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성서에서 유래한 영어표현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김대웅 지음 / 노마드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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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척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영어표현사전'이라는 말에 읽어보고 싶었다. 요즘 내가 읽는 책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그럼에도 이눔의 책욕심 어디 가지 않아 정말 고민이지만-첫째 곰돌군의 엄마표 영어 시작이었다. 올케 찬스로 영어유치원을 보내볼까 하다가, 한 개의 영어유치원이 그 주변 심리상담소 네 다섯 군데를 먹여살린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듣고 겁이 나서 포기. 그래도 영어는 친근하게 만들어주고 싶고 복직하기까지 일 년 조금 남은 시간을 잘 활용해보자는 마음에 엄마표 영어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는 중이다. 어떤 엄마들은 정말 열심히 자료까지 만들어가며 살신성인 엄마표 영어 하던데, 나는 게으른 건지 아직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서인지 그저 CD와 책과 DVD를 약간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더불어 나의 영어 실력도 일취월장 하기를 바라며.

덕분에 '영어'라는 말만 보이고 들려도 관심도가 증가하는 요즘, 신화와 성서에서 유래한 영어표현이라니 궁금했다. 이런 책들을 내가 먼저 읽어두고 모아두면 언젠가 아이들도 읽는 날이 오겠거니, 우리 사이에 할 수 있는 말이 많아지겠거니 하는 바람도 담아. 읽다보니 너무 재미있는 것.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던 어휘에 이런 숨겨진 뜻이 있었다니 신기하고 지식의 샘이 채워지는 기분이랄까. 전~혀 그럴 생각 없지만 혹시라도 누군가가 궁금해하면 슬쩍 아는 척 해도 뿌듯한 기분을 맛보게 해줄 그런 책이다.

1부는 신화에서, 2부는 성서에서 유래한 영어표현들이 매우 촘촘하고 체계적으로 실려 있다. 순서에 상관없이 시간 날 때마다 아무 데나 펼쳐 읽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인데, 눈 감고 펼친 책장에 실린 단어는 '아마조네스'였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성 무사족' 아마존의 복수형으로 이들은 전쟁의 신 아레스의 자손으로 무술이 뛰어났으며 말타기에도 능하다. 여성들만으로 종족을 유지하기 위해 해마다 축제 기간에는 다른 나라에서 남자들을 데려와 잠자리를 한 뒤 거세하여 노예로 부렸는데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죽이거나 이웃나라로 보냈고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어릴 때부터 활쏘기를 연습시켰다. 그런데! 활쏘기에 방해된다고 하여 오른쪽 젖가슴을 도려냈다고 하는데, 아마존이라는 말도 원래 그리스어로 '젖가슴이 없다'라는 뜻이라고 하니 놀랄 수밖에.

혹시 늙은 아담, The old Adam은 들어보셨는지. 원죄, 또는'악을 향한 인간의 본성'이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성서에 나오는 최초의 인간이었던 아담은 회개하지 않으면 원죄 상태가 유지되는 '늙은 아담'이 된다고 한다는데, the second Adam은 '예수'를, Old as Adam은 '아주 오래된, 진부한'이라는 뜻이라고 하니 재미있게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다. 성서라고 해서 혹시 길거나 지루하거나 재미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성서의 뒷이야기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성서와 신화를 소재로 한만큼 많이 들어본 단어들이기는 해도 그 어원을 아는 순간 스릴러의 반전을 맛본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기본적인 이야기들도 함께 소개되어 있어 영어표현을 기억해두기에도 아주 유용하다. 영포자들에게도 다시 한 번 학습의 열망을 활활 불태우게 만드는 계기를 선사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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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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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1년 10월. 조상의 신주를 불태우고 가계를 허물었다는 이유로 윤지충과 권상연이 참형에 처해진다. 죽은 사람을 섬기고 죽은 사람과 더불어 사는 삶을 비판하고 살아있는 현재의 삶에 충실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권상연. 신주를 불사른 것은 무덤을 파헤친 발총죄로 여겨졌고 조정은 극형 아래 죄상이 논해지길 원한다. 나라의 근본을 뒤흔든 자들에 대한 본보기. 죽음 앞에서도 의연한 그들이 피를 뿌린 자리는 성스럽게 여겨지며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전해지면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가치관들. 그 가치관들을 둘러싼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농밀하게 담겨져 있다.

