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무더위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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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무라 아키라, 무더위와 함께 그녀가 돌아왔다!]

'일상 미스터리의 시초'라 불러도 좋을만한 작가 와카타케 나나미가 돌아왔다! 그녀의 전작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매우 좋아하는 독자로서 [어두운 범람] 이후 작품의 출간 텀이 길어져 계속 기다려왔는데 이렇게 귀여운 곰인형이 그려진 표지라니! 부제는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이다. 표제작인 <조용한 무더위>와 <소에지마 씨 가라사대>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심사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역대급 미스터리라는 평을 받았고, 이들 단편이 수록된 『조용한 무더위』는 그해 최고의 미스터리를 뽑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유서 깊은 미스터리 팬클럽 SR회가 수여하는 ‘SR 어워드’와 최고의 하드보일드 작품에 수여하는 ‘팔콘상’을 더블 수상하고,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5위, ‘주간 분슌 미스터리 베스트10’에 올라 와카타케 나나미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작품은 작가각 탄생시킨 '불운하고 터프한 명탐정' 하무라 아키라가 등장하는 연작소설집인데, 그녀가 이번에 근무하게 된 곳은 도쿄 기치조지에 있는 미스터리 전문서점 '살인곰 서점'이다. 서점 직원으로 일하며 틈틈이 탐정 일도 수행하는 하무라 아키라. 10년 가까이 일해온 탐정 사무소가 폐업하면서 이참에 한 번 쉬어볼까 빈둥거리던 어느 날, '서 있을 수만 있다면 부모라도 써먹어라'는 신조를 가진 옛 지인 도야마를 만나 취직하게 된 것이다. 도야마는 미스터리 광팬의 미스터리 편집자였지만 현재 살인곰 서점을 운영 중. 그 서점에서 하무라가 그에게 이리저리 혹사당하는 모습이 꽤 재미있다. 이를테면 '달콤 미스터리 페어'를 열어 여러 쿠키를 구워오라는 주문을 하는 것으로 첫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뒷 이야기에서도 이어지는 이런저런 말도 안되는 요구들을, 하무라는 또 묵묵히 들어준다!

인간의 악의에 대한 6가지 이야기 실려 있다. 작가는 작품에 대한 신조를 밝혀온 바 있는데 '첫째,적어도 두 번 이상의 반전, 둘째, 독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인상적인 복선, 셋째, 강렬한 마무리'가 그것이다. [조용한 무더위]에 실린 이야기들 역시 그녀가 평소 주장해 온 이 세 가지 사항을 충실히 따라, 한 작품 한 작품 끝날 때마다 '에엣~!'이라는 소리를 내지르며 깜짝 놀라기 십상이었다. 마흔 줄에 접어들어 어쩐지 어설픈 모습을 보이지만 천성적인 정의감과 불굴의 투지로 사건에 매진하는 하무라와, 그녀와 투닥투닥하며 소울메이트의 면모를 보이는 도야마. 게다가 작품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다양한 미스터리 작품들은 이런 서점이 있다며 내가 먼저 근무해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어딘가에 미스터리 전문 서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도 한 번 도전해볼까. 내가 가진 미스터리 책들과 스릴러 작품들로 미스터리 전문 대여 도서관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런 저런 생각에 즐거워지는 무더운 여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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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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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울화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은 만나기 쉽지 않은데 나에게는 딱 이 소설이 그랬다. 제목까지는 괜찮았다. 엄마라면 누구나 완벽해지기를 소망하니까. '완벽한 엄마'를 지향하는 것은 딱히 누구의 지시가 없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된다. 그것은 어떤 사회적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아기를 낳아본 여자라면 아이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자신도 모르게 겪게 되는, 온전히 아기를 향한 사랑에서 발로되는 감정 중 하나라고 할까. 중요한 것은 '완벽'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인데 그 기준이 자신이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정해지는 순간부터 육아지옥이 시작되는 것이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를 낳기 전부터 수많은 압박에 시달린다. 아이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자연분만을 하는 것이 좋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임신 전부터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 수십 가지에 이른다. 챙겨야 하는 영양제의 종류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임신한 여자는 이래서는 안된다는 둥, 저래서는 안된다는 둥 갖가지 근거없는 설득에 따라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아이를 낳은 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자연분만을 하고, 모유수유를 하고, 모유수유를 하는 동안에는 임신 기간 동안 먹지 못한 음식의 가지수보다 더 많은 것을 먹어서는 안 되는 상황에 처한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여성들이 자연분만을 하지 못하고, 모유수유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온전히 자신의 잘못으로 받아들이며 죄책감에 휩싸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기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은 엄마'만의' 책임이 된다. 하물며 시중에 나와 있는 육아서의 대부분은 '엄마의-' 다. '아빠의 -'로 시작하는 책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말하는 나도 첫 아이를 낳은 뒤에는 이런 생각들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퍼펙트 마더]는 그런 '답답한 모습'을 보이는 5월맘들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하며 시작된다. 아이를 낳은 지 어느 새 6주. 말이 6주지, 실제로 겪어본 이에게 6주는 길다면 긴 시간이다. 그 대부분의 시간을 먹는 것과 자는 것에 대해 통제 당하고, 혼자 앉아 조용히 사색할 시간은 꿈도 꿀 수 없을 지경에 놓인다면 엄청나게 길다.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지만 어느 때는 아직 6주밖에 지나지 않았어-라고 힘겹게 생각되는 때가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다. 그 6주의 시간이 지난 후 엄마들은 약간의 '일탈'을 감행한다.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잠시나마 '홀몸'이 되어보는 시간. 물론 완벽한 자유는 아이를 낳은 순간부터 평생 얻을 수 없는 것이 되었지만 그 잠깐의 시간을 보낸다고 뭐가 어찌 되겠는가. 그런데 그 뭐가 어찌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5월맘의 멤버 중 하나인 위니의 아이가 실종되어 버린 것이다.

