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베의 태양
돌로레스 레돈도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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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여진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

한창 작품을 집필 중인 마누엘. 그런 그의 집 문을 누군가가 다급하게 두드린다. 무시하려고 생각했던 문 두드림은 시간이 갈수록 집요해지고, 결국 문을 연 그의 앞에 과르디아 시빌(스페인의 국가 헌병대로 군 조직이면서 평시에는 각 지역의 치안을 담당한다) 대원 두 명이 서 있다. 마누엘에 전해진 배우자 알바로의 사고소식. 어젯밤에 통화까지 마친 사랑하는 그의 죽음을 바로 믿을 수는 없다. 게다가 출장으로 바르셀로나에 가 있어야 하는 알바로가 어째서 루고 주에 있는 몬포르테에서 사고를 당했단 말인가. 알바로의 비서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그의 거짓말. 심지어 그의 시신을 확인하러 간 마누엘에게, 수년간 가족과 인연을 끊고 살고 있었다 생각한 알바로가 사실은 그의 아버지의 작위를 이어받아 후작으로서 가문의 책임을 다하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전해진다. 혼란스러운 마누엘에게 알바로의 죽음이 사고가 아니라 살인인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은퇴한 경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간할 수 없는 가운데 사랑하는 이의 숨겨져 있던 이야기가 드러난다.

진정한 벽돌책이라 불릴만한 두께. 옮긴이의 말까지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자랑한다. 마치 누군가의 비밀을 엿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창문과 그 안의 인물, 덩굴로 표현된 표지는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심상치 않은 세계로 우리를 인도할 것임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과연 이 책을 끝까지 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애초의 우려와는 달리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쓱쓱 넘어가는 속도가 놀랍다. 사랑하는 배우자의 죽음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인데, 믿고 의지하던 그가 사실은 자신에게 거짓을 말하고 있었다는 데 더 놀란 마누엘의 비통한 심경이 초반부터 몰입감있게 전해진다. 동성애자로서 사회 중심부에서 인정받기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마누엘, 과르디아 시빌에서 전역하며 공적 영역에서 물러난 데다 가족들과 단절된 삶을 살아오는 노게이라, 힘있는 사람들보다 약자들을 위해 활동하는 루카스 신부. 이 세 사람이 알바로의 죽음에 의문을 느끼며 그의 가문에서 일어난 의심스러운 다른 사건들에도 파고드는데, 그 모습은 마치 그 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계급의 인물들이 이제야 드디어 힘을 발휘해 기득권에게 대항하는 양상을 띤다. 추리소설임에도 숨가쁜 추적과 스릴을 선사하기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거대한 인생의 한 면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더 강하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리고 있고 그 기법에 충실하지만 이 작품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크고 강하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쫓아가는 과정 속에서 잘 쓰여진 이야기가 주는 감동의 물결에 몸과 마음이 휩쓸리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돌로레스 레돈도라는 이름은 이번에 처음 접하지만 사실 그녀는 스페인에서는 꽤 이름있는 작가에 속한다. 이 [테베의 태양]은 <진정한 문학 스릴러의 여왕>이라는 찬사와 함께 2016 스페인 최대문학상 플라네타, 2018 이탈리아 문학상 프레미오 반카렐라를 안겨주었다고 한다. 어째서 이 두께여야 하는가, 어째서 주인공이 동성애자였는가, 읽다보면 의문이 가시는 작품. 그녀의 <바스탄 3부작>도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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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아기씨 보랏빛소 그림동화 9
박세연 지음, 이헌익 사진 / 보랏빛소어린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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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만난 그림책은 조금 독특합니다.

백희나 작가님 그림책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작가님이 취미로 만들던 도자기로 그림책을 펴냈다고 합니다.

작가님이 만든 도자기들을 포토그래퍼인 이헌익님이 따뜻한 시선으로 프레임 속에 담아낸 책이에요.

따뜻한 봄날, 꽃대만 남은 엄마 민들레 머리 위에 아기 홀씨들이 내려앉아 있습니다.

이제 저마다의 길을 떠나야 할 시간이에요. 슬프지만 희망 찬 작별의 시간.

