 무시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며 위안해봅니다. 크핫. 이번 책은 같은 고려사임에도 심리학으로 풀어낸이라는 문구가 붙어 더 흥미로웠어요. 역사를 정치사 중심으로 알고 공부해왔는데 인물들의 심리와 관련 용어를 중심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할까요.

 

독특한 점은 챕터 소개에서부터 나타납니다. 후삼국 시대때부터 인물들을 저자의 견해대로 구분해서 집단 무의식의 형성, 용인술의 천재, 자아의 여러 빛깔, 건강한 자아의 형성, 인간의 본성과 행동 유발 동기, 승화 또는 모방과 미숙함, 방어 기제와 성숙, 경계선에 있었던 왕들, 빛과 그림자로 이름 짓고 있습니다. 곳곳에 말풍선으로 심리학 용어를 설명하면서도 역사적 사실에 대해 알기 쉽게 서술되어 있어요. 왕들의 심리와 관련해 어째서 그런 행동양상을 보이는지 나름 분석해놓은 점이 돋보였습니다. 저는 교육심리를 공부해봤어서인지 어쩐지 고려의 왕들이 학생처럼, 각자의 상처를 안고 있는 아이들처럼 다가왔습니다.

 

다른 역사책에 비해 삽화나 컬러감이 부족하긴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읽어본 고려사 중에 가장 쉽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조근조근하거나 ‘~합니다체를 사용하고 있지도 않은데 이상하게 쏙쏙 잘 들어오더라고요. 저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글자 크기나 자간, 줄 간격 등도 책을 읽을 때 속도감이나 이해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그런 것 같아요. 혹시라도 고려사에 대해 알 수 없는 거부감, 비몽사몽감을 겪고 계신 분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만한 책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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