 

아이가 실종된 밤, 엄마들이 그 때 그 시각 술에 취해 즐기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뉴스 1면을 장식하면서 엄마들은 '공공의 적'이 된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이에게 들인 각고의 노력과 사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 그들을 '자격없는 엄마', '아이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 엄마'로 낙인찍으며 비난하기에 바쁘다. 그 모습을 보며 과연 뉴스에서 다루어지는 기사 중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는' 진실이 얼마나 될지 의심스러웠다. 그저 일어난 사건의 단면만 보고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혹은 다른 누군가를 추앙해온 것은 아닌지 오싹해졌다. 아이의 실종을 걱정하기도 하지만, 언론은 실종된 아기의 엄마, 한 때 배우였던 엄마에게 초점을 맞추며 그녀의 현재 삶을 조명하고 '완벽한 엄마'의 삶의 잣대를 그녀 앞에 들이댄다.

 

겪어본 바, 세상에 '완벽한 엄마'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할 수 없다.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완벽할 수 없는데 어떻게 완벽한 엄마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아이에 대해 느끼는 사랑과는 별개로 엄마가 개인적, 사회적으로 느끼는 억압과 굴레는 생각보다 엄청나다. 작가는 그런 현실적인 모습을 작품 안에 녹여내며 아이를 낳은 여성의 사회적 입지, 육아휴직 등의 문제와 버무려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작품 전체가 속도감을 가지고 굴러가지는 않지만 감정이입 해 읽어나가다 보니 어느 새 끝이 나 있었다. 읽은 후에도 영 개운하지는 않은 작품이다. 읽는 내내 피곤했고 힘들었다. 여성으로서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것. 이런 저런 일들이 걸리는 이 사회 속에서. 때로 현실이 소설보다 더 큰 공포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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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고바야시 히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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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물든 살인현장에서 발견된 남자의 시체 한구. 그 누구보다 고통스러운 순간을 맛보았을텐데도 그의 얼굴은 평온함을 넘어 행복해 보이기까지 한다. 사건현장에 남겨진 기묘한 노트 한 권. 범인과 피해자가 함께 써 내려간 것으로 보이는 노트 안에는 그들의 삶과 범행동기가 모두 적혀 있다. 그 노트를 형사 K와 감식과 G가 함께 읽어나가며 사건의 전말이 공개된다.