과연 어디부터 허구이고 어디까지 진실인지 가늠할 수 없는 가운데 세종대왕 때 불현듯 몸을 감추고 사라져버린 장영실이 전했다 여겨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이 표지를 장식한다. 이 그림과 우리 역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책을 펼쳤다. 이 그림 안에 우리나라 인물이 묘사되어 있다는 참신한 상상과 천주교를 박해하는 입장에 있던 왕과 천주교를 바탕으로 충실한 삶을 살아보려 하는 인물들의 입장이 고르게 서술된다.

그런데 고백하자면. 이 책을 읽는 데 엄청난 집중력이 요구됐다. 웬만하면 이런 이야기 잘 안하려고 하는데, 나도 혼불문학상에 대해 들어 알고는 있었기에 예사로운 작품이 아닐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읽어나가는 게 정말 너무 힘이 들었다. 첫 시작부터. 아무리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어도 문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시처럼 서정적인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좀 더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을 구사할 수는 없었을까 원망스러울 정도로. 요즘의 내가 이해력이 부족한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분명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사실 이런 문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지가 정확하게 그려지지 않는 문장,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모호한 문장. 게다가 내가 그 동안 생각해온 인물상이 이 작품에서 묘사되는 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이질감을 느꼈던 것 또한 한몫했다. 장르는 역사소설인 것 같은데 미스터리한 면도 있어, 근데 그 답이 뭔지 모르겠는 답답한 설정, 안개가 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모호한 상황. 작가님에게는 죄송하게도 읽는 내내 시종일관 나는 그저 답답하고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투덜투덜하며 책을 읽고 있으니 곰돌이아빠는 그럼 직접 책을 써보라고 하는데, 나는 내 주제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엄두도 내지 않는다. 그래도 독자니까 나랑 안 맞는다고 한 마디는 할 수 있잖아요. 다른 분들 리뷰 찾아보니 별 다섯 주신 분들도 많던데 어떤 포인트에서 그렇게 깊은 인상을 받았는지 한 수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절대 빈정거리거나 비난하는 말투 아니고, 정말 궁금해서 여쭙는 것이니 오해는 말아주세요. 가르쳐주신다면, 이 작품 심기일전해서 다시 한 번 도전해볼 의향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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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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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아들을 마주하러 가던 날, 한 여자아이가 물에 빠진 것을 목격했다. 간신히 아이를 구해냈지만 우연한 사고로 코마 상태에 빠진 헨리 스키너. 그의 상태를 확인하러 온 아들 샘과 옛 연인 에디는 여전히 그가 깨어있음을, 온전히 그들을 느끼고 있다는 믿음을 저버릴 수 없다. 끊임없이 그에게 말을 걸고, 책을 읽어주고, 대화를 시도하며 그가 어서 이쪽 세계로 돌아오길 기다리는 사람들. 사랑이었다. 헨리로 인해 상처받았고, 그에게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헨리가 자각하지 못했을 뿐, 그들을 묶은 것은 사랑이었다.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그들의 사이를, 감정의 교류를 설명할 수 있을까.

