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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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울화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은 만나기 쉽지 않은데 나에게는 딱 이 소설이 그랬다. 제목까지는 괜찮았다. 엄마라면 누구나 완벽해지기를 소망하니까. '완벽한 엄마'를 지향하는 것은 딱히 누구의 지시가 없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된다. 그것은 어떤 사회적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아기를 낳아본 여자라면 아이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자신도 모르게 겪게 되는, 온전히 아기를 향한 사랑에서 발로되는 감정 중 하나라고 할까. 중요한 것은 '완벽'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인데 그 기준이 자신이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정해지는 순간부터 육아지옥이 시작되는 것이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를 낳기 전부터 수많은 압박에 시달린다. 아이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자연분만을 하는 것이 좋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임신 전부터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 수십 가지에 이른다. 챙겨야 하는 영양제의 종류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임신한 여자는 이래서는 안된다는 둥, 저래서는 안된다는 둥 갖가지 근거없는 설득에 따라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아이를 낳은 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자연분만을 하고, 모유수유를 하고, 모유수유를 하는 동안에는 임신 기간 동안 먹지 못한 음식의 가지수보다 더 많은 것을 먹어서는 안 되는 상황에 처한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여성들이 자연분만을 하지 못하고, 모유수유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온전히 자신의 잘못으로 받아들이며 죄책감에 휩싸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기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은 엄마'만의' 책임이 된다. 하물며 시중에 나와 있는 육아서의 대부분은 '엄마의-' 다. '아빠의 -'로 시작하는 책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말하는 나도 첫 아이를 낳은 뒤에는 이런 생각들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퍼펙트 마더]는 그런 '답답한 모습'을 보이는 5월맘들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하며 시작된다. 아이를 낳은 지 어느 새 6주. 말이 6주지, 실제로 겪어본 이에게 6주는 길다면 긴 시간이다. 그 대부분의 시간을 먹는 것과 자는 것에 대해 통제 당하고, 혼자 앉아 조용히 사색할 시간은 꿈도 꿀 수 없을 지경에 놓인다면 엄청나게 길다.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지만 어느 때는 아직 6주밖에 지나지 않았어-라고 힘겹게 생각되는 때가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다. 그 6주의 시간이 지난 후 엄마들은 약간의 '일탈'을 감행한다.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잠시나마 '홀몸'이 되어보는 시간. 물론 완벽한 자유는 아이를 낳은 순간부터 평생 얻을 수 없는 것이 되었지만 그 잠깐의 시간을 보낸다고 뭐가 어찌 되겠는가. 그런데 그 뭐가 어찌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5월맘의 멤버 중 하나인 위니의 아이가 실종되어 버린 것이다.

 

아이가 실종된 밤, 엄마들이 그 때 그 시각 술에 취해 즐기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뉴스 1면을 장식하면서 엄마들은 '공공의 적'이 된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이에게 들인 각고의 노력과 사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 그들을 '자격없는 엄마', '아이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 엄마'로 낙인찍으며 비난하기에 바쁘다. 그 모습을 보며 과연 뉴스에서 다루어지는 기사 중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는' 진실이 얼마나 될지 의심스러웠다. 그저 일어난 사건의 단면만 보고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혹은 다른 누군가를 추앙해온 것은 아닌지 오싹해졌다. 아이의 실종을 걱정하기도 하지만, 언론은 실종된 아기의 엄마, 한 때 배우였던 엄마에게 초점을 맞추며 그녀의 현재 삶을 조명하고 '완벽한 엄마'의 삶의 잣대를 그녀 앞에 들이댄다.

 

겪어본 바, 세상에 '완벽한 엄마'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할 수 없다.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완벽할 수 없는데 어떻게 완벽한 엄마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아이에 대해 느끼는 사랑과는 별개로 엄마가 개인적, 사회적으로 느끼는 억압과 굴레는 생각보다 엄청나다. 작가는 그런 현실적인 모습을 작품 안에 녹여내며 아이를 낳은 여성의 사회적 입지, 육아휴직 등의 문제와 버무려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작품 전체가 속도감을 가지고 굴러가지는 않지만 감정이입 해 읽어나가다 보니 어느 새 끝이 나 있었다. 읽은 후에도 영 개운하지는 않은 작품이다. 읽는 내내 피곤했고 힘들었다. 여성으로서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것. 이런 저런 일들이 걸리는 이 사회 속에서. 때로 현실이 소설보다 더 큰 공포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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