 

Q는 나무 상자에 담겨 성당 정문 앞에 버려졌다. 성당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는 Q를 포함해 열 명의 아이들이 있었고, 아이들은 성당에서 붙여준 이름 대신, 키 순서대로 번호를 매겨 그것을 이름으로 삼았다. Q는 앞에서 아홉 번째로 키가 컸고, 뒤에서 두 번째로 키가 작았기 때문에 '9'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던 어느 날, 거리에서 행복한 모습으로 걸어가는 한 가족을 주시하던 아이들은 계획을 세워 그 가족의 아이를 납치한다. 몰매를 때리면서 Q는 세상의 부조리함과 잔혹함을 인식했다.

신은 잔혹하다. 신이 창조한 세상은 잔혹하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그런 신을 본떠서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우리들 인간이 잔혹한 것은 아주 당연한 결과다...우리의 행동은 분명 잔혹하다. 하지만 그것은 틀림없는 세상의 진실이다. 이 세상 누구에게도 죄는 없다. 그렇다면 이 세상 자체가 원래 잔혹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우리 또한 어쩔 수 없이 이 잔혹한 세상의 일부다. 이는 눈을 돌려도 변하지 않는 진리 중 하나다. 그저 그 뿐이다. 이제 우리는 세상 그 자체가 됐다.

그 후 '9'는 자신이 깨달은 '잔혹함'의 진리가 세상에 통용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엔디어 부부에게 입양된다. 그리고 학교에서 만난 &. 그를 통해 Q라는 이름을 얻은 9.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얻지 못한 교감과 우정을 &를 통해 쌓아가던 Q는 '세상'이라는 잔혹함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져내린 &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그에게 세상은 여전히 부조리하고 잔혹했지만, &를 통해 A와 연결되어 자신과 &에 관한 영원불멸한 기억을 남길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하는 Q.

 

그리 두껍지 않은 분량의 소설임에도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던 이유는 이 작품이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작품은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철학에 미스터리한 요소를 접목시켰다고 표현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작가가 Q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 등이 심도있게 그려져 있는데 이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천천히 문장을 곱씹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굉장히 절묘하고 똑똑한 작품이다. 모든 요소가 딱딱 맞아떨어지며 섬세한 구성은 심지어 등장인물의 이름에서도 드러난다. 일본어에서 숫자 '9'는 '큐'라고도 읽는데 알파벳 Q와 발음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와 세상을 이어주는, 말 그대로의 &와 Q의 삶의 귀결점이 되는 A는 평소 우리가 사용하는 'Q & A'와 맞물려 묘한 쾌감과 신비함까지 전달해준다.

 

평소 창작은 신의 영역이라 생각하는 나지만, 이 작품을 쓴 고바야시 히로키에게는 '어떻게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는가' 하는 질투심마저 생겨버렸다. 초반에는 '뭐지 이건' 하는 감정이 '뭐야! 이건'으로 바뀌어나가는데, 읽기 시작하니 멈출 수 없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작가가 만들어낸 잔혹하지만 아름답게 느껴지는 세계 속에 빠져 결국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새삼 던지게 만드는 깊이있는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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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
에느 리일 지음, 이승재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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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홀데트 섬에서 가장 먼저 기억나는 건 신선한 송진 냄새다. 코를 간질이는 재미난 느낌.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끈적끈적한 느낌의 송진. 아빠는 차분한 목소리로 나무 안에서 나오는 수액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송진이라는 건 신기한 거라고. 외부의 자극이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상처를 치료할 뿐만 아니라 작은 크기의 죽은 동물들을 그 모습 그대로 영원히 보존한다고 했다.