홀씨들은 엄마와 형제들과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길을 떠납니다.

다른 형제들이 모두 떠나고 엄마의 머리 위에는 작은 날개를 단 아기씨 하나만 남았네요.

날개가 작아서 잘 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아기씨에게

엄마는 작으면 가벼워서 더 잘 날 수 있다며 용기를 줍니다.

엄마의 용기와 조언으로 힘차게 날아오른 아기씨.

엄마에게 작별인사를 하는데요,

으헉. 저 이 장면에서 괜히 눈물이 나면서 울컥했어요.

아이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혼자 남은 엄마와 그런 엄마를 바라보며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아기씨라니.

그만 눈물이 줄줄.

아기씨가 싹을 틔우는 여정은 험난하기만 해요.

거미줄에 걸려서 거미가 풀어주기도 하고.

누런 황소의 털이 보드랍고 포근해 보여 황소의 머리 위에 안착하기도 하죠.

다행히 황소가 해님이 바라보는 따뜻한 곳을 찾아보라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햇빛이 내리쬐는 양철지붕을 발견하고 내려앉았지만

한낮의 양철지붕은 넘나 뜨거운 것!

옆에 앉아있던 참새가 뿌리를 내릴만한 흙을 찾아보라고 알려줍니다.

그런데 그 사이 비가 내기 시작하고

흠뻑 젖은 아기씨의 날개는 너무 무거워져서 하늘을 날 수 없게 되었죠.

양철 지붕에 고인 빗물을 타고 지붕 밑으로 흘러내려간 아기씨.

 

골목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우는 아기씨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저희집 둘째 곰돌군이 우는 얼굴과 비슷해 보여 살풋 웃음이 나기도 했네요.

그 때 지렁이가 나타나

민들레는 어떤 꽃보다도 강하기 때문에 아주 적은 흙만 있어도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알려줘요.

딱딱한 돌바닥 사이로 빗물을 받아 촉촉해진 흙을 발견한 아기씨.

있는 힘을 다해 뿌리를 내립니다.

 

그리고 며칠 뒤.

긴 잠에서 깨어난 아기씨는 머리위로 자라오른 새싹을 발견해요.

이제 아기씨도 금방 멋진 황금 왕관을 얹은 민들레 꽃이 될 겁니다.

 

도자기로 구성된 그림책은 처음이었지만 그림책 전체에서 풍겨지는 따스함과 포근함에 줄곧 미소가 지어졌어요.

용기있게 길을 떠나는 아기씨와

그 아기씨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곤경에서 구해주는 수많은 생물들.

 

어찌보면 우리 삶도 이렇게 수많은 타인의 도움으로 엮여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자기 그림이라고 해서 딱딱할 것이라 생가하신 분들도 계실텐데요, 노노!

저 표정을 보세요. 흐흣.

생동감 느껴지는 정겨운 얼굴 표정 아닌가요.

 

요즘 그림책 홀릭인 저에게는

가슴 따뜻한 감동과 울컥함을 선사한 멋진 그림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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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살짝 비켜 가겠습니다 - 세상의 기대를 가볍게 무시하고 나만의 속도로 걷기
아타소 지음, 김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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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와 함께 잘 읽지 않는 장르가 바로 에세이다. 정말 좋은 여행에세이는 제외하고. 예전에는 에세이도 많이 읽었지만 요즘의 에세이란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징징거림, 혹은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대는 일명 감성폭발 글의 총집합이라고 할까. 에세이 작가들에게 조금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휴대폰을 잠깐만 사용해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글들을 굳이 내 돈 주고 사읽고 싶지는 않다. 아이돌의 스토리없는 노래처럼, 그런 글들은 그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그러니 당연히 이 [저는 살짝 비켜 가겠습니다] 에 대한 첫인상도 그리 좋지 않을 수밖에. 게다가 부제가 '세상의 기대를 가볍게 무시하고 나만의 속도로 걷기'라니, 자신은 남과 다른 독특한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잘난 척하는 글이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겨우 193페이지 정도인 이 책을 읽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어려운 내용도 아니고 다른 에세이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을 뿐인데 문장 하나하나를 대충대충 읽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징징거림이 아니라 솔직하게 자신의 상처를 내보인다. 감성적인 글을 따라하지 않고 담백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자신이 누구보다 부족한 사람임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 위에 단단한 자신을 만들어내기 위해 분투하는 작가의 마음고생이 고스란히 오픈되어 있어 그 점이 이상하게 나의 마음을 끌었다.