종군 기자로 명성을 날리던 헨리.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의 실수로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 날 이후 삶은 그가 도망쳐야 하는 어떤 것이었고, 사랑같은 따스한 감정은 차마 가져볼 수 없는 무엇이었다. 그랬기에 목숨을 위협하는 현장에서도 도망치지 않았고 그것이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주었다. 마리프랑스와의 하룻밤은, 사랑이 아니라, 삶을 놓을 수 없었던 마리프랑스의 두려움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그로 인해 샘을 얻었다. 공감각의 능력을 가진 샘을. 마리프랑스는 아이는 원했지만 헨리를 원하지 않았고 그것이 그들 사이를 가로막아 아들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마주할 수 없었다. 에디를 사랑했지만 그것이 사랑인지조차 몰라 그녀에게 상처를 주었다. 헨리는 샘을 사랑했고, 에디를 사랑했다. 그 모든 것을 꿈 속에서 깨닫는다.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의 그 어디쯤, 중간세계에서 헨리의 삶은 반복된다. 마리프랑스와 하룻밤을 보낸 후 현실에서는 하지 않았던 말을 그녀에게 건넸더라면, 에디의 고백 앞에서 비겁하게 도망치지 않았더라면, 그의 시간은 과연 어떻게 돌아갔을까. 반복되는 그의 삶이 꿈결처럼 아득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삶은 단 하나뿐이었다는 것. 비록 사고로 코마 상태에 놓여있지만 그런 그의 상황이 아들 샘과 에디에게 어떤 위로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제서야 알게 된 진실, 그 때이기 때문에 깨달을 수 있었던 사랑같은 것들.

삶과 죽음의 문턱에 놓여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마치 한 편의 시처럼 묘사된다. 꿈결같은 문장에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낀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믿고, 그 믿음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 나는 아직도 그 문장들의 한 가운데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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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아들은 처음이라 - 첫 아들을 키우는 엄마를 위한 심리학 수업
안정현 지음 / 꼼지락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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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든 딸이든 나름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아들'이 강조되는 책을 찾아 읽지는 않았었다. 게다가 나는 아들만 둘. 딸이 없으니 애초에 비교대상이 없는 관계로 아들이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이 아들들이 너무 어려서. 허허. 그래도 가끔 이렇게 '아들'이 들어가는 책을 읽어보기는 하는데, 그 이유는 무섭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만 졸졸 쫓아다니는 이 강아지들이 나중에는 나를 모른 척 하면 어쩌나, 잘 때도 껌딱지처럼 꼭 붙어자는 곰돌군들이 사춘기 들어서서 방문 꼭 닫고 나랑은 말도 안 하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불안감들.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크면 분명 갈등 상황이 생길텐데 그 때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준비를 해두어야겠다는 결심이랄까.

 

제목은 [엄마도 아들은 처음이라] 지만 읽어보면 모든 아이에게 보편적으로 해당하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딸이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순간은 있을 것이며, 아이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고, 최고보다는 차별화 전략을 세우고, 멘토가 될 어른을 찾는 것. 어떤 아이에게든 필요한 일 아닌가. 어느 날 갑자기 딸도 변할 수 있는 것이고,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는 것은 딸, 아들 마찬가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하지 않는 딸, 아들 수두룩하고 아이들의 관심사에 귀기울여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엄마의 감정이 아이에게 전이되어 엄청난 파급력을 자랑(?)하는 것은, 육아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나름 다양한 아이들을 봐왔다는 생각에서인지 이 책의 내용들이 아들에게만 해당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례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보편적인 내용보다 구체적인 문제행동과 현실적인 대안들, 인터뷰 같은 내용이 좀 더 많이 실려있다면 좋았을 것 같다.

 