커다란 본도 너머에 있는 작은 섬 홀데트에 사는 호더 가족. 솜씨 좋은 목수였던 아버지 실라스 아래에서 형제 모웬스와 옌스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랐다. 그 중에서도 아버지와의 교감으로 충만했던 막내아들 옌스는 어린 시절 누구보다 잘 생기고 총명한 아이였지만 예기치 않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삶에 균열을 느낀다. 그 후 자신의 삶에 들어온 것은 '그 무엇이라도, 그 누구라도' 그를 떠나서는 안됐다. 물건들을 원상태 그대로 보관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옌스는 자신의 관리 하에 들어온 모든 물건들에 끈끈한 유대감을 느꼈고, 누군가 그 관계를 깨려 들 때마다 두려움마저 느꼈다. 가족도 예외는 될 수 없었다. 마리아와 결혼한 후 얻은 쌍둥이 남매 중 아들을 사고로 잃은 후 어린 딸 리우에게는 평범한 여느 아이들과는 다른 생활을 보내도록 해왔다. 동물 가죽을 벗기는 법, 덫을 놓는 법, 숲에서 길을 찾는 법, 그리고 밤에 조용히 눈에 띄지 않고 움직이는 법.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기묘하고도 섬뜩하게 가족을 보호하려는 남자,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소녀의 시선에서 꾸밈없이 드러낸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빠가 할머니를 살해하던 날, 하얀 방은 완전 깜깜했다'라는 충격적인 첫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자발적으로 고립된 생활을 이어나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가족 안에 내재되어 있는 단절, 방치, 왜곡된 사랑, 정신분열, 저장강박증, 절도, 살인, 은폐 등의 이야기가 어둡고 그로테스크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이런 이야기가 한 소녀의 시각에서 서술되면서, 글을 읽어내려가면 뒤따라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어느 정도 반감시켜주는 효과를 내고 있다. 어른의 시선에서 보면 당연히 잘못되었고 굉장히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이 리우의 입장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그래왔고 다른 환경을 접할 기회가 차단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시작은 옌스가 그토록 사랑했고 교감했던 아버지 실라스를 갑자기 잃은 충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의 죽음 이전에는 완전하다고 생각했던 삶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추억과 감정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단 하나의 존재를 잃음으로써 비틀어져버린 것이다. 거기에서 비롯된, '자신의 것'으로 인식된 그 무엇도 잃고 싶지 않다는 강박증이 가족에게까지 그 영향을 미친 것인데, 이것이 그 동안 평범하고 일반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여겨지는 나의 시선으로 보자면 그건 그냥 범죄. 리우를 자신과 아내에게서 떨어트려 놓으려 했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밤이 되면 리우와 함께 다른 가게나 집에 있는 물건을 몰래 가져온다. '사회'가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리우의 사망신고를 위조하고, 아이에게는 그 어떤 교육이나 좋은 것들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접하지 못하게 한다.

 

의문스러운 것은 평범하고 이지적이었던 옌스의 아내 마리아가 어떻게 '그 지경'까지 갈 수 있었는가다. 쌍둥이 남매를 출산하고 얼마 후 아들을 사고로 잃었고, 그 후 옌스의 의견이나 주장에 동조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데 작품 안에 드러난 그녀의 편지글이나 서술로는 그 간의 과정을 알 수 없어 조금 답답했다. 아들을 잃은 고통과 슬픔은 정말 십분 이해하지만 남아있는 딸 리우를 위해 다른 방법을 찾을 생각을 전혀 못했나. 마리아라는 인물은 리우에게 연민을 느끼게 하는 가장 큰 장치인 동시에, 리우를 옌스 집안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함정이다.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서술되었다는 점 때문인지 계속 리우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조용하고도 기괴한, 마음을 옥죄어오는 듯한 불안감과 정체모를 두려움. 옮긴이는 작품을 따라가다보면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바라보고 있는 저자의 문제의식을 느끼게 된다고 했는데, 이건 독자가 받아들이기 나름이 아닐까 싶다. 나에게는 한 남자의 광기와 어긋난 사랑이 어떤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스릴러 소설로 다가왔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헉!'하고 숨을 들이쉬었는데, 소설임에도 리우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궁금하고 걱정됐다. 부디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는 말기를, 그 광기를 제발 잊어주기를 바라게 된다. 독특하면서 언짢은 소설. 그런데도 읽기가 멈춰지지 않는 작품.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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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조리 열어 보는 바다 - 플랩북 요리조리 열어 보는 시리즈
메건 컬리스 지음, 바오 루 그림, 신인수 옮김 / 어스본코리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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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본코리아에서 출간되는 책들 중 가장 먼저 접한 것이 바로 이 플랩북이었습니다. 첫째 곰돌군은 언젠가부터 자동차와 기차에 심취해 있어 [요리조리 열어보는 자동차] 를 참 잘봤어요. 비록 책덕후인 이 엄마가 너무 일찍 사주는 바람에 여기저기 찢기고 없어진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도 틈만 나면 들고 와서 같이 보자 하는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그런 첫째 곰돌군을 위해 준비한 [요리조리 열어보는 바다] . 사실 아이는 현재로서는 자연관찰 책에 그리 흥미가 없는 상태이기는 합니다. 동물 그림책도 좋아하고 이런저런 동물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해서 으레 기뻐하겠거니 해서 전집을 들였는데, 꽝이었어요! 아예 보지 않는 건 아니지만 다른 책들에 비하면 관심도가 낮다고 할까요. 그나마 관심갖는 동물이 펭귄, 고래 이런 바다 동물들이어서 플랩북으로 한 번 보여주면 어떨까,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했습니다.