 

작가는 처음부터 자신이 못난이임을 강조한다. 못생기고 형편없는 외모는 오랫동안 자신의 콤플렉스였으며, 그 저변에는 어머니로부터 받은 상처가 있음을 고백한다. 자신의 얼굴을 싫어하고 이렇게 못생긴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저주하고 무엇보다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삶을 탓했다. 그리고 생각한다. 말이 지닌 엄청나고 거대한 힘을. 하나의 단어가 그렇게 오랜시간 자신을 옭아매고 힘들게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자신의 상처를 바탕으로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한다. 글을 통해 자신을 구원하고 '못난이'라는 속박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또 다른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다는 생각에 모여진 글들. 그럼에도 싸구려 감성을 내보이지 않고 담백하게 자신의 경험을 기술한다. 이 에세이가 내 마음에 든 가장 큰 이유다.

 

못난이라는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분투부터 사회에서 말하는 여자다움이란 무엇인지, 자신이 생각하는 여자다움은 무엇인지, 나라는 인간은 대체 어떤 사람인지, 자립의 조건과 타인을 받아들이는 자세, 사랑은 무엇인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알맞은 거리,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문장 하나하나에 녹아들어있다. 나보다도 훨씬 젊은데도 삶을 대하는 자세,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무척 진지했다. 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작가가 이 한 문장 한 문장을 어떤 마음으로 써내려갔고 얼마만큼의 무게가 담겨있는지 말이다. 분명 그 마음과 시간들이 전해져 나 또한 이 책을 읽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을 것이다.

 

글을 쓰면서 자신을 위로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 10년 동안의 꾸준한 글쓰기가 빛을 발해 드디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그녀의 꾸준함과 용기, 수줍음과 담백함에 응원을 보낸다. 그러고보니 나도 리뷰를 쓴 지 10년이 넘었는데 그 동안 나는 무엇을 얻었을까. 앞으로의 10년은 무엇을 위한 독서와 무엇을 위한 글쓰기여야 할 지 생각해보게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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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바로 써먹는 어린이 맞춤법 맛있는 공부 21
한날 지음 / 파란정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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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말처럼 쉽고도 어려운 말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가령 '노랗다'라는 말을 나타내는 단어도 '샛노랗다, 노릇노릇하다, 노리끼리하다' 등 다양한 단어들이 있는데 과연 이것을 외국어로 어떻게 옮길 수 있을 것인가-아마 한번쯤은 고민해보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혼란의 도가니탕에 빠트리는 맞춤법이란 문제! 학창시절 문법 시간에도 열심히 공부하고 외웠건만 막상 생활에서 사용하려면 이거였는지, 저거였는지 도통 알 수 없을 때가 부지기수에요. 맞춤법에 있어서는 그 수준이 어린이들과 하등 다를 게 없을 것 같아, 그리고 이제 말을 배우고 글을 배울 우리 곰돌군들을 위해 제대로 된 말을 써야겠다는 생각에 읽게 된 책 [읽으면서 바로 써먹는 어린이 맞춤법]입니다.

 

모두 먹을거리로 구성된 등장인물들. 동그란 찹쌀떡 찹이, 만두인 두야, 네모난 찹살떡 모네, 삼각김밥 쎄세, 가래떡 래야, 떡볶이떡 뽀기들이 귀엽게 몸을 굴리면서(?) 많이 사용하지만 틀리기 쉬운 맞춤법에 대해 알려줍니다. 가장 많이 틀리는 것 중 하나인 '가르키다'와 '가르치다'. 요고요고 헷갈리는 분들 많으시죠? '가르키다'도 '가리키다'가 맞는 말로 손가락으로 방향 등을 알리는 것이고, '가르치다'는 지식을 익히게 하는 것입니다. 저는 '금새'와 '금세'도 어렵다고 생각했는데요, '금세'는 아주 짧은 시간을 의미하는 말로 '사이'의 줄임말인 '새'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설거지! '설겆이'라고 잘못 쓰는 경우도 많죠. '몇일'과 '며칠'도 틀리기 쉬운데 '몇일'은 없는 단어라고 하네요.