한 가지 새삼 깨달은 것은 아이들 앞에서 아빠 흉은 보지 말자는 것. 아무리 부부 사이가 나빠도 엄마와 아들의 관계가 지나치게 밀착되면 아이가 정서적인 짐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어머니와 아버지 두 뿌리에서 나온 아들이 부부 사이와는 관계없이 건강하게 성장하게 하려면 절대 아이 앞에서 아빠 흉을 봐서는 안된다고 한다. 게다가 남자인 아들이 롤모델로 삼을 사람은 역시 아빠. 임상심리학 박사 롤로 메이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없다면 동일시할 남성상이 없어 목적의식을 가지지 못하고 아버지가 외부 세계에서 들여왔어야 하는 체계를 구축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자신을 이끌고 반대되는 것에 저항할 가치관도 갖지 못한다고 하니 아들에게 아빠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품에 낀 아들이 아니라 남자로서 성장하기 위해서 아들들은 엄마 품을 떠나야 한다는 문장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으아. 오늘도 첫째 곰돌군에게 엄청 짜증냈는데 언젠가 이런 일상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오지 않을까 두렵다. 일단 나의 심리도 잘 관리하고 아이들의 기질을 잘 살펴서 윈윈하는 육아를 해야지. 복직까지 남은 시간, 나와 곰돌군들과의 관계, 가족들 관계에 더 투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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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개자리 빌리암 비스팅 시리즈
예른 리르 호르스트 지음, 이동윤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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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세실리아 린데라는 여성이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아버지는 패션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였고, 세실리아 본인은 그 회사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었던 데다 그녀가 실종되기 전에는 린데 가문이 부유한 가문 아홉 번째로 꼽히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돈을 목적으로 한 범죄라 생각했지만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는 오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나체 상태로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범인으로 형을 받은 자는 루돌프 하글룬.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빌리암 비스팅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건 수사를 지휘했고, 증거품과 목격자 증언 등을 토대로 그를 체포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 사건의 증거가 조작되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사 책임자였던 비스팅은 정직 처분을 받게 된다. 과거의 행적을 다시 뒤쫓으며 자신이 실수한 것은 없었는지, 과연 루돌프 하글룬이 범인이 아닌 가능성이 있는지, 증거를 조작한 사람은 과연 누구인지 개인적인 조사를 시작한 비스팅.

그런 그의 곁에는 든든한 지원군이자 딸인 리네가 있다. 신문사에서 기자로 활동하는 그녀는 비스팅의 기사가 자신이 일하는 신문사의 1면 기사로 나가는 것을 막아보고자 한 살인사건 현장에 출동한다. 피해자는 두부를 가격당해 살해당한 중년의 남성. 발빠르게 움직여 그의 정보를 알아내 주거지를 찾아간 리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에게 공격당하면서 더 깊게 사건의 중심부로 들어간다. 살인사건에 관한 정보를 모으면서도 아버지가 처한 상황을 돕기 위해 비스팅에게 적극적으로 가담, 그가 보지 못하고 넘어가는 세세한 부분에 주목하며 사건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조사가 계속될수록 드러나는 과거와 현재의 연관성. 과연 이들이 쫓고 있는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지 책장을 넘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른 리르 호르스트의 <빌리암 비스팅 시리즈>는 이번에 처음 접했는데 찾아보니 이미 [추락하는 새]로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적이 있다. 경찰소설의 주인공들에게서 엿볼 수 있는 자신의 일에 대한 고뇌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강직하고 올곧게 맡은 바 임무를 다하는 형사 아버지와, 어떤 일이 벌어져도 겁먹지 않고 오히려 더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사건에 맞서며 수사에 일조하는 딸의 콜라보레이션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북유럽 스릴러에서 볼 수 있는 음울한 분위기가 아예 읽히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만큼은 아니며, 주인공의 고뇌 또한 그보다는 깊지 않다. 해리 홀레와는 달리 빌리암 비스팅은 과거에 잠겨 상처입기보다, 어떻게든 두 주먹 불끈 쥐고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달리는 이미지라고 할까. 그 옆을 냉철하고 객관적인 판단력과 용기를 겸비한 딸인 리네가 함께 달려주고 있으니 든든할 수밖에.

작가인 예른 리르 호르스트는 1995년부터 라르비크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하다 2004년 <빌리암 비스팅 시리즈>를 출간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수사 책임자로 일했던 경험을 작품에 녹여낸 덕분에 그의 이 시리즈는 사건 수사 현장의 긴장감과 속도감을 그대로 재현해냈다는 평을 들으며 노르웨이 북셀러상, 노르웨이 최고의 범죄소설에 수여하는 리베르톤상, 북유럽 최고의 범죄소설에 수여하는 유리열쇠상, 스웨덴 범죄소설 작가 아카데미에서 최고의 범죄소설에 수여하는 마르틴 베크상을 휩쓸었다. 영미스릴러에서 보여지는 엄청난 속도감을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발한발 밟아나가는 탄탄한 수사 전개 과정을 자랑하는 것이 이 작품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이 아버지와 부녀의 조합, 앞으로도 계속 지켜볼 수 있게 되기를. 우선은 [추락하는 새]부터 먼저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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