제가 어스본코리아의 책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색감이에요. 과하지 않으면서 아기자기한 색감이 제가 봐도 참 예쁘더라고요. 괜히 한 번 더 쓰담쓰담하게 된다고 할까요.

첫장은 <물로 뒤덮인 세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 표면의 4분의 3이 바다래~그 바다에 엄청 많은 동물들이 산대~라고 얘기해줬더니 아이가 깜짝 놀랐어요. 그럼 다 물이야? 되물어보는 모습이 초롱초롱 +_+

본격적인 바다 속 모습을 보기 전에 <바닷가를 따라서> 어떤 생물들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얼마 전 직접 본 파도 이야기도 하고, 별 모양을 닮은 불가사리도 손가락으로 짚어보고, 배를 보면서 뭐하는 건지 같이 이야기도 해요. 이리저리 플랩을 뒤집어보면서 얕은 물에 사는 물고기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하나하나 확인도 해보고요.

<산호초>에 숨어있는 큰돌고래입니다. 플랩북의 장점은 역시 그 밑에 뭐가 숨어있는지 호기심을 유발한다는 데 있어요. 큰돌고래 밑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한 아이가 얼른 뒤집어봅니다.

물고기를 발견하고 쏜살같이 헤엄쳐 가서 꿀꺽 하는 모습!

<아래로 아래로 깊숙이>에서는 태평양 바다 밑바닥에서 벌어지는 일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몹시 춥고 어두컴컴한 심해에는 어떤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지 같이 살펴봤습니다.

요즘 오징어와 문어 이야기를 하는 아이의 최대 관심사인 오징어가 떡하니! 나와 있네요!오징어와 향유고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플랩을 열어보니 오징어가 향유고래를 발견하고 놀라서 먹물을 찍 내뿜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 먹물로도 한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얼어붙은 바다>에서는 북극곰, 바다코끼리, 북극고래 등을 볼 수 있었고요.

전 이 <맹그로브 숲>이 왜 나와있는지 궁금했는데, 이 숲은 인도양과 땅이 만나는 곳에서 자라는 맹그로브 나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 나무 뿌리가 많은 동물들에게 보금자리가 되어준다는 말에 '그럼 여기가 집이야?'라고 물어보네요.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바닷새들>입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펭귄이 있어 펼치자마자 펭귄부터 플랩을 열어보았어요. 추위를 견디려고 한데 모여 있는 펭귄들의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다른 새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네요 ^^;;

 

자연관찰과 관련된 책은 영상이나 실제 모습이 찍힌 사진이 실린 책들이 생생하고 현장감은 더 살아있죠. 하지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동화책같은 그림으로 다가가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자칫 겁을 먹을 수도 있는 실제 생물에 대한 거부감 없이 신기하고 귀엽게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가 실제로 확인하기 어려운 바다 속 모습들이 가득 실린만큼 아이가 더 흥미로워한 책이었어요. 이제 손놀림이 제법 섬세해져 플랩을 찢지 않고 잘 뒤집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 늘 애정하는 어스본코리아, 다음에는 어떤 플랩 책을 준비할 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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