 

만화로 구성되어 있어 큭큭 웃음면서 읽고 맞춤법까지 학습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책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들을 따라가다보면 저절로 익히게 된다고 할까요. 이것인지 저것인지 고민될 때 찾아보기도 좋고요. 검색해보니 요 시리즈가 몇 권 더 출간되었던데 속담이나 고사성어, 관용구 등도 재미있을 것 같아 구입했습니다! 어린이용으로 출간되기는 했지만 매우 유용하니 평소 관심있던 분들을 한 권씩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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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한국추리문학선 7
한수옥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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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도]

여성의 가슴을 잔인하게 절단한 뒤 시체에 박쥐 모양 목각인형을 두고 사라지는 범인. 강력반 형사 재용은 연달아 벌어지는 사건을 수사하던 와중 사랑하는 아내 은옥 역시 박쥐 모양 목각인형을 간직하고 있었음을 기억한다. 여리고 심약한 아내가 범인이라니,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재용은 아내를 데리고 자취를 감춘다. 한편 국회의원 최철민은 자신이 후원하는 보육원을 통해 더럽고 추악한 욕망을 채우고, 열 네살 수민도 그의 마수를 피하지 못했다. 살인사건의 피해자들이 보육원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 경찰은 이 사건이 아주 오래 전의 비극과 맞닿아 있음을 알게 된다.

표지는 청순한데 제목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공공장소에서는 펼치고 읽기 쉽지 않지만, 읽다보면 어째서 제목이 '죽이고 싶은'인지 절감하게 된다. 돈과 명예에 대한 욕심이 한가득인 것은 그러려니 하겠다. 그런데 원장으로 있을 때부터 어린 소녀들을 성적 노리개로 삼아 농락하고, 국회의원이 된 지금까지 그렇게 오랜 세월을 아이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을 계속해오다니 책을 읽다 저절로 욕이 나올 정도다. 게다가 아이들을 전달하는 것은 보육원의 교사 정순. 같은 여자이고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 오히려 아이들을 골라 철민에게 보낸다.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뻔히 알면서. 또 게다가. 아직 미성년자이면서도 여러 명이 한 여자아이를 집단 성폭행하고 그것도 모자라 동영상을 찍는다. 사건이 발각되자 제법 이름 좀 날린다 하는 부모들이 아직 미성년자라며, 보육원과 합의했다며 범죄자인 아이들을 그대로 집으로 데리고 간다. 점점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읽는 내내 속이 좋지 않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그대로 우리 현실에서도 일어난다. 아침저녁으로 뉴스에서 볼 수 있는, 타인의 인생을 짓밟고 그 위에 자신의 욕망만을 채우려는 짐승들의 모습. 만약 내 딸이, 내 가족 중 하나가 저런 일을 당한다면 나라도 가해자들을 죽이고 싶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연쇄살인범이 최철민이나 그와 비슷한 족속들을 죽였다면 감정적으로 더 이입할 수 있었을텐데 자세한 사정은 알아보지도 않고 그저 어떤 공통점을 가진 여성들을 살해했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결말이 나름 해피엔딩이기는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처입은 많은 사람들이 과연 제대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요즘 케이스릴러에도 관심을 갖는 중인데 한수옥 작가도 이 [죽이고 싶은]으로 처음 만났다. 소재와 추악한 인물들로 인해 부들부들 떨면서 읽기는 했지만 네이버 웹소설 미스터리 부문 베스트 리그 작품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속도감과 몰입감을 선사해준다. 부디 이런 일들이 현실에서는 제발 그만 일어나기를. 미성년자이든 아니든 죄를 저질렀으면 벌을 받아야 하고,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추악한 범행은 특히 엄벌에 처해야 한다. 법이 제대로 기능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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